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나 박물관이 공공의 공간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회적 공공재라 할 수 있는 미술품과 문화재를 보유하고, 다수의 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게 전시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공공적 행위일 수밖에 없다. 미술관과 박물관을 문화기반시설로 분류하고 정책적·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수원시립미술관 명칭 논란과 관련해 아쉬운 점은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 모두 미술관의 공공적 성격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점이다. 300억원의 기부채납의 대가로 시립미술관의 명칭사용권을 넘겨버린 수원시나 공공미술관의 이름에 현재 판매 중인 아파트 브랜드명칭을 넣어 홍보에 활용하려는 기업의 판단 어디에서도 공공성에 대한 고려는 없어 보인다.

300억원이나 기부한 기업에 명칭사용권을 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를 통해 문화예술의 발전과 기업의 홍보효과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면 모두가 ‘윈-윈’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주장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우선 300억원의 기부금 문제. 현대산업개발은 대규모 아파트단지 개발이익 환원 차원으로 미술관을 기부채납하기로 약속했는데, 이는 개발사업의 대가이지 순수한 기부금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300억원의 성격을 증명할 MOU 등의 자료와 명칭사용권에 대한 정책결정과정 등이 아직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터라 더욱 그러하다.

다음으로는 이른바 명칭사용권 문제. 300억원의 성격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서라도 시립미술관의 명칭사용권을 별다른 공론화된 논의없이 기업에 넘겨버린 것은 문제가 크다. 기업의 기부문화와 명칭사용권이 발달한 미국도 수십년 간 매년 수백만 달러를 문화예술활동에 후원하고 있는 공로와 진정성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경우에 한해 명칭사용권을 부여하고 있고, 이럴 때조차도 장기간의 논의와 고심 끝에 문화예술활동 후원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던 창업주의 이름 혹은 기업명을 넣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게다가 기업이 실질적으로 미술관·박물관 건립에 기부, 후원하면서도 시설의 공공적 성격을 고려해 기업명을 내세우지 않는 국내외 사례도 많다. 이번 수원시립미술관 사례처럼, 공공미술관의 이름에 현재 판매 중인 상품명을 넣는 경우는 아마 찾기 힘들 것이다.

수원화성행궁 앞에 지어지는, 수원시 최초의 공공미술관인 수원시립미술관의 이름이 아파트 브랜드 명칭으로 정해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시민의 권리와 공공성은 판매 대상이 될 수 없다. 수원시립미술관의 명칭 문제는 원점에서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최준영 문화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