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을 떠나며 스스로 약속한 것이 있다. 내 생애 최소한 세권의 책을
펴내야 겠다는 것과 가족사 박물관을 짓는 일, 그리고 가난한 학생 몇사람
정도를 공부시킬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오랜 공직생활과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홀가분하게 가족에게로 돌아온
손병목(62·전 안양시 동안구 부구청장·대림대 교수)씨가 그동안 삶의 편
린들을 모아 수필집 '어느 목민관의 인생별곡'을 냈다.
배고프고 가난했던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의 틈바구니를 거치고 새마을운동
과 80년대 변혁의 회오리를 겪은 인물이 저자만은 아니겠지만 이책에서는
인생의 긴 여정을 돌아보는 저자의 남다른 감회가 깊이있게 우러난다.
어린시절 프랑스 선교사에게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받았던 종교적 감
화, 눈물겨웠던 그 시절에 먹었던 잊을 수 없는 음식들, 그리고 젊음을 불
태웠던 내설악의 한적한 시골학교… 제1부에서 펼쳐지는 저자의 오뚝이 인
생 파노라마는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슴아프면서도 끈적한 인정이 묻어났
던 그시절로 되돌아가게 한다.
가톨릭 성지인 미리내의 작은 초막 '종옥헌'에서 세월을 보낸 저자가 세
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각별하다. 늘 세상의 욕심에게서 벗어나고자 노력해
온 저자는 지조없는 아류정치인과 고급관료들에게 날카로운 비판의 화살을
던진다. 또 한 배를 타고 삶을 살아온 공직자들에게 세상에 눈을 뜰 것을
호소하며 따끔한 질책을 던지기도 한다.
이런 긴 여정을 돌아 마지막으로 돌아온 가족과 대자연. 저자는 마지막
제4부에서 이제는 얼마 남지않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따뜻한 인정을 그리워
하며 결국 인간이 돌아가야 할 곳이 자연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미
래문화사 刊, 320쪽, 9천원.
인생의 긴 여정을 돌아보는 남다른 감회 우러나
입력 2001-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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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1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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