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차별금지법 생존의 문제

성 소수자는 정체성 의해 해고없고어떤 성별 사랑하는지 상관없이공동체 속 노동자로서 인정 받고당연한 권리 주장하는 세상속에서최소한의 생존권 보장 받아야 한다이 사회의 먹이사슬에서 가장 아래층에 위치한 것은 언제나 노동자였으며 그중에서도 성 소수자 노동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착취와 남성우월주의적 가부장제 사회의 소수자가 마주하게 되는 차별의 이중적 억압상태에 시달려야만 했다.직장에서 성 소수자는 원치 않은 성 정체성의 공개와 그로 인한 불이익을 두려워해야만 했으며, 성 정체성을 이유로 비난과 차별, 직장에서의 불이익과 배제라는 리스크를 늘 짊어져야만 했다.201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성애·양성애자 응답자 중 14.1%, 트랜스젠더 중에서는 24.1%가 해고 및 권고사직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으며 아우팅을 경험한 동성애자·양성애자의 경우 28.1%가 비자발적 사직을 경험했다고 한다.이러한 노골적인 차별과 배제에 적극적으로 항의 및 대응할 수 있었던 동성애자·양성애자 노동자는 6.6%에 불과했으며 93.4%의 응답자는 차별 및 괴롭힘을 경험하고도 항의 및 대응을 해본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이렇듯 평시에도 극심했던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과 배제는 코로나 19 이후 심화된 혐오 여론과 고용 불안 속에서 더욱 노골화되었다.지난해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방문자와 관련된 코로나 19 확진자 사태는 성 소수자가 직장 내에서 얼마나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는가에 관한 실태를 여실히 드러냈다.언론의 자극적인 보도와 인터넷의 배타적 여론은 확진자의 발생을 성 소수자의 탓으로 몰아가며 집단적 혐오를 불러일으켰으며 방역을 빌미로 확진자들의 정보를 공개한 정부의 조치 탓에 이태원 클럽의 방문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성 소수자들은 선뜻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나오지도 못했다.만약 정부, 혹은 민간의 색출에 의해 자신의 확진 사실과 동선이 알려진다면 자연스레 아우팅을 당할 것이고, 아우팅은 곧 자신이 일하는 직장에서의 해고 및 추방으로 이어질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언론 및 인터넷 발 혐오 여론, 그리고 정부의 무분별한 아우팅 또한 큰 문제지만 결국 해당 사태에서의 본질적인 문제는 성 소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해고될 수 있고, 그러한 부당행위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조차 되지 않는 이 사회의 현실에 있었다.성 정체성,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해고 및 직장에서의 차별이 법에 의해 원천적으로 차단되었더라면 그들은 혐오와 보복의 두려움에 떨지 않고 자신의 건강과 사회의 공익을 위해 코로나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차별금지법은 생존의 문제다. 성 정체성에 의해 직장에서 잘리고 내쫓기지 않는 세상, 자신을 어떤 성별로 정체화하고 어떤 성별을 사랑하는지와 상관없이 공동체 속에서 노동자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그에 상응하는 당연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 속에서 성 소수자는 비로소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첫걸음은 차별금지법의 제정이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 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 형태, 병력 또는 건강 상태, 사회적 신분에 따른 고용에서의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를 금지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야기가 현실이 되도록 해야 한다./김선재 수원시민김선재 수원시민

2021-05-13 김선재

[풍경이 있는 에세이]매일 아침 메일함을 열다

요즘 작가들은 무엇을 쓰고 있는지구독은 독자에게 다가가는지 궁금"'좋아요' 쌓여도 도토리도 안주네"투덜댔지만 세상이 변할줄 몰랐던내 좁은 생각에 머리를 쥐어박는다벌써 몇 년이 된 일이지만 생활고로 하소연을 하는 A 작가에게 누군가 조언했다. "이슬아 작가처럼 해 봐. 에세이를 매일 써서 사람들 이메일로 보내주는 거지." 무슨 소리인가 했다. 내가 월 구독료 1만원의 '일간 이슬아'에 관해 들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에세이를 매일 쓰는 것도 힘든데, 그걸 돈을 받고 사람들에게 이메일로 보내준다고? 그런 걸 하는 작가가 있다고? 그 말을 들은 A는 기획안을 만들어 SNS에 올렸고 꽤 성공적으로 구독자를 모았다. 나 역시 한 달 구독료 1만원을 입금했으나 여러모로 걱정이 많았다. A와 친한 사이라 그랬다.나는 모 일간지에 주 6일, 그러니까 하루 빼고 매일매일 칼럼을 쓴 적이 있다. 1년 가까이 연재했는데 그야말로 영혼이 탈탈 털리고 말았다. 조금만 더 긴 시간 연재했더라면 멀미하는 심정으로 내가 먼저 항복을 선언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히 일간지 개편이 시작되며 그 코너가 사라져서 나는 몇 번이나 신문사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겼다. 잘린 주제에 감사하다고 하다니! 하지만 내가 A 작가를 걱정한 건 매일 한 편씩 에세이를 쓴다는 것에 국한된 건 아니었다.1만원이라는 돈은 사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수 있다. 평소 좋아하던 작가의 날것 그대로의 글을 매일 아침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는 즐거움에라면 까짓 낼 수도 있다. 하지만 딱히 홍보 매체가 없는 작가는 SNS에 구독 서비스의 시작을 알릴 수밖에 없는데, 평소 허물없이 지내던 SNS 친구들이라면 응원의 의미에서라도 구독 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 백 명, 이백 명 금방 채울 수도 있을 것이었다. 1만원쯤이야. 하지만 그다음 달은? 또 그다음 달은?"사람들은 너한테 미안해서라도 그다음 달이 될 때마다 고민할지 몰라. 잘 열어보지도 않는 메일을 받으려고 따박따박 구독 신청 연장하기가 좋겠어? 불편하게 느껴질 거야. 구독을 끊는 것도 마음 불편하고, 연장하는 것도 마음 불편하고. 너는 구독자가 점점 줄면서 어쩌면 열댓 명을 위해 매일매일 에세이를 쓰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그 열댓 명이 있어서 그걸 그만둘 수도 없고… 네가 많이 피곤해질까 봐서 그래."A는 내 말에 곰곰 고민했지만 이왕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일 더 미루지 않았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다.메일함이 무언가 심심해졌다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매일 오던 구독 서비스가 끝나 있었다. 여섯 명의 작가가 돌아가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보내주는 에세이 구독 서비스다. 아, 연장하지 않았구나. 연장은 어떻게 하는 거더라? 지난 메일을 뒤적여 입금할 계좌번호를 메모했다. 버튼 하나로 구독 연장을 한다거나 자동 연장을 한다거나 그런 세련된 시스템도 없다. 그저 원하면 아주 성가시게 아날로그 스타일로 알아서 해야 한다. 사실 내가 구독하는 메일링 서비스는 이뿐만이 아니다. 작가 한 명이 일주일에 두 번 보내주는 에세이 구독 서비스도 있다. 일곱 명의 작가가 매일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도 있고. 그래서 메일함에는 그들의 에세이가 쌓인다. 바쁠 땐 읽지 못한다. 읽기는커녕 메일을 열지도 않고 밀린 것들을 한꺼번에 삭제할 때도 있다. 그런데도 쉬이 구독을 끊지는 못한다. 세 가지 이유다. 요즘 작가들이 무엇을 쓰는지 궁금해서고, 이런 메일링 구독 시스템이 정말 독자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경로가 될는지 궁금해서고, 마지막으로는 '소박한 응원'이다. A는 메일링 서비스를 그만둔 지 오래다. 대신 젊은 작가들의 구독서비스는 점점 더 세련된 모습으로 늘어난다. 작가는 스스로 '쓰기 노동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독자는 '쓰기 노동자'의 노동을 '구독료'로 지불하는 모습. 다른 것보다 나는 이 지점이 매우 기쁘다. "페이스북에 '좋아요'가 백 개씩 쌓이면 뭐 해? 도토리로 바꿔주지도 않는걸!" 하며 투덜댔는데. 세상이 이렇게 변화할 줄 몰랐던 몇 년 전 나의 좁은 생각에 혼자 머리를 쿵쿵 쥐어박으며./김서령 소설가김서령 소설가

