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현해원 '해파리의 밤' ①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현해원 '해파리의 밤' ① 지면기사

    돈이 급했던 나와 방을 옮겨야 했던 윤은 잡지사 이 대리 덕분에 함께 살게 되었다어깨에 해파리 문신… 바다 냄새가 풍겼던 윤의 갑작스러운 투신자살반송당한 유골단지는 나에게 왔다… 가족이라는 뿌리에서 내던져진 존재였다윤의 어깨에 달이 떠 있다고 생각했다.윤에게서는 바다 냄새가 풍겼다. 나는 윤을 통해 이제껏 인간이 들어가 보지 못한 심해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맡고는 했다. 냄새의 근원은 그녀의 어깨에 새겨져 있는 해파리 문신이었다.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때때로 그런 생각에 휩싸일 때가 있었다. 윤은 내게서 등을 진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스난로가 조용히 타들어 가는 소리와 냉장고의 냉각기가 조용히 회전하는 소리가 났다. 윤의 숨소리는 그런 작은 소음에도 묻힐 정도로 희미했다. 윤은 때때로 새벽에 일어나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을 때가 있었다. 같이 산 지 이 년이 지났지만 나는 한 번도 윤의 그 행동에 대해 얘기해 본 적이 없었다. 그에 대해 얘기하는 순간 윤이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손을 뻗어 윤의 옷자락을 잡으려다가 그만두었다. 대신 더욱 숨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몸을 웅크린 채 이불을 코끝까지 뒤집어썼다. 부드러운 발바닥이 손끝에 닿았다. 윤은 내가 지금 깨어 있는지 모를 것이다. 윤의 어깨뼈에서부터 날개 죽지까지 새겨져 있는 해파리를 바라봤다. 시리도록 새파란 그 해파리였다. 마치 바다를 떠다니는 모습 같기도 했고, 높은 곳에서 내던져지는 모습 같기도 했다. 달도 없는 지독히 어두운 밤이었다. 윤의 어깨의 해파리가 달처럼 발광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경찰이 초조하게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치며 내 입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생각하고 내가 겨우 짜낸 말은 모르겠다는 말 뿐이었다. 정말로 나는, 윤이 왜 그날 갑자기 투신자살을 했는지 조금도 짐작할 수 없었다."이 년 동안이나 같이 살던 친구인데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경찰관의 말에 묘한 짜증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윤의 죽음은

  •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현해원 '해파리의 밤' ②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현해원 '해파리의 밤' ② 지면기사

    파랗다 못해 아득했던 캄캄한 바다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것우주에서도 외형 그대로 그저 부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잠시 '2'에 겹쳤던 시침 분침… 시곗바늘이 다시 겹쳐지려면 시간이 필요해새파란 해파리가 내가 모를 곳에서 발광했다. 달도 없는 지독히 어두운 밤…윤을 생각하면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기 전에 먼저 바다 냄새를 맡았다. 후각은 언제나 시각을 앞질렀다. 언젠가 우리는 함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다. 한밤중에 잠이 오지 않아서 무심코 틀었던 텔레비전에서 봤던 것이었다. 텔레비전에서는 바다 깊은 곳의 영상이 재생되고 중후한 목소리의 외국 성우가 담담하게 내레이션을 읊었다. 영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바닥을 닮은 목소리가 영상의 분위기와 꽤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큐멘터리 속 심해의 생물들은 모두 기괴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물고기들과는 너무도 다른 생김새가 이질적이면서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내가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을 무렵, 나를 보고 괴물이라고 놀리던 남자아이가 있었다. 왠지 모르게 그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파랗다 못해 캄캄한 바다는 너무나 아득했고, 바다가 아니라 마치 우주의 한 공간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것은 해파리밖에 없었다. 수압 때문에 뒤틀린 외형을 가지게 된 다른 생물들과 달리 해파리는 원래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카메라가 바다를 부유하는 해파리의 모습을 오래도록 담았다. 영상 하단에는 해파리는 지나치게 유연해서 외형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자막이 흘러갔다. 나는 그때 해파리는 어떤 장소에서도, 심지어 우주에서도 그 외형 그대로 그저 부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다큐멘터리는 곧 끝났고 곧이어 쇼핑 호스트가 나와 세라믹 냄비를 광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텔레비전을 끈 후에도 윤은 계속 빈 화면을 보고 있었다. 문득, 윤의 까만 눈동자에 비친 전등의 불빛이 마치 해파리 같다는 생각을 했다.보름 후

  •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이유운 '당신의 뼈를 생각하며'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이유운 '당신의 뼈를 생각하며' 지면기사

