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지방의회법 제정' 왜 필요한가

몸집 커진 지방정부…'풀뿌리 민주주의'도 새 법률로 옮겨 심어야

김성주 기자

발행일 2021-04-23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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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민생 누비며 지방자치 발전 견인했지만
집행기관 비해 조직 등 취약해 견제·감시 '한계'
법적 근거 명확하지 않아 법정서 확인 받기도

20대 국회서 폐기… 이해식 발의로 '새로운 전기'
상위법 없이 제정 어려웠던 조례 한계 등 개선
산하기관장 인사청문 근거 마련 '심도있는 검증'

경기도의원 '제정 촉구건의안' 전원 서명 발의
전국 17개 광역의회와 '네트워크 형성' 공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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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 대한민국 지방자치가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1988년 이후 30여년 만인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방정부의 커진 권한과 역량에 어울리는 새 옷이 마련된 것이다.

지난 30여년간 지방자치는 발전을 거듭해왔고 그 결과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로 지역별 맞춤 방역을 이끌어내는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주민들 역시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등 지방4대협의체와 자치분권위원회 등이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의 역할과 권한 등 자치분권과 관련한 여론조사에서도 과반에 가까운 48.4%가 지자체의 권한이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응답자의 74.8%가 자치분권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는 지방의회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로 이를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에 이어 지방의회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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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광역의회 교섭단체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들이 지난 2월 15일 경기도의회에서 광역의회교섭단체협의회 구성 및 지방의회법 제정 등 현안들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2021.2.15 /경기도의회 제공

■ 국회는 국회법,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법?

1991년 선거를 통해 구성된 지방의회는 그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주민의 대표자이자, 지방행정의 감시자로 민생현장을 누비며 지방자치 발전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지방의회는 집행기관에 비해 조직이나 권한 등이 취약해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지방의회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지방의회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견고하지 못하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방의회는 별도의 법이 아닌 지방자치법 내에 한 페이지 속에서만 존재한다.

단체장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권한과 위상을 제대로 부여받지 못해 법적 제한과 역할의 한계 속에서 일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방의회의 보좌관제 문제다. 비록 최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으로 물꼬가 트이긴 했지만 서울시의회가 보좌관제 도입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려다가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하는 등 경기도의회를 비롯한 전국 다수의 광역의회가 의정활동을 보조할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지방의회 의원들은 지역주민과의 소통에서부터 조례안 제정을 위한 법률적 검토 등을 모두 도맡아야 하는 처지였다.

이 밖에도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법정까지 가서야 지방의회의 권한을 확인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서울시의회 김정태 운영위원장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행정안전부가 정해놓은 기준을 벗어난 조직 신설과 인력증원은 불가능한 현실, 법령에 근거가 없는 조례는 만들 수조차 없는 현실, 의회에 필요한 예산조차 마음대로 편성하지 못하는 현실에 발목 잡혀 있다"며 "단체장이 임명한 부단체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불가능한 현실, 지방의회 교섭단체에 대한 지원조차 어려운 현실 등이 우리나라 지방의회의 현주소"라고 지방의회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 담긴 내용의 미흡한 점을 지방의회법 제정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국회는 국회법을 통해 교섭단체 구성에서부터 공청회, 시정연설에 이르기까지 근거를 두고 있어 사실상 대한민국 의회정치는 중앙정부용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 지방의회법 무엇이 담겼나


지방의회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지방의회를 넘어 국회에서 나온 상황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한 차례 상정된 바 있지만 임기 종료로 폐기된 이후 지난해 11월 이해식 국회의원이 지방의회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이 의원은 법안을 통해 "지방의회가 지방자치의 발전과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고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 범위가 한정돼 있고 의회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행사하며, 입법활동을 보좌하기 위한 전문인력에 대한 근거가 없는 등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기능을 저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독립된 법률을 통해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어려움이 없게 하고 지방의회의 조직·운영 등 전반을 아우르는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조례를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제정할 수 있도록 해 상위법 없이 제정되기 어려웠던 조례의 한계를 개선했다.

또 지방의회 의장이 사무직원을 지휘·감독하고 법령과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면과 교육훈련, 복무, 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처리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호응을 얻고 있다. 그간 인사권을 지방자치단체장이 행사하면서 의회의 제대로 된 견제 역할을 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냈다.

인사청문회도 주요 내용으로 꼽힌다. 인사청문 절차에 대한 근거가 없어 산하기관장 인사를 견제할 수 없었는데 이를 개선한 것이다. 경기도의회는 전국 광역의회 최초로 도 집행부와 협약을 맺고 인사청문 절차를 두고 있지만 명확한 법적 근거가 담기게 되면 보다 심도 깊은 인사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지방의회의 경비 문제와 교섭단체 구성, 상임위원회·특별위원회 운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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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자치분권발전위원회가 지난 16일 도의회에서 자치분권 분과위원회를 열고 '지방의회법' 제정과 자치분권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2021.4.16 /경기도의회 제공

■ 커지는 지방의회법 제정 촉구 목소리


경기도의회를 비롯한 전국 광역의회가 지방의회법 제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0월 박근철(의왕1) 대표의원의 대표 발의로 '지방의회 위상 제고 및 독립성 강화를 위한 지방의회법 제정 촉구건의안'을 도의회 141명 의원 전원의 서명을 받아 발의하면서 신호탄을 쐈다.

그 이후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해 전국 17개 광역의회와 연대하고 있다. 광역의회 교섭단체(민주당)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공론화에 나선 것이다.

이 밖에 도의회는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자치분권분과 회의 등을 통해 지방의회법 제정을 비롯한 지방자치 발전에 대한 의견을 전문가들과 교환하면서 논의를 확장시키고 있다.

박 대표는 "지방자치의 한 축인 지방의회가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회법과 같이 독립된 지방의회법 제정을 통해 지방의회 위상 제고와 독립성 강화를 보장해야 한다"며 "건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대통령, 국회의장, 국무총리, 각 당 대표 등에게 발송해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의회 장현국(민·수원7) 의장 역시 "국회의원 의정활동의 근거가 되는 국회법이 있는데, 더 많은 수의 지방의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지방의회에 관한 독립된 법이 없다"며 "지방의회법이 별도로 독립돼 지방의원의 역할과 권한이 정립돼야 한다"고 지방의회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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