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민심만 자극한 여당의 부동산세제 손질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8일에 공개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개편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파만파이다. 2008년부터 13년 동안 유지해온 종부세 부과기준인 1주택 공시가 9억원을 주택가격 상위 2% 이상('상위 2%'룰)으로 변경한 것이다. 공시가 11억5천만원 이상 1주택이 종부세 대상으로 상향조정되면서 현행의 9억∼11억5천만원 주택소유자 9만여명이 혜택을 볼 예정이다.그러나 고가주택 소유자들이 더 큰 혜택을 보게 된다. 공시가 15억원 주택 소유자의 종부세는 현행 25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120만원이 줄어드는데 비해 공시가 50억원 주택은 4천500만원에서 4천200만원으로 300만원이 절감되어 '똑똑한 한 채' 수요가 커질 수도 있다. 또한 '상위 2%'룰의 경우 매년 변동되는 주택가격 비율에 따라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납세자들의 종부세 부담 예측이 어려울 뿐 아니라 소유한 집값이 안 변해도 전체 주택가격 변화에 따라 종부세 부담이 달라지는 기현상(?)도 주목거리이다.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손질했다. 10년 이상 보유 및 거주한 1주택 소유주에 양도차익의 80%를 과세대상에서 제외토록 한 것을 양도차익에 따라 특별공제 혜택을 5억원 미만은 80%, 5억∼10억원은 70%, 10억∼20억원은 60%, 20억원 초과는 50% 등으로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양도차익이 20억원을 넘으면 공제율이 50%로 축소되어 장기거주자라도 세 부담은 더욱 커진다. 투기성 단기거래를 막고자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만든 것인데 시세차익이 크다는 이유로 공제혜택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제도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처사이다.전세난 가중 우려는 설상가상이다. 양도세 내느니 안 팔겠다는 분위기에다 월세 선호로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 임대차법 개정이 촉발한 작년 하반기 전세대란에 버금가는 '2차 전세쇼크'도 고민이다. 다주택자 규제 완화 및 임대차법 원상회복 없는 전세시장 안정은 난망이다.곳곳이 허점투성이다. 표심을 잡으려고 즉흥적으로 세제를 바꾸는 것은 정부 불신과 국민 혼란만 부채질한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부담을 선량한 국민들에 떠넘긴다는 비판도 눈길을 끈다. 내년 선거에서 여당이 기대한 득표 효과가 나타날지 의문이다.

2021-06-23 경인일보

[사설] 남항 석탄 부두 이전 계획 재검토해야

인천 남항 석탄 부두는 9만1천㎡ 부지에 유연탄과 무연탄을 저장했다, 수도권 전역에 공급하는 유통기지다. 바로 옆 모래 부두(9만346㎡)는 인천 앞바다 해사를 채취해 국내 건설현장으로 공급한다. 그런데 1980년대 개장 이후 주변 지역에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주민들의 이전 요구가 거세다. 정부도 집단민원 해결을 위해 제3차 항만기본계획에 석탄 부두 이전 계획을 반영했다. 2020년까지 묵호항과 동해항으로 이전하겠다는 구상이다. 모래 부두는 서구 거첨도로 옮기기로 했다.정부가 제시한 기한을 넘겼는데도 석탄 부두 이전 자체가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석탄 부두 이전 예정지인 동해 신항 석탄 부두 조성사업이 백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 때문이다. 동해지방해양청에 따르면 신항 사업시행자인 동해국제자원터미널이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한다. 올 하반기 착공하기로 했던 신항 조성사업의 지연이 불가피하고, 최악의 경우 백지화 가능성도 있다. 시행사 측은 금융권으로부터 사업비를 마련하기로 했으나 어려움을 겪게 되자 포기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남항 석탄 부두 이전사업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은 물론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신항 사업이 무산되면 석탄 부두 이전도 최소 2년 이상 늦어질 전망이다. 민자유치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고, 정부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더라도 기본계획 변경, 예비타당성 조사, 설계 변경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전 사업 지연에 따라 석탄 하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 등 환경피해를 호소하는 지역민들의 민원이 더 거세지게 됐다. 석탄 부지에 조성하려는 '인천항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 사업은 연수구 등 시 전역에 산재한 중고차 수출 관련 산업을 집적화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금융권이 신항 건설에 융자를 꺼리는 이유는 각국 정부와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는 추세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수익성 여부와 별도로 대기오염을 악화시키는 석탄산업의 미래가 비관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석탄 부두를 특정 지역으로 이전하기가 어렵게 된 상황인 거다. 정부와 인천시는 동해안에 신항을 건설해 남항 석탄 부두를 옮기겠다는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

