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오늘의 창]학교, 붙잡아 둔다고 해결될 문제 아니다

인천 제물포고 이전 재배치를 두고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많다. 당장 중구와 동구에 가보면 제물포고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지난달 16일 제물포고를 송도로 옮기고 현 학교 부지에 '인천교육복합단지'(가칭)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나타난 모습이다.현수막만 보면 제고 이전을 반대하는 의견 일색이지만 제물포고 이전 재배치에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다.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 시민·학부모 단체 등이 지금까지 반대의 목소리를 낸 반면, 동문회는 제고 이전을 찬성하고 있다. 동문 10명 가운데 9명은 이전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이전을 반대하는 측은 제고 이전이 구도심 공동화(空洞化)를 가속화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전을 찬성하는 쪽은 제고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통·폐합의 위기에 놓여있어 이전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이전을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쪽 모두 구도심 인구가 줄고 학생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 인구 추이를 보면 동구 인구는 2006년 7만5천699명에서 2011년 6만1천680명으로 15년 새 1만4천여명이 줄었다. 중구도 영종국제도시를 제외하면 2006년 7만5천699명에서 2021년 7만1천14명으로 줄었다. 인천시 전체인구는 꾸준히 늘었는데 두 지역 인구는 계속 감소했다.멀리서 학생을 채워야 하는 제물포고의 학생 선호도는 떨어졌다. 2021학년도 1지망 지원 학생 비율은 57.5%로 일반고교 평균 88.5%를 크게 밑돈다. 또 6지망 이하 지원 학생 비율도 37%로 일반고 평균 0.8%보다 월등히 높다. 결국 최근 5년 동안 학생 수가 30% 이상 급감하며 교육부의 통폐합 대상 학교의 처지로 전락했다. 해답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무작정 학교를 붙잡아두는 것이 과연 답이 될까.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다. /김성호 인천본사 문체교육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문체교육팀 차장

2021-05-09 김성호

[오늘의 창]돈으로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최근 군포 관내 개발제한구역(GB) 내 한 야산에서 불법 행위가 이뤄져 온 사실이 적발됐다. 일반 축구장 크기의 한 개 반 정도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땅에서 허가 없이 벌채·개간작업이 이뤄져 왔던 것. 이는 명백히 법으로 금지된 불법행위다. 군포시는 해당 토지주 측에 즉각 원상복구를 통보했다. 한 달 기한 내에 야산의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놓지 않으면 시는 고발 조치와 이행강제금 부과 절차를 밟게 된다.이행강제금은 이행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금전적 수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행을 촉구토록 하는 행정절차다. 다른 강제집행 절차와 달리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반복 부과가 가능하다.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소위 '돈으로 때우는' 식이다. 군포 관내 한 베이커리는 3년 전 문을 연 이후부터 줄곧 각종 GB 내 불법 행위로 수차례 행정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원상복구 대신 몇 년째 수억원에 이르는 이행강제금을 내는 것으로 '퉁치고' 있다. 배경에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관리 당국이 손을 대지 못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군포시의회 임시회에선 당시 GB 담당 공무원이 "산에 고가의 조경수를 심어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건 한편으로 나쁘지만은 않다. 이행강제금도 매출액에 대한 세금도 충분히 내고 있다"며 불법 행위를 옹호하는 발언을 내뱉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지난해 군포시가 부과한 이행강제금은 5억7천여만원에 달했다.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기까지 원상복구 명령에 따르지 않고 버티는 건, 불법 행위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잠재 가치가 이행강제금으로 인한 손실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지 않을까.자본주의 사회에 살고는 있지만 최소한의 법과 규정, 도덕이라는 잣대마저 돈의 논리에 휘둘려선 안 될 것이다. '돈으로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한 영화 '베테랑' 속 황정민의 상식과 정의가 부디 영화 속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homerun@kyeongin.com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2021-05-04 황성규

[오늘의 창]'처리 매뉴얼'만 반복하는 하남시 성희롱

최근 하남시는 팀장급 공무원의 성추행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상급자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것도 있지만, 하남시의 대응이 서울시 등의 피해호소인 대처상황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하남시의 행태를 보면 피해자 뒤쪽으로 숨은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니 피해자를 방패막이 삼고 있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먼저 사실상 5급 사무관 승진이 어려운 6급 팀장에게 6~12개월의 승진만 제한한 견책 처분을 한 것은 솜방망이가 아닌 그냥 눈감아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피해자는 타 부서로 인사이동된 반면, 가해자 팀장은 보직 해임이나 전보 등의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지금도 사건 당시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정년까지 팀장 보직을 유지한 채 몇 년을 더 근무할 수 있다.견책징계로 인한 승진임용제한 6개월과 성추행으로 인한 6개월 기간까지 가산하더라도 내년 4월 말 이후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명퇴수당을 받을 수 있다. 명퇴수당 금액만 7천만~8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조사와 처리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취재에 하남시는 '피해자 보호'를 이유로 사실 여부를 '처리 매뉴얼'과 '여성가족부 등 관계 당국이 정한 절차에 따랐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궁금하면 피해자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하남시는 분명히 '직장 내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임에도 공식적으로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로 규정짓고 있다.분명히 여성가족부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매뉴얼'에는 '성적 언동'을 성희롱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남시가 이번 사건을 성추행이 아닌 성희롱사건으로 축소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다음 달 하남시에 대한 하남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가 예정돼 있다. 방미숙 하남시의장을 비롯해 전체 시의원 9명 중 5명이 여성시의원이다. 무소속 1명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소속·출신 시의원이 7명으로 김상호 하남시장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행감에서 우리 편 흠결을 그냥 덮고 가는지 아니면 30년 역사를 가진 민의의 대표기관으로 본연의 역할을 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문성호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moon23@kyeongin.com