2021-05-13 김서령

[참성단]일론 머스크와 비트코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다방면에 천재적 재능을 보여준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그를 '미국 기업인으로 2021년 4월 포브스 기준 세계 3위의 억만장자'라 소개한다. 페이팔의 전신인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 X.com과 로켓 제조 회사 겸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했고, 초고속 진공 열차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자신이 최대주주인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를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로 키웠다.그의 트윗 계정엔 화성과 우주로켓 사진이 실려있다. 스페이스X는 이미 왕복우주선 발사에 성공했고, 올 하반기 우주여행을 시작한다. 환경운동에도 뛰어들어 2016년 할리우드 미남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지구촌 환경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다.지난 2월 테슬라가 15억달러(1조6천815억원) 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앞서 머스크는 소셜미디어에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라며 "8년 전에 비트코인을 샀어야 했는데 좀 늦은 것 같다"고 했다. 테슬라는 자사 전기차를 살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비트코인 거래가가 급등해 지난달 중순 8천200만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그가 언급한 도지 코인도 덩달아 점프를 했다.일론 머스크가 지난 12일 트윗을 통해 테슬라 구매 시 비트코인 결제 허용을 돌연 중단한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컴퓨터를 대량 가동하면서 전기가 많이 소비되고 있으며 화석 연료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변명한다. 이후 비트코인은 7% 이상 급락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한국 시장도 한때 13%나 폭락한 6천76만원에 거래됐다.머스크의 느닷없는 트윗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들이다. "(머스크)가 방송에 나와 내가 도지 파더(아빠)라더니, 방송 끝나자 도지 코인은 사기라고 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지난달 비트코인 일부를 팔아 1억 달러를 챙기고 난 뒤 말을 바꿨다는 비판도 거세다.지구와 우주를 설계한다는 머스크가 비정상 궤도인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든 것 자체가 실망이다. 초일류기업이 뒷골목 상권을 기웃거리는 꼴이다. 그가 조울증을 겪는다는 건 본인도 인정했다. 세기의 천재 CEO가 코인에 손을 댄 것도 그렇고, 지구촌 시장(市場)이 그의 손장난에 놀아나는 현실이 씁쓸하다./홍정표 논설위원

2021-05-13 홍정표

[노트북]경제적 자유 뒤에 숨은 리스크

한 달 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값진 경험(손실의 쓴맛)을 했다는 칼럼을 쓴 뒤 꽤 많은 선배 지인에게 연락을 받았다. "실패를 교훈 삼아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라"거나 "본전 찾으려다 다 잃는다"는 상반된 조언부터 "(손실보고)남은 돈 빨리 찾아서 소고기 사먹자"는 농담 섞인 위로까지.다행히 이후 추가 손실은 없었지만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엄청난 가격 하락 요인이 생겨 투자금 전액을 빼 둔(매도) 상태다. 역대 최고 인플레이션 우려와 동시에 최근 가상화폐 가격을 무섭게 끌어올리던 일론 머스크가 갑자기 자사(테슬라)에 도입했던 비트코인 결제를 환경적 이유로 철회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악재가 겹쳤다. 가상화폐 시장 변동성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예측 또한 불가해 매우 위험하다.주식 시장도 마찬가지다.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와 달리 기업 팬더멘털(기초체력)과 실적 등을 기반으로 투자가 가능하지만 최근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기업 분석 없이 이미 정보로서 가치를 잃은 뉴스 기사에만 의존하거나 '카더라'에 이끌려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주식 투자는 도박판이라 불리는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그런데도 요즘 주변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 있다. '경제적 자유'. 가상화폐로 대박을 내 자본 전액을 수십억원으로 불려 퇴사하겠다거나 조만간 받을 청년내일채움공제 자금을 몽땅 알트코인에 쏟아부어 조기 명퇴한다는 등 일확천금으로 경제적 구속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경제적 자유. 달콤한 말이지만 높은 수익 기대감 뒤엔 항상 섬뜩한 리스크가 뒤따른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모든 투자전문가가 한 목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투자는 수익이 아닌 '리스크 관리'라는 것.코로나19 팬데믹과 내 집 마련의 꿈을 짓밟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어쩔 수 없이 가상화폐 가격만 종일 들여다보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적어도 일확천금 노리다 패가망신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제부 기자