    당신이 또 여름이 왔다고 말하는 것은축축하게 땀으로 젖은 내 등을바람으로 깎아놓은 거친 손으로 훑어준다는 것을 의미했다 손가락 끝이 유독 단단했던 당신의 손톱은 언제나 창백한 회청색이었다손톱이 왜 파랗지요 하고 물으면 요 안에는 바람이 담겨 있어서 그렇다고 대답하던당신의 입술에는 뼈가 없었다당신의 손이 습한 등을 훑으면 와사삭 소름이 돋아서정말로 당신의 손톱에는 바람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당신은 바람으로 나를 만지며…내 등뼈는 당신 덕에 조약돌처럼 둥글어졌다그리하여 아주 먼 미래에누군가 내 등을 만지면나는 바람으로 깎여 둥글고 부드러운 짐승이 되어 있었다나는 그 먼 미래를 생각하면서당신의 부푼 무릎 위에 바람의 모양을 그렸다이제 그 먼 미래가 되어서 바람으로 깎인 나는이 즈음에는 꼭 당신을 생각한다바람을 담고 있던 당신의 손톱과바람의 모양대로 부푼 당신의 무릎나는 여름이 오면 반드시 당신의 뼈를 떠올리게 되어 있다내가 만져보지 못한 당신의 뼈는 어떤 모양이었을까 하고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현해원 "언젠가 지치는 날 오더라도 글 오래도록 쓰겠다"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현해원 "언젠가 지치는 날 오더라도 글 오래도록 쓰겠다" 지면기사

    오늘이 너의 날이 되기를 바라. 한 친구는 매년 생일마다 같은 말을 했다. 내심 그 말이 좋아 소중한 사람들의 생일이면 그들에게 같은 말을 돌려주었다. 당선 통보를 받은 날은 오랜 친구의 생일날이었다. 오늘이 너의 하루가 되길 바란다며 축하를 건넸던 그 친구에게 가장 먼저 축하 인사를 돌려받았다. 생일 같은 날이었다. 생일을 기억하는데 더는 너의 날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의 얼굴이 무럭무럭 떠올랐다.2019년은 앞으로 내가 뭐가 될지, 내가 설 자리가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기갈 들린 사람처럼 많은 것을 정리했다. 하루는 책장에 꽂혀 있던 빛바랜 책들을, 다음 날은 오랫동안 좋아했던 가수의 앨범을, 그다음 날에는 미련처럼 남겨 두었던 전화번호들을 정리하기도 했다. 하나씩 버리고 나면 그만큼 내 자리가 생길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끊임없이 내 자리를 의심하게 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조금쯤 내가 있을 자리를 나눠 받은 기분이다.이십 사시 카페에서 전공도서를 펼쳐 놓고 공부를 하던 사람들 틈에서 나 혼자 소설을 쓰고 있을 때면 바닥없는 불안에 처박히고는 했다. 해가 뜨기 전에 가장 어둡다는 빤한 말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소설을 한 편 완성하고 나면, 오랫동안 참고 있던 숨을 한꺼번에 내뱉을 때의 해방감이 차올랐다. 그 순간을 알기에 글을 단념하지 못했다. 지치지 않고 쓰겠다고는 말할 수 없다. 여태껏 수도 없이 지쳐 나가떨어졌듯 언젠가 다시 지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럼에도 오래도록 쓰겠다. 그저 지켜봐 주고 기다려준 가족들에게도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분명 앞에서 말로는 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이렇게 글로나마 마음을 전한다. 미숙한 글에서 나조차도 의심했던 나의 가능성을 발견해주신 경인일보 심사위원분들께도 무한히 감사드린다.떠오르는 얼굴들이 많다. 고마운 마음은 직접 전하려 한다.

  •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총평]매력있는 '독창적 문장' 거목 성장 기대감 지면기사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은 현해원의 단편소설 '해파리의 밤'과 이유운의 시 '당신의 뼈를 생각하며'로 결정됐다.이번 신춘문예에선 현해원씨를 비롯 137명의 예비소설가가 146편의 작품을, 시 부문에선 241명이 952편의 작품을 각각 출품했다.이중 소설부문에는 총 15편의 작품이 본선에 올랐다. 장석주 심사위원은 "서사의 강약을 조율하는 감각과 섬세한 문장에서 엿보이는 통찰력이 다른 출품작에 비해 돋보였다"며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당선작을 결정했다"고 평했다. 당선자 현씨는 "전공도서를 펼쳐 놓고 공부하고 있는 20대 청춘들의 틈에서 나 혼자 소설을 쓰고 있을 때에는 이 길이 맞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해 왔다"면서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전해 들는 순간 그동안의 고민이 조금이나마 해소된 것 같다"고 말했다.시 부문은 심사 마지막 날까지 당선작과 신진영의 '모래시계'를 놓고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깊었다. 김윤배 심사위원은 "이번 응모작 상당수가 사물의 본질을 보려고 하지 않았지만 최종 심사에 오른 두 편은 깊은 통찰에서 오는 독창적인 문장으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며 "앞으로 한국시단의 거목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당선자 이씨는 "그동안 저에게 있어 글은 세상을 섬세하게 보는 방법이었다"며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시를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

