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정권 말 추진력 잃은 수소산업 클러스터 사업

인천을 포함한 5개 지역 수소 산업 클러스터 구축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탈락한 것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수소 경제'에 힘을 실었지만 최근 열린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의 심의 문턱도 넘지 못했다.문 대통령은 지난 6일 울산에서 열린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전략 보고' 행사에 참석해 2030년 목표인 울산 해상풍력 단지 조성사업 추진현황을 보고받았다. 울산시는 해상풍력단지에서 생산한 전력의 20%를 활용해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그린 수소'를 생산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올해 안에 그린 수소 발전 로드맵을 마련해 수소 경제 활성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정 전 총리 또한 재임 때인 지난 3월 SK인천석유화학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과 함께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를 열고 "인천 수소 생산클러스터 구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이처럼 대통령과 총리가 '수소 경제'에 힘을 실었지만 수소 산업 클러스터 구축사업은 예타 조사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산업통상자원부의 분야별 특화 수소 산업 집적화 단지 조성사업이 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의 예타 조사대상 선정 심의에서 탈락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인천(바이오·부생 수소), 울산(모빌리티), 강원(저장·수송) 등 5개 지역 모두 쓴잔을 들었다. 인천의 경우 2023년까지 SK인천석유화학에서 나오는 부생 수소를 활용해 액화 수소 3만t을 수도권에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수소 경제 분야 기업 협업 사업 중에선 목표 시점이 2년밖에 남지 않은 가장 빠른 사업이다.인천시는 정부의 예타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한 건 '뉴딜 사업' 전체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때문으로 파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행보와 엇박자를 낸 이번 결과는 현 정권의 '레임덕'의 징조 아니냐는 견해들이 나온다. 대통령과 총리까지 적극 나선 사업을 정부 부처인 기재부가 막아서는 전형적인 레임덕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의 국민을 생각한다면 지금은 레임덕 상황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과 여당, 정부는 권력 누수를 떠나 지역민들의 실질적 삶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

2021-05-10 경인일보

[사설]'반려동물보유세'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반려동물 천만시대라는 말 그대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국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천500만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관련 시장규모는 올해 6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 일상에서 반려동물을 떼어낼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복지를 위한 민원도 급증하는 추세다.반려동물 놀이시설 설치 민원이 대표적이다. 특히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에는 반려동물 놀이시설 설치를 요구하는 민원이 쇄도하는 모양이다. 전국 반려가구의 54%인 327만가구가 수도권에 집중된 탓이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민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곤란한 입장이다. 우선 예산과 공간이 부족하다. 또한 반려동물을 위한 예산집행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예산이라는 공공재를 특정 집단을 위해 집행하면 이에 반발하는 여론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반려동물보유세 신설이 거론된지 꽤 됐다. 독일과 같이 동물보유세를 부과함으로써 반려동물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을 대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보유세를 부과하려면 모든 반려동물을 반드시 정부나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동물 유기를 방지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확보된 세원으로는 반려동물 복지를 위한 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 전국의 반려동물 놀이터는 고작 31곳에 불과하다. 그중 20곳이 경기도에 몰려있지만, 반려인들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다행히 반려동물보유세 도입에 대한 반려인들의 거부감은 크지 않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문화가 정착된 덕분이다. 적정한 세금 납부로 반려동물의 복지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주장도 있다. 공공 예산으로 시설을 설치한 뒤 입장료를 받을 수도 있는데, 무턱대고 세금 내라는 것은 안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세금 신설에 부정적인 반려인들도 반려동물 복지를 위한 비용 지불을 감수하는 입장은 같다.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복지 관련 예산은 2015년 15억원가량에서 2019년 135억8천만원으로 9배나 늘었다고 한다. 지자체와 민간의 비용까지 더하면 훨씬 더 클 것이다. 동물복지를 위한 공공예산이 늘어날수록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갈등의 크기도 커질 것이 분명하다. 반려동물보유세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2021-05-10 경인일보

[사설]장관 후보자 임명, 국민 눈높이 맞아야 한다

지난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참패 후 민심을 수용하느냐의 시금석은 인사청문 대상이 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 여부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들에게 많은 흠결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들 후보자에 대해 보고서 채택을 하지 않았다.임 후보자는 아파트 다운 계약, 위장전입, 가족 동반 외유성 출장, 논문 표절 의혹 등이, 박 후보자는 부인의 관세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소매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도자기 등을 판매한 의혹 등이 논란이다. 노 후보자 역시 세종시에 특별공급 받은 아파트를 실제로 거주하지 않고 시세차익만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부동산 투기를 잡고 가격을 안정시킬 주무부서의 장으로서 적합한 인사라고 볼 수 없다. 정의당조차도 세 후보를 데스노트에 올린 상태다.인사청문회가 업무 능력이나 자질보다 지나치게 도덕성 검증과 개인 신상 비리를 캐낸다는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위공직자의 자격으로서 준법정신과 사회규범에 맞는 생활을 해 왔느냐의 도덕성 측면은 능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기본적인 검증 대상마저 사소한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도 고위공직자로서의 7대 항목을 임명 불가 사유로 꼽고 있다.문 정부 들어 이미 29명이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거나 부적격 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됐다. 장관 후보자의 낙마가 정권의 레임덕을 가져온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오히려 국민 일반의 정서에 부합하고 야당과 합의할 수 있는 인물을 기용함으로써 장관이 수행할 정책의 정당성을 담보한다면 국정 지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정부 들어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이 29명에 달하고 이는 역대 최대 숫자다. 야당과의 협치에 등 돌리고 국민의 눈높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내로남불 정권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야당이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는 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걸 봐도 야당의 발목잡기라고 볼 근거도 희박하다. 세 후보자에 대해 내정 철회나 자진사퇴를 유도하는 것이 민심에 부합하고 국정동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국민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물을 장관에 임명하는 것은 정의와 공정에도 맞지 않는다.