2021-05-02 문성호

[오늘의 창]공직자 부동산, 화성시장처럼 약속하라

내 집 마련이 평생 목표여도 꿈을 이루기 어려운 시대다. 청년세대 중 일부는 아예 이를 포기하고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에 올인했다. 기성세대가 위험성을 걱정하자 "당신들은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었는데, 우리의 투자 수단에 대해서는 왜 방해를 합니까"라고 항변한다. 권력자들의 영끌 투자가 매번 매스컴에 도배되는데, 기성세대의 조언을 귓등으로 흘리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부동산은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부(副)의 척도다. 최근 공개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공직자 재산 현황에서도 공직자들의 부동산 사랑은 잘 드러났다. 사회지도층 중 실제 자신이 살 집 한 채만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드물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는 하지 말라고 읍소하고 강요한다. 이러니 부동산 정책은 언제나 쳇바퀴를 돈다. 오히려 더 많은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파트값 오르는 게 문제인데, 선거철이 다가오자 정치권에서는 '역세권' 만들어 주기에 한창이다. 정책 하나하나가 모순덩어리인 셈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재산 증식에 대한 욕심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수요가 부동산에만 집중되면 탈이 나는 것이다.서철모 화성시장은 한때 다주택으로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식당을 운영하며 대출 없이 집을 구입했고 정부가 장려하는 주택임대사업이었음에도 다주택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서 시장은 논란이 일자 지난해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1년도 지나지 않아 약속을 이행했음을 공개했다. 또 "시대와 사회인식이 변하고 공직자에 대한 새 기준과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소유 주택의 매각절차를 진행했다"며 "공직에 있는 한, 매매대금으로 보유한 현금으로 어떠한 형태의 부동산도 매입하지 않겠다"고 재차 약속했다.고위공직자는 서철모 시장처럼 약속해야 한다. 권력이 있을 때 부동산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진정성이 있어야만, 그나마 이 광풍을 잠잠하게 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의 초석도 맑은 윗물이 있어야 세워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태성 지역사회부(화성) 차장 mrkim@kyeongin.com김태성 지역사회부(화성) 차장

2021-04-28 김태성

[오늘의 창]소 잃은 민주당, 외양간 만큼은 제대로 고쳐야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내 차기 지도부와 의원들은 연일 '오만과 자만이 불러온 결과'라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사실 선거 전부터 당내에선 참패를 점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소(서울·부산시장)를 잃는 것이 어느 정도 예고된 결과랄까? 당시 조금이라도 앞을 내다본 인사들의 말은 이랬다. "질 거면 확실하게 져야 한다. 애매하면 안 된다"였다.민주당이 무참히 깨져야만 정신 차리고 사고의 눈높이를 국민에게 맞출 것이란 속뜻이 담겼다. 이 역시 당을 향한 충정에서 나온 말일 테다. 이들의 예견대로 민주당은 무참히 깨졌다. 이후 등장한 패배 원인 찾기에선 역시나 '부동산 문제'가 핵심으로 꼽혔다. 집값 폭등이 민심이반을 불러왔고, 내 집 마련의 꿈이 요원해진 2030세대가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바로 봤다.폭등하는 집값에 민심이 아우성칠 때는 "문제없다"고 당당했던 이들이 선거에 한 번 지고 나니 이제야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하니 국민들의 헛웃음도 커진다. 3년 뒤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갈 표심이 무섭긴 무섭나 보다.그래서인지 민주당은 곧바로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그런데 분위기가 좀 묘하다. 종부세 부과기준 상향,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완화, 무주택자 대출 규제 완화 등 관련 대책이 쏟아져 나오는데, 국민들 반응은 영 시큰둥하다. 되레 자신들이 쌓은 25층 탑(부동산 대책)을 부정하는 모습엔 더 큰 실망감까지 비친다.이쯤 되면, 맥을 완전히 잘 못 짚었다고 봐야겠다. 민심은 집값을 잡아달라는 거지 오를 대로 오른 집을 살 수 있도록 빚내는 길을 열어달라는 게 아니다.이를 놓고 차기 당권주자도 일침을 날렸다. 우원식 의원은 "바람이 분다고 바람보다 먼저 누워서야 되겠나. 넘어져도 앞으로 넘어져야지 뒤로 넘어져야 되겠나. 선거 패배의 원인은 '집값 급등'이지 이른바 '세금폭탄'이 아니다"라고 했다. 제발 외양간만이라도 제대로 고치자. 그게 바로 민심이다. /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kyt@kyeongin.com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2021-04-25 김연태