2021-05-13 김준석

[춘추칼럼]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74세 윤여정 흰 머리칼·주름 아름답게 보여'늙음'이 추하다는 소문은 그저 헛소문일뿐청춘이란 영예 거저 얻지만 노년의 충만함완숙 경험 표상 백발은 공짜로 얻은게 아냐한 소녀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부른 노래를 감탄하면서 들었다. 어쩜 저렇게 노래를 잘 하나! 귀에 쏙쏙 박히는 노랫말에 홀린 듯 몰입해 들었다.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오늘 이 순간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다, 라는 가사로 유추하자면, 이 노래는 '안티 에이징'을 대놓고 주창한다. 나이의 제약은 걷어치우고 오늘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을 누리자! 나이가 아무것도 아니라지만, 우리는 나이에 따라 인생이 다른 시기로 옮겨가고, 나이를 먹으며 필연적으로 다른 형태의 삶을 겪는다. 나이와 생물학적 신체, 나이와 삶의 형태와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부정할 수 없다.늙음이 한물간 퇴적층이 아니다. 하지만 다들 나이 듦을 기피한다. 젊음이 늙음에 견줘 더 가치가 있다는 사회 통념이 늙음을 기피하는 태도를 부추긴다. 늙음은 인생이란 자산을 한 푼도 남김없이 거덜 낸 노름꾼이 아니건만 늙음에 대한 반감은 꽤나 넓게 퍼져있다. 본디 젊은이가 제 아버지나 교사를 상스럽게 낮춰 부르는 '꼰대'가 이즈막엔 나이 듦을 싸잡아 혐오하는 용어로 바뀌었다. 나이든 자는 다 꼰대 취급을 받는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늙음을 기피하는 세태를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다. 과연 늙음은 수치고, 하찮음이며, 쓸모없음으로의 전락인가? '안티 에이징'은 현대 의학의 힘을 빌려 노화를 늦추자는 것이다. 늙음을 폄하하고 젊음을 숭상하는 세태가 '안티 에이징'의 유행을 낳는다. 동안(童顔) 숭배도 그 유행의 한 조각이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흑발에서 백발로 변한다. 이 자연스러움을 한사코 기피하는 세태가 우스꽝스럽다.물론 청춘은 풋풋하고 아름다운 시절이다. 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한 구절을 꿸 만한 지적 능력이 없더라도 젊은 생의 추동력은 눈부시다. 불의와 부조리에 반항하고, 꿈을 향해 나아갈 때 젊음은 근력과 재능이 넘치고, 생은 약동한다. 하지만 여러 모순을 품은 채 불안정을 드러내고 실수가 잦은 것도 사실이다. 제 안의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경험의 결핍과 부족 속에서 방탕에 빠질 때 젊음은 '혼란의 동맹군'(크리스티안 생제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청춘이 무조건 아름답다는 말만은 하지 말자.늙는 일은 누구에게나 낯선 첫 경험이다. 노화는 인생의 과정일 뿐이다. 모든 생명체는 노화를 겪는다. 노화는 개체가 죽음에 이름으로써만 끝난다. 다들 망각하지만, 늙은이도 한때는 청춘이었다. 난자가 정자와 결합하고 수태가 이루어진 생의 첫 순간부터 인간은 늙음을 향해 달려간다. 늙음은 추락도, 불명예도 아니다. 이것은 약속된 생의 프로그램일 뿐이다. 우리는 늙으면서 상실과 쇠락을 겪는다. 늙음이 자랑스러운 훈장은 아니지만 숨기고 싶은 수치나 악덕도 아니다. 늙음이 빛나는 순간 그것은 쇠락 속에서 통찰과 지혜, 황혼의 평화와 같은 덕목을 드러내는 인생의 원숙기인 것이다.한국계 미국 이민 가족의 고통과 슬픔을 그린 영화 '미나리'에서 한국 할머니 연기를 한 배우 윤여정씨가 오스카상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아시아 배우로서는 두 번째라고 한다. 한국 영화사 100년 만에 거둔 이 놀라운 성과를 낸 주인공은 배우 윤여정씨다. 나이 74세의 배우는 오스카 수상식장에서 한 점의 주눅 듦 없이 당당했다. 윤여정씨의 희끗희끗한 머리칼과 주름이 많은 얼굴을 보면서 늙음이 저렇게 아름답구나, 했다. 누가 늙음을 잔인한 간수이자 감옥이라 하는가?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늙음이 추하다는 소문은 유언비어이다. 그건 헛소문이고, 가짜 뉴스다. 청춘이란 영예는 거저 얻어진 것이지만 노년의 충만함과 완숙 경험을 표상하는 백발은 공짜로 얻은 게 아니다. 윤여정씨, 당신이 한국의 배우여서 자랑스러워요! 늙음이 별처럼 빛날 때 젊음과 노년은 그 자체로 가치의 우열 관계가 성립되지 않음을, 그리고 백발이 보여주는 창조주와 같은 위엄은 숱한 시련과 수고의 결과라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장석주 시인장석주 시인

2021-05-13 장석주

[참성단]'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

2001년 12월 수원미술전시관이 초대형 전시회를 예고했다. 나혜석, 김관호, 이중섭, 박수근, 이인성 등 한국 근대미술 거장 13명의 미공개 작품 20점을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였다. 소장자 홍모씨는 선대부터 수집했다 주장했지만, 한국화랑협회의 진품 감정서는 없었다.곧바로 위작 시비가 일었다. 진품 공인이 없는 위작을 공공미술관에서 전시할 수 있느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작가의 사인 위조를 주장하는 후손도 등장했다. 나혜석기념사업회와 이인성기념사업회는 전시 취소와 도록 회수를 요구했다. 당시 경원대 교수였던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위품을 진품으로 보증서 준 꼴"이라고 개탄했다. 결국 수원미술전시관은 개막 당일 '한국근대서양화 미공개작품전'을 취소했다. 지역 공공미술관의 열악한 수준을 보여준 역대급 스캔들의 전말이다. 홍씨와 그의 소장품들은 지금껏 종적이 묘연하다.이번엔 진짜가 나타났다. 삼성이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이다. 국보급 고서화와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근대미술 거장들과 해외 거장들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이중섭미술관과 박수근미술관도 작가의 진품을 기증받는 행운을 누렸다. 만일 수원에 나혜석미술관이 있었다면 그녀의 '화녕전작약'을 기증받았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나혜석'이라는 수원문화의 아이콘은 더욱 빛났을테고, '화녕전작약'으로 문화유산 화성의 스토리텔링은 한결 풍부해졌을테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이름만큼 건조하다.지방자치단체들의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영남 지자체들은 삼성 가문의 고향 연고를 앞세운다. 고향 연줄에서 밀린 수원시는 이목동 이건희 묘지와 삼성전자를, 용인시는 이병철 묘지와 호암미술관을 내세워 유치전에 가세했다. 하나같이 치졸한 명분이다. 이건희 컬렉션을 보전할 문화적 비전과 예술적 감수성은 언급조차 없다. 껍데기뿐인 시립미술관을 국립으로 출연하겠다면 차라리 설득력이 있을테다.이건희 미술관은 대통령의 언급만 있을 뿐 정부 구상은 싹도 트지 않았다. 실체 없는 유치 경쟁에 이 난리이니, 실제 공모라도 들어가면 지역을 대리한 정치 전쟁이 벌어질 판이다. 20년 전 수원미술전시관은 '최초'라는 유혹에 넘어가 황당한 위작 전시회를 감행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문화적 안목이 그 시절에 비해 나아졌는지, 자신할 수 없다. /윤인수 논설실장

2021-05-12 윤인수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백성여능: 백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다

금융에서 최근 영미권에서 사용되는 ST라는 단어가 있다. 세계의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토큰시장으로 이동함에 따라 증권과 토큰의 융합적 성격을 띤 자산거래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Security Tokens'라고 하고 혹은 'Tokenized Securities'라고 부른다. 증권형 토큰 혹은 토큰화된 증권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구글번역기에서 보면 'Security Tokens'는 '보안토큰'이라고 뜨는데 이는 번역의 오류로 아직 구글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단계라서 벌어지는 오류이다.코인 혹은 토큰시장은 최근 열기가 후끈 달아올라 돈이 흘러가고 있다. 물론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흐름이지만 여기에서 정책적으로 활용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자산유동화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나온 말이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한 조건이 미비했기 때문에 대규모로, 보편적으로 시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가능한 시점이 된 것 같다. 토큰화란 정수를 분수로 바꾸는 것이다. n분의1로 바꾸면 참여하는 n의 숫자만큼 자산은 토큰화된다. 부동산을 비롯한 거래 가능한 모든 자산을 토큰화하면 자산소유에서 소외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지분만큼 공동소유하게 되어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부동산정책은 때려잡는다고 잡히는 게 아니라 n분의1로 유동화해야 백성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21-05-12 철산 최정준

