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선거때마다 부정선거사범에 대한 엄중 처벌이 강조돼 왔
다. 하지만 법원 판결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았
다. 지난 3일 서울고법의 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 결과도 비슷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서울 고법은 지난해 4·13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혐
의로 기소된 현역의원등 7명에 대해 1심에 비해 전반적으로 가벼운 형을 선
고했다.
특히 1심에서 당선무효선인 벌금 100만원이 선고된 현역 의원에게는 벌
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이들 3명은 의원직 상실위기를 벗어나게
됐다. 20만원의 차이로 정치적 생명을 잃지 않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여
·야 모두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으나 선거사범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다는 유권자들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지난해 3월 전국 법원 선거범죄 전담 재판장 회의에서 판사들은 “정치인
의 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한다”
는데 의견을 모았다. 선거전담 판사들의 이러한 결의는 당선무효형의 선고
기준을 선거법 위반여부 즉 유·무죄를 우선으로 적용하고 위반행위의 무겁
고 가벼움은 그다음 이라는 뜻이라 할 수 있다. 부정선거행위가 인정되면
그 정도에 관계없이 엄중 처벌하겠다는 경고였다.
이래야만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고질적인 그릇된 선거풍토를 바로잡
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렇게 볼때 이번 서울고법의 판결은 지
난해 판사들의 결의와는 거리가 있고 또 판단기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
킬 수 있다. 항소심 판결이 중요한 점은 대법원에 상고가 된다 하더라도 상
고심은 유·무죄만 다루는 법률심이기 때문에 무죄가 나지않는 한 형량에
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적해야 할 문제는 선거사범에 대한 재판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다. 4·13총선을 치른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현역의원 관련 사건은 모
두 74건으로 이중 31%는 아직 1심도 끝나지 않았고 2심선고가 끝난 사건은
19건에 불과하다. 이처럼 재판이 지연된 주된 이유는 제소된 의원 상당수
가 재판에 고의로 안나오는등 불성실하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갖고 있기 때
문이라고 한다. 이 역시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풍토를 반영하는 것이
라 생각된다. 아직도 많은 선거사범 재판이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부정
선거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엄정한 법집행과 강력한 처벌의지가 강조된다.
선거사범 처벌의 기준
입력 2001-07-05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1-07-05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