[오늘의 창]황무지 vs 풀꽃

4월이 되면 항상 떠오르는 시구(詩句)가 있다. '4월은 잔인한 달'로 시작하는 T.S 엘리엇의 황무지의 한 구절이다. 문학 소년을 꿈꾸던 학창시절 전문을 외운 적도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문구만 기억난다. 얼마 전 다시 찾아보니 '죽은 딸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기억과 욕망을 뒤섞고/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겨울은 따뜻했었다…'로 이어진다. 다시 읽어봐도 생소하다. 그때의 감성이 사라진 탓일까?그래도 지금껏 4월의 어느 날에 누군가가 '지금 생각나는 것 있어?'라고 물어보면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 시구를 말하곤 했던 것 같다.얼마 전 어느 지인이 같은 질문을 했고, 또 같은 답을 했다. 그러자 그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고 화답(?)했다. 순간 '뭐지?'하는 생각과 함께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국민 애송시로 불리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으로 화답한 거였다. 서로의 처지가 같을 수는 없지만 필자는 '절망'을, 지인은 '희망'을 이야기한 거였다.간혹 필자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지인에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항상 싸우는 두 마리 늑대가 있다. 한 늑대는 '어둠과 절망'이다. 다른 늑대는 '빛과 희망'이다. 어느 늑대가 이길까?'라는 어느 영화의 대사를 건네며 답은 '네가 먹이를 주는 늑대'라며 위로하고는 했다.그랬다. 답은 내게 있는 것이고 나는 다른 이들에게는 희망을 이야기했지만, 나 스스로는 희망이라는 답을 잊고 있었던 거였다. 4월이어서 그랬을까? 아닌 것 같다.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을 것 같다. 나는 아니어도 내가 아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따뜻한 마음을 건네고 싶은 측은지심의 발로였다고 위로하자!그리고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말하자. 황무지에도 풀꽃은 피어난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걸. 그리고 당신도 그렇다는 걸. /최규원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mirzstar@kyeongin.com최규원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2021-04-20 최규원

[오늘의 창]도시의 상품화

드라마나 영화에서 인천을 배경으로 한 장면을 종종 접한다. 최근에 열심히 본 SF 드라마도 그렇고 그동안 내가 본 드라마·영화 속 인천 중에는 송도국제도시가 가장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인천이 멋지게 나오고자 지자체가 '협찬' 명목으로 제작비 일부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인천에 사는 나는 드라마를 보다가 "어, 센트럴파크"라며 신기해한다. 그러나 어차피 가끔 지나는 그곳을 드라마 속에서 봤다고 일부러 찾진 않으므로 적어도 나에겐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순 없다.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한테도 신기하고 자랑스러울(?) 수는 있으나 동네 사람들을 위해 촬영지로 유치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목적은 다른 도시에 사는 외부인의 유입이다.인천이 드라마·영화 속에 등장하면서 외부인을 인천으로 모으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연구·분석한 자료는 아직 못 봤다. 특정한 장소와 건물이 영상에 등장할 뿐이지 인천이란 도시 자체는 삭제돼 있으니 홍보 효과가 얼마나 클지 개인적으로 의문이긴 하다. 내가 최근 열심히 본 드라마 속 송도국제도시 또한 서울의 어느 곳이었다. 인천이란 도시의 껍데기만 가져다 쓴 거나 다름없었다.'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김중미 작가가 최근 장편소설 '곁에 있다는 것'을 펴내면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가난 상품화 행정에 분노해 썼다"고 말했다. 2015년 인천 동구는 쪽방촌이라 불리는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에 게스트하우스와 유사한 '옛 생활 체험관'을 조성하려다 비판 여론에 취소한 적이 있다. 김중미 작가 새 소설의 모티브다. 소설 '곁에 있다는 것'의 배경은 인천의 '은강'이다. 이곳은 바로 한국 문학사상 처음으로 300쇄를 찍은 조세희 작가의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주요 무대인 '기계도시 은강'이다. 기계도시 은강은 인천 만석동이 배경이다.드라마·영화 속에서 도시의 껍데기만 상품화하기보다는 그 속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외부인들의 도시에 대한 관심을 훨씬 더 불러일으킬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은강'은 인천을 빼곤 다른 곳을 떠올릴 수 없다. /박경호 인천본사 정치팀 차장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정치팀 차장

