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30일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에서 썩은 나무가 도로로 쓰러져 인근을 지나던 40대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가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2021.4.30 /독자 제공 |
안양서 전도사고·운전자 병원이송
해당 나무, 밑동 썩고 내부 텅 비어
전문가 "강전정 탓 봉합 능력 상실"
동안구는 가지치기와 연관성 부정
"마른 날 멀쩡했던 가로수가 쓰러진다고 상상할 수 있을까요? 가로수 건강에 대한 일제 점검이 필요해요."
지난달 30일 낮 12시20분. 안양시 동안구 엘에스로 35 앞 버즘나무(플라타너스) 가로수 5그루 중 한 그루가 밑동부터 꺾여 도로로 쓰러졌다.
느닷없는 사고에 40대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가 깔렸다. 운전자는 곧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하는 B씨는 "지난 4월 나뭇가지를 자를 때 그 나무를 베어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봄이 되어도 나무에 잎이 없고 암덩어리가 붙은 것 마냥 상태가 안 좋았다.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고 혀를 찼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나무 썩음'으로 꼽으며 "전도된 나무의 밑동을 육안으로 보고 썩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를 수습한 동안구 관계자도 "쓰러진 나무를 잘라보니 내부가 텅 비어 있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나무가 썩은 원인으로 일명 '강전정', 즉 과도한 가지치기를 꼽았다.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대표인 최진우 조경학 박사는 "가로수가 썩은 데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일 테지만 잦은 과도한 가지치기로 인해 나무가 제대로 생육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 박사는 '나뭇가지의 25% 이상을 자르면 나무의 건강과 수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국제수목관리학회의 전정 기준을 제시했다. 인근 버즘나무는 모두 굵은 가지만 남기고 그 끝에서 잎사귀 몇 개를 달고 있었다.
조경회사를 운영하는 김진환 (주)마이즈텍 대표는 해당 나무의 썩은 밑동 사진을 보고 "무리한 가지치기로 자가봉합능력을 상실한 데다 보도블록 정비 시 나무뿌리로 인한 요철을 없애기 위해 뿌리를 절단하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굵은 가지와 뿌리가 절단돼 생육조건이 나쁜 나무에 부후균이 들어오면 나무 전체가 썩게 된다"고 덧붙였다.
주변 상인들은 쓰러진 나무를 비롯해 일대 가로수를 해마다 가지치기한다고 전했다.
안양시 동안구 관계자는 매년 한국전력이 전정을 하고 있으며 올해는 시에서도 지난 3월5일부터 4월15일까지 엘에스로를 포함한 관악대로, 평촌대로, 동안대로 등의 가로수 475주에 대해 '수형조절 공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안구 관계자는 과도한 가지치기가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가지치기와 나무 썩음은 별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사고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안양시에서 썩은 나무가 쓰러진 것은 첫 사례로, 시 전체 가로수 중 버즘나무를 위주로 육안조사를 거쳐 문제가 있어 보이는 나무는 나무병원에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