2021-06-23 경인일보

[사설] 'X-파일 정치'는 민주주의의 수치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가족의 비위 의혹이 담겼다는 소위 X-파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정작 X-파일의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으로 실체 없는 X-파일이 유력한 대선 예비후보인 윤 전 총장의 진로를 결정할 가늠자가 된 형국이다. 급기야 윤 전 총장은 22일 "출처 불명의 괴문서로 정치공작을 하지 말고 진실이라면 내용·근거·출처를 공개하기 바란다"는 입장문을 밝혔다.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직에 나서는 공직 후보자는 투명하게 검증받을 의무가 있다. 공직 후보자의 능력과 인격이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고위 공직자인 대통령 후보자에 대해서는 검증의 기준이 더욱 엄격하고 세밀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의 상식이다. 윤 전 총장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검증은 반드시 민주적 절차와 수단에 의지해야 한다.윤석열 X-파일은 민주적 검증의 원칙을 완벽하게 훼손하고 있다. 우선 실체가 없다. 작성자도 모르고 파일의 출처와 근거도 없다. 이런 허무맹랑한 자료를 정치권 몇몇 인사들이 돌려본 뒤 진실과 허위를 각각 주장하며 국민을 어둠 속에 가두고 있다. 이 X-파일이 합법적인 문서라면 'X'를 떼고 국민에게 공개돼야 맞다. 만일 실체 없는 허위문서라면 이는 국민을 대놓고 속이는 짓이자, 국민투표와 관련된 유권자와 피선거권자의 민주적 기본권리를 침해한 중대범죄로 엄벌해야 한다.우리 민주주의 수준이 열악했던 과거에는 '공작'과 '사찰'로 얼룩진 선거가 비일비재했다. 16대 대선은 김대업의 허위 폭로로 대선 판도가 뒤바뀐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은 시대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윤석열의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 X-파일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검증을 받으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역풍을 우려했을 것이다.디지털 세상에서 새로운 소통과 검증 수단을 가진 국민은 출처 불명의 괴문서에 속지 않는다. 하지만 대권 쟁취에 혈안이 된 정치권은 비정상적인 수단에 의지하려는 구태를 못 벗고 있다. 이럴 때 언론이 나서야 한다. 작성자와 출처를 포함한 X-파일의 실체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취재 경쟁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눈 뜬 국민을 대놓고 희롱하는 X-파일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수치이다.

2021-06-22 경인일보

[사설] 총체적 문제 드러낸 쿠팡 물류센터 화재

불이 난 이천 덕평 소재 쿠팡 물류센터 지하에서 50대 소방관이 순직했다. 불은 발화 5일이 지나서야 진화됐다. 건축 면적에 포함되지 않은 지하층은 화재에 취약해 발화할 경우 피해가 커지게 된다는 게 소방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번 불도 물류센터가 지닌 방재 취약 요인이 어김없이 재현됐다. 소방관이 희생되고 수천억원 재산피해가 난 이번 화재 역시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지난해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공사현장 화재를 비롯, 5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친 용인 SLC 물류센터 화재사고는 공통점이 있다. 발화가 '지하층'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이번 쿠팡 물류센터 화재도 지하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하 2층 내 물품창고 진열대 선반 위쪽에 설치된 콘센트에서 불꽃이 튀면서다. 물류창고의 특징은 이용 면적 확보를 위해 지하층을 보유한다는 점이다. 건축법상 지하층은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하층에서도 물류 분류 및 배송 작업이 지상층과 동일하게 이뤄지지만, 화재에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이다.지하층은 초기대응도 쉽지 않다. 소방차 진입이 안 돼 대원들이 직접 소방 호스를 끌고 간 뒤 진입해야 한다. 설계 단계부터 이런 난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하는 미로 구조라 탈출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배출되지 않는 짙은 연기는 시야를 차단하고 호흡기에 치명적이다. 용적률에 포함이 안 되는 지하층과 지상층의 화재 설비에도 차이가 없었는지 따져 봐야 한다. 소방전문가들은 물류센터 지하층은 지상층과 비교해 화재 진압 시 문제가 많은 만큼 안전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하층에는 스프링클러 헤드 설치 간격도 촘촘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센터 지하층 안전시설 강화와 함께 물류센터에 방수총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물류창고 화재는 대체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큰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경기 남부 지역에는 물류창고가 밀집해 있어 화재사고가 되풀이될 우려가 높다. 대형 화재 때마다 내놓는 땜질 해결책으로는 재난을 막을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쿠팡 화재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통해 취약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물류센터의 대형 화재 참사가 연례행사인 나라는 선진국일 수 없다.

2021-06-22 경인일보

[사설] 정부와 기초단체 협력 필요한 습지보호 정책

고양시 장항습지(5.956㎢)가 지난달 국내 24번째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됐다. 람사르 습지는 생물다양성 보전에 중요한 지역 중 람사르협약 사무국이 인정한 국제공인 습지이다. 람사르협약은 습지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이다. 우리나라는 협약가입국으로서 습지보호 의무를 다하기 위해 습지보전법을 시행 중이기도 하다. 람사르 습지 등재는 개별 국가의 보호를 넘어 국제적 보호 대상으로 격상되는 의미가 있다.하지만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장항습지의 람사르 습지 등재를 안타까워한다. 반쪽짜리 등재라 한강하구 습지 전체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는 지난 2006년 한강하구습지 60㎢를 습지보전법상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국내 최대 습지보호구역으로 세계적 멸종위기 야생조류와 멸종위기종들이 서식한다. 그런데 이 중 일부인 장항습지만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는 바람에, 한강하구습지 대부분의 보전 가치가 상대적으로 격하됐다.환경부도 애초엔 환경단체와 같이 한강하구습지 전체에 대해 람사르 습지 지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주민을 설득한 고양시와 달리 김포시는 주민반발로 람사르 습지 지정 신청을 할 수 없었다. 람사르 습지 등록 신청에서 주민 동의는 절대적이다. 주민이 한사코 반대하면 등록 절차를 개시하기 힘들다. 김포를 비롯한 한강하구 주민들이 람사르 습지 등록에 반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군사보호·국가하천유지·문화재보호 등 각종 중첩규제에 시달려 온 터에 람사르 습지 지정이 또 하나의 규제가 될까봐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이지만, 중첩규제로 인한 재산권 침해 역사를 감안하면 주민들만 탓할 수는 없다.습지 보전은 반드시 지켜야 할 자연유산을 후손에 물려주는 국가 정책의 핵심이다. 강의 하구나 연안 갯벌에 분포한 자연습지는 지리적 위치상 개발압력이 거센 곳들이다. 매립하면 택지가 되고 공단이 된다. 지방자치단체에 습지 보전을 미루면, 단체장의 생각에 따라 습지의 운명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습지보호를 위한 주민설득을 지방자치단체에 미뤄서는 정부가 람사르협약 가입국의 의무를 다하기 어렵다. 사실상 습지보호 선언에 불과한 습지보전법도 그대로 두면 안 된다.자연습지 보호를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분명하게 구분한 뒤, 각자의 역할을 습지 보호를 위해 통합적으로 발휘하는 진지한 자세가 절실하다.