2021-05-09 경인일보

[사설]영업강행 예고한 인천 유흥업계의 절박한 사정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적용이 장기화하면서 사회 전반에 피로도가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게 절박한 생활고'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정부의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겠다는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째 영업이 중단된 유흥업계는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영업 강행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올 초 거리에 나섰던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정부의 핀셋 방역 기준이 모호한 현실에서 더는 고통을 감내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직면했다'고 비판한다.인천 지역 유흥시설 업주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10일부터 영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태료나 폐업을 각오하고 영업을 강행해 입에 풀칠이라도 하겠다는 절박한 사정을 호소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이후 수차례 유흥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관내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콜라텍, 헌팅포차, 감성주점 등 1천651개 업소가 문을 닫은 상태다. 업주들은 '정부가 방역대책이란 명목으로 15개월 중 300일 이상을 강제로 영업 중지시키는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인천뿐 아니라 경기·서울 지역 유흥업계도 비슷한 분위기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업주들이 상징적으로 문을 여는 등 집단항의에 나서기도 했다. 유흥시설 업주들은 호프집 등 일반 술집과 같은 영업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핀셋 방역 기준의 근거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심각한 생활고에 처한 현실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정한 기준을 적용해 고통이 심화 되고 있다며 영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유흥업계의 어려움은 이해하나 집합금지명령을 어기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다. 영업을 강행할 경우 과태료 부과와 고발 등 엄정하게 법적 조치하겠다는 것이다.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최근 백신 접종만으로 코로나19 집단면역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를 토대로 방역체계의 전환과 목표 설정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업종 간 형평성 논란도 잠재워야 한다. 유흥업계의 집단반발이 아니더라도 현 상황이 유지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2021-05-09 경인일보

[사설]아동시설 안전 강화하려다, 시설 씨를 말릴라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5월 아동보호시설 등 피난 약자시설에 대한 안전을 강화하는 '건축물관리법'을 개정했다. 지역 아동센터 등 피난 약자시설과 일부 다중이용업소 중 3층 이상 건축물에 대해 내년 12월까지 가연성 외장재를 교체하고, 스프링클러 설치 등 건축물 안전을 보강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되레 아동시설들을 옥죄는 악법이라는 아우성이다.대다수가 건물을 임차해 운영하는 상황에서 임대인이 보강사업을 거부하면 이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국 4천200여 곳의 지역 아동센터 중 70%는 민간이 운영 중인 시설이다. 경기도에서는 791곳의 지역 아동센터가 운영 중이며 민간운영비율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전국 통계와 비슷할 것으로 짐작된다.지역 아동센터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지자체가 공유재산을 무상으로 빌려주거나 사용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전국 지역 아동센터 중 무상임대 비율은 약 30%에 불과하다. 절반이 넘는 50.9%가 민간 건물에 전·월세로 임차해있고, 일부 센터는 임대료마저 후원으로 충당하는 게 현실이다. 센터를 운영하려면 또다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이런 상황에서 3층 이상 건축물 안전보강을 의무화하면 센터 경영에 결정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보강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사업비의 3분의2를 지원하고 있다. 건물주는 3분의1만 분담하면 되니 충분한 지원이라고 생각한 듯 싶다. 하지만 그냥 유지하면 그만인 건물에 비용을 들여 안전보강에 나설 건물주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지원예산도 터무니없다. 국토부는 도내 보강대상 건물 1천여 동 중 100여 동만 지원한 뒤 손을 놓았다. 복지부가 대신 나서 아동복지센터 환경개선비를 건물 보강사업비로 전용해 지원하고 있지만 이마저 내년에는 예산 편성 자체가 불투명한 실정이다.결국 지역 아동센터 건물안전 보강사업은 현장 실태 파악은 물론 예산 확보도 없이 진행된 셈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지역 아동센터 안전 강화라는 사업 목표 달성은커녕, 개정 건축물관리법에 따라 이전해야 할 센터들이 속출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운영을 접는 센터들이 나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정부와 지자체는 예상되는 대란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현장 실태를 조사해 정책 목표 실현이 가능한지 짚어보기 바란다.

