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1일 성명에서 꽤 유식한 말을 썼다. "삐라를 계속 날려 보내는 사람들은 무주고혼이 될 것임을 각오하라. 처단작전을 무참히 단행할 것이다"고 경고, '무주고혼'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無主孤魂'은 죽은 후에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천도재(薦度齋)를 올리고 기제(忌祭)를 지내는 등 위로해 줄 자손이 없는 외로운 혼령이다. 무주고총(無主古塚) 무주고분(無主古墳)은 임자(후손) 없는 무덤이고 무주공당(無主空堂) 무주공사(無主空舍)는 주인 없는 집, 무주공처(無主空處)는 임자 없는 빈 곳, 쓸쓸한 곳이다. 이런 말들보다 자주 쓰는 말이 또 '무주공산(無主空山)'이다. ①인가도 인기척도 전혀 없는 쓸쓸한 산 ②소유주 없는 산 ③개인 소유도, 나라에서도 관리 안 하는 산을 가리킨다. 그런데 삐라 날리는 사람들을 무주고혼 만들겠다는 건 무슨 소린가.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게, 쥐도 새도 모르게, 하늘과 땅만 알게 죽이겠다는 협박 공갈이다.

종교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도 아닌 나라가 북한이다. 유일 종교가 있다면 김일성 주체사상 종교, 5천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김일성 부자밖에 없다는 거 아닌가. 그런 나라에서 사후세계를 인정하듯 '무주고혼'을 들먹거린 것이다. '죽은 혼이래 다 똑같디 무시기 다르갔소' 해야 할 사람들이 바로 그들 아닌가. 독일 베벤하우젠(Bebenhausen)은 중세 남부 독일의 최고 수도원이자 미려한 성이다. 그 수도원 근처에서 서로 얽혀 있는 두 마리 사슴뿔을 발견한 건 1980년대 후반이었다. 사슴들이 싸우다가 뿔이 얽혀 빠지지 않는 바람에 두 마리 다 죽고만 것이다. 그게 바로 '끝없는 갈등→파멸'의 상징이다. '만약 서로 물고 물리면 피차 멸망할까 조심하라'는 신약성서 갈라디아(Galatia)서(書)를 북한 사람들은 알 턱이 없을 것이다.

북한이 적화통일 야욕으로 핵전쟁이라도 일으킨다면 남북 함께 '베벤하우젠의 사슴' 꼴이 될 것이다. 갈등은 풀고 대결은 멈춰야 한다. 그래도 아직 연결 끈은 있다. 개성공단도 있고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2일엔 연천군 초청 2014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도 북한 선수단은 왔다. 조바심 없이 그냥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