2021-06-21 경인일보

[사설] 위민행정 실종된 북성포구 어항구 갈등

인천 북성포구의 '어항구 지정'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인천 중구와 동구 간의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현지 어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행정구역상 중구와 동구에 걸쳐 있는 북성포구는 한때 화수부두, 만석부두와 함께 수도권의 3대 어항이었지만 쇠락의 길을 걷다 악취 민원 등과 맞물려 환경 개선이 시급한 곳으로 꼽혀왔다. 이에 인천해수청과 인천시·중구·동구는 지난 2015년 업무분담협약을 체결하고 북성포구 일대 약 7만6천여㎡ 면적의 공유수면을 매립하는 사업을 추진, 오는 8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관할 기초단체인 중구와 동구가 북성포구의 어항구 지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사업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어항구는 항만법상 항만구역 내 판매시설 등을 운영할 수 있는 지역으로 전체 매립면적의 10%가량을 차지한다. 수산물판매장과 회센터 등이 합법적으로 들어설 수 있는 만큼, 북성포구 일대에 있는 어민의 생계와 무허가 횟집 등의 양성화를 위해 지정되는 지역이라 할 수 있는데, 중구와 동구가 서로 어항구 지정 범위에 대해 이견을 보이면서 사업 막판에 제동이 걸린 형국이다. 인천해수청이 9월 마무리하려던 북성포구 준설토 투기장 상부시설 조성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도 연말로 연기됐다.사실 자치단체마다 나름의 논리가 있기에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기는 여의치 않다. 중구는 행정구역 면적에 맞춰 중구에 25%, 동구에 75%의 어항구를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동구는 현재 무허가 횟집 등이 행정구역상 중구에 있는 만큼, 동구에 75%의 어항구를 지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인천시가 어항구를 50대50 비율로 나눠 관할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중구의 거부로 무산됐다.문제는 이들 자치단체의 속내다. 어항구가 지정되면 관할 자치단체는 현재 북성포구 일대에 있는 무허가 횟집 등의 민원을 처리해야 한다. 한마디로 민원 발생 소지가 있는 지역을 떠안고 싶지 않다는 게 이들 자치단체가 관할지역 내 어항구 지정을 꺼리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위민행정을 표방하는 행정기관의 자세가 아니다. 두 자치단체는 이제라도 지역과 주민들을 위하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서로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지 않는 한 소모적 갈등은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1-06-21 경인일보

[사설] 방역지침 완화, 국민 생활방역 더 중요해졌다

내달 1일부터 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나고, 15일 이후 8명까지 확대된다.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도 오후 10시에서 자정까지 2시간 연장된다. 비수도권은 집합금지가 전면 해제된다. 정부는 20일 오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거리두기 지침을 공개했다. 현 5단계로 이뤄진 거리두기를 4단계로 단순화하고 제한 규정을 완화해 다중이용시설의 영업금지 조처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새 규정이 적용되면 수도권은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여 만에 거리두기 단계가 낮아지게 된다.정부가 새 대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들의 누적된 피로감을 덜어주고 줄폐업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사정도 참작한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자는 4개월도 안 돼 1천5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 대비 29%로, 3명 중 1명꼴이다. 정부는 수험생과 교직원, 50대 이하 전 국민 접종이 본격화하는 7월 3주 전까지 2차 접종에 집중하기로 했다. 20일 현재 누적 확진자는 전날보다 429명 증가한 15만1천149명이다. 지난 1주일간 확진자는 1일 평균 40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정부는 새 개편안이 적용되는 만큼 코로나 재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역량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가 번질 수 있는 불안 요인이 여전하다는 게 방역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체 확진자의 70% 이상이 집중된 수도권에서는 교회와 직장 등을 매개로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하루에만 111명이 발생한 경기도에서는 교회 모임과 물류센터, 레미콘 업체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비수도권에서도 일상생활을 연결고리로 한 감염 확산이 산발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늘고 있으나 인도발 변이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유럽에서 급격한 재확산이 진행되는 점도 변수다.정부의 새 개편안 적용에는 순조로운 백신 접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백신을 맞아야 모두가 안전하다는 인식 아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접종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전 국민이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전까지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지켜야 한다. 거리두기는 완화됐으나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코로나 재확산을 막기 위한 국민들의 생활방역이 더 중요해졌다.

