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소녀는 상광교 버스종점 냇가 옆을 지나 절터 약수터로 가고 있습니다. 소녀여, 제발 영롱한 보석같이 달려있는 며느리의 그렁그렁한 눈물을, 오늘은 참견 말고 지나쳐 버리시구려. 소녀여, 바위틈새로 긴팔 뻗어 고운 며느리의 복주머니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아름다운 자태로 유혹하는 금낭화를 뒤돌아보지 말고 지나쳐 버리시구려.

금낭화를 직역하면 '황금색 비단주머니 꽃'입니다. 분홍빛 입술 사이에 하얀 밥알이 끼어 있는 듯도 하여 밥풀꽃이라 하기도 해요. 혹자는 물고기의 입을 닮았다고도 하더군요. 금낭화는 너무나 예뻐서 며느리에 비유한 말이 유독 많습니다. 며느리주머니꽃, 며느리눈물꽃, 며늘취, 황금색며느리복주머니꽃, 복주머니꽃, 그리고 덩굴 모란이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예민함이 남달라 알칼리성 토양에서는 원래의 색인 붉은색으로 피고, 산성 토양에서는 연분홍과 흰색의 꽃을 피운답니다. 꼭한번 흰색의 금낭화를 만나 보시기를 바랍니다. 너무나 희어서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요즘에는 원예종으로 개발한 흰색 금낭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금낭화는 반그늘을 좋아해 한낮에는 햇빛을 가릴 수 있는 곳을 좋아합니다. 현호색과에 여러해살이 풀로서 한자반 내지 두자 정도까지 올라오는 용감하게 자라주는 씩씩한 야생화입니다. 연약하면서도 강한 줄기는 분백색이 도는 녹색의 색을 갖고 있고 가지와 잎이 풍성하게 자라지요.

늦은 봄부터 여름 사이에 피고 지는데, 여러분 큰일 났어요. 야생화의 개화시기가 정말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을 생각하고 꽃맞이를 가면 낭패를 보곤 합니다. 어떤 놈은 이미 져버리고 시치미 뚝 떼고 있지요. 특히 올해는 전반적으로 개화시기가 이릅니다.

문헌에는 유독성 식물로 분류되어 있으나 우리 선조들은 어린잎과 새순을 채취해서 삶아서 물에 담갔다가 무쳐먹기도 했습니다. <(사)한국들꽃문화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