[경제전망대]마이데이터 시대가 오고 있다

개인금융 데이터 활용범위 확대로SNS·의료정보등 타분야와 결합땐생각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 등장많은 부가가치 창출될 것으로 예상무엇보다 '안전·보안 철저' 전제돼야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2년이 걸릴 디지털 대전환이 지난 2개월 만에 이뤄졌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의 디지털화와 비대면화가 가속화되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디지털화는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의 약자인 D·N·A를 통해 모든 산업분야의 데이터를 수집, 가공, 결합하고 AI 분석하여 금융, 교육, 쇼핑, 의료 등 개인 일상의 혁신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공공데이터 개방을 통한 건강검진, 재난 알림서비스, 모바일 신분증 등 많은 분야에서 개인 일상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상의 트렌드 분석을 통해 개인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자동 분류 및 정렬하기도 하는 등 데이터는 디지털 대전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9월부터 4천991억원을 투입해 데이터 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공공데이터 개방과 데이터 활용의 확대, 데이터 거래 활성화,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등으로 사회 전반에 혁신을 야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이렇듯 개인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통한 비즈니스들이 생겨나고 해당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시장이 팽창하면서 개인이 제공하는 데이터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고 있다.마이데이터 시대는 금융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각 금융기관이 개인의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가입 고객에 한하며 타 금융 기관의 정보는 열람할 수 없다. 이러한 한계점을 깨기 위해 등장한 정책이 바로 마이데이터이다. 마이데이터는 정보 주체인 개인의 법적 권리를 제고함으로써 본인 데이터의 활용을 보다 원활하게 만드는 정책을 의미한다. 마이데이터의 기초적인 개념을 설명할 수 있는 사례로 계좌통합조회(account aggregation)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동 서비스는 고객의 동의하에 여러 금융기관에 개설된 계좌의 잔액과 거래 내역 등 개인 금융정보를 하나의 화면에 한데 모아 표시해준다. 이를 통해 고객은 은행과 카드사 등 개별금융기관의 전산망에 일일이 접속할 필요없이 하나의 모바일 앱 또는 웹사이트에서 본인의 통합자산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다시 말해 금융분야에서 마이데이터란 제3자가 고객을 대신하여 여러 금융기관에 개설된 계좌의 잔액과 거래 내역 등 개인 금융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지급을 지시할 수 있는 서비스다. 마이데이터는 정보 주체인 개인의 본인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고 우수한 역량을 가진 업체가 대형 금융기관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개인에게 '금융기관→제3자'로의 데이터 전송 요구권을 보장하고, 이러한 데이터의 전송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금융기관에 API의 개발 및 공개 의무를 부여하는 등 마이데이터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앞서 마이데이터 정책을 시작한 EU, 영국, 호주와 비교하였을 때, 향후 국내에서도 적용대상이 되는 상품과 데이터의 범위, 차별방지조항 등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마이데이터 서비스는 본인 데이터의 통합조회는 물론이고 고객 소비패턴 등의 분석,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이로 인해 금융산업에서는 경쟁이 촉진되고 데이터에 기반한 혁신적 금융상품이 등장하며 금융서비스의 효율성도 한층 제고될 전망이다.앞으로 개인금융 데이터의 활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SNS, 위치정보, 의료정보 등 타 분야 데이터와 결합될 경우, 지금까지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등장할 것이고, 이로 인해 금융분야에서 막대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철저한 안전 및 보안장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최영식 쉬프트정보통신(주) 대표이사·(사)판교1조클럽협회장최영식 쉬프트정보통신(주) 대표이사·(사)판교1조클럽협회장

2021-05-12 최영식

[데스크칼럼]미두(米豆)와 비트코인

희망없던 1910년대 투기꾼 미두장으로 몰려2021년 자산시장 '가상화폐'로 옮겨 붙었다투기판 된 부동산시장 끼지 못한 MZ세대들가상자산 보호 안된다고 해도 욕망 못 꺾어개항장 인천은 미두장(米豆場)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투기꾼이 모여드는 욕망의 도시였다. 인천은 1910년대부터 부산, 군산을 제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쌀과 콩을 수출하는 일제 수탈의 거점이었다. 이와 동시에 투기의 일종인 미두(米豆)가 전국에서 가장 성행했다.인천미두취인소(仁川米豆取引所)는 1910년 조선총독부의 공식 허가를 얻은 후 초기에는 실제 쌀을 두고 거래를 했지만 1912년 이후부터는 거래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쌀은 사라지고 '사겠다', '팔겠다'는 주문만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일정한 날짜를 정해 놓고 그 기간 내에 쌀을 사거나 팔아 시세 차익을 얻는 방식인데, 언제나 돈을 잃는 사람만큼 따는 쪽이 생겨 '제로섬 게임'과 같았다. 이런 미두장을 현재의 증권거래소 시초로 보는 연구자들도 있다.미두장이 성행하면서 적은 돈으로 한몫 챙긴 벼락부자가 나오기도 했고, 전 재산을 탕진한 이들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지금으로 치면 '대박났다'는 소문의 주인공은 특별한 부자가 아닌 지방에서 논, 밭을 팔아 올라온 농사꾼 아무개였다. 흔치 않던 이런 '성공 신화'는 입에서 입으로 보태지고 더해져 전국으로 퍼졌고 암울한 시대, 기댈 것 없는 이들에게 일확천금의 허황된 꿈을 안겼다. 전국에서 올라온 미두꾼들은 인천 미두장 인근에 방을 잡아 숙식까지 해결해가며 인생을 건 도박을 했다.미두장은 당시 큰 사회적 문제였다. 1939년 11월19일자 동아일보는 미두장을 다룬 기획기사 '흥망의 환무 반세기'를 실으면서 인천을 이렇게 한마디로 표현했다.'강보에 싼 인천의 어린아이도 합백(合百)과 투기를 안다'. 인천이 온통 미두와 관련한 투기장이었다는 얘기로, 여기에 나오는 합백은 공인받지 않은 사설 미두 도박장이다.당시 신문을 보면 미두장에서 돈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거나 살인을 했다는 기사도 간간이 나온다. 희망 없는 시대, 투기꾼들은 불나방처럼 인천으로 모여들었다.부를 축적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변하지 않는다. 국가가 여러 정책과 법률을 통해 이런 욕망을 적당히 억제시키며 합법적 투자로 이끄는 게 유일한 통제 수단이다.이런 국가의 통제 수단이 제 구실을 못할 때 인간의 욕망은 그 틈을 비집고 나와 비정상적인 투기판을 만든다. 미두가 성행했던 1910년대도 그런 시대였다.2021년, 부동산과 주식이 잡아 삼킨 대한민국의 자산 시장이 비트코인, 도지코인, 이더리움 등 이름도 생소한 가상화폐로 옮겨붙었다.평생 벌어도 집 한 칸 장만하기 어렵고 노후가 막막하다고 절규하는 'MZ세대(20~30대)'가 주식과 가상화폐 등 자산시장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고 한다.올해 1분기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4개 거래소의 신규 가입자 250만명 가운데 MZ세대 비중은 63.5%에 달했다. 작년에 주식투자를 시작한 300만명 중 53.5%인 160만명은 30대 이하였다.국가가 부동산 정책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자 그 틈을 비집고 나온 인간의 욕망은 부동산 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들었다. 그나마 여기에 끼지도 못하는 MZ세대들이 투자와 투기의 경계선에 있는 각종 가상화폐와 주식에 비정상적인 광기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가상자산 투자자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엄포까지 놓았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MZ세대들의 욕망을 꺾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기성세대들은 부동산 투기판으로, 젊은이들은 가상화폐와 주식시장으로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광기의 시대, 개항장 인천의 어느 미두판에서 대박을 쳤다던 그 농사꾼 아무개가 생각나는 요즘이다./김명호 인천본사 정치팀장김명호 인천본사 정치팀장