2021-04-11 박경호

[오늘의 창]한 유능한 공무원을 회고하며

내 기억 속 그는 유능한 공무원이었다. 기업 투자 유치 업무에서 탄탄한 네트워크와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성과를 중시하는 경기도청에서 직업 공무원으로 출발하지 않았던 그가 무려 10년 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할 터다. 화성 국제테마파크, 고양 CJ라이브시티, 의정부 YG 복합문화융합단지, 시흥 웨이브파크 등 경기도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굵직한 사업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간 것은 단순히 그가 그 자리에 있어서였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퇴직 후 다수의 기초단체가 그를 투자 유치부문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가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그분이 경기도청에 있을 때 조언을 많이 받았거든요. 시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그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솔직히 그쪽 분야에서의 능력이나 네트워크는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요"라고 했다. 부인하지 않았다.그가 도청을 떠난 지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투기 의혹 전직 공무원으로 불린다. 그가 투자 유치를 담당했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이 공식화되기 전, 업무 과정에서 얻은 기밀을 토대로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예정지 인근 부지를 매입한 혐의 때문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매입한 부지를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몰수보전이 이뤄졌다. 투자 전문가라는 명함은 빛이 바랬고 투기 의혹 전직 공무원이라는 오명만 남을 처지다.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줄을 잇고 있다. 유능한 공직자가 한순간에 파렴치한 공직자로 내몰린 것은 비단 개인의 문제일까. 이재명 도지사는 해당 전직 공무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부도덕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시스템과 구조의 문제라는 인식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투기를 차단할 구조적 장치가 있었다면 지금의 그는 어떤 모습일까. 못내 씁쓸하다.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차장

2021-04-08 강기정

[오늘의 창]4·7 재보궐선거의 비용·편익

932억원. 단 21명의 선출직 공직자를 뽑기 위한 4·7 재보궐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선출된 공직자의 임기는 다음 전국동시지방선거인 내년 6월까지 1년 2개월 남짓이라고 생각하면 지출비용이 상당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하지만 재보선 비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휴일이 아닌 탓에 유권자들은 일과 중 따로 시간을 내 투표장까지 가는 데 들어가는 기회비용이 있을 것이고, 새로 선출된 공직자들이 그간 진행됐던 업무를 이해하기까지 불가피한 행정 공백도 비용에 포함돼야 한다. 게다가 정책 결정의 변화로 기존 정책이 폐기되거나 노선이 수정된다면 일정 부분 매몰 비용까지 생길 수 있어 유·무형의 비용을 모두 포함한다면 수천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그럼에도 우리는 단 21명의 공직자를 뽑기 위해 투표를 한다. 단지 내년 대통령선거, 지방선거를 미리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어서? 그게 아니라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단 하나의 이유로 압축한다면 결국 수천억원의 비용을 뛰어넘는, 편익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 압축하자면 새로 선출되는 공직자들이 더 나은 방식으로 자원을 재분배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한정된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공동체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가장 합리적으로 제시할 후보자가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서울'특별시'나 부산'광역시'가 아니더라도, 상대적으로 예산 규모가 적은 시·군·구라 할지라도 어떻게 자원이 배분되느냐에 따라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의 질은 큰 차이가 날 수 있다.이제 유권자들은 각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자원 분배의 기준을 살펴 투표장으로 향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 사회적 갈등,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속 방역대책 및 경기부양책, 복지지출, 교육, 저출산 문제 등 다양한 이슈 속에서 어떤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할 것인지 마음속에 품은 채. 당선증을 받는 후보는 기억해야 한다. 수천억원 이상의 가치를 실현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김성주 정치부 차장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차장

2021-04-04 김성주

[오늘의 창]여주 제일시장 도시재생으로 거듭나길

여주시의 최대 현안이며 낙후돼 시민들에게 외면받아 온 제일시장. 지난해 12월10일 여주시는 제일시장(주) 소유의 토지와 건물을 100억원 상당의 공유재산으로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4월 말까지 땅과 건물의 명도(인도)만을 남겨 놓고 있다. 2018년 8월 제일시장(주)가 여주시에 건물 등의 매입을 제안하면서 2년 8개월 동안 얼마나 수많은 고비를 넘어왔는가. 이제 제일시장은 시민의 품으로 그리고 여주시의 관광명소로 거듭날 것이다.아직도 경매가 38억원이면 매입 가능한 것을 100억원(감정평가액)에 매입한데 대한 혈세낭비 지적과 제일시장 내 점포주 또는 세입자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또한 그 자리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놓고 음해도 존재한다.1983년 준공된 제일시장은 2014년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개발에 참여했던 용역사들과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10여건의 송사에 휘말려 강제경매에 넘겨졌다. 두 번의 유찰로 매입가는 38억원까지 내려갔다. 다시 경매가 진행되면 부채 20억원과 15~20%에 달하는 지연 이자 등을 빼면 94동 상점의 이해관계자들 74명은 빈손으로 쫓겨날 처지였다. 우리는 2009년 '용산 참사'로 7명이 사망하며 얼마나 큰 희생과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는지 알고 있다. 이 같은 비극이 여주에서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다.그동안 여주시는 점포소유주 전원의 매각 동의와 매각 잔금 배분방식 합의를 위해 점포소유주 인터뷰와 설문조사, 수차례에 걸친 공동대표 회의, 비상대책위원회와 총회를 거쳐 최종제안중재의 시행을 결의했다. 제일시장 공유재산 매입은 이항진 시장의 남한강을 중심으로 한 친수기반형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다. 앞으로 사업 계획수립 용역과 함께 시민이 참여하는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미래 청사진을 만들어 갈 방침이다.불확실성의 시대에 전국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 여주에서는 역사가 되고 있다. 진정한 시민을 위한 공적 자본(공유재산)이 만들어지고 있다. 잔인한 4월, 여주 제일시장이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com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2021-04-01 양동민

