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가볼만한 곳
해외 호텔 주방 출신 셰프의 정통 지중해식 식당
후무스·무하마라 담은 메짜보드, 100g 미트볼×3개
수제 엔초비·여주 가지 카포나타까지 직접 만들어
낯선 여행지에 가면 누구나 ‘현지 맛집’ ‘현지인이 즐겨 찾는 곳’ ‘현지인 픽’ 등을 찾아 나선다. 마치 지역 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듯 말이다.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하고 있는 ‘경기 동부 대표상점 발굴 및 로컬큐레이터 지원사업’은 이러한 발품을 대신해 준다. 로컬큐레이터들이 경기 동부권 곳곳을 누비며 지역의 숨은 맛집과 상점을 발굴해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여주를 대표하는 이단아 로컬큐레이터가 발굴해 낸 여주의 로컬 명소를 소개한다.
“다양한 맛과 식감이 살아있는 메짜, 겉은 단단하고 속은 쫄깃한 사워도우와 어우러진 한 접시”
나무 보드 위에 작은 그릇 일곱 여덟개가 둘러앉았다. 무화과를 베이스로한 병아리콩을 곱게 으깬 후무스, 석류·호두·파프리카를 갈아 만든 무하마라, 딜을 섞은 요거트 라브네, 그리고 갓 구운 수제빵이다.
여주 월송동 지중해식 식당 ‘팬트리 바이 루시아’의 간판 메뉴 ‘메짜 보드’다. 루시아(52) 대표는 오는 한글날 연휴에 열리는 제1회 여주골목대빵축제에서 이 스프레드를 식사빵과 묶은 플래터를 내놓는다. 사워도우 빵을 그릇 삼은 클램차우더는 하루 50개만 판다.
메짜는 레바논에서 비롯된 음식이다. 루시아 대표는 중동에서 술 대신 차를 곁들여 빵에 찍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3~4명이 나눠 먹는 이 메뉴를 맛보려고 서울·판교·전주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자기가 상상했던 바로 그 맛이라고들 하더라”고 말했다.
루시아는 세례명이다. 캐나다에서 요리를 시작해 이탈리아에서 과정을 마쳤고, 메리어트 계열 호텔에서 바레인 등 중동과 태국 주방을 거쳤다고 밝혔다. 2017년 귀국해 서울 공릉동에서 7년 반가량 가게를 하다 올해 3월 말 여주로 옮겼다.
파스타는 퓨전 없이 현지 방식을 고집한다. 이탈리안 미트볼은 100g짜리 세 알이 접시에 오른다. 양파·당근·셀러리를 오래 볶아 단맛을 끌어낸 이탈리아 가정식 소프리토 소스를 쓴다. 루시아 대표는 “한국에서 미트볼 하면 다들 작은 걸 떠올려서, 진짜 미트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피자의 고향 나폴리의 전통 방식으로 만든 푸타네스카. 토마토와 올리브의 환상적인 궁합이 돋보인다.”
그가 ‘최애’로 꼽는 건 나폴리 전통 파스타 푸타네스카다. 엔초비·케이퍼·올리브가 어우러져 첫맛은 강렬하지만 먹을수록 부드러워진다. 엔초비는 남해산 멸치를 받아 2년에 한 번 직접 담근다. 명란 파스타는 면 전체를 명란이 감싸 남은 소스를 빵에 발라 먹는 손님이 많다.
메뉴가 나오면 루시아 대표는 접시마다 무엇이 들어갔는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설명한다.
파스타가 아닌 한 접시를 원한다면 카차토레가 있다. 이탈리아어로 ‘사냥꾼’이라는 뜻으로, 사냥꾼의 아내들이 집에서 닭고기를 토마토와 허브에 뭉근히 졸여 내던 이탈리아 가정식이다. 이곳에선 부드럽게 익힌 닭고기에 토마토와 올리브, 허브의 풍미를 겹겹이 입혔다.
외국 음식은 잘 못 먹는다던 손님도 대개 접시를 비우고 나간다. 그는 “끝나고 나서 한국식으로 바꾼 게 하나도 없다고 말씀드리면 다들 놀라신다, 선입견이라는 게 그만큼 무섭다”고 말했다.
여주 식재료도 접시에 오른다. 시칠리아식 가지 요리 카포나타는 직접 기른 여주 가지로 만들어 차갑게 내는데, 병조림을 매주 사 가는 단골도 있다. 뇨끼에는 여주 햇감자를 쓴다.
다만 혼자 꾸리는 가게라 메뉴는 한 장을 넘기지 않는다. 손이 많이 가는 메뉴가 대부분이어서다. 그는 스스로에게 여주에서 1년의 시간을 줬다고 했다.
가게 이름의 뜻을 묻자 루시아 대표는 “내가 먹는 내 팬트리의 음식을 손님 식탁으로 그대로 옮긴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호텔 주방에서 익힌 지중해의 맛이 여주 식재료를 만나 동네 식탁으로 건너오고 있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