2021-06-20 경인일보

[사설] 민주당 경선 연기 논란 바람직하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연기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수습되지 않고 있다. 송영길 대표가 지난 주말까지 결론을 내리려 했으나 당내 주자들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김두관 의원 등은 코로나19 상황과 하한기에 경선이 치러진다면 국민의 주목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보다 역동적인 경선을 통해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의힘보다 먼저 경선을 치러선 안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들은 경선 연기를 위해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여권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선 연기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경선연기를 의총에서 결정할 수 있느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재명 지사 측은 경선 연기는 원내 문제가 아니라 당 전체의 일이기 때문에 의총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을 들어 의총에서 경선 연기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적법하거나 유효하지 않다(민형배 의원)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당헌 88조에는 '대통령 후보자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 전 180일까지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물론 단서 조항에 따라 당무회의 의결을 통해 경선 일자를 연기할 수 있다.경선 연기론의 여러 명분에도 불구하고 경선 연기를 둘러싼 이견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이다. 당헌 당규에 명시된 일정대로 경선이 진행되면 이재명 지사가 대선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이 다른 후보군보다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경선연기론과 반대론이 부딪친다는 추론이 합리적이다. 어떤 사안이든 이해관계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갈등은 원칙에 따를 때 분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당내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경선 연기가 문제 될 것이 없다. 실제 2007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측이 이명박 측에게 경선 연기를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인 선례도 있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우선 경선 연기는 원칙에 맞지 않는다. 경선을 흥행 위주로 보는 시각도 바꿔야 한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 재보선에서도 규정을 고치면서까지 후보를 냈으나 패배함으로써 명분은 물론 실리조차 잃었다. 민주당은 당헌 당규에 규정된 일정에 따라 후보를 결정하고 현재의 당내 진영 논리에 치우친 구조와 중도층 표심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개혁과 혁신을 모색하는 게 대선 전략에 부합하는 길이다. 결정은 당의 몫이지만 지도부가 빠른 결단으로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2021-06-20 경인일보

[사설] 경찰위원회 구성부터 흔들리는 경기도 자치경찰

오는 7월 1일부터 전국 17개 시·도에서 자치경찰제가 전면 시행된다. 자치경찰제는 말 그대로 지방분권의 이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되,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을 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제도다. '경찰법·경찰공무원법' 전부 개정안이 시행되는 것으로 지난 1월 1일부터 도입돼 이달 30일까지 시범운영을 거쳐 전국에서 전면 시행되는 것이다.특히 생활안전, 지역교통, 지역경비 임무를 갖고 방범순찰, 사회적 약자보호, 기초질서 위반 단속, 교통관리, 지역행사 경비 등 그야말로 지역주민들과 가장 밀접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획기적인 지방분권이다.그런데 정작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남부와 북부 자치경찰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는 경기도를 비롯 서울 등 두 지역만 아직까지 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나머지 15개 시도가 이미 시행 중인 시범운영 기간이 생략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충남 자치경찰위원회가 가장 발 빠르게 지난 3월 출범해 시범 운영 중이고, 특히 제주도는 자치경찰제가 정착된 지역인데도 지난 5월 자치경찰위원회를 구성하고 실제 운영에 대비하고 있다. 인천시도 5월 17일부터 한달여 이상 시범운영 중이다.이 와중에 경기 남·북부 자치경찰위원회는 위원들 구성조차 못한데 이어 자치경찰위원으로 추천된 일부 인사에 대해 자격 시비 및 도농복합시, 100만명 이상의 특례시, 농촌도시 등이 혼재해 있는 경기도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무연고 인사들이 추천된 것으로 알려져 도민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남부자치경찰위원회 추천 인사들만을 놓고 봐도, 총 7명의 추천 인사 중 3명이 전직 경찰 출신들로 채워지면서 인적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여성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3명의 추천 여성 중 한 명은 제외될 것이라는 '전략적 추천 철회설'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그치질 않는다. 북부경찰위원회도 경기 남부가 연고지인 한 추천 인사가 고사하는 바람에 7월 1일 출범 전까지 위원회 구성조차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자치경찰위원회는 시·도 자치경찰의 사무를 관장하고 정치적 중립을 감시할 수 있는 핵심 조직이다. 자치경찰제 실시를 코앞에 둔 시점에 위원회 구성이 완료되지 못한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경기도, 경기도의회, 경기도교육청 등 추천기관들이 인재 풀을 너무 좁힌 탓이 아니기를 바란다.

2021-06-17 경인일보

[사설] 평화도시 인천, 시민 체감형 사업부터

인천시가 '평화도시 조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인 6월 15일 밝힌 '기본계획'은 향후 5년간 인천시 남북평화정책의 근간으로 '세계와 한반도를 잇는 평화도시, 인천'이라는 비전과 4대 전략·4대 원칙 하에, 서해평화특별기간 운영·한강하구 공동이용·황해평화포럼 등 18개 세부사업을 골자로 하고 있다.인천시가 발표한 평화도시 기본계획은 광역단위 지방정부 중 최초로 평화 의제에 대한 중장기 계획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이는 해상 접경지역 지자체인 인천시의 평화에 대한 절박성을 반영하면서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앞당기는 데 기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평화도시 기본계획'은 남북관계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감안하면서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단계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한반도평화는 북미관계를 비롯한 남북관계에 긴박되어 있어 지방정부의 역할이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최근의 한반도 상황은 긴 교착기에서 조정기를 맞고 있다. 대화를 위한 시도는 계속되겠지만 당장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내세운 '실용적 접근법'은 트럼프식 '일괄타결'과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를 절충한 단계적 접근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의 실용적 외교전략이 돌파구를 모색하는 북한에게 기회일 수 있으나 그렇다고 명분이나 실리에서 획기적 유인 요소가 없다는 점에서, 그리고 톱다운식 협상 방식을 선호해온 김정은 정권의 성향을 고려할 때 대화가 재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대화의 모멘텀을 찾지 못할 경우 결과적으로는 오바마식으로 귀결될 공산도 크다. 당장 정부간 대화가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시민 체감도가 높은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인천시는 민선 7기 들어 '동북아 평화번영의 중심도시 인천'을 평화시정의 목표로 조례제정과 조직 개편, 남북협력기금 확충 등의 조치를 통해 적극적인 평화 시정을 펼쳐왔으나 아직 평화도시를 운위할 정도의 시민적 공감대는 충분치 못하다. 인천시의 해안선은 철책으로 막혀 있고, 시내 곳곳에는 냉전 시대의 기념물이 가득한 실정이다. 인천시가 평화도시로 거듭나고 한반도 평화정착의 교두보로 전환하기 위한 도시공간의 평화적 재기획과 평화도시 공감대를 높이기 위한 체험형 평화교육 생태환경과 연계한 평화교육 사업에 집중할 때이다.

