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 소유주 '무개념 주차 횡포' "내차 스티커 붙이면…" 적반하장

인천지역 아파트 잇단 '말썽'

김태양·박현주 기자

발행일 2021-04-21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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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회면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에 주차한 벤틀리 차량이 아파트 주차 공간 2개 면을 차지하거나 이중 주차를 해 다른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는 등 무개념 주차 횡포로 공분을 사고 있다. 2021.4.20 /독자 제공

미추홀선 방문자가 통행로 이중주차
경비원에 욕설·스티커 제거 강요도
'두달간 주차 금지 삼진 아웃' 마련

송도선 임시구역 車 세워 놓고 가
황당한 메모 남겨 뿔난 주민 '응수'


'제 차에 손대면 죽을 줄 아세요.' 최근 아무렇게나 주차해놓고 이런 협박성 메모를 남긴 한 벤츠 차주가 공분을 샀다. 인천에서도 일부 고급 승용차 소유주들의 '무개념 주차 횡포'로 말썽이 빚어지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이달 초부터 느닷없이 나타난 벤틀리 차량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가 3억원에 달하는 이 고급 차량을 끌고 온 이는 입주민이 아닌 방문자였다.

8일부터 19일까지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늦은 오후나 새벽 시간대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댔던 A씨는 차량 통행로에 제멋대로 이중 주차를 해놔서 다른 차량이 지나가지 못하게 하거나, 경차 전용 주차공간 2개 면을 독차지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30대로 알려진 A씨는 심지어 아버지뻘인 60·70대 경비원들이 입주자 규약에 따라 주차 위반 경고 스티커를 붙이자, 적반하장으로 "책임자 나오라"고 소리치며 반말로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A씨는 이어 경비원들에게 주차위반 경고 스티커를 제거하라고 강요했고, 경비원들은 하는 수 없이 A씨의 말에 따라야 했다. 당시 A씨는 "전용 자리(주차공간)를 만들어 줄 것도 아니지 않냐"며 "주차할 데가 없어서 거기다 주차한 게 잘못이냐"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결국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를 거쳐 세 번 이상 주차 규약을 위반한 차량에 두 달간 주차를 금지하는 '삼진 아웃제'를 마련하기로 했다.

60대 입주민 윤모씨는 "경찰에선 사유지라 A씨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해서 주차장 운영과 관련해 새 규약을 만드는 것"이라며 "요즘 들어 이웃주민을 배려하지 않고 주차한 입주민들이 되레 소위 을의 처지에 있는 경비원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17일에는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임시 주차구역'에 차를 세워놓은 아우디 차주 B씨가 차량 앞유리에 '토요일 스티커 붙이면 가만히 안 있을 거니까 절대 붙이지 말 것! 정말 화나니까'라는 황당한 메모를 남기면서 주민들의 빈축을 샀다.

한 주민은 이 메모 옆에 '강력 스티커 10장 붙이세요. 스티커 안 붙이면 가만히 안 둘 거니까 절대 붙이세요. 정말 화나니까'라고 적은 A4용지를 붙이며 응수하기도 했다.

인천사회면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임시 주차구역에 있는 아우디 차량 앞유리에는 '토요일 스티커 붙이면 가만히 안 있을 거니까 절대 붙이지 말 것! 정말 화나니까'라는 메모가 남겨져 있어 한 주민이 이에 항의하는 내용의 메모를 붙였다. 2021.4.20 /독자 제공

이 아파트 임시 주차구역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으나, B씨는 시간이 훨씬 지나도 차를 이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아파트 관리 규약을 어긴 B씨 차량에는 주차 위반 경고 스티커가 붙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임시 주차구역은 저녁 시간대 주차공간이 부족할 것에 대비해 통행로 빈 공간에 만든 것으로, 정해진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규정을 어기는 차량은 제재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무개념 주차 횡포'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타인에게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행동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동차는 신분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사용되는 만큼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 과시적 욕구를 표현하면서 타인의 관점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며 "타인이 고급 차량을 끄는 자신의 행동을 맞춰주는 것을 일반화해서 어느 곳에서든 '나는 그래도 된다'는 식의 '갑질'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양·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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