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리를 수놓고 있는 커다란 상점들의 간판에서부터 식당의 메뉴판에 이르기까지 ‘웰빙’이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웰빙’이라는 것이 유행의 차원을 넘어서 하나의 생활방식, 새로운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웰빙’으로 시작되는 수많은 상품과 식품들, ‘웰빙서비스'에 ‘웰빙경품'까지…. 요즘엔 시골의 작은 구멍가게에 들어가도 ‘웰빙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웰빙(Well Being)'의 사전적인 의미는 ‘행복’, ‘안녕’ 등이다. 행복한 삶,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있어 영원한 관심사이다. 그러면,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일까?
숨가쁘게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이 ‘웰빙’이라는 것은 단지 먹고 살기 위한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삶의 질’에 대한 문제를 환기시킨다. 보다 건강하고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요즘 사람들은 빵을 먹어도 그냥 빵이 아니라 천연 효모를 넣은 것이나 보리빵을 먹고, 캔 음료보다는 즉석 천연주스를 마시며, 일반 농산물에 비해 2배 정도 비싼 유기농 농산물을 선호한다. 헬스클럽이나 요가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숙면을 돕기 위한 라벤더 오일이나 피로 회복을 돕는 로즈마리 향 같은 아로마테라피가 필수적인 생활소품이 되었다. 뿐만아니라, 콩이나 쑥 등 건강 소재로 만든 의류도 인기라고 한다.
이러한 모습들이 우리 삶 안에서 점점 보편화되어 보다 친환경적이고 건강하며 여유로운 삶의 모습으로 정착된다면 좋겠지만, 한편 ‘열풍’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우리사회에 크게 번지고 있는 이 ‘웰빙 바람’이 은근히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너도나도 시설 좋다는 스포츠 센터를 찾아나서고, 좀 비싸도 몸에 좋다는 유기농 음식만을 찾아 먹는 요즘, 나도 운동 한 가지쯤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일반 농산물을 사면 왠지 가족의 건강을 소홀히 하는 것 같아 빠듯한 가계부를 걱정하면서도 유기농 코너를 서성이게 되는 마음, ‘웰빙’ 제품을 쓰지 않으면 왠지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아 불안하고 위축되는 마음. ‘행복’과 ‘안녕’이라는 뜻을 가진 ‘웰빙’의 원래 의미와 점점 멀어지고 있는 이러한 현실은 아마도 ‘웰빙’의 개념이 지나치게 상품위주로 다뤄지며 ‘웰빙’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고가로 판매되고 있는 물품들의 소비를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얼마 전 한 수도회의 신부님과 식사를 함께 하는 가운데 요즘 유행하고 있는 ‘웰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신부님이 살고 있는 수도원은 이런저런 먹거리가 풍부한 ‘먹자골목’의 맨 끝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신부님의 말씀에 따르면 ‘웰빙’으로 시작되는 갖가지 메뉴를 내걸고 있는 여러 음식점들,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한다는 레스토랑, 커피 대신 다양한 차를 판매하고 있는 차 전문점 등 수많은 상점들이 늘어서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값싸고 좋은 ‘웰빙 레스토랑' ‘웰빙 하우스'는 바로 ‘우리집’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신부님이 살고 있는 수도원은 ‘영원한 생명의 빵’이신 예수님을 모시고 있는 곳이기에, 또 거기서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며 평화와 안식을 찾는 곳이기에 더욱 그러하리라. 하지만 꼭 그런 이유만이 아니라도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있고, 가족들을 위해 손수 정성껏 준비한 소박하지만 정갈한 아내의 밥상이 있는 ‘우리집’이야말로 가장 좋은 ‘웰빙’ 레스토랑, ‘웰빙’ 하우스가 아닐까?
‘웰빙’은 어떠한 특정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공식이 아니라,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재료라도 사랑을 가지고 준비하고, 같은 걸 먹어도 감사한 마음으로 기쁘게 나눌 줄 알며, 거기에 따뜻한 말 한마디를 양념으로 채워 넣을 줄 아는 여유로운 마음이 있다면…. 그리고 그 안에서 행복과 안정, 평화와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웰빙 라이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각(화성 남양성지 주임신부)
진정한 웰빙이란
입력 200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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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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