2021-06-17 경인일보

[사설] 체감도 높은 중소기업 제값 받기 대책이어야

중소기업의 고질적 애로사항인 '제값 받기'문제의 제도적 접근이 강구되고 있다. 지난 15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민변, 참여연대 등과 함께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 발의를 천명한 것이다. 대기업과 납품 중소기업 간 가격협상에 중기협동조합을 활용해서 불공정문제를 시정하려는 것이다.현행의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서는 조합, 사업조합, 연합회가 공동사업을 수행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에 따른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지만 가격 인상 등을 통해 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시에는 담합행위가 되어 납품기업들의 '제값 받기' 실현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 발의에서는 직접 소비자를 상대로 한 가격 인상에 대한 공동행위를 제외한 하도급, 위수탁 거래 등에 한해 중기협동조합을 통한 가격 인상 등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했다.코로나19를 계기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훨씬 심해진 때문이다. 최근 경기회복 조짐에 따른 원자재 및 물류비 증가로 중소기업들의 공급가 인상이 불가피하나 오히려 대기업들은 코로나19를 빌미로 납품가격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상생협력법에는 원가연동조항이 있어 원가가 오르면 납품단가 인상은 물론 거부할 경우 중소기업중앙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지만 대기업이 이행하지 않으면 속수무책이다. 조족지혈의 과태료가 화근이다. 더구나 납품기업들은 물량 줄이기 등 보복이 두려워 납품단가 조정협의 신청조차 어렵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국내 기업체 수의 97%를 점하는 중소기업이 전체 근로자의 88%를 고용하고 있어 중소기업이 살아야 국민경제가 활성화된다. 대기업 위주 성장 → 중소기업 성장정체 → 소득의 제자리걸음 → 민간소비 침체 → 내수부진의 악순환 고리를 타파하려면 불공정 거래근절 → 중소기업 수익성 향상 → 생산성 제고 → 소비 및 투자 확대의 선순환으로 바뀌어야 한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중소기업의 협상력이 제고돼 납품단가 제값 받기가 수월해져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이나 현장의 반응은 신통치 못하다. 보다 진지한 고민을 당부한다.

2021-06-16 경인일보

[사설] 직무 정지되고, 소환되는 기초의회 의장들

시의회 의장이 동료 의원들에 의해 직무가 정지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다른 지역 의장은 의회가 불신임하자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법정 다툼을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에 의해 소환될 처지에 놓인 의장도 있다. 경기도 내 기초 지자체 의장들 얘기다. 지난해 은행 현금인출기에 있던 돈을 훔치고 뇌물공여를 약속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부천시의회 의장은 징역형이 확정됐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가 왜 불신과 소환의 대상이 됐는지 황당하다는 반응들이다.포천시의회는 지난 15일 손세화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포천시의회에서 의장이 동료 의원들에 의해 직무가 정지된 건 초유의 일이다. 보도자료를 사전 검열하고 공문서를 훼손한 것은 물론 부적절한 언행으로 의장으로서의 권위와 품위를 손상했다는 게 불신임 이유다. 손 의장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으나 "오죽하면 동료들이 직무를 정지시켰겠느냐"는 비판을 받는다. 제갈임주 과천시의회 의장도 비슷한 처지다. 지난달 시의회는 제갈 의장을 불신임했고, 곧바로 법원에 의결취소 청구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해 법정 다툼을 하게 됐다. 제갈 의장은 집행부를 견제하지 못한 데다 특정 정당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받는다.'성남복정2 공공주택지구 반대 시민모임'은 지난주 선관위를 찾아 윤창근 성남시의회 의장에 대한 주민소환 서류를 접수했다. 주택지구를 지역구로 한 윤 의장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건설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그동안 휴식공간인 영장산을 지켜달라며 집회를 한데 이어 청와대와 성남시의회에 청원하는 등 철회운동을 벌여왔다. 윤 의장은 자신에 대한 소환 추진은 주민 간 혼란과 갈등을 일으킬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지역민들에 의해 소환 대상이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지방의회는 시·군 집행부와 지방공기업을 감사하고 정책적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한다. 집행부가 소중한 혈세를 허투루 쓰거나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집행부와 더불어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된다. 때문에 지방의회가 바른 역할을 하지 못하면 지방자치가 건강할 수 없다. 지방의회 수장들의 일탈은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지방의회 기능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초래한다. 지방의회 구성원들은 지방자치제에 대한 해묵은 무용론이 여전한 이유가 뭔지 돌아보기 바란다.

