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잘근잘근 씹어 삼키다. 진이가 피범벅을 하고 목이 꺾여 있는…" "새엄마가 주사기로 매일 피를 뽑아 나를 죽였다."

최근 초등학교와 중학교 인근 문구점을 중심으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는 '괴담집' 시리즈에 등장하는 내용들이다. 허무맹랑한 '귀신이야기'나 일본의 저질 만화 등을 번역한 것으로 추정되는 단편문 모음집 형태의 이 괴담집은 몇몇 인기물의 경우 시리즈까지 등장하며 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존속살해와 방화, 무차별 보복 등 잔인하고 엽기적인 내용과 표현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심각한 정서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일부 시군에서는 경찰과 함께 괴담집 유통실태 조사에까지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15일 오후 수원시 A초교 앞 한 문구점에는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몰려와 '공포짱'이라는 괴담집을 찾았다. "모두 팔려 다음주나 돼야 들어온다"는 주인 말에 실망한 표정으로 이들이 돌아간 뒤에도 다른 학생들이 연이어 들어와 똑같은 책을 주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인근 다른 문구점에도 초·중학생들이 잇따라 '죽음의 네비게이션' '빨간마스크' 등 괴담집 시리즈를 찾았지만 인기물은 대부분 재고가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가로 7㎝, 세로 10㎝ 크기의 포켓북 형태로 권당 500원씩에 팔리고 있는 이들 괴담집은 학생들끼리 서로 구입한 책을 바꿔보는 '돌려보기'까지 유행하고 있지만, 일부 학생들은 상습적으로 악몽에 시달리거나 외출에 대한 공포로 등교도 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안양 D초교 김모(11)양은 지난 여름 괴담집을 읽은 후 한동안 악몽에 시달리며 공포감을 호소, 이틀이나 등교를 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처럼 괴담집의 폐해가 심각해지자 성남시의 경우 오는 18일부터 경찰서와 함께 괴담집 유통실태 조사 및 합동단속에 나설 방침까지 세웠다.

특히 이들 책자는 저자는 물론 출판사 등 판매자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담겨 있지 않은 무적(無籍) 서적이지만, 현행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위원회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간주하기 전까지는 판매중지나 판매에 따른 처벌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아이들은 공포가 주는 불안감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책을 읽으면서 직설적인 단어 등에 흥분이 되며 중독되기 싶다"며 "특히 잔혹한 표현들에 대해 별다른 죄의식 없이 실제화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안고 있어 더욱 위험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