2021-05-06 경인일보

[사설]산업유산 활용 중심의 도시혁신을

인천시가 '근현대 산업유산'인 동구 일진전기 인천공장을 활용한 도시혁신 방안을 찾기로 했다. 시는 올해 초부터 일진전기 인천공장을 비롯해 화수부두·북성포구 일대를 대상으로 '건축자산 진흥구역 지정·관리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해오던 중 폐산업시설을 활용한 산업 문화융합 거점을 조성하려는 기본구상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같은 구상과 전략이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도시재생과 관련된 마스터플랜이 실제 추진되는 과정에서 무늬만 도시재생일 뿐 재개발이나 난개발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인천시 동구 화수동에 위치한 일진전기 인천공장은 부지 7만4천147㎡와 공장 건물 19개가 남아 있다. 일진전기 인천공장은 2015년 충남 홍성으로 이전해 일부 폐공장으로 남았고, 주변 지역도 낙후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폐공장 특유의 분위기로 인해 드라마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인천시는 일진전기 인천공장을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화수동 일대 임해공업지역과 연계한 산업유산으로 활용할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우려스러운 일은 인천시의 구상과 기초자치단체인 동구가 추진하고 있는 동구 산업혁신지구 계획과 엇박자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동구는 일진전기 부지를 산업혁신과 도심 활성화를 위한 복합신산업 혁신 거점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 공업지역 활성화 시범사업 지구로 선정된 이 구상의 핵심은 주거, 복지, 창업, MICE 산업, R&D센터 등 다양한 시설을 도입하여 고층호텔을 중심으로 동구의 랜드마크로 조성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동구는 근현대 산업유산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일진전기 공장을 건축자산 진흥구역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하는 중이다.산업혁신이나 주민들의 주거개선을 위한 정비는 불가피하지만 입지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대형 상업시설 도입 계획이나 주거단지 조성 사업 때문에 근대산업유산을 훼손하는 계획은 소탐대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구 개항장 경관을 훼손한 하버파크호텔 건립이나 북성동의 고층 오피스텔 건축사업이 대표적 실패사례이다. 일본 가나자와시의 야마토방적공장 사례처럼 폐산업시설을 문화시설로 재탄생시키는 산업융합 구상으로 도시 전체를 살려낸 사례는 많다. 일진전기 부지를 둘러싼 인천시와 동구의 구상이 보존이냐 개발이냐를 놓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지 않도록 할 것이다.

2021-05-06 경인일보

[사설]적극 행정 필요한 광주 나눔의집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소중한 보금자리다. 1995년 개소했으며, 1천800평 부지에 생활관과 역사관, 교육관, 수련관을 갖추고 있다. 당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자는 취지로 토지를 기증받고 종교·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건립 모금 운동이 전개됐다. 현재는 생존 피해자 14명 가운데 네 분이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나눔의 집에 설치된 장사시설이 철거될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노인주거복지시설 요건도 갖추지 못해 지원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광주시는 최근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에 대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고 이전 및 과태료 부과 등 행정명령을 내렸다. 시는 시설 내 추모공원에 봉안된 할머니들의 유골함을 불법 시설로 판단했다. 해당 지역은 환경부가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보전을 위해 지정한 수변구역으로, 봉안시설 입지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나눔의집은 9월 말까지 아홉 분 할머니를 모신 유골함을 이전하고, 과태료 180만원을 내야 한다. 이에 따라 나눔의집과 유족들은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구제 활동에 나섰으나 행정당국은 여전히 예외적인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나눔의집 운영 전반에 대한 안정적인 행정·재정 지원 방안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나눔의집은 1999년 노인주거복지시설(양로시설)로 신고돼 관련법에 따라 지자체 지원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입소자 정원(10명)에 훨씬 못 미치는 4명 수용에 그치면서 지원기준에 미달해 지원금 규모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생활하는 특수한 시설이라는 점을 참작하고 있으나 계속 특례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나눔의집은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에 의해 성적희생을 강요당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생활공간이다. 일제 만행을 전해줄 역사의 산증인들이 여생을 보내고 있다. 할머니들은 먼저 가신 동료들의 유해를 모신 봉안시설을 둘러보면서 죽어서도 함께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고 한다. 비록 실정법을 어긴 시설이나 유골함을 옮기라는 행정명령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가 적극적이고 유연한 행정으로 나눔의집 할머니들과 시설 관계자들의 근심을 덜어주기를 기대한다.

2021-05-05 경인일보

[사설]경제회복과 물가안정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소비자물가가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 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2015년 100)로 지난해 4월에 비해 2.3% 올라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초과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내내 0~1%를 유지하다가 4분기부터 오르기 시작해서 올해 초부터는 상승 폭이 점차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농축산물 가격의 지속적인 오름세가 결정적 요인이다. 대파(270.0%), 사과(51%), 달걀(36.9%), 고춧가루(35.3%), 쌀(13.2%) 등이 크게 오르면서 먹거리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무려 13.1%나 뛰었다. 지난해 긴 장마와 냉해, 조류인플루엔자(AI) 후유증이 아직 진행형인 것이다. 여기에 작년 코로나19로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작년 1월 이후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2.3%)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경기회복이 가시화하면서 서비스 가격도 작년 4월 대비 처음으로 1%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또 작년의 물가상승률이 코로나19 충격 때문에 이례적으로 낮았기에 올해 상승률이 더 크게 나타난 기저효과는 설상가상이다.정부는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다시 1%대로 안정될 것이라며 낙관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지난달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분기 중 일시적으로 2% 내외로 커졌다가 다시 둔화할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불어난 가계부채에다 경기회복 흐름을 고려하면 통화정책 전환이 아직은 조심스럽다. 그러나 백신 접종이 늘고 수요측면에서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할 경우 실질적인 인플레 압력은 불문가지이다. 국제 원자재 랠리가 심상치 않은 터에 국내적으론 작년부터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린 것이다.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재정지원과 신용지원이 어우러지면서 풍부해진 유동성 탓에 돈의 가치가 떨어져 있다는 판단이다.'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식이라 서민들은 불안하다. 5일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 인상" 언급도 주목된다. 당면 현안인 경제회복과 물가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선제적이며 절제된 대응이 필요충분조건이나 시간은 문재인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어 고민이다.

