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19로 인해 공모전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푸른 인천 글쓰기 대회'가 드디어 4년 만에 인천대공원에서 열렸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약 5천명의 학생과 학부모님들은 봄꽃, 공원, 황사, 섬, 지구온난화, 일회용품 등에 관한 생각을 시와 산문에 담아냈습니다. 올해 출품된 시와 수필에는 유난히 '가족'에 관한 내용이 많았는데요, 코로나19로 의도치 않게 세상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이, 오히려 평범한 일상과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21번째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심사위원들은 무심히 지나친 사람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감사의 마음이 진실하고도 문학적으로 표현된 글들에 주목했습니다.손지유(송원초, 6학년), 박채아(논곡초, 2학년), 한지원(만월초, 6학년) 학생의 작품에는 가족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겨있었습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코로나19로 빼앗겼던 일상도 다시 회복되듯이, 지금은 곁에 없는 가족들도 추억으로, 그리움으로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이 밝게 그려진 작품들이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서은(부흥초, 1학년), 구윤호(성지초, 1학년), 모은유(운서초, 4학년), 김예루(경인교대부설초, 4학년) 학생의 작품들에 두드러진 참신한 발상과 재미난 표현에는 심사위원들이 모두 감탄했습니다. 이다현(굴포초, 6학년), 윤소율(관교초, 5학년) 학생의 글에는 개인적인 경험 또는 사회적인 문제를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매우 진솔하게 표현되어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이번 대회 응모작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은 류하은(서화초, 5학년) 학생의 시 '나의 공원'과 태윤지(초은초, 4학년) 학생의 산문 '조금 불편하면 어때'였습니다. 류하은 학생의 시는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순간을 솔직 담백하게 그려내며 진정한 기쁨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습니다. 태윤지 학생의 산문은 인간과 지구의 공존이 가능한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불편함이 오히려 즐거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이 두 학생이 모두 사소해 보이는 일들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깊이 성찰하고 이를 정확히 표현한 데에 주목했습니다. 아쉽게도 참가한 모든 분들이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인천대공원 문화마당에서 글을 쓰며 오랜만에 봄의 기운을 만끽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리라 믿습니다. 작년 이맘때, 2023년에는 모두 함께 어울려 '푸른 인천 글쓰기대회'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희망했는데 정말로 그 바람이 이루어졌습니다. 우리의 일상과 자연이 더 나은 모습으로 회복되었으면 하는 올해의 바람도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오랜만에 야외에서 진행된 행사에 함께해주신 많은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님들께 대단히 감사합니다.
나의 공원친구들은 방학 때 여행 가는데부모님께 여행 가자 하는데나는 여행보다는 공원에 간다.맑은 하늘 우쑥우쑥 솟아있는 나무상쾌한 공기 시원한 바람더할 나위 없이 나에겐 행복이다서우가 제주도 가고 민재가 오키나와 가면나는 공원에서 가족과 함께 김밥을 먹고 주스를 마신다
지섬도빈 가슴 안고 간다보고 싶었다는 말 한입 물고붉어지는 섬으로두 사람의 발소리와웃음이 포개어 앉았다자리를 털고 일어난다파도에 뒤채이던 섬에피를 문 동백이 꽃으로 내려앉고뚝뚝 꿈에 본 얼굴을 떨군다그날의 모습이 또렷하여꽃인 그대로 섬을 물들이는송이 꽃에 마음이 또 개어져여러 번 넘어져도 좋겠다동박새가 울음을 물어 나르고뚝뚝 꿈에 본 얼굴을 떨군다.
