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정부는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의 구체적인 설계안을 공개했다. 2024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으로 지역별 전기요금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이후 본격적인 제도 도입을 위한 윤곽이 드러난 것이다. 지역 간 전력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전력을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를 확대하는 지산지소형 전력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기업의 지역 투자를 촉진해 균형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그동안 인천 지역사회는 지역별 전기요금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단순히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기준으로 요금을 차등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인천은 대규모 발전시설을 기반으로 지역에서 소비하는 양을 크게 웃도는 전력을 생산해 수도권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뒷받침해 온 도시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특성을 외면한다면 전력 생산지역의 기여도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이번에 공개된 정부안은 이러한 지역의 의견을 일정 부분 반영해 제도를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조정요금’을 신설하고, 송전비용, 전력자급률, 균형성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인천이 포함된 수도권 북부는 ㎾h당 6~10원, 수도권 남부는 약 0~1원, 중부권은 약 10~15원, 남부권은 약 13~18원의 요금 인하가 검토되고 있다. 기존의 수도권·비수도권 구분에서 벗어나 전력 공급 여건을 요금에 반영했다는 점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인천의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아쉬움이 크다. 인천의 전력자급률은 172.68%에 달하는 반면 서울은 6.83%, 경기는 59.17%로, 인천과 서울·경기 북부를 동일한 권역으로 묶는 방식으로는 지역의 전력 생산 기여도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또한 대전과 광주 등 전력자급률이 낮은 지역의 경우에도 비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천보다 큰 폭의 전기요금 인하 혜택을 받는 것도 분산에너지 정책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오랜 기간 수도권 전력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발전시설이 지역에 입지함으로써 발생하는 환경적 부담과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산업구조 측면에서도 인천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인천에는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항만과 뿌리산업,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밀집해 있다. 또한 철강, 정유·석유화학, 바이오, 반도체 등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24시간 생산설비를 가동하는 장치산업과 전력 다소비 제조업에서 전기요금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제품의 원가와 기업의 투자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인천 기업의 전력 비용에 대한 부담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진다면 기업의 생산 활동과 신규 투자,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인천 산업의 경쟁력, 나아가 국가 제조업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제도를 수립할 때 지역 산업계의 우려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도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전력 생산에 대한 실질적인 기여도가 보다 정교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좀 더 세밀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현재 발표된 지역 구분을 4개 광역권이 아닌 서울·경기·인천으로 각각 구분하거나, 시·도별 전력자급률을 보다 직접적으로 요금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인천이 포함된 수도권 북부 지역에 대해 발표된 요금 조정안보다 인하 폭을 더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주기를 기대한다.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는 단순히 지역마다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제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어디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어디에서 소비하며, 그 과정에서 어떤 지역이 부담을 감내해 왔는지를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별 특성이 충실하게 반영되어야만 기업과 지역사회에서 제도를 신뢰하고 수용할 수 있다. 인천이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동안의 전력 생산에 대한 기여와 희생이 가려지지 않도록 정부의 세심하고 균형 있는 제도 설계를 기대한다.
/박주봉 인천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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