  •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이유운 "파도 일렁거리는 모양 보여주는 부표 되고 싶다"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이유운 "파도 일렁거리는 모양 보여주는 부표 되고 싶다" 지면기사

    어떤 이름들은 저를 다정하게 만듭니다. 이름에 꽃이 들어간 사람들은 저에게 미워하지 않고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이름에 파도가 들어간 사람들은 저에게 세상을 섬세하게 보는 방법을 알려 주었고, 제가 발음만을 겨우 알고 있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저에게 폭력적이지 않고 무관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그 이름들 사이에서 제가 숨을 쉬는 방법을 글로 쓰는 것 같습니다. 이름들을 쓰고 곱씹으며 즐겁고 괴로울 때마다 제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글을 쓰는 것은 하나도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을 그림으로 보고, 음악으로 이해하고, 춤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글은 꼭 그런, 세상과 어우러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운 좋게도 이번 겨울, 그 어우러짐의 하나의 결이 된 것도 같습니다. 만약 이 글이 어떤 사람에게라도 흘러가서 그 사람을 일렁이게 만들었다면 제가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그리고 제가 성공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뜻이겠지요.저는, 그리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일렁거림을 느낍니다. 세상에 탈 것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불안이겠죠. 저는 게으르고 변명이 많아서 그 파도 전부를 넘어설 배는 못 되는 것 같습니다. 대신 그 일렁거리는 모양을 보여주는 부표 정도는 되는 명랑하고 씩씩한 사람이 되어 시를 쓰려고 합니다. 우리가 바다에 뛰어들기 전 위험한 암초와 해구의 깊이를 알려주는 이름이 되고 싶습니다.그 이름을 위해 제게 올바른 길을 알려주시는 이규성 선생님, 김선희 선생님, 그리고 이 지 선생님께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저와 함께 괴로운 길을 명랑하게 가는 이화여대 철학과 벗들과 자신도 모르는 새에 제 시의 주인공이 되는 제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제게 특별한 이름이 되는 유경, 소연, 건휘, 지호, 혜지, 시온, 환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경인일보와 심사위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글의 시작과 끝을 이렇게 맺습니다. 유운, 쓰고 사랑함.

  •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김남일·장석주 "미스터리 벗겨가는 형식… 서사 강약조율 돋보여"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김남일·장석주 "미스터리 벗겨가는 형식… 서사 강약조율 돋보여" 지면기사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15편이다. 다양한 소재를 다채로운 형식으로 펼쳐낸 작품들을 읽는 게 썩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체적으로 일정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군계일학으로 빼어난 작품을 찾기는 어려웠다. 두 심사자가 15편을 꼼꼼하게 읽은 뒤 고심한 끝에 최종심으로 올린 작품은 이수현씨의 '원더서퍼', 윤희웅씨의 '꽝수 반점', 현해원씨의 '해파리의 밤'이다.이수현씨의 '원더서퍼'는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축구를 떠나 카드회사 콜 센터 직원으로 바뀐 전직 여자 축구선수의 이야기다.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솜씨도 볼만했다. 하지만 서사의 축을 이루는 갈등 구조가 당혹스러울 만큼 단순해서 인간의 복잡한 심층을 드러내기엔 미흡하다고 느꼈다. 윤희웅씨의 '꽝수 반점'은 능수능란한 이야기꾼의 탄생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이주노동자의 반전 인생을 다뤘는데,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중층적 구조로 속도감 있게 풀어나가는 솜씨가 대단했다. 가독성이 높은 소설을 써낸다는 건 장점이다. 화재 현장에서 의인으로 미화되었던 이주노동자가 사망자로 처리돼 유령처럼 살다가 타인의 위조 여권으로 고국으로 돌아가 인생 반전을 이룬다는 서사는 핍진성이 희박했다.좋은 작가는 이야기꾼을 넘어서 인간 실존의 당위성과 의미를 탐구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현해원씨의'해파리의 밤'은 어깨에 해파리 문신이 새겨진 동거인의 자살 이후 그의 행적을 더듬는 이야기다. 아무도 애도하지 않는 망자의 유골 단지를 품고 그의 가족을 찾아 나서는데, 그것은 부재의 알리바이, 혹은 인간 내면에 숨은 실존의 당위성 찾기일 테다. 별다른 사건은 없지만 자살의 미스터리를 한 꺼풀씩 벗겨나가는 형식은 공감할 만했다. 서사의 강약을 조율하는 감각과 섬세한 문장에서 엿보이는 통찰력이나 밀도가 다른 투고작들에 견줘 돋보였다. 두 심사자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겠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믿고 현해원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았다.김남일 소설가장석주 비평가