2021-06-16 경인일보

[사설] 송영길 지도부 대선후보 경선 당헌대로 결단해야

더불어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 시기를 놓고 진통을 반복하고 있다. 민주당 당헌 88조는 대통령 후보를 대통령 선거일 180일 전까지 선출하도록 못박았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덧붙여놓았다. 경선 일정을 지킬 수 없는 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민주당은 당헌에 따라 9월10일까지 20대 대통령선거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하지만 당헌이 명기한 금과옥조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는 올해 초부터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주장이 간단없이 반복됐다. 급기야 당헌상 경선 일정에 따른 예비후보등록일이 다가오자 경선 시기를 둘러싼 내부 공방이 고조되고 있다. 연기론을 주장하는 세력은 후보 조기 확정이 선거판세 주도권 상실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펼친다. 대선 전략상 야당과 후보 확정 시기를 맞추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반대 세력은 원칙의 훼손이 더 큰 손실이라고 반박한다.경선 연기론은 정치공학적 실리를 앞세우고, 반대론은 당헌상 원칙준수를 강조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경선 시기를 둘러싼 내홍의 본질은 당원과 국민이 다 알고 있다. 경선 시기에 따른 경쟁 후보들의 이해 충돌이 시비의 본질이다. 당헌대로 하는 것이 유리한지, 연기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다투는 것이다. 집권여당의 차기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이다. 경선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경쟁에 후보들은 정치생명을 걸 수밖에 없다. 결코 후보들끼리 아름답게 조정할 수 없는 문제이다.결국 경선을 관리할 송영길 지도부가 결단해야 할 일이다. 결단의 기준은 당헌이 명기한 원칙이다. 경선 시기를 변경할 '상당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그동안 집권세력은 원칙의 훼손 때문에 민심을 잃어왔다. 조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원칙과 객관성을 잃어 민심과 척을 졌다. 당헌을 졸속으로 변경해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는 바람에 명분과 실리를 잃고 떠나간 민심을 확인했다. 지도부의 고뇌에 찬 탈당권유를 의원들이 거부하며 농성 중이다.당헌이 대선후보 경선 시기를 못박은 건 경선 시점을 둘러싼 정략적 갈등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원칙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원칙이 무너지면 분쟁이 발생하고 분쟁을 해결하려 변칙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송영길 지도부의 결단은 당헌이라는 단 하나의 기준에 의지해야 한다.

2021-06-15 경인일보

[사설] 연평 해역만 꽃게 흉년이라니

올해도 연평 앞바다 꽃게잡이가 '흉작'이다. 꽃게 어획량이 매년 줄어들면서 인천 옹진군 연평도 어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꽃게 어장인 연평 해역은 산란기 꽃게 보호를 위해 해마다 4~6월과 9~11월 등 봄·가을 두 차례만 조업이 허용된다. 이달 말이면 봄 조업이 끝나는데, 올해는 유독 연평도 주변 해역에서 꽃게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그러나 인천 앞바다의 다른 해역에서의 꽃게 어획량은 전년보다 늘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올해 인천 해역의 꽃게 어획량은 762t으로, 전년 동기(513t) 대비 48.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평 해역의 꽃게 어획량은 지난해 69t에서 올해 67t으로 줄었다.연평도 어민들은 인근 해역에 출몰하는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 때문에 꽃게 어획량이 급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어민들은 중국어선이 꽃게 조업 시기 이전인 2월부터 어린 꽃게까지 싹쓸이하는 탓에 연평 해역 어획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 특별경비단은 올해 중국어선 7척을 나포했는데, 이 중 6척이 연평 해역에서 조업하다가 붙잡혔다. 또한, 해경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퇴거한 불법조업 중국어선 413척 중 연평 해역에 머물던 선박은 339척(82.8%)에 달했다.중국어선이 아닌 다른 요인으로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연평도 해역의 낮은 수온을 꼽았다. 꽃게는 산란을 위해 연안 쪽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는데, 수온이 낮으면 이 시기가 늦춰져 꽃게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가 발간하는 '서해주간해어황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연평 해역의 수온은 16.8℃로, 예년과 비교하면 0.9℃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꽃게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현지 어민들은 "연평에서 꽃게 잡는 어민들은 다 굶어 죽게 생겼다"고 푸념하고 있다.연평도 앞바다는 서해5도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봄·가을 조업기 6개월간 꽃게잡이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의 어장이 말라 가도록 방관해서는 안 된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연평 해역 꽃게 어획량 감소에 관한 모니터링을 벌이는 등 원인 파악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장 보호는 해양주권 수호와 직결된 만큼 중국 어선이 함부로 넘보지 못하게 경기·경계 역량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2021-06-15 경인일보

[사설] 부천 자원순환센터 민관 갈등 대화로 풀자

자원순환센터 현대화 및 광역화 사업과 관련한 부천시와 시민들의 갈등이 심각하다. 노후된 폐기물 소각장인 대장동 자원순환센터를 현대화하고 광역화해 쓰레기 대란을 막겠다는 시의 계획에 대해 시민들이 광역화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현재의 자원순환센터는 1일 소각량 300t 규모로 설계됐지만 시설 노후화로 처리능력이 200t으로 떨어졌다. 반면에 부천시에서 발생하는 1일 평균 소각 폐기물은 350t이다. 시는 자원순환센터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나머지 쓰레기는 수도권매립지 생활폐기물전처리시설(MBT)로 보내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MBT 또한 시설 노후화로 2027년 폐쇄될 예정이다. 부천시 입장에서는 자원순환센터 소각 용량을 늘리지 않으면 곧바로 쓰레기 대란에 직면한다.시 입장에서는 자원순환센터 현대화와 광역화는 시민을 위한 절체절명의 사업이다. 현대화의 핵심은 지하에 900t 규모의 소각시설을 설치하고 지상에 주민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광역화는 인천시, 서울 강서구와 소각장을 공동 사용해 사업 예산을 대폭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부천시는 소각장 현대화사업을 단독 추진하면 3천226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하지만 공동 추진하면 시 부담이 886억원으로 대폭 감소한다고 주장한다.하지만 시민을 대변하는 오정동광역소각장 비상대책위원회는 굳이 용량을 900t으로 늘려 인천과 서울 쓰레기를 반입할 이유가 없다고 반발한다. 이 때문에 2월 사업 협약도 무산됐다. 폐기물 시설에 대한 거부감을 감안하면 다른 지역 쓰레기까지 소각시켜주자는 부천시 계획에 시민들이 선선히 동의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다행인 것은 부천시가 선진시설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최첨단 자원순환센터의 이점을 설명하고, 주민지원계획을 마련하는 등 주민 설득 행정에 전력을 쏟고 있는 점이다. 전국 곳곳에서 폐기물 소각장 현대화사업을 둘러싸고 민관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상당수 지자체에서 소각장 주변 시민들이 내구연한을 넘긴 소각장 폐쇄를 요구하는 실정이다.그나마 부천 시민들은 소각장 현대화에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부천시가 진심으로 설득하면 시와 시민이 상생하는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부천시와 시민들이 폐기물 소각장 현대화 사업의 모범적 선례를 만들어내면, 많은 지자체들의 비슷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부천시와 시민들이 합리적 대화로 최선의 결과에 이르길 기대한다.

