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없는 안전규제…'자리 못잡는' 지역아동센터

신현정 기자

발행일 2021-05-05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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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관리법 개정 시행에 따라 화재안전성능 보강을 해야 하는 지역아동센터들이 정부의 열악한 지원에 난감해 하고 있다. 4일 오후 화재안전성능 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도 내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2021.5.4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개정 '건축물관리법' 보강 의무화
건물주 30% 부담해야 보조금 받아
도움 어렵다 난색땐 '이전' 불가피
전국 센터 절반, 민간 건물내 임차
대부분 재정 빠듯, 후원에 기대야


"재개발로 이전한 지 2년밖에 안 됐는데…. 또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하나 심란하네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용인 A지역 아동센터 직원들은 내년 어린이날도 이곳 센터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이 커졌다.

2년 전 어렵게 지금 건물에 자리를 구해 월세로 아동센터를 꾸렸는데 갑자기 지난해 구청에서 우편 한 통을 받았다. 해당 센터가 건축물관리법에 따른 '화재안전성능보강(이하 보강사업)' 대상 건축물이라 보강절차를 이행해야 한다는 통지였다.

건축물 보강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는 국가 보조금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센터가 입주한 건축물 소유주도 일정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특히 민간 건물을 임차한 A센터 관계자는 "지역 아동센터에 임대를 줬다는 이유로 보강사업까지 소유주가 해야 하는 건데, 소유주도 황당할 것 같아 아직 말을 못 꺼냈다"고 토로했다.

A지역 아동센터의 고민은 지난해 5월 시행한 건축물관리법에서 비롯됐다. 개정된 건축물관리법에 따라 지역 아동센터 등 '피난 약자시설'과 일부 다중이용업소 중 3층 이상 건축물에 대해 가연성 외장재를 교체하고, 스프링클러 설치 등 보강사업을 오는 2022년 12월까지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화재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법이지만, 문제는 가뜩이나 빠듯하게 운영되는 지역 아동센터의 재정 상황상 지원 없이는 건축물 보강은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부터 3년 동안 보강사업에 한시적 지원을 진행하고 있지만, 보강사업비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건축물 관리자가 1대1대1 비율로 부담하도록 했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으려면 건축물 관리자, 즉 건물 소유주가 30% 비용을 내야 하는데, 지역 아동센터들 상당수가 민간 건물에 임차해 있어 민간 소유주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특히 지역 아동센터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지자체가 공유재산을 무상으로 빌려주거나 사용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전국 지역 아동센터 중 무상임대 비율은 약 30%에 불과하다. 절반이 넘는 50.9%가 민간 건물에 전·월세로 임차해 있고, 일부 센터는 임대료마저 후원으로 충당하는 게 현실이다.

결국 아동 안전을 위해 개정된 법이 지역사회 취약계층 아동을 돌보는 공적 기능을 대신하는 지역 아동센터를 옥죄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아이를 돌봐야 할 센터직원은 보강사업을 위해 또다시 시민들의 후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경기도 내 B지역 아동센터는 임대인인 건물 소유주에게 보강사업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도와주기 어렵다"였다.

B센터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을 알려 후원 등을 유도해보거나 지자체 등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아보며 기다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기간 내 보강사업을 완료하지 못하면 처분 대상이 돼 '이전'을 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A센터 관계자는 "단순 이사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면적이나 청소년유해시설 여부 등 지역 아동센터 입지 조건을 맞춰야 하는데, 조건에 맞는 곳을 찾기도 어렵고 조건에 맞으면 대부분 임대료가 비싸다"고 설명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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