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를 바로잡고 ‘경자유전’ 원칙을 확립하겠다며 전국적인 농지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이달부터 수도권 현장 심층조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현장 곳곳에서는 조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단 개발 등으로 땅값 상승 기대감이 높은 용인과 양평 일대의 농지에는 넓은 밭 한가운데 참깨와 들깨 모종 수십 줄을 듬성듬성 심어놓거나, 덩굴이 잘 자라 착시를 일으키는 호박 몇 그루만 던져놓은 풍경이 목격됩니다. 수년간 방치되던 땅이 조사를 앞두고 갑자기 ‘농사짓는 척’하는 위장 경작지로 변모한 것입니다. 뼈빠지게 농사를 지어 온 진짜 농민들은 수확이나 경제성조차 고려하지 않은 이러한 형식적 경작이 면죄부가 되어 투기 세력이 적발을 피하게 될까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헌법이 명시한 경자유전의 원칙은 간데없고, 농지가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은 씁쓸한 질문을 던집니다. 정부는 기준을 강화해 편법을 걸러내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서류와 눈속임을 뛰어넘는 현장 밀착형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투기의 그늘을 거두어내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정직한 땀방울이 대접받아야 할 농토마저 자본의 욕망과 눈속임으로 얼룩지지 않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