[오늘의 창]청소파업, 김포시가 간과했던 것은

김포시 생활쓰레기 수거정책의 불합리함을 이유로 무기한 파업했던 청소노동자들이 협상 타결로 6일 만에 업무현장에 복귀한다.김포에는 8개 용역업체가 구역을 나눠 생활쓰레기를 처리해왔다. 노동자들은 시가 매년 사업구역을 변경하는 바람에 고용이 불안해졌다고 호소했다. 구역별 쓰레기 종류와 양이 달라 해마다 인원 조정이 불가피, 애꿎은 자신들만 피해를 본다는 것이었다.시의 인건비 산정도 파업의 주요 원인이었다. 8개 업체에 고용된 노동자 수가 총 141명인 상황에서 시는 연구용역을 근거로 필요 인원을 98명으로 못 박았다. 인건비를 98명분만 책정하자 노동자들의 임금이 삭감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그동안 김포에서는 생활쓰레기 업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A환경 대표는 자신이 별도로 운영하는 회사 직원들을 A환경 직원인 것으로 조작, 시에서 수령한 노무비로 월급을 지급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지난 2015년 징역형을 받았다. 이듬해 시는 대표자를 변경한 A환경에 업무를 재위탁했다. 2017년 말에는 적환장(쓰레기 임시 적치시설)조차 갖추지 않고 공모 3일 전 급조된 회사가 최고점으로 수집·운반대행업체에 선정돼 논란이 일었다.이후 시의회 지적 등에 따라 시는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업체 수를 8개로 늘리고 구역을 배분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관내 청소업무의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올리기보다 새로운 정책에 당위성을 부여하려는 것처럼 비쳐졌다. 노동자들은 현실이 무시됐다며 반발했다.양측은 이미 올해 초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시는 행정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시민편의'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한동안 원칙만 고수했다. 심지어 파업 직후에는 고발과 손해배상 카드를 꺼냈다. 시가 연구자료를 빌미로 급진적인 변화를 적용하기에 앞서, 업계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시민 편의에 대한 파장을 고려했더라면 파업이라는 극한까지 치달았을지 생각해볼 문제다. 비슷한 불씨는 다른 곳에서도 숨쉬고 있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2021-03-30 김우성

[오늘의 창]체육인에 독배 국민체육진흥법

민간체육회장 시대를 연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은 체육인을 위한 법이 결코 아니었다. 지난해 1월15일 경기도체육회 등 전국 지방체육회의 '정치와 체육의 분리'를 골자로 한 국회 주도의 법 개정 시행으로 인해 시·도지사 체제의 체육회가 민간 체제로 전환됐다. 도체육회장 선거에선 이원성 (주)TBBC 회장이 당선됐지만 당시 도체육회장 선거관리위원회는 그의 당선을 무효처리했다. 이 회장은 법원에 당선무효 등 가처분신청 및 본안소송을 진행했고 법원은 결국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갈등은 이어졌다. 경기도는 지난해 7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경기도생활체육회 시절부터 6년간 도비 보조금 중 사무처운영 관련 분야에 대한 특정감사를 시작, 위법·부당 및 부적정 행위 22건 적발 및 93명 징계 등을 도체육회에 요구했다.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행정사무감사에서 공용차 마구잡이 사용과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을 집중 추궁한데 이어 2021년도 예산 심의 시기에는 도체육회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도체육회의 고유 사업은 올해 초 관련 조례 개정으로 도 및 산하 기관으로 이양했다.체육인들은 경기도가 무너지면 전국에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도와 도의회는 공공과 공익성을 내세우며 체육인 직접 지원 및 경기체육진흥센터 건립 등 체육회 힘 빼기에 집중하고 있다.도와 도의회는 체육회의 자체 자정 기간도 주지 않고 법 시행 1년 동안 모든 권한을 빼앗았다. 도체육회 한 관계자는 "공무원시험 준비하다가 공공 체육업무 분야에서 준공무원과 같이 일할 수 있게 돼 입사했는데, 이제는 줄 월급이 없어 구조조정설까지 나돈다"고 푸념했다. 모 국회의원의 주도로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의 시행은 예산 독립을 이루지 못한 지방체육회에겐 독이며 또 다른 정치화를 낳고 있다. /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sueun2@kyeongin.com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2021-03-28 송수은

