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창간특집

[경인일보 창간70기획·신&구 통하다]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이기현 길병원 인턴

신 “영상의학 최고 전문가 될 것”

구 “환자의 입장 먼저 헤아려야”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 이기현 길병원 인턴
"환자를 돌보는 의사의 마음은 시대와 공간이 변해도 바뀌지 않는 진리 라며 의사로서 가져야 할 마음 자세에 대해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과 이기현 길병원 새내기 의사가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가천대 길병원 본관 이 회장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임순석기자

신(이기현) : 영상의학도 다른 진료과목과 같이 치료에 있어 중요한 분야…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첨단의료분야 개척하는 게 목표

구(이길여) : 나는 청진기를 항상 품고 다녔어… 혹시라도 차가운 청진기에 환자들이 놀랄까봐 가슴속에 넣고 온기를 돌게했지

신 : 의사를 택한 일, 숙명으로 생각… 시대를 관통한 사명감 변함없어

구 : 생각만 하지말고 당장 실천을… 병원이 꿈을 펼칠수 있는 무대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해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고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의사라면 평생을 마음속에 새겨야 하는 이 문구. 바로 전 세계 의과대학 학생들이 의사로서 첫발을 내디딜 때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문 중 일부다. 사람을 살리고 치료하는 의술도 곧 인술(仁術)이란 말의 의미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오롯이 담겨 있다.

1958년 인천의 작은 산부인과를 시작으로 지금은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의료기관인 가천대 길병원을 이끌고 있는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 평생을 의사로서 살아온 이 회장의 인생 또한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지난 5일 오후 이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가천대 길병원 본관 11층. 소화기내과 병동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이 회장의 집무실은 거대 병원을 이끌고 있는 수장의 공간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할 만큼 작아 보였다.

이날 이길여 회장의 집무실을 찾은 이는 이제 막 의사 생활을 시작한 길병원 인턴 이기현(30)씨다. 서울대를 졸업한 그는 지난 2011년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의사로서 꿈을 펼치고 있다.

“내가 의사로서 후배에게 해줄 말이 너무 많지.” 하얀색 가운을 입고 소파에 앉은 이 회장은 손주뻘 되는 새내기 의사를 바라보며 지긋이 미소를 지었다.

이길여 회장이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인턴 생활을 하던 때가 1964년이다. 이제 막 의사 생활을 시작한 이기현 씨와 50년 이 넘는 세월의 간극을 뒤로하고 마주 앉은 그들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의사로서 본연의 자세, 사람을 살리고 고쳐야 한다는 의사로서의 ‘숙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창간 특집 이길여 회장 이기현 인턴 대화1

# 세월이 흘러도 의사는 바뀌지 않는다

“환자를 돌보는 의사의 마음은 시대와 공간이 변해도 바뀌지 않는 진리야 진리.” 이길여 회장이 새내기 의사에게 건넨 첫 마디는 화려한 의술이나 능력이 아닌 바로 의사로서 가져야 할 마음 자세였다.

의사의 경력과 나이를 불문하고 환자를 내 몸 처 럼 돌보고 아낄 줄 아는 자세, 정성을 다해 환자를 대하는 마음이야 말로 구세대, 신세대 의사를 가리지 않고 시대를 관통하는 의사의 숙명이라고 이 회장은 말한다.

이런 이길여 회장의 지론이 담겨 있는 물건이 청진기 이다. 이 회장은 매년 의사로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에게 청진기를 선물한다. “환자를 가슴으로 대하는 의사가 돼야 한다”는 당부가 청진기 속에 담긴 의미다.

“내가 말이야 이 청진기를 항상 가슴 속에 품고 다녔어, 혹시라도 차가운 청진기에 환자들이 놀랄까봐 가슴속에 넣고 다니며 온기를 돌게 했지.” 이 회장은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정신이야 말로 의사로서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이라고 말했다.

의사 대선배인 이길여 회장의 당부를 듣고 있던 새내기 의사 이기현 씨도 “지금은 힘들고 배워야 할 것도 많지만 결국 의사란 직업을 택한 이상 회장님의 말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같은 길을 가겠다”며 “결국 시대를 관통하는 의사로서의 사명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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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꿈을 펼쳐라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의료 환경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인천에도 변변한 병원 하나 없어 환자들은 자신이 어떤 병에 걸렸는지도 모른 채 의사 한번 보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이길여 회장은 회상했다.

“지금은 좋아진 거지. 내가 한창 의사 생활을 할 때만 하더라도 병원 한번 가보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많았어. 죽어가는 자기 부인을 지게에 지고 와 의사 진찰 한번 받아 보고 죽게 하겠다는 사람의 심정을 누가 알겠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이길여 회장은 고국의 이런 열악한 의료 환경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미국에서 더 나은 조건에 의사 생활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인천으로 돌아와 선진 의료를 펼치며 작은 산부인과를 대형 병원으로 성장시켜 나갔다.

현재 가천대 길병원은 병상 수, 환자 수 대비 국내 ‘Big 5’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과 나란히 국내 대표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되는 쾌거도 이뤘다. 암, 심뇌혈관 질환, 응급의료기관,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에서 모두 최우수 등급을 받아 세계적인 의료기관으로 도약할 기틀을 다졌다.

‘사람을 살리겠다’,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을 만들겠다’는 의사로서 이길여 회장의 굳은 의지와 신념이 지금의 길병원을 탄생 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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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과정을 밟고 있는 이기현 씨의 꿈은 영상의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인턴 과정을 마친 이들은 보통 자신의 전공 분야를 찾아 내과나 정형외과, 외과 등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분야로 진출하지만 그는 CT, MRI 등을 분석하는 영상의학과로 자신의 진로를 택했다.

그는 “여타 다른 진료 과목과 같이 영상의학도 사람을 살리고 치료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분야”라며 “더 나은 의료 기술,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첨단 의료 분야를 개척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이 씨가 의사로서 자신의 포부를 이야기 하자 이길여 회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 좋아. 생각만 하지 말고 지금 당장 실천해 나머지는 병원이 다 알아서 해 줄거야. 길병원이 너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다”라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인재가 희망이고 자산이다. 그들이 이웃과 세상을 위해 불 환히 밝히면, 나의 꿈은 완성하리라.’ 이길여 회장의 자서전인 ‘아름다운 바람개비’에 나온 한 대목이다.

평생을 우리나라 의료 발전에 매진하며 자신의 꿈을 펼쳐왔던 이길여 회장, 또 그 꿈을 이어받아 의사로서 숙명을 걷게 될 새내기 의사 이기현 씨. 이들이 걷고 있는 의사의 길과 꿈은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어딘가 닮아 있었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 전북 군산 출생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니혼대학교 대학원 의학 박사
▲ 가천대 총장
▲ 가천대 길병원 이사장

■이기현 길병원 인턴
▲ 경북 포항 출생
▲ 포항고 졸업
▲ 서울대 바이오소재 공학과 졸업
▲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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