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中 난징 백제 사신선 조형물 준공
내달 9·10일 한마음·능허대공원 문화축제
천리 밖 친구와 함께 새희망 항해 계기되길
시원한 가을 바람과 함께 축제의 계절이 다가왔다. 인천 연수구는 내달 9·10일 연수한마음공원과 능허대공원 일대에서 ‘제14회 연수 능허대 문화축제’를 연다. 2004년 시작된 축제는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19로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2022년 복원됐다. 연수구 대표축제로서 올해 22주년을 맞아 14번째로 개최하게 됐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행사가 아니라 지역의 뿌리를 되새기는 자리라는 점에서 능허대 문화축제는 연수구민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올해 능허대 문화축제 주제는 ‘능허대, 빛의 항해’다.
능허대는 백제 근초고왕 27년인 372년, 백제가 동진에 처음 사신을 보내며 교류를 시작한 이래 100여년간 사신이 중국 남조를 오가며 배를 띄우던 나루터가 있던 곳이다. 372년부터 386년까지 이어지던 교섭은 이후 약 20년간 기록이 끊겼다가 406년 재개됐고 무령왕릉의 벽돌무덤 양식에서도 나타나 있듯 양나라 간 교류도 활발히 이어졌다. 능허는 ‘하늘을 높이 난다’는 뜻으로 중국 문헌과 우리 문집에도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1990년 인천시 기념물 제8호로 지정된 능허대 터는 1천600여년 전 이 땅이 이미 세계를 향해 열려 있었음을 보여준다.
능허대 문화축제가 품은 또 하나의 의미는 국제교류다. 백제 사신 항로에 대한 학설은 다양하지만 최종 목적지가 당시 남조의 수도였던 건강, 오늘날 중국 난징이었다는 데는 국내외 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연수구와 중국 친화이구는 공통의 역사를 바탕으로 2024년 남경사범대·남경대 전문가들과 사신 항로와 집아관 위치를 검토하는 실무급 교류를 시작했다. 두 도시는 지난해 1월 우호 협력 의향서를 체결하고 같은 해 10월 친화이구 상심정에서 우호 상징 표지석 제막식과 ‘Yeonsu Week In Nanjing’ 행사를 함께 열었다. 지난달에는 난징 국제우의공원에 백제 사신선 조형물을 준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북송 시대 세워져 소동파를 비롯한 시인들이 시를 읊었다는 명승지 상심정에 세워진 표지석과 국제우의공원의 백제 사신선은 모두 ‘천리동주(千里同舟)’라는 같은 이름을 달았다. ‘군자는 천 리 떨어져 있어도 마치 같은 배를 탄 것과 같다’는 옛 글귀처럼 두 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관계는 이어진다는 뜻을 담았다. 1천600년 전 사신의 항로가 오늘날 두 도시를 잇는 우정의 항로로 다시 열린 셈이다.
축제의 무대도 새롭게 바뀌었다. 그간 원도심 주민은 능허대 문화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능허대공원이 축제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하지만 공간의 한계로 큰 행사는 매번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렸다. 연수구는 원도심 주민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여 올해는 인천1호선 선학역 인근에 새로 조성된 연수한마음공원과 옥련동 능허대공원을 능허대 문화축제의 두 축으로 삼았다.
프로그램도 풍성한 볼거리로 채워졌다. 축제가 개막하는 내달 9일에는 구민 한마음 체육대회와 백제사신 퍼레이드가 열린다. 이 밖에 제31회 구민의 날 기념식, 연예인 축하공연이 열리고 저녁에는 2천대 드론이 투입되는 라이트쇼가 백제 사신단의 출항과 해상교류의 여정을 밤하늘에 그려낸다. 퍼레이드에는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이 참여한다. 세계 각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먹거리존도 마련했다. 내달 10일 연수 꿈이음길 러닝대회와 구민 노래자랑이 이어지며 이틀간 플리마켓과 체험·먹거리존 등 다양한 부스도 운영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연수구는 1천600년 전 거친 바다를 향해 목숨을 건 항해가 시작된 작은 나루터를 품은 고을이었지만 현재는 인천신항,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 인천항크루즈터미널을 통해 전 세계와 교류하는 국제도시로 성장했다. 연수구는 능허대의 역사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고 세대와 지역, 국경을 넘어 나누는 축제로 만들고자 한다. 축제를 통해 구민 동질성을 회복하고 문화자산의 관광 상품화를 이루는 게 연수구의 최종 목표다. 백제 사신이 도전과 진취의 정신으로 대륙을 향해 닻을 올렸듯 이번 축제가 44만 연수구민에게 지역 자긍심을 높이고 천리 밖 친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항해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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