조금 불편하면 어때 어느 뿌연 봄날, 친구들과 철봉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남자애가 철봉 놀이터 옆 화단에 있는 철쭉을 먹었는데 맛있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도 같이 철쭉을 먹었다. 나와 내 친구들은 먹지 말라고 말렸지만, 그 남자애들은 맛있다고 계속 먹었다.다음날, 어제 철쭉을 먹었던 그 남자애가 학교에서 선생님께 목이 아프다고 말했다.왜 아프냐고 선생님께서 물어보시자, 어제 철쭉을 먹어서 아프다고 말했다.그랬더니 선생님께서 요즘엔 꽃에 농약을 뿌려서 함부로 먹으면 몸에 좋지 않으니, 다음부턴 먹지 말라고 하셨다.집에 가서 내가 엄마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더니 엄마께서 엄마 때는 꽃이나 비, 눈까지 다 먹어도 아무런 탈이 나지 않았다고 하셨다. 특히 겨울에 생기는 고드름은 엄마의 간식이었다고 하셨다.'사람 몸에도 좋고 건강한 농약은 없을까? 내가 나중에 연구원이 되어서 그런 농약을 만들어 줘야지!'그리고 요즘은 파란 하늘을 보기 어렵지만 옛날에는 보기 쉬웠다고 하셨다. 그게 다 자동차 매연 때문인 것 같다.난 그런 매연들을 다 빨아들일 수 있는 지구 만한 친환경 공기청정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을 것 같다.또 이런 일도 있었다. 내가 친구와 딸기농장에 갔다. 빈 플라스틱 통을 받았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왜냐하면 플라스틱은 썩지 않을 테고 그러면 또 쓰레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 딸기를 담은 통을 또 비닐에 담았다. 쓰레기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 슬펐다.'먹을 수 있는 플라스틱을 만들면 어떨까?'난 빨대를 플라스틱 빨대 대신 먹을 수 있는 빨대를 본 적이 있다.플라스틱 통도 그런 플라스틱 과자 같은 것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우리 지구도 잘 보호되어서 깨끗한 환경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글을 쓰다 보니 갑자기 '친환경'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궁금해졌다.친환경이란, '자연환경을 오염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잘 어울리는 일 또는 그런 행위나 철학'을 뜻한다고 한다.그런데 사람들이 편해질수록 지구는 점점 더 아파지고 있다. 사람들이 점점 똑똑해져서 우리에게 편리한 무언가를 계속 만들수록 거꾸로 지구는 점점 아파지고 있는 것 같다.그렇다면 과연 사람들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는 거라 말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우리는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우리가 새로운 친환경을 만드는 것보다 다시 조금 옛날로 돌아가 조금 불편하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친환경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미세먼지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께서 손수건을 나누어 주셨다. 나는 앞으로 휴지 대신 이 손수건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학교에서 사용했던 손수건을 직접 빨아보니 마음이 뿌듯했다.나는 친구들과 놀 때 컴퓨터나 핸드폰을 하지 않고 엄마, 아빠가 알려주신 오자미, 고무줄놀이 등 옛날 놀이를 하고 놀기도 한다. 엄마께서는 옛날에는 이렇게 놀았다고 옛날 놀이를 많이 가르쳐 주셨다. 컴퓨터나 핸드폰을 하는 것 보다 나는 그런 옛날 놀이를 하며 뛰어노는 게 훨씬 재미있다. 생각해 보니 이 놀이 또한 친환경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난 내 주위 친구들이 핸드폰과 컴퓨터를 내려놓고 다 함께 신나게 뛰어노는 날을 꿈꿔본다. 오늘도 난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꿈꿔본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주신 파란 손수건처럼 깨끗한 파란 하늘을 늘 보고 싶다고 생각해 본다.마지막으로 지구와 친구가 되어 말을 걸 수 있다면 이런 말을 전해 주고 싶다."지구야 미안해. 나무와 물고기가, 산과 바다가 아프지 않도록 노력할게. 사랑해, 내 친구 지구야~!"
