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의 '무제' '철도 레일 지지대' 뭉치고 표면 조각 인간 주제 삼아… '얼굴 형상' 재탄생시간의 더께가 내려앉은 낡은 목재가 한데 모여 있다. 표면에 고스란히 쌓인 묵은 때와 곳곳의 썩고 빠진 옹이가 그간의 세월을 짐작게 한다. 그 세월의 흔적을 쫓다 보면 어느새 투박하게 드러난 절단면에 시선이 멈춘다. '날것'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이다.정현은 동시대 미술계에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조각가다. 그는 조각을 매체로 '인간'이란 주제를 치열하게 탐구해 왔다. 그의 조각에서는 재료와 형태는 달라도 늘 '인간'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정현의 조각이 단순히 육체의 외연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존엄성, 그리고 응축된 생명력이야말로 그의 작업의 정수(精髓)로 꼽을 수 있다.경기도미술관 소장품인 '무제'는 철도의 레일을 지지하는 막대인 침목(枕木)을 재료로 사용하였다. 작가와 침목의 인연은 오래전 시작되었다. 그가 어렸을 적 놀던 철길에서 기차가 달릴 때 느꼈던 땅의 묵직한 출렁거림이 이후 침목과 작품을 연결 짓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침목으로 작업을 시작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됐다. 그는 기차에 짓이기고 자갈과 사투를 벌인 침목 자체의 서사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무제'를 자세히 살펴보면, 작품 군데군데 둥그런 파임이 눈에 띈다. 이는 침목과 레일을 결합했던 자국으로, 보는 이에게 침목의 본래 쓰임을 상기시킨다. 이처럼 침목은 온갖 방부제와 오물을 뒤집어쓰고, 레일 아래에서 십여 년을 숨죽이며 버텨냈다. 정현은 이미 닳고 닳은 폐침목을 모아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고는 다시 이곳저곳을 잘라내고 도끼로 표면을 내리찍었다. 이렇게 침목은 인간의 얼굴과 같은 형상으로 재탄생하였다.그러나 이 작품의 진면목은 거칠게 잘려 나간 단면에서 드러난다. 가려졌던 속살에서 흘러넘치는 생명력은 침목이 본디 나무였음을 비로소 말해준다. 정현은 이를 '날것의 힘'이라 말한다. 이처럼 작가는 침목의 물성과 서사를 겸허히 수용하며 다시금 소생시키고 있다. /조은솔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정현 作 '무제'. /경기도미술관 소장
인천 예술·독립영화 상영관 '영화공간주안'이 4월 3주차를 맞아 새 상영작으로 관객과 만납니다. 조경가 정영선의 작품관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땅에 쓰는 시', 제주 4·3 사건 수형인들을 다룬 다큐 '돌들이 말할 때까지', 솔직하고 담백한 여성 이야기를 그린 정지혜 감독의 데뷔작 '정순'입니다. 이들 영화는 18일부터 상영합니다. 영화 '땅에 쓰는 시'는 선유도 공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경춘선숲길, 서울 아산병원 등 모두를 위한 정원을 만들어 온 조경가 정영선의 땅을 향한 철학과 내일의 숲을 위한 진심을 담은 다큐입니다. '땅에 쓰는 시'는 정영선 조각가의 철학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전통 정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유연한 멋이 살아있는 호암미술관 희원부터 기존의 정수시설을 살린 선유도공원, 과거부터 이어져 온 철길을 보존한 경춘선숲길 등 눈부신 공간들의 면면과 그 안에 담긴 정영선의 뜻을 포착합니다. 특히 열암 송정희 선생이 써 내려간 서정적이고도 한국적 서체와 국악풍의 음악 등은 정영선 조경가가 전하는 우리 국토 고유의 멋을 은유하며 더욱 풍부한 감상을 이끌어 냅니다. 여기에 점차 흐려져 가는 한국의 사계절을 충실하게 담아내며 황홀한 풍경과 다채로운 색채를 보여줍니다. 다큐 영화 '돌들이 말할 때까지'는 제주 4·3 사건 이후 76년이 지나서야 밝혀지는 수형인들의 생생한 증언과 그들이 평생 몸 담고 있던 아름다운 침묵의 땅 제주의 풍광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눈맞춤을 담았습니다. 7년이란 긴 시간 동안 치밀하고 성실한 면접 조사를 통해 채록한 4·3 수형인들의 인터뷰, 긴 세월을 품에 안고 각각의 계절에서 고유하게 충만한 제주의 자연들이 시선을 사로잡네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자기 앞의 생을 오롯이 증언하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4·3 수형인들의 힘 있는 목소리는 믿을 수 없는 역사의 상흔에 통감하게 만듭니다. 돌과 바람, 파도와 나무들이 제자리에서 시간을 통과하는 모습들은 수형인들의 목소리 뒤로 애틋한 울림을 더합니다. 영화 '정순'은 무너진 일상 속에서도 결코 나 다움을 잃지 않고, 곧은 걸음으로 나아가려 하는 정순의 빛나는 내일을 응원하는 드라마입니다. '정순'은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 수상으로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제17회 로마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함께 배우 김금순의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네요. 