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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철 가시구렁 손톱이 물러빠져

눈 덮인 하늘 밑창 발톱마저 물러빠져

뜨겁고 아픈 경치를 지고 내 예꺼정 왔네





뭉개진 비탈 저쪽 아득히 손채양 하고

귀밑볼 사운대던 그네들 다 망설여도

오지게 눈치 없는 차림 내 또 예꺼정 왔네.

김상옥(1920~2004)


권성훈교수교체사진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일찍 오는 꽃들은 그만큼 빠르게 진다. 그것은 눈부신 봄볕과 함께 속절없이 떨어져 바람에 날리기도 하고 비에 젖기도 한다. 땅에 유서를 쓰듯이 꽃잎 한 장 한 장이 하나의 문장으로 봄을 장식하며 떠나간다. 그렇지만 흩날리는 꽃잎들은 지난 한겨울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견뎌온 소산물이다. '가시밭 같은 구렁텅이 속에서 손톱이 물러빠져'가며 온 것이며 '눈 덮인 하늘 밑창 발톱마저 물러빠져' 온 것들이 피어난 것이 아닌가. 저기 보이는 꽃잎들은 '뜨겁고 아픈 경치를 지고' 있는데, 그 한 장에는 빛과 어둠이 포개져 '뭉개진 비탈 저쪽 아득히' 왔다 가는 것이다. 비록 '오지게 눈치 없는 차림'으로 보이지만 이는 '오지게 눈치 빠른 차림'으로써 다음의 열매를 기약하기 위해 '내 또 예꺼정' 펼쳐진 풍경일지니.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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