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한국어에 진심이다. 2021년 세계 최초로 초중등 교육과정에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채택했다. 지금은 164개 학교에서 3만4천여명이 한국어를 배운다. 1996년 하노이국립대에 처음 문을 연 한국어학과를 시작으로, 현재 54개 대학이 관련 전공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6일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제5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뜨거운 한국어 사랑을 보여줬다. 역대 수상자는 베트남 삼성전자의 통역사로, 서울대에 진학하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어는 꿈을 향해 오르는 사다리이자 세계로 나가는 문이다.
“베트남이 아니라 비엣남입니다. 정확히 불러 주세요.” 한국에 오래 머문 한 베트남 언론인이 건넨 말이다. 베트남어 국명은 Việt Nam이고, 영어로 Vietnam, Viet Nam으로 표기한다. 한국에서는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안남, 월남으로도 불렀고, 지금은 베트남이라고 한다.
국립국어원 웹페이지에서 검색해 봤다. 원문 Việt Nam을 입력하면, 자료가 없다. Vietnam이라 입력하니, 규정 용례를 제시해 준다. 한글 표기는 ‘베트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 아래 ‘의미’란에는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반도에 있는 나라. 수도는 하노이’로 기술되어 있다. 눈길이 멈춘 곳은 오표기 항목이다. 정작 현지 원음에 충실한 ‘비엣남’은 ‘배트남’과 함께 ‘(X)’ 표시를 달고 있다. 국가 어문 규정과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관행 속에서 당사자가 불리고 싶어 하는 이름이 도리어 ‘틀린 표기’라니, 아이러니하다.
국제사회에서 국호를 바로잡는 일은 낯설지 않다. 터키는 국가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2022년 국호를 ‘튀르키예(Turkiye)’로 바꿨다. 영어 turkey가 칠면조를 뜻하고 속어로는 실패작, 겁쟁이를 가리켜 불편함이 컸다. 올해 8월에는 인구 1만2천명의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가 국호를 ‘나오에로(Naoero)’로 고치고 식민의 흔적을 지우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가 공식 요청해 온다면 우리 정부와 언론도 기꺼이 ‘비엣남’이라 부를 것이다. 다만 요청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올해로 수교 34년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비엣남 학생들은 우리말로 한국을 부르는데, 우리는 ‘베트남’을 고집한다. 국호에 담긴 정체성과 역사를 존중한다면, ‘비엣남’이라 부르는 것이 온당하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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