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10년 전 후쿠시마의 비극은 현재 진행형

지난 2월 후쿠시마에서 잡힌 우럭
기준치 5배 이상 방사성 물질 검출
日 '오염수 2051년까지 방류' 결정
진짜 심각성 그때부터 시작될지도
인간 생명 소중… 반드시 철회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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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만물이 활발하게 꿈틀대고, 싱그러운 생명력이 가득 찬 4월에 끔찍한 소식을 접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125만t을 2022년 10월부터 2051년까지 30년에 걸쳐 태평양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다.

지금도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원전 인근 지역은 여전히 방사능 수치가 위험 수준으로 높아 피폭이 우려되고, 10년이나 지났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더 크게 남아 인류와 지구 생태계 전체를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내몰 수 있는 상황이다.



10년 전, 2011년 3월11일 여느 날과 다름없는 평화로운 일본 동북지방의 후쿠시마 현 바닷가에 강도 9의 지진이 일어났다. 그 지진은 해일을 일으켰고 해일은 원자력발전소를 덮쳐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고 방호벽이 녹아내려 핵연료가 대기 중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초고농도 방사능 유출로 원자력발전소 반경 30㎞ 이내는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 후쿠시마 현 주민들은 삶의 터전과 가족을 잃고, 원전 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심각성을 아이의 시각으로 그린 그림책이 있다. '후쿠시마의 눈물(김정희 글. 오승민 그림. 사계절)'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가까운 후쿠시마현의 작은 마을에서 지진과 해일, 원전사고를 겪으면서 가족 중 누군가가 죽고 삶의 터전을 강제로 떠나야 하는 대재앙을 그렸다.

책 속 주인공인 요시코는 원전사고가 났을 때 초등학생이었다. 대재앙으로 언니가 죽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방사능을 피해 대피소 생활을 해야 했다. 도쿄에 있는 삼촌과 고모 집에 잠시 머물 것을 요청했지만 방사능 오염 가능성 때문에 문밖에서 거절당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사는 내내 방사능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아이들은 정기적으로 몸에 이상이 생겼는지를 검사받을 때 의사에게 질문한다. "선생님, 저도 언젠가 병에 걸리나요?"라고. 그러면 의사는 검사받는 아이들에게 똑같이 "운이 좋으면 피해 갈 수도 있단다. 운이 좋다면 말이야"라는 아리송한 대답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더 질문하고 싶다. 몇 살까지 살 수 있는지, 어른이 되면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을 수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인류의 대재앙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기점으로 많은 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변화를 가져왔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독일 등 유럽 여러 나라들은 탈핵을 선언했고 프랑스, 영국, 대만도 원자력 발전소를 없애거나 줄여나가며 탈핵정책을 추진 중이며 우리나라도 2017년부터 탈원전 선언 국가에 합류하게 되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참사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원전 사고의 위험성은 잊혀진 듯하다. 안정성과 경제성을 이유로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고,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세계 각국은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 확대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10년 전 사고로 발생된 오염수 방류가 국제적인 문제로 부각된 현시점에서 원자력 발전이 과연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지 다시 한 번 따져봐야 한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는 안전한 상태로 회복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지난 2월 후쿠시마에서 잡힌 우럭에서는 기준치 5배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 오염수 방류를 30년에 걸쳐 2051년까지 마치겠다고 발표했으나, 그것이 끝이 아니라 진짜 심각한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될지 모르겠다.

인간의 생명과 안전은 어떤 효율성이나 경제성에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로 인한 비극이 우리의 모든 것을 앗아가기 전에 이제 멈추어야 하지 않을까….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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