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

[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1)]프롤로그-'술도가'의 재발견

우리의 맛과 향, 정취까지 담긴 명주…'첫 잔'을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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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양주로 전승되던 전통주, 일제 탓 밀주 전락
해방 이후엔 지역 통폐합 정책으로 규제·관리
1990년 제조 허용 불구 소주·맥주에 밀려 찬밥
2009년 막걸리 열풍 타고 '필수 기호식품' 자리

지역 농산물로 빚어낸 술, 관광 콘텐츠와 연계
6차산업 '농촌융복합모델'로 경제 활력소 역할
경인지역 주종·즐길거리 지면·영상으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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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술을 빚어 판매하는 '술도가'(양조장)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농촌융복합산업'의 총아(寵兒)로 주목받고 있다.



경인(京仁)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물, 대(代)를 잇는 정성과 철학으로 빚어내는 술과 먹거리,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체험·관광이 가능한 '농촌융복합산업'의 신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경인일보는 연중 기획 시리즈인 6차 산업 관광 프로젝트 '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를 기획, 최근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는 외국산 주류에 맞서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는 경인지역의 '술도가'를 집중 조명한다.

코로나19 극복 이후 본격화될 중국 등 해외 관광객 유치로 지역 내수경제를 이끌어 가는 지역관광산업의 핵심축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술도가'의 글로벌 경쟁력을 점검해 본다. → 편집자 주

맹개술도가
밀로 안동소주를 만드는 육지 속의 섬마을인 경북 안동 맹개술도가로 관광객들이 찾아가고 있는 전경. /대동여주도 제공

# '술도가의 부활…밀주에서 술로'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지역경제는 좀처럼 침체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안 심리를 반영하듯 지난해 맥주와 와인 소비가 대폭 늘었다고 한다. 집콕생활이 늘면서 홈술, 혼술 등 소비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이 틈을 비집고 알음알음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던 지역 내 '술도가'(양조장)들의 역습이 만만치 않다. 막걸리와 재즈가 만나거나 와인과 체험관광이 만나는 등 새롭게 거듭나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네 전통주인 막걸리와 소주 등을 빚어냈던 '술도가'는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다. 예부터 술은 농사일이나 제사 등 일상적인 삶에서 집집마다 필요할 때 가정과 주막(酒幕)에서 빚어내는 가양주(家釀酒) 형태로 전승돼왔다.

하지만 경술국치 이후인 1934년 일제가 자가용 술의 제조면허제를 폐지한 후 가양주는 단속 대상인 밀주가 됐고, 일본식 명칭인 '양조장'에서 만든 판매용 술만이 '합법적'인 술로 인정됐다.

해방 이후에도 정부는 술의 원료와 주조기술, 도구, 유통 및 판매 등 전 분야에 걸쳐 술도가를 규제 및 관리했다.

1960년 말 술도가 대단위화 및 지역 통폐합 정책으로 읍·면 단위별로 한 곳씩만 운영할 수 있게 됐고, 술의 판매 범위도 해당 지역 내에만 독점 공급하게 됐다. 막걸리는 1974년 168만㎘까지 생산, 역대 최대 생산량을 기록할 만큼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쌀막걸리 제조가 허용된 것은 1990년이다. 하지만 막걸리는 맥주와 소주에 밀려나고 정부의 규제 강화로 외부인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폐쇄적인 공간으로 인식되면서 술도가를 찾는 이는 급격히 줄어들며 '사양'산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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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대부도 그랑꼬또 와이너리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포도가 알알이 익어가는 풍경. /대동여주도 제공

술도가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시기는 2009년 막걸리 열풍이 일면서부터다. 중·장년층을 초월해 모든 세대로부터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 농림부는 매년 '우리술 품평회'를 개최하고 10월 마지막 주 목요일을 '막걸리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술도가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고, 심지어 전국 곳곳의 술도가들이 새로운 술을 선보이면서 급격하게 소비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특히 2010년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전통주산업법)이 마련돼 전통주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2016년에야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 법령이 공포 시행되면서 과거 주막처럼, 일반식당에서도 주류면허를 받고 술을 팔 수 있게 되면서 일상에서 필수 기호식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 '오감 만족 체험공간…6차산업의 모델'

경기·인천지역 곳곳에서 성업 중인 술도가는 현재 '오감만족 체험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술도가를 찾아가면 오직 그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과 향 그리고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문화공간'으로 상한가다.

특히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원재료로 이용해 빚어내는 술과 맛깔난 먹거리,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풍경과 역사유적, 놀이시설 등과 연계된 체험·관광은 국내·외 관광객을 유혹하는 관광거점으로도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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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3대 명주로 손꼽히는 '감홍로'. /대동여주도 제공

한국의 술도가는 요즘 국내 주류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외국산 술들과 벌이게 될 한판 승부에 대비,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일찍이 뜨거운 태양 아래 한없이 펼쳐진 포도밭에서 시작된 프랑스 와이너리, 함박눈이 내린 날 지역 계절 요리를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본 사케 양조장, 만리장성 등 대륙의 스케일이 느껴지는 중국 고량주 제조장 등은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손꼽힌다.

한국의 술도가들은 해외 양조장을 찾아가는 국내 애주가들은 물론, 해외 관광객까지 한국으로 유치, 새로운 지역경제의 에너지원으로 삼기 위해 숨 막히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술도가는 최근 들어 농산물인 쌀(1차 산업) 등을 활용해 술을 제조·가공(2차 산업)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판매·유통시키고, 술 빚기 체험과 연계된 관광 등 서비스업(3차)으로 발전하면서 6차 산업인 '농촌융복합산업'의 대표적인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농산물을 생산만 하던 농어촌 도시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인 '전통주'를 가공·판매하고 더 나아가 향토·역사자원, 테마파크를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 등 관광 서비스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켜 지역경제를 풍요롭게 하는 '동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 '경인(京仁)지역 술도가를 찾아가다'

경인일보가 연중 기획 시리즈 6차 산업 관광 프로젝트 '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로 조명하게 되는 경인(京仁)지역 소재 술도가는 우리네 전통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동여주도의 도움을 받아 농업과 연계성, 시설의 역사성, 지역 사회와 연계성, 술 품질 등을 취재,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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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누룩을 발효시켜 술을 빚어내는 술도가 도구. /대동여주도 제공

쌀을 원료로 만드는 탁주와 약주, 증류주 업체부터 오미자, 사과, 포도를 사용하는 과실주 업체까지 다양한 주종의 술도가와 전통 술 장인을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한다.

술도가에서 전통 장인과 술 빚기 체험, 소문난 먹거리와 농산물 등 전통시장과 놀이시설, 박물관 등 볼거리 등 '오감 만족'의 생생한 체험을 경인일보 지면과 유튜브 등으로 독자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전상천기자 junsch@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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