뿐만 아니라 제7회 아스완국제여성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제24회 부산독립영화제에서는 김금순과 윤금선아가 최우수연기상을 공동으로 수상했으며, 제70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제66회 BFI 런던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굴곡진 시대의 비극을 음악으로 승화했던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 그의 최초 표제 교향곡, 11번 '1905'가 따뜻한 봄날 저녁 무대에 오른다. 18일 오후 7시30분 수원시립교향악단은 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해당 곡을 선보인다. 연주시간이 1시간이 넘고, 오케스트라 연주단원만 100여 명 가까이 되는 대편성 곡을 예술감독 최희준이 지휘하는 수원시향만의 웅장한 사운드로 감상할 기회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1번, '1905년'은 러시아 역사에 '피의 일요일'이라고 기록된 1905년 1월 9일에 일어난 사건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1악장부터 4악장까지 악장 간의 쉼 없이 이어서 연주되며, 풍부한 해석으로 곡마다 연관된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과정을 느낄 수 있다. 앞선 무대에서는 베토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이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와의 협연으로 연주된다. 김응수는 티보르바르가 국제콩쿠르, 리피저 국제콩쿠르, 지네티 국제 음악콩쿠르, 마리아 카날스 국제콩쿠르, 슈포어 국제콩쿠르 등에서 우승 및 입상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정기연주회 예매는 수원시립예술단 홈페이지와 전화(031-250-5362~5)를 통해 할 수 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직접 고른 영화를 스크린에 올리고, 영화를 매개로 지역민들과 담론의 장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시민들을 찾아온다. 수원문화재단 수원시미디어센터는 오는 25일까지 '제9회 수원사람들영화제'를 함께 만들어 갈 '시민 영화프로그래머 양성 과정' 참여자를 모집한다고 17일 밝혔다. '시민 영화프로그래머 양성과정'은 시민들이 직접 영화제 실무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관련된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시민 영화프로그래머, 커뮤니티 시네마의 개념, 지역 영화환경 분석 등에 대한 강의 수강을 비롯해 '수원사람들영화제'의 상영작과 부대 행사를 직접 운영한다. 강사로는 '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의 김남훈 이사장이 나선다. 강의 수강과 워크숍을 마친 참가자들은 7월 둘째 주에 개최 예정인 '수원사람들영화제'에서 시민 영화프로그래머로 활동한다. 아울러 추후 수원시미디어센터의 기획 상영 및 모터레이터 등으로 참여할 기회도 주어진다. 접수는 구글폼을 통해 받으며, 영화에 관심 있는 수원시민 또는 수원 소재 대학생 및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참여자는 전문가 서류심사를 거쳐 선발된다. 참가비는 전액 무료다. 수원시미디어센터 관계자는 “'수원사람들영화제'는 단순 관람을 넘어 시민들이 모여 하나의 영화제를 기획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활동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영화와 영화제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전했다. 자세한 내용은 수원문화재단 및 수원시미디어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전화(031-215-3607)로도 문의할 수 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송도국제도시 랜드마크이자 복합문화공간 트라이보울에서 내달 24일까지 기획 전시 '인천 청년 작가전 - 나무들 비탈에 서다'가 열리고 있다. 인천대, 인하대, 인천카톨릭대 등 지역 대학 출신 20대 중후반~30대 후반 작가 14명이 회화, 설치, 미디어 등 장르를 망라한 이번 전시의 상당수는 대형 작품이다. 전시장 곳곳에 높고 큰 작품들이 걸려 있지만, 위압적이진 않다. 환경과 생태, 젠더, 추상과 형상의 경계 등 주제도 다양하다. 지난 16일 전시장에서 만난 이번 기획전 예술감독 차기율 인천대 조형예술학부 교수는 “전시 공간 자체의 아우라가 너무 세기 때문에 작가들에게 큰 작품을 주문했다"며 “작품의 규모가 없으면 이 공간을 이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트라이보울은 건축물 명칭같이 세 개의 접시가 삼각으로 붙은 형상이다. 