2021-05-12 김명호

[오늘의 창]가평 공동형종합장사시설, 보완재적 접근을

경제학에서 한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락)할 때 다른 재화의 수요량이 증가(감소)하면 이들 재화는 대체재라고 한다.예를 들어 소고기 가격이 비싸지면 소비자들은 소고기 소비를 줄이고 대신 돼지고기를 찾는다. 그러면 돼지고기 수요량이 증가한다. 반대로 소고기 가격이 하락하면 돼지고기 수요량은 감소한다. 돼지고기·소고기, 쌀·빵, 마가린·버터, 기차·버스, 커피·차 등이 대표적 대체재다.또한 한 재화의 가격 상승(하락)이 다른 재화의 수요량을 감소(증가)시키면 이들 재화는 보완재이다. 이런 재화들은 서로 보완적 관계를 맺는다. 이들 재화가 조합하면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면 휘발유 등 자동차 연료 수요가 증가한다. 한쪽의 수요가 증가하면 다른 쪽 수요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자동차·휘발유, 커피·설탕, 삼계탕·인삼주, 빵·잼, 치킨·맥주 등이 보완재다. 대체재와 보완재는 대신하는 재화, 보완하는 재화로 이들 재화는 각각 이분법과 공생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최근 가평군은 공동형종합장사시설 재공모 신청 결과를 발표했다.재공모 기간 중 각 마을 단위에서 설명회를 요청하는 사례가 10여 차례 이뤄지는 등 높은 관심도를 보였지만 실제 신청마을은 1곳에 그쳤다. 재공모 과정에서 일부 마을이 유치 찬반을 두고 주민 간 의견이 갈리면서 갈등과 분열이 초래되기도 했다.찬반 대립으로 발생한 분열과 갈등은 이분법적 사고의 오류에서 비롯된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흑백으로만 구분하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 방안으로 획일적 흑백 논리의 대체재가 아닌 포괄적 공생의 보완재로 접근해야 한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이참에 지역사회는 대립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논의로 장사시설과 공생할 수 있는 보완재 등을 마련,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길 기대해본다. /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kms@kyeongin.com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2021-05-12 김민수

[수요광장]시민헌장과 도시공동체

구성원이 가치 공유·실현 힘모을때연대감으로 그 도시의 미래는 밝다역사·문화 특성이 헌장에 고스란히내년 1월 출범하는 수원 특례시도규모·권한보다는 '공감 헌장' 기대공동체 구성원이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가치 실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는 도시는 미래가 밝다. 반대로 도시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며 갈등하는 도시의 미래는 어둡다. 전통사회에서는 별다른 가치관의 충돌 없이 이어져 온 가치와 문화를 계승해 왔지만, 급격하게 변화되는 현대의 도시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공유하는 가치가 적어 시민들 간의 연대감이 희미해졌다. 어느 도시든 시민들의 힘을 모으고, 통합된 힘으로 도시를 발전시켜 나가려면 공유하는 가치를 명확히 하고, 그 가치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많은 도시에서 시민헌장 조례를 제정하고, 헌장에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 특성을 담고, 도시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담고 있다. 몇몇 도시의 헌장을 가볍게 살펴보아도 쉽게 그 도시의 특성과 지향을 알 수 있다. '한반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우리 대전…(중략)…새로운 과학문명을 일으키고', '화산릉에 서린 정조대왕의 효성과 얼을 이어 받아'(화성시), '빛나는 행주 얼의 전통과 숭고한 북한산의 정기를 이어받은 우리 고양시민은'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시민헌장은 도시공동체 구성원이라면 함께 기억하고, 협력하여 실천해 나갈 가치와 도시의 특성,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다.하지만 대부분 도시의 시민헌장은 시민들에게 잊혀 있다. 작성될 당시에는 시민들의 관심을 받으며 선포되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에서 사라졌다. 헌장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시민은 빠져 있었고, 몇몇 전문가들의 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 빨리 시민의 생활에서 멀어졌다. 4년이나 8년마다 단체장이 교체되는 민선 자치시대는 시민헌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전임자의 성과와 공적을 지우고, 그 위에 자신의 이름을 넣으려는 욕망이 이런 관행을 고착시키기도 했다. 아무튼 대부분의 도시가 현직 단체장이 내건 화려한 구호나 슬로건을 곳곳에 붙여놓았지만, 그 구호의 수명은 단체장의 임기와 같이했다.많은 시민들이 오랫동안 그 도시의 시민헌장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도시, 새로운 시민이 그 도시로 이주해도 그 시민헌장을 학습하고 익히며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도시, 공유하고 있는 가치가 갈등을 예방하거나 감소시켜주는 도시는 어떻게 가능할까? 도시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민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주제일 것이다.몇 해 전에 주민자치회 전환과정에서 나온 마을헌장에 대한 경험을 기억한다. 자치회로 바뀌면서 마을계획도 수립하고 주민총회도 개최하면서, 마을주민이 함께 공유해야 할 마을헌장을 만들자는 시도가 있었다. 다만 그 시도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만들어진 마을헌장은 아직 보지 못했다. 마을헌장을 만들어보자고 의욕을 가지고 시작하였으나, 그 일을 마무리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듯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가 중단되지 않는다면 그 이름에 걸맞은 마을헌장을 보게 될 것이다.최근 수원에서는 시민들의 참여로 시민헌장을 만들어보자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내년 1월에 출범하는 수원특례시의 시민헌장을 시민들이 만들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과정은 간단하다. 시민헌장에 담아야 할 단어 3개씩을 시민들이 제출하고, 모아진 단어 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를 찾아 헌장을 작성하는 것이다. 30개 안팎의 단어면 헌장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세대가 참여한다면 명실상부한 시민헌장이 만들어질 것이다.수원특례시로 발전하면서 규모와 권한만을 키울 것이 아니라, 도시의 품격을 높이려는 시민헌장 사업에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시민의 시대를 열어가는 참신한 시도로 주목을 받고 시작되었지만, 선한 뜻만으로 일은 성사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도시이든 공유된 가치가 가지고 있는 힘을 분명하게 알고 있기에, 시민이 만들어가는 시민헌장이 잘 만들어지길 기대하며 결과를 지켜본다. 이번 시도가 좋은 결과를 낳아 여러 도시로 확산되길 바란다./유문종 수원2049시민연구소장유문종 수원2049시민연구소장