<초등부>■ 대상 ▲인천광역시장상 = 인천서화초 5-7 류하은 ▲인천광역시교육감상 = 인천초은초 4-4 태윤지■ 최우수상 ▲인천광역시장상 = 인천송원초 6-1 손지유, 인천부흥초 1-7 이서은, 인천성지초 1-2 구윤호 ▲인천광역시교육감상 = 인천굴포초 6-1 이다현, 인천논곡초 2-1 박채아, 인천만월초 6-4 한지원 ▲인천광역시의회의장상 = 인천관교초 5-3 윤소율, 인천운서초 4-3 모은유, 경인교대부설초 4-1 김예루 ▲가천문화재단이사장상 = 인천주안북초 4-2 신다미, 인천해든초 5-1 손수하, 인천부내초 4-2 마승현 ▲인천상공회의소회장상 = 인천은송초 6-1 임보민, 인천논현초 6-2 김나경, 인천성리초등학교 1-1 김세준 ▲경인일보인천본사사장상 = 인천석정초 3-3 유연하., 인천연송초 4-4 임서윤, 인천송명초 5-7 김이현■ 우수상▲남부교육장상 = 인천용현남초 2-6 유승연, 인천석암초 4-3 손요한, 인천경원초 5-3 강민채 ▲북부교육장상 = 인천용마초 6-4 송예원, 인천갈월초 4-2 엄지은, 인천한길초 3-1 이윤지 ▲동부교육장상 = 인천남동초 3-2 전하음, 인천송일초 3-5 이지민, 인천신정초 4-5 이재서 ▲서부교육장상 = 인천가정초 5-4 김희준, 인천공촌초 3-1 김아진, 인천청람초 4-1 강규린 ▲강화교육장상 = 갑룡초 4-3 조서연, 내가초 5-1 오다연, 대월초 5-1강효은 ▲인천대학교 총장상 = 인천숭의초 4-2 공지윤, 인천예송초 5-3 한서윤, 인천첨단초 5-1 윤새벽 ▲가천대학교 총장상 = 인천단봉초 5-3 박태수, 인천논현초 6-3 김가온. 인천송명초5-5 윤아빈 ▲농협중앙회인천지역본부장상 = 인천용현남초3-5 루쌩줄리, 인천연성초 2-1 김도윤, 인천신대초 6-2 조혜연 ▲가천문화재단이사장상 = 인천용현남초 6-5 황가인, 인천중산초 4-8 이다연, 인천신정초 2-2 김여준 ▲경인일보인천본사사장상 = 인천용학초 6-7 강승아, 인천만월초 2-4 이소율, 인천예송초 3-1 김미진<학부모>■ 대상▲인천광역시장상 = 안영미 (8250)■ 우수상▲가천문화재단이사장상 = 김세영 (3227), 김혜진(0627), 정수복(6064)■ 장려상▲가천문화재단이사장상 = 이효은 (2073), 강동현(2468), 김시영(6847), 이송원(8787), 강해원(0412), 김아름(9533), 이준협(1584), 이현숙(1377), 이정우(1875), 안효현(2504)※ 전체 수상자 명단은 경인일보 홈페이지 참조([제21회 푸른인천 글쓰기대회] 수상자 명단)
재즈 가수 윤희정(70·사진·본명 김명희)은 인천 출신으로, 우리나라에 재즈를 대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를 '재즈 대모'로 부르는 이도 많다. 윤희정은 1953년 인천 동구 송현동에서 태어나 송림초와 인성여중·고를 졸업했다. 평안도 출신 아버지와 순천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6남매 가운데 둘째로 자랐다. 학창시절 공부보다는 통기타를 더 좋아했다. 1971년 제1회 KBS배 쟁탈 전국노래자랑 결선에서 우승하며 KBS의 월급을 받는 전속가수로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포크 가수로 활동하다 가스펠로 분야를 바꿨고, 재즈를 시작한 건 30대 중반을 넘어선 1992년이다. 1세대 재즈 연구자·작곡가인 이판근에게 재즈를 배운다. 1997년부터 2011년까지 유명인과 함께 꾸민 재즈 공연 '윤희정&프렌즈'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정치인, 연예인, 법조인 등에게 재즈를 가르치고 함께 공연했다. 2013년부터는 '셀럽'이 아닌 일반인과 함께 무대에 서는 '윤희정의 재즈 프렌즈 파티'로 이어지고 있다. 윤희정은 "나는 인천 출신이다. 인천에서 체득한 음악적 자양분으로 성장했다"며 "고향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았다. 앞으로 인천을 위해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11면([I'm from 인천] 낯선 음 따라 걷다보니 윤희정표 블루스 자리잡아)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머리 전체를 감싸는 인상적인 디자인의 모자를 쓰고 등장하는 윤희정은 그가 재즈 공연을 시작한 지 30년이 가까이 지난 지금, 어느덧 우리나라 재즈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유명한 재즈 가수는 자신의 이름을 딴 노래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빌리 홀리데이, 엘라 피츠제럴드, 사라 본도 자신의 이름이 붙은 자신만의 블루스가 있다. 윤희정에게도 윤희정의 블루스가 있다.'나 어릴 적 고향에 가고파/언덕 너머 푸르른 하늘/(중략)/나 살던 곳 그대로 있을까/수도 곡산 언덕 함께 뛰놀던 친구들은 지금쯤 무엇을 할까/(중략)/아버지의 고향은 평안도 어머니의 고향은 순천 한 동네 살며 중매결혼에 가마 타고 말 타고 혼인을 하셨지/(후략)'(곡 YHJ blues, 이판근 곡·윤희정 작사)윤희정이 가사를 붙인 이 노래 'YHJ blues'는 윤희정이 고향 인천을 잊지 않고 살아온 인천사람이라는 사실을 소개하는 데 참 좋은 노래다. 노래 가사처럼 윤희정은 평안도 출신 아버지와 순천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53년 2남 4녀 6남매 가운데 둘째로 인천 동구 송현동에서 태어나 자랐다.인천은 실향민이 많은 도시인데 윤희정의 아버지 또한 그랬다. 윤희정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북에서 만나 결혼했다. 부부는 한국전쟁 때 외동아들을 데리고 피란길에 오른다. 혼란한 피란길에 부부는 서로를 놓쳐 잠시 헤어질 수밖에 없는 시기도 있었는데, 어머니는 인천에, 아버지는 수원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어느 날 서로의 소식을 듣게 된 부부는 상봉했고 어머니가 자리를 잡은 인천으로 아버지가 찾아와 가족이 모두 인천에 눌러앉았다.