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는 1952년 이승만 대통령 당시, 단체장을 제외한 지방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1956년 읍면장까지 직접 주민의 손으로 대표를 선출했던 것이 효시라 할 수 있다.

그 후 1960년 도지사 선출까지 확대되면서 완전한 지방자치의 틀을 마련했으나 1961년 지방자치 유보 조치 후 1991년 30년 만에 다시 지방의회 선거를 하게 되었고 자치단체장은 1995년부터 실시하게 되었다. 따라서 본격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것은 대략 12년여가 됐다.

처음에 지방자치제 도입 당시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으로 국민 대다수가 회의적이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10여년이 경과하면서 이제는 지방자치가 최소한 어떤 방향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기준은 어느 정도 정립이 되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민선 4기 구청장으로서, 지방정부의 경영자로서 그만큼 많은 부담과 책무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민선 4기 1년이 지난 지금 기초단체의 장으로서 가장 절실히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열악하기만 한 지방재정의 증대를 위한 노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상대적으로 사회복지 등 국고보조의 일방적인 증대로 인한 이유도 있겠지만 우리 연수구의 경우를 보더라도 1995년 개청 당시 40%였던 재정자립도가 현재는 26.7%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쉽게 말해서 연간 전체 예산 중 경상경비를 제외하면 구청장이 구민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하든 중앙에서 국·시비 보조금을 따오는 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전국의 모든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할 전제조건이 바로 온전한 재정 확보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괴리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세입구조를 과감히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현재 국세와 지방세 2 대 8 구성 비율을 4 대 6 정도로 국세의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으로 전환해 줌으로써 열악한 지방재정을 보전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아울러 시·도비도 구비로 일부 세목만이라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더라도 예산이 없다면 무용지물인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기초단체장에게 주어진 권한이 너무도 협소하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주민이 구청장을 찾아와 현안문제를 건의해 오면 구청장이 직접 해결해 줄 수 있는 사항이 50%선에도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중국의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의 군·구에 해당하는 자치단체에 부분적인 외교권까지도 주고 있다. 그만큼 소속 지방정부의 정책결정에서 실천단계까지가 일사불란하게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 지방정부인 자치단체는 말 그대로 하나의 작은 정부로서 대부분의 사업을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두에서 말했듯이 재정적인 독립성 보장, 그리고 현재까지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실질적인 행정권한을 대폭 지방정부로 이관해 줌으로써 지방자치가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환경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지난 12년여간 민선자치제의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효과로써 지방자치의 기본이 되는 경제적, 재정적 독립을 위한 여러 시책이 자치단체별로 활발히 연구·시행되어 왔고, 지역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시행돼 온 것 또한 사실이다. 기초단체장도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인 만큼 내실있는 지역발전을 위해 모든 지혜를 경주하고 있다. 또한 실질적인 주민복지 행정에 주력해 왔고 이미 많은 분야에서 가시적 효과도 있었다. 향후 이러한 기틀을 유지하면서 한 차원 향상된 지방자치 정착을 위해서 재정자립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본다.

/남무교(인천 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