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스승 영전에 올려놓고 “이제야 한 권”… 숙제 푼 제자

 

김대규 선생·어머니 기억 담은 60여편

40년 만에 첫 출간… 은사 유언 받들어

안양 출판사 차리고 예총 지역문단활동

장지섭 시인의 출판사 사무실에는 스승 김대규 시인의 사진과 관련 서적들, 스승이 남긴 자료들이 가득하다. 2026.9.29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장지섭 시인의 출판사 사무실에는 스승 김대규 시인의 사진과 관련 서적들, 스승이 남긴 자료들이 가득하다. 2026.9.29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시인의 집은 시집이다. 너도 이제 집 한 채 지어라.”

생전 마지막 대화에서 유언처럼 남긴 스승의 당부는 오랫동안 무거운 숙제로 가슴에 남았다. 40여 년 글을 썼지만 선뜻 시집 하나 내지 못한 것은 그것이 주는 무거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제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으며 후련해진 마음을 쓰다듬는다. 장지섭 시인은 그렇게 펴낸 첫 시집 ‘돌의 발음’을 정성스럽게 포장해 스승인 김대규 시인의 영전에 올렸다.

“선생님께서 없었다면 시인 장지섭도 없었겠지요. 1997년 안양근로문학동인회에 들어가 처음 인연을 맺었고, 제자들의 작품을 하나하나 살펴봐 주신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한 장 한 장 벽돌을 모아온 긴 세월. 애초에 매끈하지 않아 깨지고 금가고 흠집 난 벽돌들이었지만, 그런 것들이 모여 집이 된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4부로 나눠 60여 편의 작품이 실린 시집에는 스승 김대규 선생에 대한 기억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곳곳에 배어있다. 시인에게는 스승도 어머니도 모두 뜨거운 사랑의 원천이었고, 이제 다시는 모실 수 없는 아쉬움과 그리움의 근원이다. 그래서 시인은 가장 큰마음이 담긴 마지막 제4부의 문을 ‘김대규 론’으로 열고, 어머니 연작을 뒤이어 놓고, 마지막을 다시 ‘나의 선생님’으로 닫았다.

마지막으로 어머님을 보내던 기억은 3부의 마지막 시 ‘임종’에 남겼다. ‘정갈하게 빗겨진 머리칼, / 준비된 이별은 / 울음조차 길지 않았다’라고 애써 갈무리했지만, 그리움과 슬픔은 가슴 깊이 남았다. 4부에 실린 어머니 연작에서 시인은 ‘내 슬픔의 고향은 / 어머니’ ‘방 한쪽 벽 / 어머니와 사진 / 한참을 들여다본다’며 그리운 마음을 표현한다.

시집에는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무거운 중압감과 창작의 고통, 세상을 살아가며 마주한 번뇌와 아픔도 드러난다. 하지만 시인은 오랜 시간을 거쳐 이제 스스로를 옭아맨 구속에서 벗어나는 강한 모습도 보여준다. ‘돌담은 무너지지 않았다. / 시를 품느라 / 더 단단해졌다.’ (‘돌담 시편’ 중)

중앙 문단을 한사코 마다하고 안양을 지킨 스승 김대규 시인의 뒤를 이어 장지섭 시인은 안양에 출판사를 차리고 예총과 문인협회에서 활동하며 안양을 지키고 있다. 시인시선 刊. 112쪽. 1만2천원.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