2021-05-05 경인일보

[사설]화재 위험에 노출된 고층 요양병원 고령환자들

경기도 내 요양병원 284곳의 84%인 236곳이 입주건물의 4층 이상에서 영업 중이라고 한다. 고령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요양병원의 특성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화재 발생 시 환자는 물론 의료인들의 대피로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법에 의하면 병·의원은 3층 이상에 입원실을 둘 수 없다. 화재와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 대피가 쉽지 않은 환자들의 안전을 위한 규제이다.실제로 고령 환자들이 속수무책으로 희생당한 요양병원 화재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2014년 장성군에서 발생한 효사랑요양병원 화재사고는 신속한 진화작업으로 24분만에 불길을 잡았지만, 고령환자와 의료인 등 21명이 사망하는 대형 인명피해를 남겼다. 2019년 김포의 한 요양병원 화재사고 때는 입원환자 2명이 사망하고 47명이 부상을 당했다.2018년 행정안전부는 전국의 요양병원, 요양원 4천600곳을 조사한 결과 79%가 3층 이상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했었다. 행안부의 현장 조사는 같은 해 1월 47명의 사망자와 112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한 현장조사였다. 세종병원 화재는 1층 응급실에서 발생했지만 순식간에 번진 유독가스에 갇힌 환자들은 대피하지 못했다. 별관에서 운영했던 요양병원 환자들은 그나마 사망사고를 면했다.문제는 의료법의 고층 병상 금지 규제가 사실상 단서조항으로 사문화된 점이다. 건축법상 철근콘크리트나 벽돌로 지은 내화구조 건물일 경우엔 3층 이상 입원실 설치에 제한이 없는 것이다. 3층 이상 건물은 내화구조 건축을 의무화한 건축법을 감안하면, 3층 이하 입원실 규제는 무의미해진지 오래다.없느니만 못한 안전규제로 3층 이상에 개업하는 요양병원은 계속 늘고 있다. 2019년 도내 요양병원 260여 곳 중 4층 이상에 입주한 곳은 절반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전체의 87%로 늘었다. 요양수요 확대에 따라 새로 개업하는 민간 요양병원들이 임대료가 저렴한 고층부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 고층건물들이 화재 시 유독가스를 대량 발생시키는 드라이비트 공법을 적용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화재 취약성은 더욱 심각할 수 있다.정부는 사문화된 의료법의 환자 안전확보 규제를 대체할 수 있는 요양원, 요양시설 화재안전 대책을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한다.

2021-05-04 경인일보

[사설]첫발 내딛은 인천국제공항 MRO사업

대형 여객 항공기를 화물기로 개조할 수 있는 세계적인 수리·정비·분해조립(MRO) 전문기업이 인천공항에 둥지를 틀었다. 이로써 연간 2조원에 달하는 국적 항공기의 해외 MRO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뿐 아니다. 국내 항공업계는 화물기 개조사업 기간 예상되는 1조원대의 매출과 낙후된 국내 MRO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인천국제공항공사는 4일 이스라엘 국영기업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 국내 MRO기업 (주)샤프테크닉스케이와 '인천공항 B777-300ER 화물기 개조시설 조성을 위한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IAI는 비즈니스 제트기, 조기 경보기, 항공 전자, 미사일, 군사 위성, 로켓 등을 개발·생산하는 항공우주산업 분야 민·군수 복합기업이다. 최근 보잉의 B777(대형기) 항공기 화물기 개조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외 생산기지를 물색했다. IAI가 중국, 인도, 멕시코 등을 뿌리치고 인천공항을 택한 이유는 세계 85개 항공사가 모여 있어 정비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최적지여서다.항공기 운용기한은 여객기 20년, 화물기 30년이다. 20년 사용한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면 10년을 더 운용할 수 있다. 대형 여객기 개조사업은 항공사 입장에서 신규 항공기를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하고, 정비사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수요가 반복되는 고수익 사업이다. 향후 인천공항에서 개조할 B777-300ER 기종은 총 822대다. 정비가 시작되는 2024년부터 2040년까지 822대의 기종을 개조하면 1조원대의 매출과 2천여 명의 고용창출이 예상된다. 앞으로도 개조가 예상되는 보잉 항공기는 2018년 기준 전 세계 2만5천여 대에 이르며 2038년에는 5만대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중 아태 지역에서의 수요만 1만9천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인천공항공사와 인천시는 항공 MRO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경남 사천도 항공 MRO클러스터를 육성하겠다고 나서면서 지역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인천이 IAI 생산기지를 유치함에 따라 우위를 점하게 됐지만, 항공 MRO산업 육성 방안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지역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 지역 갈등을 풀고, 항공 MRO산업에 대한 명확하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1-05-04 경인일보

