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0일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의 담화를 공개했다. 전날 강신철 국방장관과 우리 군이 폭발 지뢰가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매립한 지뢰임을 특정한 데 대해 “자작광대극”이라 부인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즉각 공식 발표를 통해 “우리 장병들이 북한분계선 이남군의 지뢰에 의해 심각한 부상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북한에게 국경선 요새화 즉시 중단,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히 촉구했다.
지난 21일 우리 측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지뢰폭발 사고가 10일 만에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사건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그 사이 우리 내부는 사고 대응을 놓고 여야와 진보·보수 진영이 적대적 갈등을 빚었다. 한 시민단체는 대통령과 전·현직 국방장관 등 9명을 직권남용·직무유기·일반이적 등 혐의로 고발했다. 북한의 지뢰 매설을 방치해 국군이 부상하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현장조사 작전일 공개를 군사기밀 유출 혐의라며 법적 조치를 제안했고, 국방부 장관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느긋하게 등장한 북한은 발뺌하고, 열흘 동안 우리의 내상만 깊어졌다.
한두 번의 현상이 아니다. 천안함 폭침 때는 북한 잠수정 어뢰 도발이라는 다국적 합동 조사결과를 부정하는 자침설, 사고설, 미군 잠수함 충돌설 등이 횡행해 나라가 두 쪽이 났다. 천안함 유족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 소행인지 아닌지 물었을 정도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때도, 북한의 반인륜 범죄 추궁보다 진상을 둘러싼 내부의 정쟁이 훨씬 격렬했다. 진실에서 소외된 유족들의 법정 투쟁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정전 이후 북한의 무력 도발이 끊긴 적이 없다. 여야와 진영을 초월해 도발 원점인 북한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젠 북한의 도발 보다 대응 방식을 다투는 우리 내부의 적대가 고질이 됐다. 급기야 북한 소행으로 확정된 반세기 전 육영수 여사 암살 사건을 남편 박정희의 음모로 번안한 한 감독의 영화적 상상 때문에 온 사회가 야단법석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대한민국을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집적대도 상관없는 나라로 여길까 봐 걱정이다. 핵무장국가의 위엄을 과시하는 북한의 국경 요새화 작전이다. 일사불란한 응전도 모자랄 지경에 적전분열은 가당치 않다. ‘안보에 여야가 없다’는 금언이 정치적 수사에 그치니 근심이 그치질 않는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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