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의 어느 금요일을 기억합니다. 토요일 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탓에 금요일은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출근하기 마련이죠. 그런데 그날 금요일 아침은 어딘가 어수선하면서도 팽팽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모여앉은 사회부 후배들의 말을 엿들어보니, 평택의 한 공장에서 일어난 사망사고 단독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수습을 막 뗀 막내 기자가 빵공장에서 혼자 소스배합을 하던 20대 여성노동자가 배합기에 빠져 숨지는 사고를 단독으로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보도를 접한 해당 회사가 경인일보에 ‘기사를 삭제하라’는 요구를 한 것이죠. 그들의 회유는 꽤 달콤했던 걸로 아는데, 당시 사회부는 망설임 없이 ‘NO’를 외치고 가열차게 추가 단독 보도를 이어나갔습니다. 파장이 커지자 해당 회사는 사망사고에 대한 사과나 대책을 내놓는 대신, 언론사를 상대로 회유하거나 홍보기사를 통해 부정보도가 나가는 것을 가리려 애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것이 결국 역효과를 불러 더 큰 매를 맞아야 했지만요. 네, 바로 그 기업이 SPC 입니다. 그때 그 사고가 있기 전부터 SPC에선 산재 사고가 끊이질 않았고, 사고가 발생한 후로도 여전히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반성보단 은폐하는 걸로 해결법을 찾았기에, 결국 이번 사고도 그 태도의 연장선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죠. 큰 매를 맞고서야 겨우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천억을 투자하겠다고 천명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죠. 달콤한 빵을 만드는 SPC 공장의 빵기계들은 도대체 몇명의 피가 더 묻어나야 비극을 끝낼 수 있을까요. 사고도 반복되면 사건이 됩니다. 잔인하지만, 보통 이런 류를 ‘살인사건’이라 부릅니다. 이번주 일목요연 출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