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블랙아웃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 9월15일 전력당국의 빗나간 전력사용량 예측에 따른 사상 초유의 정전대란이 발생, 전국적으로 162만호 이상 전기공급이 차단되는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겨울철 전기사용량은 여름철을 웃도는 것이 통계이고 보면 대비에 실패, 전력생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게 될 경우 전국이 동시 정전사태를 맞게 된다. 블랙아웃으로 국가 기간망은 물론 생산시설 등 대부분의 활동이 순식간에 멈춰서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대혼란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철저한 대비만이 대책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상하는 것은 우리의 소비패턴에서 찾을 수 있다. 향상된 소득 수준만큼 전력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더위와 추위의 기온차이를 전력기기로만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낭비요인이 크다는 것은 통계에 잘 나타나 있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과 일본 등 OECD 주요국들의 에너지소비 연평균 증가율은 마이너스다. 반면 대한민국은 2.3% 증가했다. 가정부문은 증가율이 좀 더 높다. 1인당 연평균 증가율은 2.4%로 일본 0.35%, 독일 0.57%, 미국 0.75%에 비해 최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겨울철이 더 문제다. 전력소비가 많은 전기제품 가동률이 높기 때문이다. 동절기 최대전력수요중 전기 난방기기 사용비율이 25%라고 한다. 정부가 대국민 홍보에 나서고 기업체와 사전 절전을 약정해도 사용량은 줄지 않고 있다. 웬만한 추위에는 전기사용량을 줄이고 보온효과가 뛰어난 속옷 등 대체수단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지만, 소득증가와 함께 편안한 전기기기에 익숙해지면서 전력사용 증가세가 만성화된 탓이다. OECD국가중 에너지 소비 최상위 국가'의 위상을 버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과도한 전력기기 사용이 정전대란의 원인이라는 것을 지난 여름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학습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은 국민의식에 에너지는 쓸 만큼 있다는 생각이 내재돼 있기 때문일 터다. 장기적으로 전력공급을 늘리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다. 그러나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2,3년도 아니다. 매년 닥치는 여름과 겨울철의 일이다. 정기적인 대책은 물론이고,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의식전환을 위한 강화된 교육·홍보프로그램과 전력사용 억제 대책이 분명히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