[사설]코로나19 토착화 대비할 방역체계 새로 수립해야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백신 접종만으로 코로나19 집단면역은 불가능하다는 견해와 함께 코로나19의 토착화를 예견했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은 3일 언론에 "결국 독감처럼 백신을 맞으며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 한다"고 밝혔다.오 위원장의 이날 대정부·대국민 메시지의 핵심은 백신 만능주의에 대한 경고였다. 백신의 효과는 발병의 예방이지 감염의 예방이 아니라고 했다. 집단면역도 변이 바이러스에 무력하고, 백신 면역력의 지속력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런 논리를 근거로 국가의 백신 접종 전략을 '바이러스 근절'에서 '피해 최소화'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즉 중증화 위험도가 높은 고령층과 고위험군 보호에만 집중해도 중환자와 사망자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국가의 감염병 대응을 실행하는 국립의료기관 전문가 위원회의 입장이 과학적 진실이라면 현재의 코로나19 방역체계는 중대한 전환이 불가피하다. 우선 정부의 방역목표 설정이 변경돼야 한다. 코로나를 독감과 같이 관리형 감염병으로 인정한다면, 정부는 올해는 물론 매해 코로나19 관리를 위한 백신을 확보할 장기적이고 안정적 수급계획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코로나를 독감형 감염병으로 관리한다면 정부의 대국민 거리두기 방역규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독감 유행으로 해마다 수십, 수백명이 사망해도 방역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 일상을 규제한 적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또한 중증환자와 사망자 발생을 막는 접종 전략으로 관리가 가능해지면, 국가 주도의 비대면 방역규제 대신 국민 개개인의 자율적인 생활방역에 맡길 수 있을 것이다.다시 말해 정부가 중앙임상위의 전문적 견해를 수용한다면 백신 접종 전략과 대국민 일상규제 행정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전 국민 70% 접종이라는 집단면역의 목표를 수정할 수 있고, 이 목표가 수정되면 국민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고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초래된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위기를 획기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정부는 즉각 중앙임상위의 견해를 방역행정 의제로 올려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백신 접종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지금처럼 확진자 발생 규모에 집착하는 방역행정이라면, 새로운 감염 변수가 발생할 때마다 국민 생존을 가로막는 규제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2021-05-03 경인일보

[사설]법 사각지대 방치된 학생통학버스

학생들의 원거리 통학은 50·60대들도 친숙할 만큼 역사가 깊다. 시대가 달라졌어도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를 오가려면 학생통학마을버스(이하 학통버스) 이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학통버스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부작용이 심각하다. 원거리 통학생들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전보다 이용률은 낮아졌지만 학통버스는 원하는 학교를 지망했다가 떨어진 뒤 원거리로 배정을 받는 학생들에게 여전히 유용하다. 부득이하게 먼 거리를 다니게 되면 시내버스보다는 학통버스가 훨씬 편리한 게 현실이다. 일반 대중교통은 기다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고, 여러 군데 정류장을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통학하기가 만만치 않다. 심할 때는 왕복 2시간도 소요가 될 정도다. 대중교통이라도 잘 갖춰져 있는 지역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통학에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경기도 학통버스 역사는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중교통이 열악했던 시절, 용인과 안성 등지에서 수원으로 통학하는 학생들을 불법 자가용으로 지원했던 것이 시초다. 경기도는 지난 1996년 관련 지침을 만들어 제도권 안으로 담으려고 했지만 불발됐다. 지난 1월 기준 도에 등록된 학통버스는 모두 461대로, 1천885개 노선을 운행한다. 최근 다시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 어린이 통학마을버스 안전인증·지원 조례안'을 제정했지만, 상위법인 도로교통법이나 여객자동차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불법이란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결국 원거리로 배정받아 할 수 없이 학통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학생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 대중교통보다 몇 배 되는 비용도 부담이다. 경기도에서 학생들에게 지원되는 교통비도 교통카드로 사용해야 하기에 적용이 안 된다. 이른바 '뺑뺑이'로 학교 배정 한번 잘못 걸리면 피해는 학생들이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불법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학생들의 통학권은 안전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학통버스 운행은 아이들의 학습 환경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지금까지 40여년 동안 변화가 없다는 것은 학생 원거리 통학에 있어 학통버스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의미다. 학생들의 통학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법이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개선돼야 한다.

2021-05-03 경인일보

[사설]민주당 송영길 지도부에 거는 기대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송영길 의원이 선출됐다. 2위인 홍영표 의원과는 미세한 차이지만 송 의원이 범친문이라 하더라도 친문핵심이 아니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당심이 지난 윤호중 원내대표에 이어 대표 조차 친문주류가 되는 것에 대한 부담과 견제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민주당이 지난 재보선에서 참패를 당한 것은 비단 LH 투기 사건이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재작년 조국 사태 이후 진영에 함몰된 팬덤정치에 입각한 내로남불과 위선적 행태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도 선거 패인과 향후 변화의 방향 등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심 대 민심의 비율이 90 대 10으로 당심의 영향이 절대적인데다가 권리당원 중 친문 당원의 규정력이 강한 경선 규칙을 의식해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이해하더라도 선거 패배에 반응하는 정당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지난 재보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다가 이탈한 중도층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 미진해서 지지를 철회한 것이 아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문핵심인 윤호중 의원이 압도적으로 당선된 것은 위기상황에서 더욱 단단한 결집이 당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음직하다. 그러나 당심은 절대 민심을 이기지 못한다. 특히 '문자폭탄'으로 당의 친문핵심과 다른 의견을 표명한 인사에게 무차별적 공격성 문자를 보내는 것은 대표적인 진영논리에 입각한 반정치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이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친문 당원의 문자폭탄을 옹호하는 의원이나 당직자들에게서 국민일반이 민주당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찾기 어렵다. 선거패배 이후 초선의원들의 반성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문자폭탄 공격이 이어졌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용납하지 않고 토론 조차 허용하지 않으려는 것은 저급한 정치적 퇴행에 다름 없다. 민주당을 강하게 규정하는 친문세력의 존재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중도확장성을 현저히 떨어뜨릴 것이다.송영길 의원이 대표로 선출됐지만 친문핵심들인 김용민, 강병원 의원이 최고위원 1, 2위를 한 것을 보면 친문의 규정력이 역시 압도적이라는 사실이 또 다시 입증됐다.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권력운영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새 지도부 구성 이후 변화하지 않으면 패배는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2021-05-02 경인일보

