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601001043600051352

꽃이 필 때 / 목련은 몸살을 앓는다 / 기침할 때마다 / 가지 끝 입 부르튼 꽃봉오리 / 팍팍, 터진다



처음 당신을 만졌을 때 / 당신 살갗에 돋던 소름을/ 나는 기억한다 / 징그럽게 눈 뜨던 / 소름은 꽃이 되고 / 잎이 되어 다시 그늘이 되어 / 내 끓는 청춘의 / 이마를 짚어주곤 했다



떨림이 없었다면 / 꽃은 피지 못했을 것이다 / 떨림이 없었다면 /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 그러나 더 이상 / 떨림이 마음을 흔들지 못할 때 / 한 시절 서로 끌어안고 살던 꽃잎들



시든 사랑 앞에서 / 툭, 툭 나락으로 떨어진다



피고 지는 꽃들이 / 하얗게 몸살을 앓는 봄밤, /

목련의 등에 살며시 귀를 대면 / 아픈 기침소리가 들려온다

박후기(1968~)

권성훈교수교체사진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당신이 그를 만났을 때처럼, 흔들리지 않고 시작되는 것이 있는가. 흔들린다는 것은 무의식에 있는 것을 깨운다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마음이 여기서 저기로 반응하는데 그것이 강렬하면 할수록 움직임도 커진다. 몸살을 앓고 있는 봄날같이 당신의 '가지 끝 입 부르튼 마음 꽃봉오리가 팍팍, 터지질' 않던가. 돌이켜보면 그런 당신도 '처음 당신을 만졌을 때'부터, '당신 살갗에 돋던 소름을' 잊지 못하는 것같이. 너무 화사해서 징그러울 정도로 피어나는 목련처럼 살갗에 돋던 소름들. 이것은 청춘의 '잎이 되어 다시 그늘이 되어' 보냈던 숱한 나날들을 기억한다. 떨림은 꽃이 되고 사랑이 되고 한 시절이 되어 툭툭 떨어져도 좋았다. 아직도 세월의 등 뒤에 사랑의 귀를 대면 '피고 지는 꽃들이 하얗게 몸살을 앓는 봄밤'이 당신을 깨우질 않던가. 봄날 꽃가루처럼 '아픈 기침소리'가 망각의 계절을 뚫고 날아다닌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