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을 몰래 점유해 농사를 지었지만, 막상 적발되어도 작물을 함부로 치울 수 없는 기이한 풍경이 경기도 내 시유지와 공공 녹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화성시의 한 녹지부터 수원의 작은 시유지에 이르기까지, 행정관청의 허가 없이 들어선 무단 경작지들이 관리에 큰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습니다. 단속 담당자가 모든 공공 부지를 매일 살필 수 없는 허점을 노려 야금야금 땅을 넓혀온 이들은 신원조차 특정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러나 더욱 황당한 대목은 그 이후입니다. 불법 점유라는 엄연한 위법 행위 위에서 자라난 작물임에도, 현행 제도 아래선 농작물의 재산권이 경작자에게 인정될 수 있어 지자체가 강제로 갈아엎거나 철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공유재산을 무단 침범한 불법 행위자가 오히려 '내 농작물의 재산권'을 모호하게 주장할 수 있고, 행정관청은 법적 분쟁을 우려해 수확철까지 눈치를 보며 기한을 유예해 줘야 하는 기형적인 아이러니. 공공자산이 법과 행정의 사각지대 속에서 어떻게 무력화되고 있는지, 그 씁쓸하고도 기막힌 현주소를 들여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