'UFO'(비행접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건물 내부 또한 비탈진 벽면과 높은 층고, 겉으로 드러난 철골 구조, 공간과 공간을 잇는 다리가 있다. 일반적인 '화이트 큐브'(하얀 벽면에 네모난 전시장)보다 전시 구성 난이도가 높은 전시장이다. 차 교수는 공간의 느낌을 살리고자 100호 캔버스 8장(260×648㎝)짜리 김호경의 대형 회화 '230727-0827'을 급기야 철사를 이용해 걸어 전시했다. 김명미('OBLI PEOPLE'), 유예린('화려한 추락')의 미디어아트 또한 대형 스크린에서 펼쳐지고 있다. 김세이('위장과 캔슬링' 연작), 류재성('Glitch'), 박찬영('개막은 땅 그 위에서'), 양태현('허물과 속의 접점'), 육은정('이상'), 이선호('자연이 공명') 등 대작이 돋보인다. 2022년 제7회 박수근 미술상을 받은 설치작가이기도 한 차기율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트라이보울 청년작가전 예술감독을 맡았다. 차 교수는 전시 서문에도 썼듯 청년 작가들이 로컬(Local)로서 인천의 정체성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 교수는 “오늘날에 있어서 로컬이라는 게 조금 촌스러운 얘기이고, 서울하고 맞닿아 있는 인천의 경우 더욱 그렇다"면서도 “그러나 인천이 키워 낸 자산, 자생성에 관한 문제에 대한 연구와 고민이 부족하다"고 전시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인천은 그동안 외부에 있는 검증된 기획이나 완성된 것을 가져오는 건 참 좋아하는데, 자기 자산을 터부시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인천이란 도시가 채워져 있지만 굉장히 허허한 도시라는 느낌이 드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보듯 지역 청년 작가들의 관심과 고민은 하나로 모이지 않으며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다. 차 교수는 “작가들이 인천에서 대학을 나왔다고 인천에 머물면서 활동하지 않는다"며 “청년 작가들도 지역에 대해 당위성을 느끼고 자존감도 생겨야 머물 것인데, 정책적으로 그러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고 했다. 비엔날레 창설 같은 학구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인천은 갯벌처럼 생태학적 유산, 남북 분단 문제에서 가장 첨예한 도시란 특수성이 강한 도시"라며 “이런 특수성에 기반을 둔 인천의 비엔날레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시 참여 작가 김명미(미디어), 김민정(설치), 김세이(평면), 김호경(평면), 류재성(평면), 박찬영(설치, 평면), 양태현(설치, 평면), 유예린(미디어), 육은정(평면), 이선호(설치, 평면), 이현아(미디어), 차지은(설치), 추상민(평면), 황윤서(평면)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이천시와 이천문화재단이 공동 주최·주관하는 2024년 제38회 이천도자기축제 성공적 개최를 위한 기념 콘서트를 오는 5월1일 수요일 이천아트홀에서 진행한다. 이번 공연은 이천시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이 이천아트홀 기획공연인 이천도자기축제 기념 콘서트에서 협연하며 함께 축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공연에 앞서 재단은 협연을 위한 지역예술인을 공개 모집해 최종 6명을 선정했다. 이에 5월1일 수요일 오후 5시에 진행되는 메인 콘서트에서는 소프라노 권상미, 테너 최병준, 플루티스트 권혁태, 바이올리니스트 민규빈, 박하은, 첼로 임재성과 함께 협연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마르코보에미(Marco Boemi)의 섬세하고 낭만적인 음악적 해석과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가 더해져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은 무료로 진행되며, 드보르작의 첼리스트 협주곡 b단조 1악장(Cello Concerto in b minor op. 104)을 시작으로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까지 지역 예술인의 무대로 다채롭게 채워지는 이천아트홀이 될 것이다. 이어 5월2일에는 마르코보에미의 지도 하에 내실 있는 음악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천문화재단 이응광 대표이사는 “이번 협연으로 지역 예술인들이 국제적인 예술가와 교류하며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음악과 예술의 동행자로서 조화로운 지역 예술문화를 창조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공연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이천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천/서인범기자 sib@kyeongin.com