[오늘의 창]범죄와의 전쟁

아파트 매매와 전세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일부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투기로 불거진 부동산 불법 투기 문제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무주택자들은 내 집 하나 얻고자 '영혼까지 끌어모아'도 마땅히 손에 잡히는 곳 하나 없는데, 공기업 직원들과 공직자들은 사전에 취득한 개발 정보를 통해 땅을 사고 몇 배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취했다니 국민들의 상실감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정부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관련 공직자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며 "불법 투기 적발 시 강력한 사법 처리와 투기 이익을 반드시 환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탄생한 현 정부에서 공직자들의 부패와 부조리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민심 악화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사이 정부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을 테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보여진다.그럼 과연 어느 쪽이 이길까?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수차례 부동산 시장 안정을 강조해 왔고 투기에 대한 강한 대처를 주문했지만 정작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있다.스무 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이 무위로 끝난 상황에서 이번 공직자들의 부조리와 일탈은 정부의 공공택지 개발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번지고 있다.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은 국민들의 정책 불신이 앞으로 시장에 가져올 더 큰 혼란과 부작용에 걱정스러울 뿐이다.'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고사성어처럼 늦었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아무쪼록 어떤 부조리·부패와의 전쟁에서든 '공정과 정의'가 반드시 살아남길 바란다. /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lee@kyeongin.com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2021-03-24 이성철

[오늘의 창]화물차 '혐오' 대상 아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코스트코. 창고형 마트로, 품질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수입품 비중이 큰 코스트코 상품이 저렴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물류다. 상품을 대량으로 선박에 실어 인천항이나 부산항으로 들여온다. 항만 근처 물류창고에서 제품을 분류하는 등의 작업을 거쳐 화물차에 실려 코스트코로 간다.우리나라에서 '화물차'는 육상 물류의 중요 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화물 중 도로가 차지하는 분담률은 90% 이상이다. 대부분의 화물이 도로를 통해 옮겨진다. 노르웨이산 연어도, 호주산 소고기도 화물차가 옮긴다. 화물차는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존재가 됐다.최근 송도국제도시 곳곳에 '주민 안전 포기', '주민 안전 위협' 등 거친 문구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소속 정치인이 붙인 게 대부분이다. 인천시가 화물차 주차장 최적지로 '아암물류2단지'라는 용역 결과를 발표하자 나온 반응이다. 아암물류2단지에 화물차 주차장을 설치하려던 계획은 2006년부터 있었다. 계획이 가시화되는 시기에 이르자 지역 정치인들은 앞다퉈 화물차 통행은 '주민 안전에 위협'이 되는 것이고, 인천시는 '주민 안전을 포기했다'고 주장한다. 화물차 운전사들을 모두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규정해버렸다. 아무리 정치인이 표를 먹고 산다고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혐오'에 가까운 표현으로 주민들을 선동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화물차 운전사들도 주민이고, 그들의 역할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주차할 곳이 없어 주택가에 주·박차를 해야 했고 이는 주민·운전사의 위험 요소가 되기도 했다. 이번 사업의 목적은 화물차 운전사의 불편을 해소하고 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인천시는 화물차의 동선이 주거지와 겹치지 않게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인의 역할은 혐오 표현으로 주민 간 갈등을 조장할 게 아니라 두 가지 목적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팀 차장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경제팀 차장

2021-03-21 정운

[오늘의 창]흉흉한 안성민심, 해법은 '인디언식 기우제'

미국의 원주민인 인디언이 지내는 기우제는 100% 성공률을 자랑한다. 그 이유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김보라 안성시장과 안성시에 흉흉해진 안성 동부권 민심을 달래기 위한 해법으로 이러한 '인디언식 기우제'를 추천하고 싶다.현재 안성 동부권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수해 피해와 가축전염병 창궐,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 등으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19만 도농복합도시인 안성시에서도 동부권은 도심화가 형성된 서부권과 달리 산지와 농지가 많아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대다수다.이 때문에 지난해 장마철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극심한 수해 피해를 본 상황에서 겨울철부터 AI(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전염병도 창궐해 동부권 주민들과 농·축산인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동부권에 위치한 축산물공판장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까지 발생해 지역경제가 꽝꽝 얼어붙으며 자영업자들까지 직격탄을 맞았다.이로 인해 동부권 주민들은 현재 '생업'과 '생존' 모두에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김 시장과 시 또한 이런 동부권 민심을 읽고, 현재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 중이지만 동부권 주민들의 입장에선 만족스럽지 못하게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래서 더욱이 동부권 주민들이 만족했다고 느낄 때까지 김 시장과 시가 노력해야 하는 '인디언식 기우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주민들 모두가 100% 만족할 때까지 행정 지원이 뒷받침될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그래도 김 시장과 시가 노력하는 모습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보여준다면 성난 민심도 점차 수그러질 것이라 단언한다.지금 동부권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김 시장과 시가 주민 개개인이 감내하고 있는 고통을 이해해주고, 이를 엄마처럼 보듬어 줄 수 있는 행정지원임을 알아주길 바란다. /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2021-03-18 민웅기

