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년 '나 몰라라' 했던 염치없는 한국인 아버지들, 혼쭐깨나 났을듯 싶다. 뒤늦게 당혹스럽기도 했겠지만, 갑자기 나타난 자녀로 가정불화를 몰고온 경우도 적지 않겠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산 상속을 둘러싼 한국과 베트남 형제들간 다툼도 생기지 않겠나 싶다. 이쯤되면 한·베트남 수교가 그들 아버지들에겐 차라리 원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랴. 어차피 자신이 뿌리고 키워온 업인 것을….
최근엔 신 라이따이한들이 계속 태어나고 있다. 오직 사랑 하나만 믿던 숱한 베트남 여인들을 또 다시 울리면서. 그들 중엔 라이따이한 여인이 또 한국인 남성을 만나 자식을 낳고, 훌쩍 떠나버린 남편을 기약없이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자식만 낳은 채 도망치듯 떠나버린 중년의 한국인 사업가, 심지어 한국의 젊은 유학생들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여인 등 사연도 가지 가지다. 며칠 전 모TV방송에서 이들의 애환과 실태를 방영,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베트남 전쟁 와중에 태어난 라이따이한의 아버지들은 그나마 변명거리라도 찾을 수 있었다. "수십년 국교가 트이지 않아 오갈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연을 끊었었다"고. 그렇다면 지금 신 라이따이한의 아버지들은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버지 세대의 대를 이었다고나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