한국전쟁 영향으로 송현동에는 피란민이 모여들었고 수도국산과 수문통 인근에는 피란민촌이 형성되며 인구가 계속 늘었다. '2018년 인천 동구 도시생활사 조사'를 보면 '송현동'이 1962년에는 1동부터 4동까지 분할됐고, 1966년에는 송현동 인구가 인천시 전체 인구 52만5천827명 중 8%를 차지하는 4만1천887명이었다. 송현주공아파트 자리에는 '수용소촌'이, 옛 수문통 인근에는 '수문통 피란민촌'이 있었다. 실향민의 도시 인천 출신 윤희정송현동 수도국산 피란민촌서 자라인천항 개항 계기 서양 음악 유입 YHJ blues 속 '수도 곡산'이란 지명이 눈에 띈다. 윤희정이 송현동에서 성장하며 들었던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진 지명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수도국산'의 오기(誤記)다. 현재 수도국산에는 윤희정이 기억하는 달동네는 사라지고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동네 흔적을 간직한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이 대신 옛 기억을 전해주고 있다.수도국산은 '송현배수지'가 들어서면서 불린 이름이다. 송현배수지는 1910년 12월부터 급수가 시작된 상수도 공급 시설이다. 상수도 시설은 근대 도시가 갖춰야 하는 기본 인프라 중 하나인데, 인천은 원래 우물이 적었고 다른 지역에 비해 수질 또한 나빴다고 한다. 개항 이후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물 확보가 최대 숙원으로 떠오르며 만들어진 것이 송현배수지다. 인천 최초 상수도 시설이자 도시계획시설이라는 의미도 있다. 송림산 혹은 만수산이라 불리던 해발 고도 56.8m인 낮은 산에 자리 잡았다. 부지 면적 3만6천780㎡에 저수조 3개를 갖췄다. 인천부(인천 옛 이름) 거주 일본인을 위해 설치된 수도시설로 특히 조선인이 모여 살았던 송현동과 송림동 주변은 그 혜택을 잘 누리지 못했다고 한다. 통기타를 들고 노래를 신나게 불렀던 기억이 있네요. 그곳의 울림이 너무 좋은 거예요. 윤희정의 유년 시절 기억 속 수도국산은 더없이 훌륭한 '놀이터'로 남아 있다. 그는 "허허벌판에 어마어마하게 큰 물통이 서 있었고 담장이 둘러쳐져 있었다. 넓은 평지가 있어 뛰어놀았는데, 지금은 친구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윤희정이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중앙시장에서 '대동양행'이라는 가전제품 판매점을 크게 운영하고 있었다. 가게 안에는 언제나 라디오와 전축이 빼곡했다.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상점에 붙은 양행(洋行)이라는 글자가 낯설게 느껴진다.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한 김윤식 시인은 '양행'이라는 이름에 대해 "서양 물품, 박래품을 파는 행상이라는 의미로 쓰였는데, 1950~60년 당시 '양행'이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던 시절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기는 이름으로 사용됐다"고 했다.세련된 이름 덕에 아버님의 장사가 잘 됐기 때문이었을까. 윤희정의 어린 시절에는 산동네 꼭대기에 집이 있었는데, 이사할 때마다 점점 내려와 대동양행에서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집을 장만했다.신식 물품을 파는 세련된 아버지는 귀도 예민했다."아버님이 특히 귀가 예민한 분이셨어요. 고교 시절 장난을 치곤 했는데, 제가 진열대에 있는 아무 라디오나 전축 스위치를 켜는 거예요. 그러면 아버님은 '야 명희야, 위에서 다섯 번째 선반에 있는 일곱 번째 라디오 끄라우'라고 하셨어요." 윤희정 본명은 김명희다.윤희정은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아버지에게서 찾았다. 아버지는 노래를 잘 불렀다. 윤희정은 '학교 공부'보다 '음악 공부'를 더 좋아했는데, 윤희정의 다른 형제들은 노래보다 학교 공부를 더 잘했다. 윤희정의 어머니는 '공부에는 다 때가 있다'고 늘 강조했다. 어머님이 자라면 자고, 밥 먹으라면 밥 먹는 착한 오빠와 동생들이었다. 그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큰 오빠는 1971년 사법시험을 최연소 수석으로 합격한 서울대 출신 김병준 변호사다. 판사 출신인 김병준 변호사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인천시 고문변호사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는 서울대 동기라고 한다. 윤희정의 다른 동생들 대부분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교수로 재직했다.'공부에는 다 때가 있다'고 강조한 어머님 말씀이 윤희정에게도 결과적으로는 통했다. 학창시절 책보다는 통기타 공부에 더 열심이었던 윤희정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가수가 됐다. 