[오늘의 창]참을 수 없는 단독의 가벼움

초년생 시절, 단독을 붙일 수 있는 기사를 쓰는 일은 무척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보도가 되기까지 사실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파장이 커질 것이니 후속보도를 위해 단단히 준비도 해야 한다. 이렇게 공을 들여 단독기사를 보도하고 나면 다음 날 타사 동료들의 전화가 쇄도했다. "저 단독했어요"라고 자랑하지 않아도 타사 동료들이 후속보도를 위해 취재배경을 묻고 취재원 등을 알려달라고 연락을 해오면 '선수들한테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했고 그 연락이 참 반가웠다. 흔쾌히 취재 소스를 공유하며 선의의 경쟁을 했던 기억도 있다.그래서일까. 단독 기사 앞에 굳이 '단독'을 달지 않았었다. 신문의 특성상 기사제목에 '단독'을 달지도 않고, 매일 지면 상위 부분을 차지하는 기사들은 새로운 것을 쓰는 게 당연했으니 단독을 붙이는 것이 낯간지러운 일이었다. 동료들의 인정을 받았고 내 기사를 발판삼아 함께 문제를 파고들며 진실로 나아가고 있는 것만으로 보람됐다.최근 들어 벌써 몇 번째 단독기사를 도둑맞았는지 모르겠다. 같은 업계이니 누워서 침 뱉는 것 같아 일일이 거론해 얼굴을 붉히고 싶진 않다. 그러나 기본적인 상도의조차 사라진 풍경은 솔직히 낯설기만 하다. 단독 기사를 그대로 베끼고 버젓이 '단독'을 굵고 진하게 달아두는 것은 양반이다. 더 잘 팔리는 기사를 만들기 위해 자극적인 것만 짜깁기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을 볼 때마다 회의감마저 든다.요즘은 단독기사를 작성해도 오히려 단독을 달고 싶지 않다. 품격있게 일하고 싶은, 알량한 자존심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포털이 장악한 언론시장에 최약체인 지역지는 고생해서 발굴한 단독기사가 포털의 저 끄트머리로 밀리고 밀려 다른 이의 단독기사로 탈바꿈되는 꼴을 당하기 일쑤라, 단독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저급한 단독경쟁에 끼어야 하나 자괴감이 든다. 쓰다 보니 이 글에도 '단독'이 총 16번 들어갔다. 포털 알고리즘은 이 글을 상위에 올려두려나. 우스운 생각이다. /공지영 사회부 차장 jyg@kyeongin.com공지영 사회부 차장

2021-03-16 공지영

[오늘의 창]제2경춘국도 합리적 노선안 마련을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인 제2경춘국도 건설공사 노선(안)을 두고 수년째 해당 지역이 들끓고 있다.도로의 80% 이상이 관통하는 가평 지역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다.이 건설공사는 남양주시 화도읍~가평군 청평면·가평읍~강원 춘천시 서면에 이르는 총 33.6㎞, 왕복 4차로 간선도로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관련 도·시·군은 광역도시 포함 5개 지자체에 이른다.때문에 예타 면제 대상지로 선정된 지난 2019년부터 기본 설계 노선계획(안)이 나온 현재에 이르기까지 2년여간 국토교통부와 지자체 등은 각각의 노선(안)을 제시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현재 국토부 노선계획(안)을 두고는 이견이 상당 부분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가평 등 일부 지역의 불만 소리는 여전하다.이런 가운데 국토부는 지난 1~2월 제2경춘국도 건설공사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 및 기본설계 노선계획(안) 공람 등을 공고하고 해당 시·군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가평군 설명회는 지난 2월8일 가평군청 대회의실에서 2회가 예정됐으나 주민 등이 대거 몰리면서 1회가 추가됐다. 그만큼 이 사안은 뜨거웠다. 하지만 매회 설명회는 싸늘했다. 주민들이 노선(안)에 대한 재검토 요구 등 반발 목소리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날 주민들은 상색리 3개 마을 관통 노선, 역세권 내 IC, 가평고등학교 인근의 고가도로 등에 대해 각각 마을 간 단절, 교통혼잡,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들며 노선계획(안) 재검토를 요구했다.이번 설명회와 공람과정 등을 통한 주민들의 의견은 오는 6월 노선(안) 발표를 앞두고 절차에 따라 최근 국토부에 전달됐다. 이제 공은 국토부로 넘어갔다. 이로써 주민 의견수렴이라는 행정 절차는 끝났다. 국토부는 이 절차를 형식적, 의례적 절차가 아닌 그야말로 주민들의 의견임을 명심하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합리적 노선(안)을 마련하길 기대해본다. /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kms@kyeongin.com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2021-03-14 김민수

[오늘의 창]인천시교육청의 '학교구성원 인권조례'

인천시교육청이 학교구성원 인권증진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도성훈 교육감 취임 후 지난 2년여간 조례안을 만들었다.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심의·의결 등의 절차가 남았다.개인적으로 이번 조례에서 가장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학교의 보호자에 대한 인권 교육을 의무화한 조항이다.이 조례안 33조는 "학교의 장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학교구성원 인권에 관한 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학교의 장은 보호자들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이 조례 2조는 '보호자'를 학생의 친권자, 후견인, 그 밖에 학생을 사실상 보호하고 있는 사람으로, '학교구성원'은 학생과 교직원, 보호자로 정의하고 있는데, 즉 학교는 보호자가 학생이나 교직원, 혹은 다른 보호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가르치라는 것이다. 문구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실시해야 한다'고 강제화했다. 학생·교직원·보호자의 인권교육을 위해 1억8천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내용의 비용 추계서도 조례안에 첨부됐다.최근 인천에서는 부모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해 어린 학생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사건이 유달리 자주 벌어졌다. 그때마다 가슴이 아팠고 화도 났다. 왜 이런 '부모'가 생겨났을까. 왜 '국가'는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의 책임자인 '부모'들을 가르치는 일에 소극적일까. 답답했다.그래서 이번 조례가 개인적으로 반갑다. 또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권'에 대해 배운 경험이 있는 부모라면 적어도 제 자식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쯤은 배우지 않아도 알게 될 것이 아닌가.부모도 배워야 한다. 그리고 학교는 부모를 가르치는 일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학교가 어떻게 부모를 가르칠지,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가 된다. 이 조례가 꼭 의회의 문턱을 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21-03-10 김성호