2021-06-14 경인일보

[사설] 실효성 없는 학교급식법 재개정해야

전국 모든 국·공립 유치원과 원아 수 100명 이상 규모 사립유치원은 학교급식 대상으로 포함돼 영양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 1월 공포한 학교급식법 시행령에 따른 의무 조항이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1월 유치원에 대한 위생·안전관리 및 식재료 품질관리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후 국민적 공분을 산 안산 유치원 급식 사고 이후 정부가 영양교사 단독 배치 등을 포함한 급식 지침을 새로 마련해 발표한 바 있다.개정된 학교급식법에 따라 원아 200명 이상 유치원은 영양교사 1명을 단독 배치해야 한다. 또 원아 100~200명 미만 유치원은 유치원 2곳당 1명씩 공동으로 영양교사를 둬야 한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교육 당국의 판단이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4월 현재 원아 200명 이상 도내 사립유치원 120곳 중 영양교사가 단독 배치된 곳은 4곳뿐이다. 대상 유치원의 96%가 영양교사를 단독배치하지 않았고, 공동영양사 혹은 영양사도 배치하지 않은 유치원이 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공립 단설유치원 136개소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원내에서 조리하는 유치원이 111곳인데, 영양교사를 배치한 곳은 28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83곳은 영양사가 배치됐다.유치원들은 영양교사를 채용하려 해도 지원자가 없다며 하소연한다. 안성의 한 유치원은 지난 4월 모집공고를 냈으나 지원자가 없어 2개월이 넘도록 면접조차 못하고 있다. 영양교사 채용이 힘든 이유는 임금 등 처우가 열악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점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영양사와 영양교사들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무한책임에 벗어날 수 없어 취업에 큰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다. 법에 명시된 업무만 맡도록 돼 있으나 유치원은 업무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는 반응들이다.교육 현장에선 영양교사 채용이 어려운 유치원의 현실과 개정된 급식법이 상충한다고 주장한다. 영양교사 배치를 위한 인력 또는 임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원아 급식 안전을 위해 급식을 제공하지 않는 등 추가적인 대안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앞으로 모든 유치원에 영양교사를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장에서는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다. 현실적 어려움을 타개할 급식법 재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2021-06-14 경인일보

[사설] '이준석 호' 출범, 정치교체의 기폭제가 되어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선출은 한국 정당사에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30대의 '0선'이라는 파격도 그렇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새로운 정치문법을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박근혜 탄핵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과 '윤석열이 박근혜 탄핵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다른 보수 정치인들은 할 수 없는 언어들이다. 젊은 초선도 당의 눈치를 살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1969년 김영삼 신민당 의원이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하고 1971년 7대 대선에 김대중이 출마하여 파란을 일으킨 40대 기수론, 2002년 노무현의 당선이 결과한 3김 정치의 종언, 그리고 20년 만에 한국 정치는 대변혁의 변곡점을 마주하고 있다. 보수정당발 쇄신으로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지만 한국 정치의 재구성을 바라는 민심에 부응할 책임이 여야 모두에게 있다.이 대표가 전당대회 중에 '여성 청년 호남할당제 폐지' 등을 내세웠지만 우파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비판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왜 할당제 폐지가 필요한지를 국민께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또한 당내 중진들과 조화를 이루고 그가 언급한 '샐러드 볼'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구체적 복안도 마련해야 하는 등 이준석 호가 당면한 과제는 녹록지 않다.국민의힘 경선 흥행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공개 행보 등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도가 국민의힘에 밀리는 결과를 민주당은 직시해야 한다. (4대 기관 전국지표조사 6월 2주 차 결과와 지난 7, 8일 리얼미터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검찰인사에서 정권 편향적 인사의 주요보직 진출과 정권 수사 관련 검사들의 좌천성 인사, '조국의 시간'에 대해 비판적 발언 하나 내지 못하는 민주당이 진영에 갇힌 채 기득권 정당의 구각을 깨지 못한다면 정권 재창출은 언감생심이다.여야는 이준석 대표 선출이 한국 정치에 던질 파장과 정치사적 의미를 성찰하고 민생에 천착하는 정치교체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당내 경선에서 친문의 환심을 사려는 민주당의 일부 대선 주자들, 아직도 대구 경북에서 박정희 마케팅과 TK소외론으로 표를 얻으려 했던 국민의힘 경선에서의 일부 주자들의 행태는 추방되어야 한다. 이준석 선출이라는 일대 사건은 한국 정치의 재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2021-06-13 경인일보

