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Philip George Ziimbardo)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치안이 비교적 허술한 거리에 상태가 비슷한 자동차 두 대를 세워 뒀다. 두 대 모두 보닛을 연 채 한 대는 일부러 창문을 조금 깨어 놓았다. 보닛만 열어놓은 차는 일주일이 지나도 그대로였지만 창문까지 깨어놓은 차는 10분 만에 타이어와 배터리가 없어졌으며, 결국 심한 낙서와 함께 파손됐다. 사소한 차이가 나중에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려주는 이른바 ‘깨진 유리창의 법칙’으로 낙서, 유리창 파손 등 경미한 범죄를 방치하면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범죄심리학 이론에서 출발해 최근에는 각종 재난에서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이론이다.

지난해 온 국민을 비탄에 빠지게 한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최근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강화도 캠핑장 화재까지, 모두 사소한 위험요소를 별 것 아니라고 방치했던 것이 대형 재난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만약 평소에 조금만 안전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세월호 침몰의 원인이 된 불법 구조변경 등과 같은 일을 자행하지 않았을 것이고, 강화도 캠핑장 화재 또한 적절한 초기대응을 했다면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깨진 유리창처럼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콩나물시루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콩나물은 밑에 구멍이 뚫려있는 시루에서 키운다. 이따금 물을 뿌려주지만 곧바로 구멍으로 흘러내려 버려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처음에는 더디게 자라는 것 같던 콩나물이 단순과정의 반복과 스치는 듯 누적된 양분을 토대로 어느 순간 이미 다 자라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냥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물의 영양분을 먹고 콩나물은 자라나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안전 확보도 콩나물 키우는 것과 같다. ‘소화기·비상구 위치확인, 소방차 통행을 위해 지정된 구역 주차하기’ 등 평소에는 귀찮기만 하고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이는 안전과 관련한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흘러내리는 물을 먹고 콩나물이 자라듯 우리의 생활 습관에 배어들어 사회 안전망 확충이라는 큰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심재빈 과천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