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과열 원인 ‘투기’ 근절 의지 표명
道 전월세 전년보다 각각 40.6%·48.5% 감소
도내 평균 3억8426만원, 1년만에 8.9% 올라
“월세 전환땐 주거비용 급등, 삶의 질 하락”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보내는 시그널은 명확하다. ‘투기 근절’. 투기가 부동산 시장 과열 원인이며, 투기 근절 및 시장 안정화를 위해 세제개편, 공급 확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하고 있다.
전세 또한 규제 대상이라고 현 정부는 보고 있다. 전세대출이 집값 상승의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해서다. 전세제도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은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드러난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전세는 특이하게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이라고 규정하며 “지금 사라져 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전세매물 감소 또한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봤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 등 세제압박으로 다주택자의 매물 출현을 유도한 결과 자연스럽게 전세 매물이 줄었고, 무주택자가 다주택자의 주택을 매입해 전입했으므로 전세 수요 또한 같이 감소했다는 게 이 대통령의 해석이다.
■ 씨 마른 임대차 매물 1년전 대비 ‘반토막’
그러나 현재 경기도 주택 임대차시장은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가을 이사철을 맞았지만,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추고, 월세 매물은 상승하고 있어서다. 임차인이 조건을 따져가며 살고 싶은 집을 고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셈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30일 기준 경기도 아파트 전세매물은 1만2천308건, 월세매물은 7천790건으로 집계됐다. 전년동일 전세매물은 2만717건, 월세는 1만5천135건. 1년전 대비 각각 40.6%, 48.5% 매물이 줄은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광명시 전월세 매물 급감이 가장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3천381건에서 611건으로 무려 82.0%가 줄었다. 이어 고양시 일산동구(-63.6%), 동두천시(-63.1%), 시흥시(-60.2%), 고양시 일산서구(-58.2%), 오산시(-58.0%), 평택시(-56.9%), 남양주시(-56.1%), 용인시 기흥구(-56.1%), 과천시(-52.2%), 파주시(-51.8%), 안성시(-51.6%), 수원시 장안구(-45.8%) 등 경기남·북부를 막론하고 임대차 매물 감소가 포착됐다.
숫자 너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일례로 수원시 영통구의 경우 전세대란이 점차 극심해지는 상황이다. 앞서 영통구는 지난 10·15 부동산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3중 규제로 묶였다. 2년의 실거주의무가 부여되는 토허구역 지정 이후 매물은 지속 감소 중인데, 벽적골 민영8단지 ‘두산·우성·한신아파트’ 리모델링주택조합이 이주(7월13일자 12면 보도)에 돌입하면서 인근까지 전월세난 우려가 가중되는 상황이다. 전월세 매물 품귀 속 공인중개사사무소엔 ‘전세 임차인 대기 중’ 등 전세 매물을 구한다는 문구가 심심치 않게 붙어있는 실정이다. 숫자상 수원시 영통구 전월세 매물은 1년전 대비 43.0% 줄었다.
■ 부동산 시장에도 옮겨붙은 ‘포모’… 가격 고공행진
임대차 시장 수요는 여전한데 매물은 반토막 가량 줄어 시장의 불안심리는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에서 나타났던 ‘포모(FOMO·소외 공포)’가 주택시장에도 나타나는 중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9월 경기도 전세수급지수는 180.4를 기록했다.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두고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이 부족하다고 해석한다. 도내 전세시장은 임대인에게 유리한 시장인 셈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3주(21일 기준) 경기도 전세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15% 상승했다. 올들어 전세가격 누적상승률은 5.49%로 전년(0.66%) 대비 상승폭이 가파르다. 지역별로 보면 화성 동탄구(18.39%), 광명(15.14%), 수원 영통구(14.26%), 용인 수지(14.73%), 성남 분당(14.06%)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공급부족 속 가격 부담은 커지고 있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 9월 기준 경기도 아파트 전세평균가격은 3억8천426만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9월 3억5천299만원 대비 8.9% 상승한 수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10·15 부동산대책으로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토허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전세물량이 부족해지고 주택가격이 오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실거주 압박을 하면 결국 임대인이 직접 거주를 해야하고, 이에 따라 역대 가장 적은 전세 물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전세 감소가 오히려 집값 상승을 견인한다고 봤다. 월세에서 전세, 전세에서 매매로 넘어가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던 전세가 급감, 주거 선택지가 줄어들면서 매매로 전환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일종의 포모심리인 셈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가격 상승률이 완전 다르다. 당시는 매매가격이 올라도 전월세 가격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라며 “전월세 관리가 잘됐다면 매매가격을 빠르게 움직이는 포모가 나타나진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한국에만 있는 전세 과연 사라져야 할까
전세 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주택임대차 제도다.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서울의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주택임대차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주택금융시장이 활성화되기 전, 임대인은 부족한 주택구입자금을 임차인의 전세자금을 이용해 무이자로 융통하고, 임차인은 매매 대비 낮은 자금으로 주택을 임차할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의 주택난이 심화되면서 현재의 전세제도가 확산됐다.
그동안 전세는 무주택서민이 목돈을 만들어 ‘내 집 마련’으로 갈 수 있게 하는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갭투자와 깡통전세, 전세사기 등 부작용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수명을 다한 제도라는 평가가 나오는 중이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차인들의 전세기피 등에 따른 월세 전환은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으나 정책으로 전세를 억제한다면 결국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현재 임대차시장은 민간이 92%, 공공이 8%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1가구 1주택 정책과 토허제 확대와 실거주 의무 등으로 임차 매물이 유통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전세는 주거사다리로 긍정적인 역할을 더 많이 해왔다. 이를 월세화로 넘어가면 서민들의 주거비용이 급등하고 결국 가처분소득이 줄어 삶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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