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日정권 2차대전 자성과 '대조'
북한 김정은 통일에 신념있는지 의문
정치권 리더십 부재… 양보·대화없어
국가·민족위한 '통큰타협' 풍토 되찾길
대통령 '계파지양' 與野와 자주 협의를
대한민국 부정·국가기강 문란 안돼
'국익차원'서 진보·보수 이념 전개해야


경인일보는 새해 광복 70년을 맞아 연중 기획 인터뷰 '원로, 광복 70년을 말하다'를 매월 연재합니다. 을미 신년은 한민족이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은지 70년이 됩니다.

또한 미소 군정으로 한반도가 분단된 지도 70년 되는 해입니다. 근대가 일제에 유린당했다면 현대는 외세와 이념과 전쟁으로 분단의 고통에 시달려왔습니다.

이처럼 굴곡진 광복70년을 온 몸으로 겪어낸 경기, 인천지역 각계 원로들에게 우리가 걸어온 70년을 묻고, 우리가 걸어가야 할 미래를 탐문함으로써 시대를 관통하는 혜안을 얻고자 합니다. 올해 창간 70주년을 맞는 광복둥이 경인일보가 기획한 광복70년 맞이 원로와의 대담, 많이 기대해주십시오. ┃편집자 주

목요상(80) 대한민국 헌정회장은 광복 70주년을 맞은 새해, 제일 먼저 일본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과 엔저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새해 벽두에 우리의 수출 길을 막고 있는 엔저 정책의 근간인 '아베노믹스'가 못내 거슬렸던 모양이다.

그는 "우리 정부는 국민들의 마음을 사지 못하고 있고, 정치권은 리더십 부재로 대화와 타협을 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고 일갈하면서 여야 정치권에 통큰 정치를 주문했다.

지난 2일 여의도 헌정회 사무실에서 연중기획 '광복70, 원로에게 듣다' 첫 대담에서, 대한민국의 대표적 원로정치인 중 한명인 그를 만나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과 지역·세대·이념 갈등을 짚어 보고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가기 위한 제언을 들었다.

정치원로 몇 분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 정치팀 정의종 부장이 1시간여 동안 대담했다.

- 광복 70주년이 주는 의미와 되새겨야 할 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가 일본 식민지를 거쳐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경제 선진화 문턱에 들어선 나라이지만 한일 관계에선 아직도 역사를 부정하고 있는 일본과 난제에 엉키면서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는 다른 나라에 침탈당하거나 위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국민 모두가 자각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새로운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 우리는 조국을 되찾은 광복이지만, 일본은 패전 70주년이어서 한일 관계가 더 복잡하게 꼬일 수도 있지 않은가.

"과거 일본 정권은 자기들이 2차대전을 일으켜 여러나라를 침탈하고 괴롭혔던 사실을 스스로 반성했는데 아베정권이 들어선 후에는 무라야마 담화에 대한 수정과 독도영토문제, 위안부 문제 등 역사를 왜곡하며 우리 국민을 자극하면서 관계가 더 비뚤어지고 있다. '아베노믹스'라는 게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데도 엔저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는 걸 보면 자기들만 살기위해 주변 나라는 어떤 피해를 입어도 좋다는 식으로 해석된다. 이제 우리 당국도 금리인하라든지, 원화와 엔화의 환율 조절 문제라든지를 신중하게 검토해 국제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게 대응 전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메시지를 통해 분단의 역사를 마감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도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천명한바 있는데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박 대통령이 지난해 신년에 '통일은 대박'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했는데, 그 걸 긍정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원색으로 비난하고 폭언하는 행태를 보면서 과연 김정은정권이 통일에 대한 신념이 있는건지 의문이 들고, 오히려 대외적으로 자기 위치나 입장을 호도하기 위한 술책으로 제기한 게 아닌가 생각이든다. 진정으로 화해와 통일을 원한다면 지금 전 세계가 문제시 하고 있는 핵 문제를 억제하고, 막말식 대남 비방과 선전·선동을 중단해야 한다. 반면 박 대통령이 남북 합의를 통해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제안한 것은 첫 단계 과제로 아주 적절했고, 여기에 북한도 적절하게 응해서 DMZ 구역에 상호 자유로운 왕래와 통신·서신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 광복이후 한국 정치발전의 터닝 포인트가 된 사례들이 많은데 지금 정치권에서 본받을 교훈이 있다면.

"잘 아시다시피 과거에는 신익희, 조병욱, 장면 선생 등 야당에 거물이 많았다. 또 윤보선 전 대통령, 이승만 전대통령도 이 나라 건국과 정치발전에 기여한 지도자들이다. 언필칭 3김 시대에도 지금처럼 대립이 있으면 정책적으로 서로 양보하면서 원만히 이끌어 나갔다. 지금은 그런 정치적 리더가 없다 보니 통큰 대화와 타협이 이뤄지지 않아 아쉽게 생각한다. 과거 훌륭한 정치 지도자를 본받아 국가와 민족, 국익을 생각하면서 통 크게 타협하는 정치 풍토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 그런 측면에서 합리적 공존 방안은 없을까.


"민주적 기본질서라고 해서 정당 정치의 자유가 너무 보장되면서 국가 이익에 반하는 행동도 정당화 되는 시대 흐름이 되고 있는데, 강력한 공권력 확립이랄까, 정치판의 정화라고 할까 그런게 이뤄져 '되는건 되고, 안되는 건 안되는' 기본 원칙을 세웠으면 좋겠다."