음악적 재능 있는 아버지 닮아중학교 2학년 친구따라 기타 배워고등학교 졸업 후 가수 인생 시작 윤희정은 1965년 3월부터 1971년 2월까지 인성여중·고에 재학했다. 통기타 열풍이 막 불기 시작하던 시기였는데, 중학교 2학년 때 친구 소개로 따라간 인천YMCA '싱얼롱'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기타를 처음 배웠다. 그때부터 공부보다는 기타 치고 노래하는 재미에 빠져 지냈다. 학교에서는 음악반 활동을 했다. 교실에 있던 풍금과 통기타를 윤희정이 연주하며 학교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는 일이 많았다. 친구들을 이끌고 합창대회를 나가기도 했다. "'선라이즈 선셋', '헤어지자 보내온 그녀의 편지~' 그런 노래가 유행하던 시기였어요. 통기타를 들고 노래를 신나게 불렀던 기억이 있네요. 학교 건물을 보면 각 층을 오르내리는 계단이 있어요. 그곳의 울림이 너무 좋은 거예요. 100원일까, 10원이었을까 돈을 받고 공연을 하면 계단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찼죠." (웃음)재즈 가수 윤희정은 포크 가수로 음악 인생을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해인 1971년 '제1회 KBS배 쟁탈 전국노래자랑'에서 우승하며 KBS의 월급을 받는 '전속가수'가 됐다. 당시 노래자랑은 지금 우리가 아는 전국노래자랑과는 다른 방송 프로그램이었다. 월별 우승자를 뽑고 우승자끼리 다시 경쟁을 펼쳐 최종 승자를 뽑는 요즘으로 말하면 '서바이벌 오디션' 같은 프로그램이다. 1972년에는 첫 앨범도 발매했다. 이렇다 할 경력도 없는 풋내기가 전국 단위 경쟁에서 우승한 데에는 학창시절 영향이 컸다고 윤희정은 기억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가진, 내가 보석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교를 막 졸업한 윤희정이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인천은 대중음악적 자양분이 풍부한 도시다. 대중음악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인천을 빼놓을 수 없다.인천은 인천항 개항을 계기로 각국의 외교관, 선교사, 군인, 기술자, 상인, 선원 등을 통해 서양의 음악이 광범위하게 유입됐다. 특히 인천 부평의 미 군수 지원 사령부인 애스컴(ASCOM)을 통해 다양한 서구 음악 장르가 퍼져 나갔다. 애스컴은 한국으로 들어오는 미군이 반드시 거쳤던 관문이었는데, 이곳에서 미군들이 머물다 동두천, 송탄, 평택 등으로 배치받았다. 애스컴에서는 젊은 미군이 좋아한 재즈와 팝 음악을 곧바로 들을 수 있었다. 최신 악기, 원판 LP 등을 부대 주변에서 구하기 쉬웠다. 부대 주변에 미군을 대상으로 하는 클럽이 많았는데, 국내 밴드와 가수들에게는 이들 무대가 자연스럽게 음악적 내공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였다. 50년대 말 애스컴 미군들이 좋아했던 여가수는 김시스터즈, 패티김, 리나박 등이었다고 한다. 인천 중구 신포동 일대에도 외국인 전용 클럽이 성업했다. 외국인 선원과 기술자들은 이곳에서 재즈, 블루스 같은 자신의 고향에서 즐겨 듣던 음악과 위스키, 맥주를 벗 삼아 향수를 달랬다. 인천에서 성장한 국민가수 송창식, 밴드 키보이스의 김홍탁·박상규, 사랑과 평화 이철호 등은 이들 클럽을 통해 전파된 팝송을 들으며 훗날 한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인천이 음악도시로 불리는 이유다.윤희정은 2년여의 전속가수 활동이 끝나고 결혼과 출산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가수 활동도 시들해졌다. 이후 노래가 하고 싶어 가스펠 가수로 활동하며 해외를 누비기도 했다. 가스펠 가수로 활동하던 어느 날 "재즈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한 기획사 관계자 제안에 따라 우리나라 재즈 연구자이자 작곡가인 이판근 선생을 만났다. 1992년 일이다. 1992년 해외 활동 중 재즈 가수 권유 받아1997년 '윤희정&프렌즈' 교육 형식 콘서트 진행100차례 진행 김건모 등 제자 되어 대중화 기여 "재즈를 배우러 갔는데, 들려주는 음악의 사운드가 '도'도 아니고 '미'도 아니고 '솔'도 아니고 이상해요. ~쉐 ~쉐 이래요. 음이 정확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게 왜 이러냐'고 물어봤더니. 그게 '블러싸운드'라고 그러더라고요. 아지랑이 같은 소리였죠. '도'도 아니고 '레'도 아니고 '미 플랫'이었을까. 쉥쉥 하는 소리가 참 묘하다고 생각했죠."윤희정은 "이 음악을 하면 성공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음악을 하니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이판근 선생은 "왜 재즈를 하려 하느냐, 재즈를 배우는 것은 거적을 뒤집어쓰는 일이다. 너무나 큰 고생이다"라며 만류했지만, 윤희정은 재즈 공부를 시작했다. 야단도 맞았고, 숙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다이아몬드를 팔려면 깎아내고 또 깎아내야 제대로 되잖아요. "어렵고 힘들지만 해 볼 만하다는 생각으로 버틸 수 있었죠.