[사설] 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누구나 집' 사업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지난 10일 수도권 지역에 집값의 6~16%만 내고도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누구나 집'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상지는 경기도 안산·화성·파주·시흥시와 인천시 검단지구 등 6개 지역으로, 1만785가구가 공급된다. 안정적인 소득은 있지만 집을 마련할 목돈이 없는 무주택자와 청년 신혼부부 등이 공급 대상이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80~85% 선으로 책정됐다. 의무임대기간은 10년으로, 이후에는 일반 분양을 받을 수 있다. 기존의 임대주택 정책과는 차별성이 있다는 긍정 평가가 나온다.'누구나 집'은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인천시장 시절 시범 도입한 정책이다. 잘만 되면 수년 사이 집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줄어든 서민과 청년층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다. 분양 가격은 최초 계약 당시 미리 확정해 분양 때 발생하는 시세차익이 사업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점이 기존의 기업형 임대주택사업과 차별화된다는 설명이다. 사업시행자는 집값이 내려가도 부담이 없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시범사업 대상지가 정부 또는 지자체가 소유한 공공부지여서 공모를 거쳐 민간사업자가 선정되면 곧바로 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민주당은 누구나 집 사업은 사업자와 입주자가 상생할 방안이라며 공급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이 정상 추진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분양가 책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업추진 기간을 합해 13년 뒤 시세를 예측한 분양가를 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사업자에 대한 적절한 사업성 보장도 전제돼야 한다. 일반 분양과 달리 건설자금 대부분을 자체 조달해야 하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상지 대부분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이어서 매력이 떨어지는 점도 사업 성공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송영길 대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누구나 집 사업은 기대 못지않게 걱정도 큰 게 사실이다. 임대사업자와 입주자가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반면 사업성이나 입지 등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상존한다. 기존의 임대주택 정책 대부분은 실패로 끝나 실망만 안겼다. 정부·여당이 누구나 집 사업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바란다.

2021-06-13 경인일보

[사설] 정부와 국민이 협력해야 가능한 '트래블 버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한해 해외여행 빗장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코로나19 예방 접종률과 연계해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트래블 버블은 방역 관리에 대한 상호 신뢰가 확보된 국가 간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협약이다. 일반 여행 목적의 국제 이동을 재개하는 것으로, 항공·관광시장 회복의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싱가포르, 대만, 태국, 괌, 사이판 등 방역 신뢰 국가·지역과 트래블 버블을 협의하고 있다.항공·관광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하루 평균 여객 수는 약 6천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의 3~4% 수준이다. 해외 이동 제한으로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됐으며, 직원 수를 줄이거나 문을 닫는 여행사가 많아졌다. 여행사 사장님이 돈벌이를 위해 대리운전사로 뛰거나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한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객실승무원 등 항공사 직원들은 무급·유급휴직으로 고통을 분담해야 했다. 항공업계와 정부는 '무착륙 관광비행'이라는 상품을 만들고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등 생존 전략을 찾아야 했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정부의 트래블 버블 추진은 해외여행을 기다려온 국민과 항공·관광산업 종사자에게 단비와 같다.정부는 우선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한 단체여행만 허용하기로 했다. 운항 편수와 입국자 수도 트래블 버블 상대국과의 합의를 통해 일정 규모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안심 방한관광상품'으로 승인받은 상품에만 모객 및 운영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코로나19 감염 및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낸다고 해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 자칫 방심했다가 해외여행에 다시 빗장이 걸릴 수 있다.정부는 트래블 버블이 항공·관광산업 재기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국민들은 정부의 방역 관리에 협조해야 한다. 또 정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업계는 입출국 대기 시간을 줄이는 등 해외여행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철저한 방역 관리가 이뤄진다면, 해외여행 대상과 트래블 버블 상대국은 확대될 것이다. 이는 정부의 철저한 방역 관리와 국민이 얼마나 협조하는지에 달려 있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

2021-06-10 경인일보

[사설] 건설현장의 시한폭탄 방치할텐가

거듭된 사고에도 건설현장의 안전 불감증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광주시 동구의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중인 건물이 붕괴하여 시내버스를 덮친 사건이 발생하여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는 큰 인명피해로 이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인천시를 비롯한 전국의 공사현장 곳곳에서는 퇴출되어야 할 소형 타워크레인이 그대로 가동되고 있어 운행중단을 요구하는 항의가 확산되고 있다.건설노조에 의하면 현재 소형타워크레인 369대는 결함 때문에 가동돼선 안 되는 위험장비다. 타워크레인 사고로 금년도에만 1명이 사망하고 1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4월 24일 남동구 아파트 현장에서 소형타워크레인으로 자재 인양 작업을 하던 소형타워크레인 임대업체 현장 관리자가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5월 8일에도 소형타워크레인 사고가 2건 연속 발생했다. 8일 오전 7시에 인천의 한 공동주택 건설현장에서 소형크레인으로 자재를 인양하던 중 와이어가 끊어져 1톤 가량의 자재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두 시간 뒤에는 인천 오피스텔 건설현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고가 났다.소형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의 시한폭탄으로 불리지만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3년 14대에 불과했던 소형 타워크레인이 2020년말 1천789대로 불어났다. 대형 건설현장에 사용하지 말아야 할 소형타워크레인이 투입되고 있는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4~5배에 달하는 비용문제 때문이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대형타워크레인은 1대당 최소 4억~7억, 많게는 수십억원의 비용이 드는 반면 소형타워크레인은 1억~1억5천만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인력과 작업자들의 작업장 안전관리를 위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2020년 두 명의 사망자를 낸 인천 송도의 타워크레인사고는 타워크레인 해체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 더 중요한 것은 공사장 규모에 적합한 규격의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가 제작 결함을 확인해 '등록말소' 처분을 한 장비들이 현장에서 계속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 사고가 난 8대 소형타워크레인 가운데 3대는 등록말소 대상이었고 2대는 '시정조치' 대상이었으나 소유주들이 말소를 지연해온 것이다.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건설기계의 안전성 확인은 국토부의 몫이지만 그에 따른 행정조치인 등록과 말소는 지자체의 소관이기 때문이다.

2021-06-10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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