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허대는 서기 372년 중국과의 통교를 위해 사신들을 태우고 떠났던 최초의 발선처(發船處)였고, 이후 통일기 신라와 고려왕조 및 산둥반도를 거쳐 명·청과 통교하던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대중국 해상교통의 요충지였다.
선조들이 주도적으로 개척한 실질적인 첫 개항지로 능허대는 우리나라 해양교통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역사적 가치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식민시대의 개항 논리에 매몰돼 그 위상이 너무 소홀히 다루어져 왔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일제 강점기 전후에 출간된 ‘개항 25년사’(1908년), ‘인천부사’(개항 50년사, 1933년)는 물론 인천시에서 발간한 ‘인천개항 100년사’(1983년)에서도 1883년에 개항한 인천항을 중심으로 개항의 역사를 다루고 있을 뿐, 1600년 전 능허대에서 시작된 우리의 자랑스러운 자주적 개항의 역사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게다가 인천시에서는 1983년 7월, 인천항 개항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인천항 개항 100주년 기념탑’을 세우기도 하였다.
이 기념탑은 설치 당시부터 “1천년 넘는 인천 개항의 역사를 배제하고 일본에 의해 일방적으로 강제 개항한 것을 기념하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를 받아 오다가 2003년에 철거됐다.
비록 외세에 의한 강압적인 개항이라 하더라도 역사의 한 과정으로서 의미를 부여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능허대에서 시작된 1600년 개항의 역사를 외면한 채 불과 100여 년 전에 있었던 외세에 의한 개항으로 우리나라 개항의 역사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런 연유에서 삼국시대 이후 오랫동안 해상교통의 중심 역할을 해온 최초의 개항지로서 능허대의 역사적 중요성은 반드시 재평가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차제에 능허대를 포함하여 우리 인천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인천 역사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미흡한 역사 인식으로 우리 세대가 범했던 우를 우리 후손들이 반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능허대의 역사성을 재조명하고, 조상들이 물려준 능허대의 개척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축제의 마당이 펼쳐진다. 10월 8일부터 3일 동안 열리는 ‘능허대문화축제’는 최초의 개항지인 능허대를 배경으로 ‘역사 체험 축제’로서의 특색을 살리면서, 이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주민들의 연대감과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마련된 축제이다.
우리 선조들이 자주적 국제외교를 위해 대중국 교류의 거점으로 삼았던 능허대에서 그 역사적 전통을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되살리고 부흥시켜 나갈 것인가 함께 고민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축제의 현장에서 미래의 주역이 될 우리의 아이들과 함께 자랑스러운 능허대의 역사를 되새기면서, 인천 신항 개항으로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한 우리 연수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
/이재호 인천광역시 연수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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