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가진, 내가 보석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이아몬드를 팔려면 어마어마하게 많이 깎아내고 또 깎아내야 제대로 된 보석으로 다듬어지잖아요." 윤희정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즈의 얼굴이 된 데는 '윤희정&프렌즈' 공연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1997년 한 극장 관계자가 먼저 제안했고 윤희정이 수락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이들을 무대에 세우기로 기획했다. 자신도 재즈를 배우는 입장이면서 '셀럽'을 가르쳐 함께 무대에 서는 교육 형식의 콘서트였다. 결과는 대성공. 그렇게 1997년부터 2011년까지 100차례 공연했다. 김건모, 박경림, 남경주, 홍사덕, 송일국 등 200여 명이 제자가 되어 윤희정과 함께 재즈를 퍼뜨렸다.그의 재즈 인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6일에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카포레' 컨벤션홀에서 자신의 딸 '쏘머즈'(싱어송라이터), 'CEOJ Band' 등과 함께 무대에 선다.윤희정은 자신의 음악적 성공을 인천에서 찾았다. 그는 "인천은 내가 태어난 곳이다. 내게는 근원적인 뿌리"라며 "그 인천이 준 자양분을 먹고 살았으니 어떻게 잊을 수 있겠냐"고 했다. ■이야기플러스|윤희정을 가수로 만든 '싱얼롱Y'1960년대 젊음의 혈기 발산처 전국 유행 음악교육 프로그램 '싱얼롱 Y'는 YMCA가 1963년부터 선보인 음악 교육 프로그램이다. 인천고등학교를 졸업한 전석환 작곡가가 '젊은이들이 음악을 듣기만 할 것이 아니라 다 함께 부를 노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제안해 시작된 행사다.1회 행사의 이름은 '싱얼롱 with YMCA'였는데, 시간이 지나며 '싱얼롱-Y'로 바꿨다. Y는 YMCA, 젊음·청년(youth), 그리고 당신(you) 등을 뜻하는 의미로 쓰였다.1963년 4월 서울 종로에 있는 YMCA '친교실'에서 첫 행사가 열렸다. 연세대 음대에서 공부하고, 주한 미8군 장교클럽에서 활동한 전석환 작곡가가 매주 토요일 전자오르간과 통기타를 들고 직접 진행했다. 고(故) 박상규 등 인천 출신 뮤지션 3인으로 구성된 '코코넛 트리오'가 옆에서 도왔다. 전석환이 채보·편곡한 악보와 가사를 나눠주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동요와 미국 노래, 민요 등을 가르쳤다. 간단한 율동도 소개했다.1회 행사 참석자는 13명에 불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교실이 비좁아 '서울YMCA 강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3개월 만에 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당을 가득 메웠다. 입소문이 나자 오전부터 줄을 서는 일이 벌어졌고, 행사를 매주 2차례로 늘리자는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다.1963년 동아방송 라디오에서 전석환을 출연시켜 같은 형식의 '다함께 노래하자'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KBS는 1964년 라디오 프로그램 '3천만의 합창', 1965년 TV 프로그램 '노래의 메아리'를 신설하기도 했다.싱얼롱-Y는 1965년 군산을 시작으로 인천 등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인천YMCA는 당시 '공보관'에서 전석환의 후배가 행사를 진행했다. 인천 출신 재즈 가수 윤희정도 중학교 재학 시절 1년 동안 행사에 참여하며 노래와 기타를 배웠다. 윤희정 1집(1972년)에는 전석환 작사·작곡 '버들피리'가 수록돼 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재즈가수 윤희정.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인천 출신 재즈 가수 윤희정.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윤희정이 일반인에게 재즈를 가르치고 무대에 세우는 공연 '재즈 프렌즈 파티'의 공연 모습. 2013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윤희정 제공인천 출신 재즈 가수 윤희정.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윤희정&프렌즈' 공연 무대에 선 윤희정과 배우 이하늬. 윤희정은 이 공연에서 가수, 배우, 법조인, 정치인 등 유명인에게 재즈를 가르치고 함께 노래했다. 윤희정을 스타로 만들며 재즈를 대중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97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100차례 이어졌다. /윤희정 제공윤희정과 딸 쏘머즈1960~1970년대 '싱얼롱 Y'로 전국에 싱얼롱·통기타 열풍을 일으킨 작곡가 전석환.