2021-05-11 유문종

[참성단]포스트휴머니즘과 기후변화

계절의 여왕 5월의 첫 황금주말이 사라졌다. 지난 주말 내내 전국을 뒤덮은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이다. 미세먼지와 황사는 환경오염이 부른 기후변화의 결과다. 이상 고온에 폭설, 유례없이 긴 장마, 그리고 코로나19까지 모두 문명이 만든 재앙이다. 희뿌연 잿빛 하늘 아래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들을 보면서 문득 지구의 종말을 다룬 SF영화들이 떠오른다. 문명의 모델을 바꾸고 환경을 지켜야지 하는 것은 오직 관념과 구호일 뿐 우리는 여전히 서로가 서로에게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되는 반환경적 삶과 생활 패턴을 바꾸지 못하고 산다.이럴 때 문득 생각 난 인문학 담론이 포스트휴머니즘이다. 이 포스트를 탈(脫)·후기(後期)·초월(超越) 중 무엇으로 번역해야 할지 모를 만큼 포스트휴머니즘은 아직 명쾌한 정의가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AI나 생명공학 같은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인간이 가진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영생을 꿈꾸는 '길가메시 프로젝트'를 포함해서 근대사회를 지배해온 휴머니즘론 같은 인간중심주의를 반성하고, 나아가 인간중심적인 사고와 환상에서 벗어나자는 메시지만큼은 분명하다.지금 인류세(人類世)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환경파괴·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이상 기후에 팬데믹까지 인류 사회가 직면한 산적한 문제들을 포스트휴머니즘론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이 우심(尤甚)한 문제들을 외면한 채 질병·죽음 같은 생물학적 한계를 과학기술을 통해 극복하자는 트랜스휴머니즘 같은 인위적 진화론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누리고 있는 인권·평등·민주주의는 수많은 사상가들과 양심적 행동주의자들의 고귀한 희생과 땀으로 누리고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존엄한가. 존엄을 받을 가치 있게 살고 있는가. 혹시 인간중심주의적 사고와 이념으로 타인과 환경과 다른 생명체들에게 휘두르고 있는 폭력은 없는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소식과 대통령 4주년 연설 등의 뉴스가 들려오는 황망하고 바쁜 출근길 버스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에 잠겨봤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

2021-05-11 조성면

[기고]탄소중립 실천 축제를 준비하며

정부 '2050 선언' 에너지혁신 추진성남시도 '기후위기 행동실천' 동참 이러한 분위기 속 문화재단도 고심ESS 도입, 업체와 MOU 체결 성과5일간의 10월 축제의 날 탄소배출 '0'정부는 작년 말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 에너지분야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성남시 역시 이에 동참하며 지난 4월28일 '기후 위기 행동실천 선언'을 선포하였으며 환경부의 '지자체 탄소 중립 지원사업'에 선정돼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시행하는 등 '2050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한 종합계획'을 본격 추진 중이다.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남문화재단은 '미래지향도시 성남'의 정체성을 투영함과 동시에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축제로서 '2021 성남 축제의 날'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특히 코로나19로 환경변화에 관심이 극대화된 현시점에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지속가능 경영 전략이 반영된 축제의 필요성이 강화된 가운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관으로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감은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다.'2021 성남 축제의 날'은 10월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성남아트센터 일원에서 시행되는 선진 기술과 예술을 융합한 빛과 디지털 미디어 아트 중심의 축제이다.지금 시점에서 축제의 가장 큰 이슈는 목적과 시정방향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대량의 전기를 사용하지만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었다.일반적으로 축제는 일시적 대량 전기 공급을 위해 디젤 발전기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탄소와 온실가스배출은 물론 미세먼지와 소음, 진동, 악취 등 환경에 부정적인 물질들이 다량 방출되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일상적이어서 간과하기 쉬운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또는 '글로벌 화두인 기후위기 문제를 외면한 채 축제를 진행해도 되는 것일까?'란 의문에 답을 찾기 위해 축제 담당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재생에너지에 대해 공부하고 관련 기업을 찾아다니며 결국 '이동형 에너지저장장치 시스템 ESS(Energy Storage System)'도입을 추진하였고 결국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관련 특허 보유업체인 이온어스(주)와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도출하였다.이온어스(주)의 ESS는 2021년도 제1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실증특례 승인을 받은 것으로 디젤발전기의 번거로운 관리와 소음, 매연 문제를 해결하고 태양광이나 경부하 요금으로 충전이 가능한 모바일 ESS로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발전기이다.공공기관 최초로 신재생에너지 저장장치를 사용하게 된 '2021 성남 축제의 날'에서 1일 5시간, 5일간 디젤 발전기를 사용할 경우 1천38 tCO₂의 탄소가 배출되지만 ESS를 사용할 경우 탄소배출량은 '0'이 된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약 150그루를 식재한 효과가 발생한 것과 같다.성남문화재단이 탄소중립 축제를 준비하며 맺은 이온어스(주)와의 재생에너지활용 지원 추진 협약은 탄소중립 축제를 위한 물음에 첫 답이 되었으며 탄소배출 덩어리 축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이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축제 콘텐츠에만 집중하면 된다.이제 더 나아가 탄소중립 축제로 적극적인 친환경캠페인에 동참한데 이어 RE100(Renewable Energy 100%) 기관에 도전하는 포부도 가지게 되었다.어쩌면 성남문화재단의 '2021 성남 축제의 날'은 '기술혁신과 예술'의 융합이라기보다 '생활혁신의 실천' 축제로 참여자의 공감과 즐거움을 이끌어 내는 축제가 될 것도 같다.코로나19, 친환경, 지역상생, 예술인 참여 등 공공의 축제는 신경 쓰고 챙겨야 할 부분이 너무도 많다. 모든 문제를 아우르면서도 새롭고 이색적인 경험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시민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힐링'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축제가 개최되는 10월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최현희 성남문화재단 경영국장최현희 성남문화재단 경영국장