중구, 이달 '우현 80주기' 명판 설치 선생 업적 기리고 지역 관광 도움인천 출신 미술사학자 우현(又玄) 고유섭(1905~1944) 선생의 80주기를 맞는 올해 그의 이름을 딴 '고유섭길'이 생겼다.인천 중구는 고유섭 선생이 태어난 인천 용동 일대 구간에 명예도로명 '고유섭길'을 부여했다고 16일 밝혔다.이는 한국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학자이자 인천의 대표적 문화예술 인사인 고유섭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지역 문화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고유섭 선생은 우리 미술을 처음으로 학문화한 학자로서 높이 평가된다. 인천문화재단은 인천이 배출한 한국 최초의 미학자이자 미술사학자인 우현 고유섭 선생의 학문적 업적과 예술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05년 우현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기도 하다.'명예도로명'은 사회 헌신도나 공익성 등을 고려해 특정 도로 구간에 추가로 부여되는 상징적인 명칭이다. 법정 도로명은 아니지만, 지역에서 큰 상징성을 지닌다.'고유섭길'은 인현동 22-35번지에서 용동 174-1번지까지 260m 구간이다. 중구는 관광객들과 주민들이 고유섭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명예도로명판을 이달 중 설치할 예정이다.김정헌 중구청장은 "명예도로명 부여를 통해 고유섭 선생의 업적을 더욱 알리고, 구도심 지역 문화관광 활성화에도 활력이 붙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노란색·노란 리본·나비·바다·배 등 작품 공통 맥락 성효숙·강신천·류성환 등 15명 각자 방식 기억 호소인천민예총 미술위원회가 복합문화공간 해시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기억하고자 추모 전시 '열 번째 돌아온 봄'을 진행 중이다.오는 20일까지 이어질 이번 전시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인천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추모문화제의 일환이다. 전시 참여 작가는 김영옥·최효정·이진우·성효숙·김종찬·정평한·김슬비·김정열·류성환·현용안·박영조·박충의·강신천·이월례·김신 등 15명이다.이번 전시 작품들에서 공통으로 찾을 수 있는 이미지는 노란색, 노란 리본, 나비, 국화, 바다, 배(세월호) 등이다. '열 번째 돌아온 봄'에도 결코 잊힐 수 없는 이미지들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각자의 표현으로 4·16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박충의 작가의 조형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침몰하고 있는 배와 그 배를 삼킨 바다에 꽃을 꽂아 주며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김정열 작가의 '검은 국화 한 송이', 현용안 작가의 '잊을 수 없는 슬픔 304송이 꽃', 김영옥 작가의 '4월에'도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꽃을 그린 듯하다. 정평한, 성효숙, 김슬비 작가 등 여러 작품 속에 나오는 나비, 별, 리본은 나비가 되거나 별이 된 희생자들을 생각한 것처럼 보인다.류성환 작가의 '잊혀져 가는 얼굴들'에도 시선이 멈춘다. 류 작가는 참사 희생자들의 얼굴을 스케치했다가 다시 하얗게 칠하고 그들의 해맑은 미소와 눈빛을 다시 칠해 그렸다. 대다수 청소년이었던 희생자들의 얼굴은 잊힐지라도 생전의 싱그러운 표정은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같다.김종찬 작가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유품을 검색해 스케치를 하는 동안 가슴이 미어져 한동안 그림을 이어나가지 못했다"는 말을 직접 그림에 새겼다. 이월례 작가는 노란 바다를, 강신천 작가는 아이들이 떠난 마을을 적막하게 그렸다.박영조 작가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신문 스크랩을, 이진우 작가는 남겨진 사람들을, 김신 작가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적고 그림으로써 현실을 직시하고 기억하자고 관람객에게 말을 걸고 있다. 모두 기억하고자 하는 노력들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성효숙 作 '다시 돋아난 별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강신천 作 '아이들이 떠난 마을'.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류성환 作 '잊혀져 가는 얼굴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체내 균 존재하지만 전파 안되고 무증상 면역저하자·발병 고위험군은 치료 권고결핵균에 의한 만성 감염병인 결핵은 결핵환자로부터 나온 균이 포함된 미세한 침방울에 의해 감염된다. 하지만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결핵으로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잠복결핵감염의 경우 결핵균에 감염돼 체내에 소수의 살아있는 균이 존재하지만,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는다. 