  •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김윤배·김명인 "바람으로 존재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헌사"

    [2020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김윤배·김명인 "바람으로 존재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헌사" 지면기사

    해마다 수 천 명의 시인 지망생들이 신춘문예에 응모한다. 경인일보도 예외는 아니다. 매년 응모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왜 시일까? 시에는 마법적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시의 마법적 기능은 쾌락이고 인식이며 구원이다. 시를 쓰는 일도 감상하는 일도 즐거움이 바탕이다. 즐거움은 쾌락의 다른 말이다. 시는 사물에 대한 인식, 역사에 대한 인식, 사회에 대한 인식의 깊이를 달라지게 한다. 시적 구원은 우선 시인에게 먼저다. 시인의 구원 이후에 독자의 구원이 온다. 이러한 시의 마법적 기능이 많은 사람들을 시에 빠지게 한다.올해의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응모작에는 시의 이와 같은 마법적 기능이 약화된 것을 느낀다. 실험적인 시들이 눈에 뜨지 않았다. 시적 모험은 광기에서 오는 것이고 광기는 쾌락에서 나오는 것인데 지나치게 안정적인 음역과 음색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인식의 깊이가 깊어진 것도 아니었다. 역사적인 사실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시대정신을 추구하거나 사회의 병리현상을 들여다보거나 소외계층을 연민의 눈으로 보려는 노력이 적었다. 사물의 본질을 보려는 응모자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한 사물이나 소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불필요한 시적 장치로 산만한 전개에 머무는 응모작들이 많았다. 또한 1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응모자의 연령층이 다양해졌다는 것도 특기할만한 일이다.그런 속에서 '당신의 뼈를 생각하며'의 이유운 씨와 '모래시계'의 신진영 씨를 만나게 된 것은 여간 기쁜 일이 아니었다. 이유운 씨의 '당신의 뼈를 생각하며'는 이 세상에 바람으로 존재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헌사다. '바람을 담고 있던 당신의 손톱과/바람의 모양대로 부푼 당신의 무릎'은 이유운 씨의 독창적인 문장이어서 울림이 크다.신진영 씨의 '모래시계'는 가혹한 시대를 건너고 있는 젊음을 훼손한 악랄한 물고문을 은유적으로 노래한 작품이다. 첫행 '잘룩한 부분을 지나면서/모래들은 새로운 진술이 된다'부터 무언가 불길하고 심상치 않다. 심사위원 두 사람은 '당신의 뼈를

  • [알림]202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작품 공모

    [알림]202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작품 공모 지면기사

    1945년 '대중일보'란 이름으로 경인지역에 뿌리내린 경인일보가 '202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작품'을 공모합니다. 지난 1987년부터 시작된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경기·인천 지역일간지 중 유일하게 개최되며 해마다 공정하고 권위 있는 심사를 통해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아 한국 문단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2020년 신춘문예 역시 재치 있고 힘 있는 문학도들의 참신한 문학작품으로 한국 문단의 명성을 높여갈 것입니다. 7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경인일보와 함께 한국 문학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역량 있는 문학도들의 많은 관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응모마감 : 2019년 11월 29일(당일 소인 유효)■ 응모부문 : 단편소설(200자 원고지 80~100매), 시(3편 이상)■ 시상 및 상금 : 단편소설은 상패 및 원고료 500만원, 시는 상패 및 원고료 300만원(단, 당선자 없는 가작의 경우는 원고료의 반액을 수여)■ 당선작 및 심사위원 발표 : 2020년 1월 2일자 경인일보 지면■ 응모 및 문의 : (16488)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효원로 299 경인일보사 빌딩 4층 편집국 문화체육부 신춘문예 담당자 (031)231-5385, 5348※원고 겉면에 이름(필명인 경우 본명도 함께 기재),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및 지원분야를 반드시 적어 주시기 바랍니다. 접수한 원고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타사 신춘문예에 중복투고한 원고나 기성작가의 응모, 표절작품의 경우에는 당선이 취소됩니다.