[사설]투기세력 조사·응징이 먼저라는 정부의 의지

정부가 4월로 예정했던 수도권 공공택지 발표를 하반기로 연기했다. 택지 후보지들에서 투기로 의심되는 거래 정황이 포착돼 발표를 미루게 됐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사회적 파장이 큰 상황을 고려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한 뒤 후보지 발표를 하겠다는 것이다. 시장 반응은 갈린다. 주택 공급 지연으로 인한 집값 불안 우려가 생겼다는 주장과 이미 충분한 물량이 확보된 만큼 하반기에 추가 지정하면 된다는 의견이 맞선다.정부는 지난해까지 수도권 30만호 공급계획을 통해 수도권 공공택지 84만5천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올해는 2·4 대책에 따라 수도권 신규택지 18만호 중 광명·시흥 신도시 7만호를 확정하고 나머지 11만호는 4월 중 후보지를 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신규 택지의 투기 정황이 발견됐다며 발표 시기를 하반기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특정 후보지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토지거래량이 56건에 지분거래 비율이 18%였으나 하반기에 거래량 453건에 지분거래율이 87%까지 늘어나는 등 특이 거래동향이 보였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 예정된 100만호 규모의 신규택지 가운데 10% 정도 공급물량이 지연될 전망이다.정부는 수도권 지역에 충분할 정도의 물량 공급 방안이 확정된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반기에 추가로 발표하면 공급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장은 별 영향이 없겠으나 투기 조사가 장기화하고 다른 후보지를 선택할 경우 공급 차질이 빚어지게 돼 집값 상승 등 시장 불안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부동산 시장은 특히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정부가 로드맵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체적인 조사 일정과 절차 등을 명확히 공개하고 후속 대책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투기 정황이 공공택지 발표를 미루게 했다. 땅 투기 세력을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일정을 미루더라도 철저하게 조사해 처벌하는 등 의혹을 해소하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이왕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만큼 후속조치 이행에도 적극 나서기 바란다. 투기세력에 대한 응징과 함께 국민에게 약속한 택지공급 계획도 착실히 이행해야 부동산시장의 불안 요인을 해소할 수 있다.

2021-05-02 경인일보

[사설]문화유산의 활용은 가치가 결정한다

인천시의 문화유산 활용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다.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가 캠프마켓 시설물 31개동 가운데 22개동을 존치하고, 9개동을 철거하는 데 의견을 모으자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참여위원회가 존치대상으로 결정한 22개동에는 일제강점기 일본군 무기 제조공장인 조병창의 병원 건물과 미군 연회장 시설물 등이 포함됐다.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일부 시민은 존치 대상이 일제 잔재이거나 미군주둔 시설에 불과하므로 상당수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캠프마켓 부지는 현재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다. 인근 주민들은 캠프마켓을 편의시설을 도입한 공원으로 조성하기를 선호하며 오랫동안 폐시설로 방치되어온 미군부대 군용시설들이 현재의 외관대로 보존될 것으로 예측하고 반대론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일제 잔재를 보존해야 하느냐 철거해야 하느냐는 식의 논란은 소모적 이분법이다. 캠프마켓의 건축물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일제 잔재가 아닌데다가 일제 잔재라 해도 역사적 가치가 있다면 보존할 수도 있다. 일본육군 조병창은 일제의 강제동원 현장이면서 오순환·황장연 등이 적진 내부에서 과감한 항일운동을 펼쳤던 독립운동 현장이기도 하다. 유태인 학살의 현장인 아우슈비츠도 역사적 교훈으로 삼기 위해 보존되고 있다.문화유산의 활용은 유산의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국가적 문화유산과 지역 수준의 문화유산은 보존과 활용의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유산의 유일무이성도 중요하다. 일본육군조병창에서 애스컴(ASCOM)을 거쳐 캠프마켓까지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영향평가에서도 공원의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문화예술공원으로 조성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며 주요시설 건축물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생 활용할 것을 권장하는 평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가 권장하는 보존 중심의 활용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할 경우 국비지원 가능성도 높다.이번 논란은 캠프마켓의 가치 평가나 이에 대한 시민 공감대가 충분치 못했음을 반영한 것이다. 인천시는 추진 일정에 연연하지 말고 캠프마켓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첫 단추를 다시 꿰기 바란다. 가치에 따른 활용방안 기준을 설명하고 이 기준에 의거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면 주민들의 부정적 의견도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2021-04-29 경인일보

