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설 예정인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부지. 주민 반대로 보름 이상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에 자리잡은 나환자 정착촌 일명 '청천농장'에 냉기가 흐르고 있다. 이 곳 무허가공장일대에 노인요양시설을 지을 예정인 청천중앙교회측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약 500㎡의 부지에 노인요양원과 병원을 지을 계획인 청천중앙교회측은 지난달 25일 첫 공사를 시작했지만 주민들의 온몸저지로 실패했다. 예정대로라면 지하층 터파기는 끝났어야 하지만 매일 수십명의 주민이 공사현장에 몰려와 개점 휴업 상태다. 주민들은 생존권 사수라고 울부짖고 있다. 1960년대 이 곳으로 쫓겨난 뒤 농사도 짓고 양계장도 해봤지만 실패했다. 무허가 건물을 공장에 임대하면서 겨우 살고 있는데 요양원이 들어서면 그 기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민들은 "이곳으로 몰아넣고 뭘 해서든지 먹고 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나가라고 하면 뭘 먹고 사느냐"고 소리를 높였다. "요양원이 들어서면 주변 공장들의 소음으로 인해 민원이 발생하고 무허가 건물이기 때문에 꼼짝없이 쫓겨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요양시설 부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내수공업 형태의 공장은 대략 100여곳. 이 곳 주민들의 대부분은 무허가 건물의 임대료를 받아 생활하고 있다.

청천중앙교회측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좋은 일에 사용해 달라"는 한 성도의 땅 헌납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설득이 쉽지 않다. "나중에 들어온 우리가 나가라 들어와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공증하겠다고 하는데도 다 필요없다고 한다"면서 "주민들은 고시가격보다 땅 값을 더 쳐줄테니 나가라고 하는데 시설을 지을 만한 비슷한 땅을 구해준다면 나갈 수 있지만 여기서 보상 받은 돈으로는 다른 땅을 구하기 힘들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소연 했다.

주민들은 "중간에 시설 운영권이 다른 사업자에게 넘어갈 수도 있고 시설에 입소한 사람들이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요양원 공사를 맡은 시공사측이 11일 관련 주민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 갈등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청천중앙교회는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 2동을 지어 노인요양원과 한방·내과병원으로 사용할 계획으로 지난 7월 부평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교회 관계자는 "영리 목적이 아닌 실비로 40여명의 노인을 모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