경인일보와 가천문화재단이 주최·주관한 '제26회 바다그리기대회'가 지난 20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솔찬공원, 월미도 문화의 거리, 인천항 갑문에서 성황리에 열렸다.1998년 처음 시작한 바다그리기대회는 해마다 바다의 날(5월31일)을 맞아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바다 사랑의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열리는 전국 최대 규모 미술대회다. 이날 개최 장소 3곳에서 약 5천점의 작품이 제출됐으며, 행사장에는 학생과 부모 1만5천여명이 몰렸다.솔찬공원에서 진행한 개회식에는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정일영 국회의원, 조현영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김성찬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참모장 대령, 박종하 인천남부교육지원청 교육장, 박미자 인천북부교육지원청 교육장, 허승량 인천 연수카누연맹 회장 등이 참석했다.도성훈 교육감은 축사에서 "인천은 항구도시이자 168개 섬이 있는 바다의 다양성, 개방성, 포용성을 지닌 도시"라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바다를 닮은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축소 개최했던 바다그리기대회는 지난 11일 정부의 '엔데믹(전염병 풍토병화) 선언'으로 오랜만에 온전한 규모로 열렸다. 대회 참가자들은 화창한 날씨 속에서 마스크를 벗고 바다 내음을 만끽하며 가족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제26회 바다그리기대회 수상작은 6월 말 경인일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하며 시상식은 7월 중 개최할 예정이다. → 관련기사 10면(경인일보-가천문화재단 '제26회 바다그리기대회')·화보 11면(파란 마음 품은 하얀 도화지… 예술이 꽃 핀 '인천의 바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경인일보와 가천문화재단이 주최한 '제26회 바다그리기대회'가 지난 20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솔찬공원, 월미도 문화의거리, 인천항 갑문 등 인천지역 3곳에서 초·중·고 학생들과 학부모 등 1만5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2023.5.20 /취재팀
■ 외국인 가족, 국제도시 인천 실감… 탁 트인 바다보며 여유 만끽○…6년 전 이탈리아에서 인천 영종도로 이주한 조반니(42)는 평소 바다를 좋아하는 아들, 한국인 아내와 함께 송도국제도시 솔찬공원을 찾아 이번 대회 참가. 이탈리아어와 영어를 섞어 대화를 나누는 조반니 가족의 화목한 모습에 국제도시 인천을 실감한다며 주변에서도 관심. 조반니는 "여름이 되면 아들과 바다에 가서 물놀이하는데, 아내가 바다그리기대회를 알게 돼 참가했다"며 "화창한 날씨 속 탁 트인 공간에서 바다를 보며 가족과 여유롭게 휴일을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고 소감. 파란색 물감으로 바다를 그리던 아들 김지윤(인천별빛초5)군은 "가족과 함께 지난여름 바다에 놀러 갔던 날을 그린다"며 "지금은 아빠가 바다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말하며 생긋.■ 해군 함정만들기·인천소방 심폐소생술 체험부스 긴 줄로 '인기'○…송도국제도시 솔찬공원 행사장에서 해군이 준비한 '해군 모형 함정 만들기'와 '해군 복장 체험' 부스는 대회 시작 전부터 어린이들이 긴 줄을 만들며 인기 만점. 바로 옆 인천소방본부가 마련한 '심폐소생술 체험' 부스도 북적북적. 어린이들은 해군 복장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거나 인체 모형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모형의 가슴 부위를 압박하며 심폐소생술 체험에 열중. 심폐소생술 체험을 처음 해 본 김희정(34)씨는 "심폐소생술에 대해 평소 듣던 것과 실제 체험한 느낌이 많이 달라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운 것 같다"며 "아이들과 함께 배워서 좋았다"고 미소.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아이들이 심폐소생술을 배우면 생명을 살리는 데 자신이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 입시미술 준비 중·고생… 실제 시험본다는 생각으로 수상 의지○…중·고교 학생이 다수 신청한 인천항 갑문에선 입시 미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림 그리기에 열중. 대회 시작 1시간 전부터 이젤을 펼치고 물감을 섞는 등 분주하게 준비. 오후 1시 대회 시작과 동시에 그간 구상한 작품을 능숙하게 도화지에 그려 나가는 열정의 시간도 시작. 학생들과 단체로 함께 온 미술학원 선생님들도 옆에서 진지하게 조언. 미술학원 친구들과 참가한 조하은(부원여중1)양은 "시간을 정해두고 실제로 시험을 본다는 생각으로 대회에 임했다"며 "초반 20분은 연필로 그림의 틀을 잡고, 30분 동안 1차 채색, 그 뒤에 2차 채색을 하는 방식으로 그린다"고 설명. 4년 전에도 인천항 갑문에서 대회에 참가했다는 조양은 "이번엔 반드시 수상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심각한 사회문제 '해양쓰레기'… 깨끗한 바다 한마음 화폭에 담아○…월미도 문화의 거리 행사장에서는 해양쓰레기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참가자가 여럿. 오염된 바다 위에 '바다를 살립시다'는 표어를 넣은 그림부터 해양쓰레기에 몸살을 앓는 수중 생물을 그린 그림까지 가지각색. 인천 앞바다를 비롯한 전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해양쓰레기. 아이들도 바다가 깨끗하고 푸르게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을 저마다 그림에 표현. 이 가운데 푸른 색 바다 위에 까맣고 거대한 쓰레기 섬을 그리던 조하은(인천운서초5)양의 그림에 쏠리는 눈길. 조양은 "인천 바닷가를 놀러 갈 때마다 쓰레기가 보여 바다가 오염되는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했다"며 "깨끗한 바다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렸다"고 소망.