[사설]기대와 아쉬움 교차하는 수도권 광역교통대책

수도권 등 5대 대도시권의 20년간 광역교통 개선·확충 방안을 담은 '제2차 대도시권 광역교통기본계획안(2021~2040)'과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2021~2025)'이 공개됐다. 이는 수도권 등 대도시권을 대상으로 한 교통 분야 최상위 장기 법정계획으로, 20년 단위로 권역별 광역교통체계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이 계획에 포함돼야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자체와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제2차 계획안은 최근 발표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 등 국가계획과의 정합성을 고려해 수립됐다. 주민 의견 수렴, 관련 용역 완료, 관계 기관 협의, 국가교통위원회 및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연내 확정될 예정이다. 이들 과정이 남아 있지만, 계획안 내용이 많이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계획안에는 신개념 버스 교통 서비스인 BTX(Bus Transit eXpress)가 반영됐다. BTX는 주요 간선도로에 고속버스 전용차로를 확보하고 주요 거점과 연결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 환승센터 건립사업이 포함됐으며, 지하철 수준의 속도·정시성을 갖춘 BRT(Bus Rapid Transit) 신규 노선도 담겼다. 위례삼동선(위례~삼동)과 신분당선(호매실~봉담) 등 수도권 신규 광역철도 건설사업이 순차 추진된다. '청량리~도농·평내호평' 등 광역 BRT 신규 사업들은 경기·인천 주민들의 서울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국토교통부가 이 같은 내용의 광역교통 개선 방안을 내놓았지만,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GTX-D 노선이 대표적이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 내용대로 '김포 장기~부천종합운동장' 구간만 반영된 것이다. 경기·인천 주민들은 GTX-D 노선이 서울로 직결되기를 원한다. 또 각각 경기 하남, 인천 영종·청라국제도시까지 연장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GTX-D 노선이 명칭 그대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 기능을 하려면, 국토부는 지역민들의 요구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도권 광역교통망 확충은 경기·인천 지역 신도시 개발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GTX-D 노선 확대 반영 등 경기·인천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막대한 예산도 관건이다. 정부는 이들 사업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재원조달 계획을 세워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2021-04-29 경인일보

[사설]이천 화재참사 1년, 공사현장은 달라진 게 없다

꼭 1년인 지난해 4월29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장에서 불이 나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기본 수칙조차 지키지 않은 중대한 과실이 화재로 이어졌고, 비상구마저 잠겨 인명 피해가 컸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전작업계획이 수립되지 않았고, 방호조치가 없었으며 화재감시자가 배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시소방시설이 미설치된 데다 발주자의 비상구 폐쇄 결정을 비판하면서 8명을 구속 기소했다.검·경은 이천 참사를 총체적인 안전관리 부실이 낳은 인재(人災)로 규정했다. 공사를 진행한 하청업체와 시공사, 감리, 발주자 등의 과실을 확인했다. 화재 위험이 큰 용접작업을 하면서 기본적인 안전·재해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아 천장에 발포한 우레탄폼에 불티가 튀면서 불이 났다고 밝혔다. 건축 현장의 고질적 비리인 불법 재하도급 방식으로 공사가 이뤄진 사실도 확인됐다. 대형 화재 발생 요인으로 지적돼온 경질우레탄 뿜칠 작업을 하면서도 방화대책에 소홀했다.참사 뒤 정부는 잘못된 관행을 없애고 법·제도 보완에 나서겠다고 했다. 우레탄산업협회는 작업자 교육을 통해 숙련도를 높이고 저급 자재사용을 금지하는 자정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협회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지난 2월 이천·용인 냉동·물류창고 신축 현장 8개소를 조사한 결과 여전히 현행 법령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우레탄폼 작업 이후 유증기가 남은 상태에서 용접작업을 수행하는 위험한 동시 작업 관행이 여전했다. 현장 6곳은 간이소화장치 전원이 연결되지 않았거나 심지어 얼어붙어 있었다고 한다. 화재 발생 때 피난 방향을 안내해주는 간이 피난유도선이 끊긴 현장도 있었다.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도내에서 159건의 공사현장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공사 현장 화재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남양주 오피스텔 신축현장에서 용접작업 중 불이나 1명이 숨졌다. 정부는 공사장 화재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지만 비슷한 유형의 후진국형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안전불감증은 여전하고 정부는 사고 때만 요란하다. 희생자와 유족만 불쌍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2021-04-28 경인일보

[사설]경기회복 견인 조급함은 금물이다

올해 1~3월 한국경제가 지난해 4분기 대비 1.6% 성장한 탓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7일 발표한 기획재정부의 '2021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특징 및 평가'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GDP가 100일 때 올 1분기 GDP는 100.4인 것이다.국제기구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예측치를 뛰어넘는 실적이어서 더 주목된다. 이들은 대부분 0%대 후반에서 1% 정도로 전망했었다. 경제 규모 10위권 내 선진국 중에서도 한국의 회복속도가 가장 빨랐던 점도 눈길을 끈다. 작년 기준 경제규모 10위인 우리나라가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을 제치고 GDP 성장률 1위를 기록한 것이다.코로나19 발생 이후인 작년 1분기(-1.3%), 2분기(-3.2%)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3분기(2.1%), 4분기(1.2%) 등 3분기째 플러스성장을 지속 중이다. 민간소비와 투자가 올해 1분기 성장을 견인했다. '집콕'에 기인한 가전제품, 승용차 등 내구재와 음식료품이 전(前) 분기보다 1.1% 증가했으며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1차 금속제품을 중심으로 6.6% 늘었다. 정부소비는 추경예산 집행과 물품비 지출 위주로 1.7% 증가했으나 그동안 성장을 견인했던 수출 증가율은 작년 4분기 5.4%에서 올 1분기에는 1.9%로 떨어졌다. 수입은 민간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면서 작년 4분기 대비 2.4% 증가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증가한 것은 2019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올 1분기 GDP 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설비투자가 0.6%포인트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민간소비로 0.5%포인트 기여했다. 정부소비와 수출은 각각 0.3%와 0.6%이다. 기재부는 1~3월 성장에 내수, 투자, 수출, 재정이 골고루 기여했다며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주체가 '3박자'로 이룬 성과로 평가했다. 작년 하반기 수출 중심의 '외끌이 회복'에서 내수가 가세한 '쌍끌이 회복'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선진국 중심의 백신 보급 확대와 대대적인 경기 진작에다 국내적으로 소비심리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기대 이상으로 추정되나 윗목의 냉기가 여전한 데다 물가불안도 걱정이다. 신중한 대처를 당부한다.