- 광복 70주년을 맞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양극화와 진영의 논리로 지역과 이념에 이어 세대간 갈등까지 증폭되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지역간 갈등은 과거로 거슬러 박정희·김대중 두 양반이 대권을 놓고 다투면서 영호남의 지역감정이 유발됐고, 덧붙여 경제가 어렵다보니 젊은층들이 기성세대들에게 '너희들만 잘먹고 잘 사느냐'는 반발 아닌 반감이 생긴 거다. 여기에 종북좌파까지 나왔는데, 어느 나라라도 진보가 있으면 보수가 있고, 우파가 있으면 좌파가 있기 마련이지만 국익차원에서 서로 이념을 전개해야지 우리나라는 부정하고 다른나라가 좋다는 식으로 진보를 내세워서는 안된다."

- 새해엔 개헌문제가 정치변화의 주체로 떠오를 것 같은데.

"사실 개헌에 대한 나의 입장은 찬성이다. 단임 5년 동안 대통령 한마디가 무소불위가 되고,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면책이 되는 그런 정부체제가 되다 보니 국민들도 사소한 문제가 터지더라도 전부 대통령에게 책임을 덮어 씌우고 비난의 화살을 돌리게 되는데,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고 다시 한번 중임 할 수 있는 헌법으로 고쳐야 한다. 대통령 권한도 국무총리와 배분해 적당한 선에서 조정해야 대통령이 독선한다는 비판이 사라질 것이다. 덧붙여 우리가 남북 여건 때문에 단임제 체제인데 궁극적으로 상원제로 가야한다. 지난 번 세월호 사건 때 5개월동안 단 한건의 안건도 국회에서 처리 못했는데 만약 그 때 상원이 존재했다면 조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올해 박근혜정부 3년차로 접어들면서 여러 장애요인으로 시기적으로 기회를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정윤회 문건 사태는 어떻게 보는가.

"이번 정윤회 사건을 보면서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굴러갈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 어떻게 청와대 근무자가 문서를 들고 나올 수 있고, 그 문서를 유포할 수 있는가. 또 청와대밖에서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몇 사람의 장난으로 국민 전체가 혼란스럽게 되고 국정운영이 마비될 정도가 됐으니 국가 기강이 무너진 것이다. 국민들이 속시원하다고 할 정도로 쾌도난마식으로 소상히 밝혀 국민에게 공개하고 해당자는 가차없이 엄벌해 나라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

- 박 대통령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근심어린 표정으로) 대통령이 됐으면 친박계 대통령이 아니다. 대통령은 국민전체를 대표하는 대통령이지, 거기에 친박이 어디있고, 친이가 어디 있나. 여당, 야당도 가르면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어떤 이유에서인지 친박계 7인회동이 있었다는 언론 보도보면서 엄청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게 바로 소통 부재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꼭 여당 쪽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면 그 자리에 당 대표나 원내대표도 같이 합석시켜야지 그런 사람도 아닌 사람만 불러가지고 무슨 말을 주고 받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가지고 국가난제를 풀어가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앞으로 그런 모임이나 계파간의 자리 마련은 지양하고, 대신에 여야 대표와 자주 만나고 정부 정당간의 당정회의를 통해 여러가지 문제를 풀어가는 협의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 정부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한다고 하는데.

"솔직한 얘기로 주던 돈을 적게 주겠다고 하는데 '그래 좋다'고 응하고 나설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럼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사전에 (공무원들에게)설명하고 이해 시키고 납득시켜야 하는데 나는 그런 과정을 거쳤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고치긴 고쳐야 한다. 공무원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적으로 고갈되는 현실을 스스로 분석해 왜 개정하지 않으면 안되는지 고민하고, 정부도 이제 원망소리가 나오지 않게 국민들을 달래 주고 위로해주는 위무의 정치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 결국 정치의 문제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에 조언이 있다면.

"무엇보다 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다수결 원칙이 국회를 지배해야 하는데, 이걸 부정하고 국회 선진화법이라는 얄궂은 법을 만들어 사실상 식물국회가 되고 있다. 여야간에 대국적 견지에서 서로 합의를 거쳐 선진화법을 고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정문제를 풀어가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야당도 오는 2월8일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이 보기에 참 민주적으로 잘 처리하고 있다, 그래서 야당에 희망이 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어야 희망이 있는 거다. 지금처럼 '친노'·'비노'로 서로 계파 싸움만 하면 국민들이 등을 돌릴 것이다. 여당도 옹졸하게 친박·친이 싸움으로 슬쩍슬쩍 모이다 보면 국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잘 해주길 기대한다."

■ 목요상 헌정회장 약력

▲ 1935년 경기 양주 출생 ▲ 서울사대부고·서울대 법대 졸업
▲ 1961년 고시사법과 합격후 대구지법 판사, 서울 고법 판사
▲ 1973년 서울고법에서 '오적시' '다리지' 양심판결, 판사 자격 박탈 후 '하방'
▲ 민주한국당 원내부총무, 대변인 ▲ 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 원내총무
▲ 국회 법제사법위위원장
▲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정책위의장 ▲ 11, 12, 15, 16대 국회의원
▲ 대한민국헌정회 회장(현)

/글 = 정의종기자·사진 = 하태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