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일본 문부성은 교과서를 심사하면서 조선침략을 ‘조선진출’로, 3·1운동을 ‘폭동’으로, 조선말 사용 금지를 ‘조선어·일본어 공용’으로, 창씨개명 강요를 ‘권장’으로 서술토록 필자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망발을 빚었었다.
지난날 자신들의 범죄 만행이 그래도 부끄러웠던지 후손들에겐 어떻게든 숨기고 보자는 식의 비열한 속셈이었다.
당연히 우리 국민들은 곳곳에서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고, 정부 역시 강력히 항의했던 기억이 난다.
일본엔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회’라는 이상한 극우단체가 있어 툭하면 이웃 국가들의 비위를 건드리곤 한다.
몇달전(지난해 11월)만 해도 그 회장이란 인물의 어처구니없는 망발로 파문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한국민의 반일감정은 과거 식민통치가 극한적이지 못한데서 유래된 것이니 사죄의식을 가질 필요조차 없다’는 식의 주장을 어느 글에서 펼쳤던 것이다.
일본 정부가 일부러 이런 단체를 키우는 것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아무튼 정신이 좀 나간 단체임엔 의심의 여지가 없을듯 싶다.
그런데 이 단체가 또 발작병이 도진 모양이다. 마치 그 옛날 문부성이 그랬던 것처럼 한참 날조된 중학교 역사 교과서를 제작, 물의를 빚고있는 것이다.
이 책에선 ‘한일합방이 강점이 아니라 서구 열강의 지지를 받은 합법적 조치’로 기술하고, 러일전쟁부터 2차대전까지의 침략전쟁을 아시아 해방전쟁으로 묘사하고 있다 한다.
태평양전쟁과 관련해선 ‘일본의 전쟁 목적은 아시아를 구미의 지배에서 해방시켜 대동아공영권을 건설하는 것’이라고 썼다고도 한다.
또 가미가제 특공대를 처음으로 교과서에 등장시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을 찬미했다 한다. 지난날의 군국주의와 전체주의가 되살아나는듯한 느낌이다.
아직 일본 정부의 검정의견 발표도 나오지 않았지만, 끝내 고치지 못하는 그들의 못된 버릇에 정말 넌더리가 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얕은 술수. 분노에 앞서 후손에까지 진실을 감추려는 안간힘에 차라리 동정심마저 인다.
朴 健 榮 <논설위원>논설위원>
못된 버릇
입력 2000-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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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8-1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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