2021-04-28 경인일보

[사설]'인천시 공론화위' 덩치만 키우면 해결되나

기존 인천시 공론화위원회가 확대 개편됐다. 각종 갈등 현안에 대한 공론화 여부를 결정하고, 정책권고안을 도출해 시정부에 제시하는 지금의 기능에다 크고 작은 갈등에 직접 대응할 수 있도록 갈등관리 업무가 덧붙여졌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공론화·갈등관리위원회'다. 그리고 그저께 첫 회의를 가졌다. 지역의 대학교수들을 포함해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시의 각종 정책 수립 시 예상되는 공공갈등을 선제적으로 논의해 해소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시는 공공갈등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500명의 '숙의시민단'도 새로 만든다.인천시의 공론화·갈등관리위원회 출범은 형식상 지난 3월 인천시의회에서 공론화위원회를 확대 개편하는 조례안이 통과된 데 따른 것이다. 시의회는 기존 공론화위원회 조례와 공공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를 통합했다. 공론화위원회 의제로 선정되지 않았거나 정책 결정 이후 발생한 공공갈등을 다루는 게 이번 조례안 개정의 주된 취지다. 새 조례는 갈등 예방·해결 방안을 자문하는 숙의시민단을 상시 운영하면서 사안별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해 갈등을 조정하는 기능까지 부여했다. 숙의시민단은 제3자, 갈등조정협의회는 갈등 현안 당사자가 각각 참여하는 구조다.의도와 목적으로는 지극히 선한 움직임이고 조치다. 시민사회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공공갈등을 예방·관리·해결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솔직히 물음표를 붙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조례를 통폐합하기 전에, 기구를 합치기 전에 먼저 기존 공론화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정말 냉정하고 깊이 있는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이다. 지금까지 공론화위원회가 왜 제 기능을 못했는지, 그나마 유일하게 한 일도 왜 시민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지 않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냐는 지적이다.지금 인천 곳곳에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송도 9공구 화물차 주차장 건립사업, 영흥도 자체매립지 조성사업, 지하도상가 조례, 사월마을 이주대책 마련을 둘러싼 갈등의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일찍이 공공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가 있었고, 공론화위원회가 존재했었다. 그런데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제 와서 그걸 합친다고 해서 하지 못했던 기능을 할 수 있고, 못했던 역할을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새로 만들어진 기구가 사실상 '자진휴업'하는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2021-04-27 경인일보

[사설]지역 특화 대책으로 자살예방 효과 높여야

대한민국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자살률보다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코로나19 시국에 우울감을 느끼는 인구가 증가하는 것도 문제인데, 덩달아 자살률도 높아져 대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근본적인 치유를 위해선 중앙 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이고 특화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경기도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하루 평균 9명꼴로 모두 3천310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는 인구 10만명 당 사망자 수 25.4명으로, 전국 26.9명보다는 낮다. 연천군이 45.8명으로 가장 많았고, 파주시는 20.0명으로 가장 적었다. 일본과 핀란드는 한때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였으나 지역사회의 철저한 대안으로 자살률을 낮춰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자살률은 1999년 23.4명에서 2017년 14.9명으로 감소했고, 핀란드도 23.1명에서 14.6명으로 낮췄다. 두 국가의 자살률이 떨어진 이유는 정부가 아닌 지역사회의 촘촘한 안전망 확충 덕분이다. 이들 국가는 지역사회의 안전망을 구축해 경제·복지·안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노출되는 위험요소를 신속히 발굴하고 대처했다.우리 정부는 다양한 자살예방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획일적이고 비효율적이라 효과를 거두기 힘든 실정이다. 사업의 기획은 정부 주관이나 실행 주체는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몫이다. 각 지역의 사정을 고려한 특화된 예방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이유다. 일부 지자체는 지역 특성과 환경에 맞는 정책으로 자살률을 낮춰 주목받는다. 번개탄 판매개선 사업이 좋은 사례다. 경기도 자살예방센터는 2010년대 중반부터 도내 시·군과 협력해 번개탄 판매개선 캠페인을 시작했다. 마트 내 번개탄 진열대에 자살예방 홍보 문구를 부착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도에서 시작한 이 사업은 현재 국가 중점사업으로 지정돼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번개탄과 농약 등의 판매 방법을 개선하는 사업에 포함됐다.이처럼 지자체와 지역사회는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 자살예방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 역시 각 지자체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정부도 각 지역의 자살예방사업 수행 능력 간 편차를 줄여나가는 '표준화' 단계에서 벗어나 자살예방사업의 무게 추를 '특성화'로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기 바란다.

2021-04-27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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