[오늘의 창]이번에도 뻔한 결과, 또 뒷수습 처지 안산

인천시가 결국 옹진군 영흥도를 자체매립지(가칭 에코랜드)로 확정했다. 영흥도 주민들과 폐기물 차량의 이동 육로인 시흥과 안산의 시민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인천시는 대체지가 없다는 이유로 강행했다.사실 인천시가 영흥도를 자체매립지로 지정할 것이라는 점은 불변의 결과였다. 2014년부터 인천시는 영흥도를 차기 매립지로 눈도장을 찍어 놨다. 물론 당시에도 영흥도 주민들과 안산시 등의 반대 역시 거셌다. 수도권매립지의 종료기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 보니 당시 인천시도 한발 물러섰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2025년 수도권매립지가 종료돼 인천시도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다만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기에 안산시의 미흡한 선제적 대응에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타 도시의 결정을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겠지만 영흥도에 매립지가 건설되면 유일한 육로인 대부도는 환경적 영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타 도시의 결정에 안산시민, 특히 대부도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됐다.앞서 지난해 12월 출소한 조두순도 아내가 사는 안산에서 노후를 보낼 것이 뻔했는데 안산시의 미흡한 선제적 대응으로 주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은 바 있다. 또 CC(폐쇄회로)TV 설치와 순찰 인력 강화 등 세금도 상당히 소요됐다.이번 인천의 영흥도 매립지 건설 결정에 대해서도 안산시는 어떻게든 막는, 뒷수습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대부도 주민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다소 늦었지만 발표 하루 뒤 윤화섭 시장은 "안산시와 단 한 차례도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단원구 대부도 지역을 포함시킨 매립지 건설계획을 발표한 인천시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놨다.천혜의 해양관광자원으로 부상한 대부도, 또 이를 만든 주민과 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시와 시민의 대표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우리 모두 지켜보자. /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2021-03-07 황준성

[오늘의 창]가덕도 신공항과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은 다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민간 항공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인데, 최근 국내 최대 이슈는 아이러니하게도 신공항 건설이다.대통령이 직접 주도하는 가덕도 신공항은 일사천리다. 올해 추석 전에 사전 타당성 조사를 마무리하고 2024년 초에는 착공하겠다는 계획이 공개됐다. 특별법이 통과돼 예비타당성 조사도 받지 않아도 된다. 2030년 부산 엑스포 개최 이전 해인 2029년에는 완공되도록 하는 게 정부와 여당의 로드맵이다.김해국제공항 포화 및 노후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동남권 신공항을 만들자는 주장에서 시작돼 부산은 물론 울산·경남까지 가세해 가덕도에 부울경 거점 신공항 유치 일보 직전 상황까지 맞이했다. 아직 여러 이견이 많지만 해당 지역은 환영 분위기다.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기남부권에서도 신공항 유치 제안이 시작돼 한쪽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가덕도와 다른 점은 신공항 사업에 대한 제안 주체 그리고 지역 분위기다. 일명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으로 불리는 경기남부 신공항은 화성시 화옹지구에 군 공항과 합쳐진 국제공항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가덕도처럼 유치전이 있을 만도 한 데, 유치를 주장하는 것은 정작 화성시가 아닌 수원시고 화성시는 오히려 이를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반대하고 있다.반대 이유는 이렇다. 수원 군 공항 화성 화옹지구 이전이 지역민 반대로 사실상 무산되자 통합공항이라는 그럴듯한 논리를 만들어, 화성 동·서 간 주민 및 화성·수원 간 주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화옹지구는 인천공항과 근거리여서 경제성도 없고 지방공항을 활성화하려는 현 정부의 방향도 덧붙여 설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좋은 국제공항이라면 화성이 아니라 수원이 유치하라는 가시 돋친 말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수원시는 군 공항 이전을, 화성시는 막아내야 하는 입장이다. 양 시 간의 의견이 조율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 상황이 이렇다면 군 공항 이전 문제는 통합국제공항 등의 거품을 걷어내고, 정해진 법과 제도대로 하는 게 맞다. 원칙대로만 한다면, 양 시 간의 비생산적인 갈등과 반목도 조금은 사그라질 것이다. /김태성 지역사회부(화성) 차장 mrkim@kyeongin.com김태성 지역사회부(화성) 차장

2021-03-04 김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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