박정상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대외협력국장
박정상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대외협력국장

얼마 전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차별실태 증언대회’에서 6명의 도민이 직접 겪은 차별을 이야기했다. 아이와 함께 외출할 때 갈 수 있는 곳부터 확인해야 하는 가족, 성적지향과 가족형태 등 여러 조건이 중첩된 차별을 경험한 성소수자, 여성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노동자, 국적과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일상에서 벽을 마주한 이주민, 이동과 시설 이용에 제약을 겪는 장애인, 나이를 이유로 노동과 복지에서 배제되는 노인까지. 모습은 달랐지만 하나의 질문으로 모였다. 차별을 겪은 뒤 개인이 피해를 입증하고 구제를 요구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경기도 평등기본조례를 둘러싼 논의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차별은 성별·장애·나이·국적·성적지향·고용형태 등 하나의 이유로만 발생하지 않는다. 여러 조건이 노동·복지·교통·주거·행정 등 삶의 영역과 맞물리며 나타난다. 따라서 경기도 차원의 논의에서는 사후 구제뿐 아니라 정책 수립과 예산 편성, 사업 집행 과정에서 차별과 배제 가능성을 미리 살피는 예방적 체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다. 차별실태조사와 평등영향평가 등을 통해 도정 전반에서 평등의 원칙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의회에는 다양한 당사자의 경험과 요구를 충분히 듣고 조례의 필요성과 내용, 적용 범위와 실행방안을 검토하는 역할이 있다. 평등기본조례를 둘러싼 논의가 구체적인 도민의 삶에서 출발해야 하는 이유다. 오는 10월17일 경기차별철폐대행진에서도 노동자·장애인·여성·이주민·성소수자·청소년 등 다양한 시민들의 경험과 요구가 제기될 예정이다. 증언대회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지역사회 공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차별받은 뒤 구제하는 데 머물 것인가, 차별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인가. 이제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도민들의 구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히 논의해야 할 질문이다.

/박정상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대외협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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