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선거는 오만함 바로잡는 균형추

민주당, 4·7재보선 서울·부산서 참패
오만·내로남불, 지지층마저 등돌려
무엇보다 위선에 더 화가난듯 냉담
대선 앞두고 '이대론 안된다'는 경고
겸손·진정성·능력 갖춘 변화 필요

임병식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
선거제도는 생각할수록 절묘하다. 민주주의가 고안한 제도 가운데 백미가 아닐까 싶다.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다. 시민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위임한다. 여의치 않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회수한다.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었다고 판단되면 즉각 복원력을 행사한다. 시민은 평소에는 말이 없다. 헌데 침묵한다고 해서 생각까지 없는 건 아니다. 오만과 위선, 실정을 말없이 카운트한다. 그러다 기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총알처럼 쏘아댄다.

4·7 재보궐 선거도 균형추 역할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과 부산 두 곳에서 참패했다. 서울에서 국민의힘 오세훈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에 18.32%p 차이로 압승했다. 또 박형준은 김영춘을 28.3%p 이상 따돌리고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예상을 뛰어넘는 선거 결과는 집권여당에 대한 성난 민심을 반영한다. 마치 투표 날만 기다렸다는 듯 화난 민심은 투표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보궐선거 역대 최고 투표율로 심판했다.

민주당은 행정부와 국회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장도 죄다 민주당 차지다. 선거가 치러진 서울에서 조직력은 압도적이다. 서울지역 국회 49개 지역구 가운데 41곳, 25개 구청장 가운데 24곳, 시의원 109명 가운데 101명을 독식하고 있다. 그런데도 4연승(2016 총선, 2017 대선, 2018 지방선거, 2020 총선) 행렬에 종지부를 찍었다. 민심을 가볍게 여긴 결과 국민의힘에게 큰 차이로 패했다.



4·7 재보궐 선거 결과를 놓고 후폭풍이 거세다. 9일 민주당 초선 의원 81명은 입장문을 내고 지도부를 직격했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며 지도부를 탓했다. 고영인 의원은 "그동안 단합을 위해 자중했는데 오히려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회재 의원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소신 있는 목소리를 충분히 개진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며 돌아봤다.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전용기 2030 의원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들은 서울·부산시장 공천과 관련 "(박원순 전 시장 성추문) 문제를 회피하고 외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오만함"이라고 했다. 뒤늦은 반성이지만 책임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이들은 조국 사태, 추·윤 갈등 와중에서 옹호하거나 침묵했다. 당 밖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김해영 전 의원은 "민주당에서 조국 전 장관을 왜 그렇게 지키려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뒤늦은 자성은 대체적으로 민주당에 쏟아지는 비난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무능과 오만, 위선이다. 경제정책에서 민주당은 무능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 소득주도성장 또한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정책 취지와 달리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에게 고통을 안겼다. 인사, 외교, 국방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조국 전 장관 임명은 여론과 동떨어진 인사 참사였다. 민심이 떠난 직접 도화선이다.

오만과 '내로남불'은 지지층마저 등돌리게 했다. 시민들은 무능함은 용서해도 위선은 참기 어렵다며 차갑게 반응했다. 조기숙 교수는 "무능보다 더 화나게 하는 건 위선"이라고 했다. 돌아보면 180석 거대여당은 민심을 사려 깊게 살피지 못했다. 또 절제하지 못한 채 오만했다. 남 탓하며 자신들 위선에는 둔감했다. 야당과 협치도 소홀했다. 이제와 나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통렬한 성찰 끝에 길이 열린다.

20대 대선까지는 11개월 남았다. 선거 참패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경고다. 시민들이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헤아리고 낮아진다면 기회는 있다. 겸손과 진정성, 능력을 보여야 한다. 남은 시간 동안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치열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직된 당내 의사결정 구조를 민주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만일 껍데기만 바꾼다면 패착에 직면할 수 있다. 어쩌면 국민의힘과 경쟁은 지금부터다.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유인태의 쓴소리는 경청할 만하다. 그는 "민주당이 한 것에 비하면 표차가 덜 났다"고 쇠몽둥이를 들었다. 이어 "민주당은 상임위원장뿐 아니라 법안 처리에서 독주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강성 지지층 요구를 다 받아주고 끌려다니면 미래가 없다"고 경고했다. '물(국민)'은 '배(정권)'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다음 대선에서 균형추는 어디로 기울까.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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