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이 정치권 공방을 넘어 역사 왜곡 혐의로 영화 제작진이 경찰에 고발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권총을 발사했는데 박 대통령 옆에 앉아 있던 육영수 여사가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암살자(들)’은 제목에 암살자가 아니라 ‘들’이라는 복수형을 붙인 것처럼 사건에 알려지지 않은 배후가 따로 있는 것처럼 줄거리를 설정했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는 인천에 유난히 깊은 자취를 남겼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천항 갑문 준공식이 그해 5월 10일 개최됐는데, 그 자리에 참석한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국력의 상징인 동시에 조국 근대화를 앞당기는 우렁찬 쾌거”라고 인천항 갑문 건설의 의미를 부여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때뿐 아니라 1968년 12월 21일 인천 서해구 가좌동 현장에서 열린 경인고속도로 개통식에 육영수 여사와 함께 참석해 테이프 커팅을 하고 고속도로에 술을 뿌리는 의식도 가졌다.
육영수 여사는 인천 강화군 석모도 보문사에 애정이 깊었다. 국내 3대 기도처 중 하나로 꼽히는 보문사의 유명세에는 육 여사의 관심도 크게 기여했다. 대표적인 게 보문사 범종이다. 보문사 범종은 육 여사의 기증품이다. 종은 1974년 제작을 의뢰했는데, 1975년 세워졌다. 정작 육 여사는 범종을 보지 못했다. 이 범종각의 현판은 강화 출신 서예가 동정 박세림이 썼다. 동정도 이 범종 봉안을 보지 못하고 1975년 2월 갑자기 세상을 떴다. 이 범종에는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아들 박지만 씨 등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2년 2월 강화 갑곶에서 김포 성동을 잇는 제방 공사 기공식에도 왔었다. 염하에 돌을 던지고 기공식 버튼까지 눌렀는데, 둑을 쌓아 육로를 연결하는 방식의 공사는 물거품이 되었다. 물살이 거세 제방을 쌓을 수 없었던 데다 서울과 강화 지역의 수해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둑으로 막는 대신 다리를 놓기로 공사 방식을 변경해 강화대교가 건설되었다. 영화 ‘암살자(들)’이 인천과 박정희 대통령, 육영수 여사에 얽힌 여러 인연을 불러낸다.
/정진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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