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향제 줄풍류 전승받은 명인

스승 이두칠에게 배운 곳 경아대

문 닫았다가 2020년 10월 재개관

공연 이어가고 아카이브 구축을

서광일 음악학 박사·전통연희단 잔치마당 대표
서광일 음악학 박사·전통연희단 잔치마당 대표

한 도시의 문화는 화려한 공연장이나 거대한 건축물보다 한 사람의 삶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인천향제 줄풍류의 마지막 전승자 김응학(1938~2018) 명인이 바로 그런 예인이다.

그의 이름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평생 지켜낸 음악은 인천 국악 100년 역사를 이어온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인천향제 줄풍류는 1920년 인천 이우구락부를 시작으로 인천정악원과 경아대(景雅臺)를 거쳐 전승된 인천 고유의 전통음악이다.

그 맥은 스승 이두칠에게서 김응학 명인으로 이어졌다. 김응학은 거문고·가야금·양금·해금·피리 등을 익혀 인천향제 줄풍류의 마지막 전승자로 활동했으며, 특히 피리를 중심으로 한 그의 연주는 인천풍류만의 독창적인 음악성을 지켜 오늘날까지 계승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응학 명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은 경아대였다. 경아대는 인천 국악인들이 모여 풍류를 배우고 전승한 문화공동체로, 그는 이곳에서 스승 이두칠에게 인천향제 줄풍류를 배우고 후학을 양성했다. 줄풍류와 정악, 민속악을 함께 연구하며 합주와 교류를 이어간 경아대는 인천 국악 전통을 계승한 산실이자 오늘날 인천 국악사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 속에서 경아대는 문을 닫았고, 인천향제 줄풍류의 전승도 점차 위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김응학 명인은 공연과 교육을 멈추지 않았다. 1959년 인천시민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운현궁 초청공연, KBS ‘국악한마당’ 출연 등 수많은 무대에서 인천향제 줄풍류를 소개했다. 인천국악한마당에서는 언제나 인천정악단이 첫 무대를 장식하며 인천 국악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인천시 무형유산 지정 심사 과정에서 그는 ‘서울풍과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때 김응학 명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스승에게 배운 대로 연주합니다.”

이 한마디는 단순한 자존심이 아니었다. 스승 이두칠에게 물려받은 인천향제 줄풍류의 정통성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예인의 신념이었다. 인천의 음악을 서울의 기준으로 바꾸지 않겠다는 문화적 선언이기도 했다.

김응학 명인은 연주를 넘어 전승과 기록에도 힘썼다. 제자를 양성하고 악보를 정리했으며, 2007년 ‘김응학의 국악세계-인천 줄풍류’를 녹음해 인천향제 줄풍류의 원형을 후대에 남겼다. 이어 최은영의 박사학위 논문 ‘인천향제줄풍류 연구’(2015)는 그의 음악세계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하며 인천향제 줄풍류의 독자성과 예술적 가치를 입증하는 중요한 성과를 이뤘다.

2020년 10월, 경아대가 다시 문을 열던 날 많은 국악인들은 가장 먼저 김응학 명인을 떠올렸다. 필자 역시 “선생님이 2년만 더 사셨더라면 누구보다 기뻐하셨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경아대의 재개관은 한 건물이 다시 문을 연 것이 아니라, 인천 국악의 정신이 다시 살아난다는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1992년 잔치마당 창단 이후 김응학 명인과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인천국악한마당에서는 늘 함께 무대에 섰고,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에서는 ‘예인의 길, 광대의 삶’을 비롯한 네 차례의 초청공연을 통해 시민들에게 인천향제 줄풍류의 아름다움을 소개했다. 무대 위에서 피리를 연주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김응학 명인은 2018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지켜낸 인천향제 줄풍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인천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경아대를 중심으로 인천향제 줄풍류의 정기공연을 이어가고, 젊은 연주자를 양성하며, 인천광역시 무형유산 지정과 체계적인 아카이브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 한 명인의 삶을 기억하는 것은 과거를 추억하는 일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만드는 일이다.

김응학은 평생 인천의 가락을 지켜냈다. 이제 그 가락을 이어가는 일은 인천의 몫이다. 그것이 한 예인에게 바치는 가장 큰 헌사이며, 인천이 지켜야 할 문화적 책임이다.

/서광일 음악학 박사·전통연희단 잔치마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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