2021-05-11 최현희

[경인칼럼]사자방 비리척결 성과

洑 개방후 생태계는 회복·지하수는 사막화4차산업 '핵심자원' 헐값 매각 역주행 시비국방적폐 청산 운운 수사착수 줄줄이 무죄 文정부 법석(?) 초라… 다음 마녀사냥 누구환경부가 지난달 4대강 '11개 보(洑) 개방 이후 관측결과'를 발표했다. 금강(세종, 공주, 백제보), 영산강(승촌, 죽산보), 낙동강(상주, 강정, 달성, 합천, 함안보)에 대해 보 개방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작년 하반기까지 3년 6개월 동안 수질 및 환경변화를 관찰했더니 녹조가 사라지고 물 생태계가 되살아났다.그러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인(燐)함량(T-P), 클로로필에이(Chl-a) 등은 증가해 수질이 나빠졌으며 보 개방 탓에 부근 지표수(地表水)가 함께 쓸려나가 지하수 사막화는 설상가상이었다. 충남 공주에서는 보 개방 전엔 30m만 파면 나오던 지하수가 지금은 100m까지 파 내려가도 수량이 부족해 농사에 지장을 받는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정부가 이상의 결과를 인지하고도 금강과 영산강의 보 5곳 중 3곳을 영구 해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 1월에 세종, 죽산, 공주보 해체를 결정했다.포스트 코로나19와 관련해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MB정부의 자원외교도 눈길을 끈다. 4차 산업 성장동력의 핵심자원으로 꼽히는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은 물론 유연탄과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으나 한국정부는 해외자원 헐값매각을 서둘러 역주행 시비가 불거졌다.지난 3월 말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11년에 인수한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광산 지분(30%) 전량을 캐나다 캡스톤마이닝에 1억5천만 달러에 매각했다. 10년 동안에 광물공사는 이 구리광산에 총 2억4천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결과적으로 1천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구리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이다. 또한 정부는 광물공사 소유의 호주 와이옹 유연탄 광산지분(82.25%)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광산 지분(33%),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지분(76.8%) 등의 매각작업도 추진 중이다.묻지마 매각에 나선 모양새인데 에너지 공기업들의 재정수지가 크게 악화된 때문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원자재 가격이 올랐을 때 팔아치워 손실을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국내 공공부문의 해외자원 투자실적도 전무하다. 민간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지원예산액은 역대 최저로 예년 평균 4천억원에서 금년에는 34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자원전쟁에 어찌 대비할지 걱정이다.국민재산 되찾기 운동본부는 MB대통령 때 해외자원개발 명목으로 투입한 혈세 44조원 중 22조원의 손실의혹을 제기하며 MB와 친형 이상득 전 의원, 최경환, 박영준, 윤상직 등 자원외교비리 5인방 처벌과 은닉재산 환수를 주문했었다. 검찰이 비리의혹 인물들을 전원 기소했지만 대부분 무죄판결을 받아 부실수사 의혹이 불거졌다.정부는 2017년 6월 국방적폐 청산 운운하며 육해공군 방산비리(1조1천522억원) 수사에 착수했다. 해군이 9천7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공군 2천388억원, 육군 63억원 등이다. 해상작전 헬기, 잠수함, 통영함 납품비리 등으로 전·현직 군 간부 43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통영함 납품비리에 연루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등 대부분이 증거부족 등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방산의 경우 기밀사항이 많아 사자방 광풍으로 얼마나 타격을 입었는지 확인되지 않으나 부정적 영향은 짐작하고도 남는다.4대강사업에 대해서는 2011년 1월 감사원이 "사업계획과 절차상 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냈으며 법원은 2015년 11월에 입찰가 담합 혐의로 기소된 11개 건설사 임원 22명 전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사자방 비리혐의 인물들 가운데 중형을 받고 구속된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러나 MB는 삼성그룹 뇌물수수와 자동차부품회사 (주)다스와 관련한 개인비리 혐의일 뿐 사자방과는 무관하다.문재인 정부가 지난 대선 때부터 법석(?)을 떨어온 성과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지난 2월 미국 의사당 폭력사태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동혐의가 연상된다. 요람 바젤 미국 위스콘신대학 명예교수는 법치를 준수하는 민주정부도 폭력을 휘두르는 집행자일 수 있다며 경계했다. 다음 차례의 마녀사냥 대상이 궁금하다./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2021-05-11 이한구

[생활법무카페]고소장

법원 민사합의 접수담당관으로 근무할 때 국가와 전국 정신병원 15군데를 상대로 5천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소장을 가져온 30대 여성이 있었다. 내용을 보니 자신은 정신병자인데 자신의 병을 고치지 못했으니 국가와 국내 정신병원은 자신에게 5천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이다. 그 돈을 받아 세계 최고의 정신병원을 짓겠다는 거였다. 필자는 접수를 거절하고 그날 저녁 당직실에 접수해서 다음 날 아침 필자에게 넘어온 소장(?)을 소장으로 접수하지 아니하고 감사민원실에 가져다주고 우편으로 반려하게 했다. 사실 접수담당관은 재량권이 없다. 일단 접수를 하고 판사가 흠결사항(인지미첨)에 대하여 보정명령을 하고 각하하거나 내용이 부실하면 기각하는 것이 일반 예이다.그러나 행정관청은 다르다. 접수담당이 보정권고하거나 접수거절을 한다. 그러다 보니 고소장을 작성해주고 경찰서에 접수한 의뢰인이 되돌아오는 경우가 있고 주변 법무사들로부터도 고소장 써주면 경찰서 접수담당이 '법원에 가서 민사로 처리해라 고소가 안 된다'고 했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접수를 거절하지 않고 일단 접수 후 검사·판사의 결정으로 각하, 기각 또는 보정명령 처리해온 법무사들은 상당히 당황한다.물론 우리나라의 고소·고발사건은 일본의 50배로서 고소·고발이 남발되기도 하고, 자칫 고소를 잘못하면 역으로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이제까지 경찰서에서 고소장이 접수 거절되면 검찰청에 접수하여 다시 경찰서로 이첩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검·경 수사권조정으로 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할 수 없게 되었으니 피해자구제(보상)가 더 어려워진 것 아닌가 우려된다. 다행히 최근 경찰에서 판례조회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게 된 경찰이 좀 더 책임감 있게 수사를 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고소장도 일단 접수하고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반려 등의 절차를 통해 억울한 피해자를 좀 더 줄일 수 있도록 개선될 것을 기대해본다./이상후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이상후 법무사·경기중앙지방 법무사회 수원지부

2021-05-11 이상후

[시인의 꽃]냉이꽃

냉이꽃 뒤엔 냉이 열매가 보인다작은 하트 모양이다 이걸 쉰 해 만에 알다니봄날 냉이무침이나 냉잇국만 먹을 줄 알던 나,잘 익은 열매 속 씨앗은 흔들면 간지러운 옹알이가 들려온다어딜 그렇게 쏘다니다 이제사 돌아왔니아기와 어머니가 눈을 맞추듯이서로 보는 일 하나로 가지 못할 곳이 없는 봄날쉰내 나는 쉰에도 여지는 있다나는 훗날 냉이보다 더 낮아져서,냉이뿌리 아래로 내려가서키 작은 냉이를 무등이라도 태우듯들어 올릴 수 있을까 //그때, 봄은 오고 또 와도 새봄이겠다 //손택수(1970~)사물의 형태는 시선이 머무는 심상에 의해 달라진다. 같은 사물일지라도 다르게 지각되는 것은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응시하는 주체에게 있는 것. 주체는 보고 싶은 대로 사물을 보거나, 사물이 보여주는 대로 대상을 인식하고자 한다. 보고 싶은 대로 사물을 보는 사람은 이미 고정된 자신만의 세계에 대상을 편성시킨다는 점에서 새로움을 포착하기 힘들다. 하지만 사물이 보여주는 대로 인식하는 사람은 사물이 가진 다른 면모를 보게 되는 것. 그것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움에 대한 발견이다. '냉이꽃 뒤엔 냉이 열매'를 보고 이를 '하트 모양'으로 인식하는 것은 냉이꽃이 보여주는 대로 보는 것. 비로소 냉이꽃을 냉이꽃이 아닌 '하트 모양'을 가진 그 무엇으로 바라보는 것. 새로움의 시작이다. 따라서 그 '열매 속 씨앗에서 옹알이'가 들려오고 '아기와 어머니'가 눈을 맞출 수 있는 것. '당신께 모든 것을 드립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냉이꽃은 5~6월 '서로 보는 일 하나로 가지 못할 곳이 없는 봄날' 개화한다. '키 작은 냉이를 무등이라도 태우듯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은 바로 정해진 관념을 버리는 데서 온다. 그렇다면 언제나 '봄은 오고 또 와도 '새봄''으로 남는 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21-05-10 권성훈

[방민호 칼럼]'배민' 시대에 생각하는 '정상화'