  •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하채연·소설-전태호' 시상식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하채연·소설-전태호' 시상식 지면기사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9일 오후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이날 시상식은 김화양 경인일보 대표이사를 비롯해 김명인·김윤배 시인, 홍정선 평론가와 당선자,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이날 시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김윤배 시인은 "하채연 당선자가 기존 시인이 걷지 않았던 길을 가는 모험과 도전 정신을 끝까지 가지고 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이어 소설 부문 심사위원인 홍정선 평론가는 "소설은 현실에 뿌리를 두면서도 현실 너머의 세계를 끊임없이 상상한다. 그렇게 글을 쓰면서 현실을 부정하기도 하고, 현실을 더 낫게 바꾸기도 한다. 전태호 당선자가 앞으로도 타동사 연습을 꾸준하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단편소설 '타동사 연습'으로 당선된 전태호 씨는 "우리는 책을 읽음으로써 타인을 접하고, 공동체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이 돼서 그들과 똑같이 생각하며 글로 풀어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한편, 이날 단편소설 당선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0만원을, 시 부문 당선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300만원을 수여했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9일 오후 경인일보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자와 심사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시 부문 심사위원 김윤배 시인, 시 부문 하채연 당선자, 소설부문 전태호 당선자, 김화양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 시 부문 심사위원 김명인 시인, 소설부문 심사위원 홍정선 평론가. /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 경인일보 신춘문예 2개 부문 당선작 발표 지면기사

    청년 작가의 산실, 경인일보 신춘문예가 올해로 33번째, 대한민국 문단을 이끌어 갈 신인을 발굴했다.그 어느 때보다 투고된 작품 수가 많고 수준이 뛰어났던 올해,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단편소설-'타동사 연습'(전태호) ▲시- '숲에서 깨다'(하채연)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11월 신춘문예를 알리는 공고가 나간 이후 지난 12월7일까지 총 1천646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시는 1천423편, 소설은 223편이 출품됐는데 이 중 두각을 드러낸 3~4개의 우수 작품이 최종 본선 심사에서 경쟁을 펼쳐 당선작으로 뽑혔다.올해 소설부문은 홍정선·정과리 평론가가 심사를 맡았고 시 부문은 김명인·김윤배 시인이 심사했다. 심사위원들은 "출품작들의 수준이 높아 읽는 재미가 있어 심사가 즐거웠다"는 총평이다.한편 시상식은 오는 9일 오후 3시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부문별 심사위원과 당선자,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김명인·김윤배 시인, "사물 바라보는 시선 깊고 메시지 견고"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김명인·김윤배 시인, "사물 바라보는 시선 깊고 메시지 견고" 지면기사

    "나이가 무색할 만큼 젊은 작가가 보여준 농익은 작품에 놀랍고 신선함을 느꼈다."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들은 올해의 당선작을 '숲에서 깨다'로 정하는데 이견이 없었다. 심사위원들은 당선작에 대해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고, 전하는 메시지가 견고하다고 호평하며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심사위원들은 올해 시 부문 응모작 총 1천423편 가운데 본심에 오른 30편의 시 중 6편을 다시 추려 평가하며 고심을 거듭했다. 최종 심사에는 '곱슬의 방향', '가위 ', '호출신호, 창백하고 푸른 플라스틱', '걸리버여행기' , '구석의 깊이-비의 팔랭프세스트' 등 다양한 작품이 올라왔다. 올해 출품된 작품들은 주제에 있어 차별성이 있었다는 평을 받았다. 시리아 난민 등 애도가 짙고 다소 어두운 주제가 많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비롯해 실업, 경기침체 등 사회·경제적 문제,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또 20~30대 젊은 응모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 신선하고,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았다.아쉬운 점도 지적됐다. 젊은 문학도들의 출품작들이 최근 유행하는 시의 경향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심사위원들은 주로 생경하고 낯선 이미지들이 서로 결합하거나 시를 비학적으로 전치시키는 모습을 보여줘 시 읽기가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그에 비해 하채연 당선자의 '숲에서 깨다'는 시의 짜임새를 갖추면서도 시인만의 깊은 세계관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선사했다. 새벽의 숲을 열어 재치는 해맑은 생각들이 긍정적으로 명랑하게 펼쳐있고, 숲에 존재하는 한 작은 개인이 우주와 교감하는 듯한 느낌을 안겨줬다며 이미지 자체가 매우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당선작을 포함해 응모된 작품 상당수가 어느 하나 크게 뒤처지는 것 없이 모두 고르게 작품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좌)김명인 시인·김윤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