또 증상이 없고, 항상균 검사와 흉부X선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타난다.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질병관리청에서 실시한 '국가 잠복결핵감염 검진사업 및 고위험군 대상관리 중장기 효과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잠복결핵감염자 중 치료를 하지 않은 사람은 약 12.4배 결핵이 더 발생했다. 이를 치료할 경우에는 최대 90%까지 결핵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잠복결핵감염은 접촉자와 의무검진 대상이 검진을 받게 된다. 전염성 결핵환자와 접촉해 결핵에 감염되기 쉬운 대상자, 즉 전염성결핵환자의 가족·최근 접촉자 또는 집단시설에서 생활을 같이 한 자의 경우 '결핵예방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검진을 실시한다.이와 함께 결핵 발생 위험과 발생시 집단 내 전파 위험이 큰 집단시설 종사자(의료기관·산후조리원·학교·유치원·어린이집 등)는 의무검진대상으로 규정돼 있다. 특히 영·유아시설 종사자에서 결핵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로, 특히 수도권에서 전년 같은 기간(1~3월) 대비 5건이 증가한 11건이 발생했다.감염성 질환이 아닌 잠복결핵감염은 충분한 사전 설명과 자발적 동의에 의해 치료를 진행한다. 다만 전염성 결핵환자와 접촉한 자, 면역저하자 등 결핵 발병 고위험군과 결핵 발병 때 파급력이 큰 집단시설 종사자는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65세 이상에서도 잠복결핵감염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치료할 때는 위험과 이득을 고려해 결정하고,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할 것을 보건당국은 재차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결핵 신규 환자의 58%, 결핵으로 인한 사망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결핵 예방과 전파 차단을 위해 잠복결핵감염 치료비는 산정특례(건보재정)로 적용해 본인부담금을 모두 지원한다. 결핵발병 고위험 성인과 전염성 결핵환자 접촉자의 경우 잠복결핵감염 검사결과 양성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받을 수 있다.질병관리청은 "잠복결핵감염 검진 대상자일 경우 적극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잠복결핵감염자로 진단된 경우 치료하면 결핵을 최대 90%까지 예방할 수 있으니 치료를 받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아주대병원 피부과 이은소·박영준 교수팀새로운 바이오마커 발견, 객관적 판단 가능인구 1% 이상에서 발병하는 대표적인 난치성 만성 피부 염증 질환인 건선, 과다한 각질이 골칫거리인 이 질환에서 혈액검사로 객관적인 중증도 확인이 가능해졌다.아주대병원 피부과 이은소·박영준 교수팀은 건선의 중증도를 판단하는 혈액 내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질환은 비교적 젊은 인구에서 잘 발생하는데, 경계가 분명한 전신 홍반과 함께 과다한 각질이 발생해 일상생활에 불편을 준다. 또 치료하지 않으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고, 관절에 침범해 관절염을 일으킬 수 있다.현재 건선의 중증도를 판단하는 기준은 체표면적(BSA) 및 건선 중증도 지수(PASI)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기준 모두 육안으로 판단하는 방법으로, 평가자마다 차이가 있다.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혈액 내 존재하는 세포의 소포체 내 마이크로RNA(miRNA)가 매우 안정하다는 점에 착안, miRNA 발현 정도를 건선 중증도에 따라 분석했다.그 결과 세포외 소포체 내 'miR-625-3p'가 건선 중증도에 따라 차등 발현하는 것을 규명했다. 또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기준인 BSA, PASI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연구팀은 "이번에 발견한 miR-625-3p가 건선의 주된 문제가 된 피부 각질세포의 발현뿐 아니라 심한 각화와 연관이 있음을 증명했다"며 "더 나아가 miR-625-3p가 각질세포의 증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유전자 및 단백질 발현을 조절함을 발견, 새로운 치료 타깃으로서의 가능성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이어 "이번 새로운 바이오마커의 발견은 간편하게 건선의 중증도를 판단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건선 신규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