인터넷·정보화 시스템 덕분에코로나 시대 경제적 타격 적고Zoom 수업… 그러나 언제까지슬픔도, 웃음도, 의문 해결도직접 만나 나눌 수 있길 바란다벌써 칠팔 년은 족히 된 일이다. 충청북도 보은 가까운 어딘가로 선생님들끼리 학사협의회를 갔다. 한갓진 데로 가자고들 하셨다. 찾는다고 찾은 곳이 근처에 슈퍼도 음식점도 없다시피 한 궁벽한 산촌이었다.밤은 깊고 슬슬 뱃속이 출출해지면서 뭔가 먹기는 먹어야할 텐데 준비해 온 음식들은 거의 다 동났다. 어떻게 하나? 하고 다들 궁금해하는데 내 머릿속으로 번개같이 '배달의 민족'이 떠올랐다.그때만 해도 내가 우리 과에서 가장 최신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농담이지만, 아무튼, 휴대폰에 깔려 있는 '배민'으로 검색을 해 보니 과연 치킨 같은 것을 배달해 주는 데가 두어 곳 뜨기는 떴다. 그런데, 차로 줄잡아 20~30분은 족히 걸리는 곳이다. 그래도 전화를 하니 우리 쪽 사정이 딱해 보이셨는지 근 한 시간만에 드디어 음식이 배달되었다. 선생님들 환호성 소리가 낮지만은 않았다.그랬는데, 한동안 '배민'이라고는 그 숱한 광고들을 보고도 무심하게 지나치곤 했다. 그저껜가 웬일인지 이 '배달의 민족' 생각이 나 평소에 맛이 좋은 봉평 산골 메밀국수 음식점을 찾아보는데, 체계가 달라져도 많이 달라졌다.우선 전화로 서로 통화를 하는 게 '없어졌다'. 전화 주문이 있는지는 몰라도 화면에 그냥 자기가 먹고 싶은 메뉴 선택해서 결제하면 끝이었고, 카톡으로 완료를 알리는 문자가 달려왔다. 그러고는 음식점에서 출발했다는 둥, 어디쯤 오고 있다는 둥 하더니 현관 문앞에 배달이 되었으니 혹시라도 분실되지 않도록 빨리 수령하시라는 것이다. 배달해 주시는 분은 얼굴도 못 보고 맛있는 막국수를 맞아들일 수 있었다.경험하고 보니,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요즘 가뜩이나 코로나19 덕분에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을 못하는데 이런 배달 시스템이라도 없었으면 장사하는 사람들 다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다. 그런데 이 변화는 오로지 긍정 쪽으로만 작동하는 것일까?어느 쪽이든, 어느 사이에 우리 사회는 안정과 평온 대신 변화와 북적임 쪽으로 숨 가쁘게 내달리고 있는 중이다.그 하나의 예가 서울 지하철이다. 지하철 노선 몇 개 생겨서 좋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그 많은 노선도 모자라 경전철 노선을 세운다, 서울을 관통해서 남북, 동서를 연결하는 노선을 그린다 하고 난리가 났다. 후미지고 구석진 곳에 새로운 교통편이 생겨나는 것을 탓하자는 게 아니라. 그만큼 우리네 삶이 안정과 평온 대신 속도 빠른 변화를 체질화하고 있다는 것이다.앞에서 '배민'을 말했지만 휴대폰이나 컴퓨터 쪽은 더욱더 놀랍다고 할 수 있다. '배민'도 결국은 인터넷 시스템의 소산이지만, 우리 사회 어느 곳이든 이 정보화 물결의 세례를 받지 않은 곳이 없다. 며칠 전 한강에서 실종되었던 의대생이 꽃다운 생명을 잃어버린 사건은 한강에 CCTV를 더욱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는 엉뚱한 의제로 빠져나갈 뻔하다 겨우 정신을 새로 차리는 중이다. 사태의 진상을 둘러싼 논란과 탐사는 유튜브와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있다.그러고 보면 과연 인터넷과 정보화가 좋기는 좋다. 이 시스템 덕분에 한국은 코로나 여파 속에서도 경제적 타격을 가장 적게 받은 나라가 되기도 했고 캠퍼스에서 학생 찾아보기 힘든 대학에서도 줌(Zoom)으로 수업을 그럭저럭 꾸려나가고 있다.그러나 언제까지? 하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무슨 비상사태나 긴급조치 같은 상황을 살얼음 밟듯이 헤쳐나가는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서 얼굴 마주보고 웃고 환담을 나누고 서로 기댈 수 있는 때는 언제 오려나?슬픔도, 웃음도 그리고 사태의 진상을 둘러싼 의문도 '배민'처럼 배달되지 않고 직접 만나서 나눌 수 있는 때가 어서 속히 와주기 바란다./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2021-05-10 방민호

[참성단]평택항 대학생 사망사고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한강공원에서 의대생 손정민(22)군이 실종됐다. 함께 술을 마신 친구는 손군이 한강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잠을 자다 사라졌다고 했다. 손군 아버지가 생사확인에 나섰고, 5일 만에 서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사고사와 타살 가능성 모두를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이 사고는 억측과 소문이 유난하다. 언론은 손군만 아니라 그를 불러낸 친구의 가족, 신상, 행동까지 집요하게 추적하며 의혹을 제기한다. 손군 시신을 옮기는 장면과 장례식이 중계방송하듯 보도됐다. 손군과 친구가 나눴다는 미확인 대화가 소셜네트워크에 올라와 특정 단어의 의미를 확인하려는 문의가 잇따랐다. 친구 아버지 신상은 탈탈 털렸고, 공중파 방송은 시사고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제보자를 찾고 있다.지난달 22일 평택항 부두에서 대학생 이선호(23)군이 작업 도중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손군이 실종되기 3일 전이다. 그는 용역회사 지시에 따라 적재물 정리작업을 하다 개방형 컨테이너에 몸이 깔려 숨졌다. 군 제대 뒤 용돈이라도 벌겠다며 막노동을 자처했다고 한다. 유족과 친구들은 날개만 300㎏인 컨테이너 작업을 하는데 안전장비는 물론 안전교육도 없었다고 주장한다.이 사고는 한동안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몇몇 일간지에 단신으로 보도됐을 뿐이다. 가족은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규명을 통해 억울함을 풀어달라 호소했다. 시민·사회단체가 나서면서 뒤늦게 후속 보도가 나왔다.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자 정치권이 가세하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빈소를 방문했다.비슷한 또래의 20대 청년이 잇따라 변을 당했다. 그런데 세상은 한강에만 주목할 뿐 평택은 관심 밖이다. 서울 소재 대학 엘리트 의대생에, 정확한 사고 경위가 오리무중인 미스터리가 이목을 끈 요인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단 몇 푼이라도 벌겠다며 노동현장에 뛰어든 젊은이의 허망한 죽음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사고 뒤 이군 누나가 SNS에 가슴 먹먹한 사연을 올렸다. 부모에게 손 안 벌리겠다며 작업장에 가면서도 시험공부를 하겠다며 노트북을 챙겼다고. 투병하는 9살 차이 큰 누나를 끔찍하게 돌봤는데, 정작 부모는 차마 (사망 사실을) 말도 못해 모르고 있다고. 이 땅의 젊은이들이 '헬(Hell) 조선'이라 외칠만하다. /홍정표 논설위원

2021-05-10 홍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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