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을 앞둔 유월의 어느 날, 지어진 지 30년이 훌쩍 넘은 노후 주택가에서 마주한 주민의 고백은 우리 사회의 깊어지는 주거 양극화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화려한 초고층 아파트 단지가 숲을 이루는 신도심의 한편에는, 대규모 개발에서도 소외된 채 기왓장이 떨어지는 노후 주택에서 불안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원도심의 이웃들이 있습니다.
사비로 고치기에는 비용 부담이 너무 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그저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던 삶. 이들에게 깨진 기왓장 사이로 들이치는 빗물을 막고 외벽의 균열을 보수하는 일은 단순한 주택 수리를 넘어, 무너져가는 주거 기본권을 지키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장마 전에 고칠 수 있어 다행"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목소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거 사각지대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해 온 이들이 보낸 절박한 신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