■ 아인병원 무료 의료상담 시민 '발걸음'… 알찬 구성 구급상자 '호평'○…월미도 문화의 거리 행사장에 아인의료재단 아인병원(옛 서울여성병원)이 마련한 무료 의료 상담 부스도 관심이 집중. 아인병원은 아이 성장, 여성 질환, 갱년기, 건강검진 등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필요한 건강 정보를 제공. 두 아이와 함께 온 엄마, 할아버지 손을 꼭 잡고 온 손녀 등 이날 대회 참가자뿐 아니라 월미도를 찾은 다양한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아인병원 부스는 문전성시. 아인병원이 대회 참가자들에게 나눠 준 구급상자도 인기 만점. 반창고, 면봉, 소독약 등으로 구성한 구급상자는 한창 뛰놀다가 다칠 일이 잦은 아이들을 위해 준비했다는 게 병원 관계자 설명. 알찬 상자 구성에 더 받아갈 수 없는지 문의하며 아쉬워하는 참가자 가족도 다수./취재팀■ 취재팀= 박경호 차장, 한달수·변민철·이수진 기자, 사진부 김용국 부장, 조재현 차장20일 열린 '제26회 바다그리기대회' 송도국제도시 솔찬공원 행사장 일대가 참가자들이 설치한 형형색색의 텐트로 가득 차 있다. 2023.5.20 /취재팀'제26회 바다그리기대회' 개회식이 열린 솔찬공원에서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축사를 하고 있다. 2023.5.20 /취재팀소방복 체험 인천소방본부의 '찾아가는 소방안전 체험부스'를 찾은 한 어린이가 소방복을 입어보고 있다. 2023.5.20 /취재팀2023.5.20 /취재팀솔찬공원 행사장에서 참가자들이 환하게 웃으며 완성한 그림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3.5.20 /취재팀'제26회 바다그리기대회'가 열린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 참가자들이 설치한 텐트 위로 월미바다열차가 지나고 있다. 2023.5.20 /취재팀'제26회 바다그리기대회'가 열린 갑문에서 대회에 참가한 여학생이 갑문 관제탑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23.5.20 /취재팀
경인일보와 가천문화재단이 지난 20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솔찬공원, 인천항 갑문,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동시 개최한 '제26회 바다그리기대회'는 지난 3년 동안의 코로나19 팬데믹이 최근 종식된 이후 첫 대회다. 지난해 대회 때만 해도 학생과 부모 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참가했지만, 이번 대회는 온 가족이 마스크를 벗고 화창한 날씨 속 곧 다가올 여름의 싱그러움을 즐겼다. 이날 1만5천여명이 바다그리기대회 행사장을 찾았다.평상시 텐트 설치가 금지된 송도국제도시 솔찬공원은 이번 대회에서 특별히 참가자들이 텐트를 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했다. 케이슨24부터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쪽까지 이어진 약 700m 길이의 솔찬공원 전체가 캠핑장으로 변했다. 대회에 참가한 가족들은 나무 밑 그늘에 텐트를 치거나 공원 정자 밑 공간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기도 했다.솔찬공원 대회장에서 텐트를 설치하고 아들과 함께 여유를 즐기던 안수영(50)씨는 "이토록 좋은 날씨에 소풍 나온 기분"이라며 "원래 솔찬공원은 텐트 설치가 금지됐다고 들었는데, 오늘처럼 특별히 허용하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 이창수(인천관교초6)군은 대회 시작 1시간 만에 그림을 완성하고 뛰놀았다. 인천항 갑문 4년만에 보안구역 개방텐트 금지 솔찬공원 특별히 허용 인천항 갑문에서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바다그리기대회가 다시 열렸다. 갑문은 보안구역 특성상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날 대회를 맞아 개방되면서 갑문을 구경하고자 참가를 신청한 학생과 가족도 많았다. 어머니, 두 동생과 함께 참가한 이서율(국립전통예술고1)양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갑문에서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며 "이번에 동생들과 함께 갑문을 구경하려고 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서율양의 어머니 김경화(43)씨는 "큰 아이와 커다란 선박을 보며 즐거웠던 기억에 둘째와 막내를 데리고 나들이 삼아 왔다"고 했다.월미도 문화의 거리 대회장도 가족 단위 참가자로 붐볐다. 가족들은 월미도 곳곳에 텐트를 펼치고, 준비한 도시락이나 김밥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월미도에선 동심의 눈으로 바다 풍경을 그린 작품이 많았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 바닷속 생물들을 그려보기도 하고, 노을 진 바다에서 가족과 함께 걷는 그림을 그린 참가자도 있었다. 김태희(인천학산초3)양은 "바다를 생각하면 고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고래가 자유롭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늘을 나는 고래를 그렸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토록 좋은 날 소풍" 가족 여유비눗방울·술래잡기 놀이 추억쌓기 어느 정도 그림 그리기가 끝난 행사장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친구들과 비눗방울 놀이나 술래잡기를 하며 마음껏 뛰었다. 신선한 바람을 맞아가며 동생과 배드민턴을 하던 임초연(인천담방초2)양은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동생이 심심할 것 같아 함께 놀려고 배드민턴 라켓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취재팀 ■ 취재팀= 박경호 차장, 한달수·변민철·이수진 기자, 사진부 김용국 부장, 조재현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