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친구 사이의 다툼과 갈등이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법정으로 향하는 풍경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서로를 향해 ‘너 신고한다’는 말이 거침없이 오가고, 억울함을 씻겠다며 보복성으로 서로를 맞신고하는 일명 ‘맞폭’이 하나의 관행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교육적 중재와 회복의 공간이어야 할 학교는 온데간데없고, 법률 자문과 변호사 선임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사안을 제도로 해결하겠다며 도입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는 아이러니하게도 갈등을 완화하기는커녕 증폭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조사관마다 제각각인 일관성 없는 조사, 대입 생기부 기재와 맞물린 예민한 처벌 기준 탓에 학폭위 결과에 불복하는 행정심판과 소송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교사의 교육적 개입과 학교장의 중재 권한마저 무력화된 사이, 어른들의 법적 다툼으로 번진 싸움 속에서 소년·소녀들은 불신과 상처를 먼저 배우고 있습니다.
법의 정교함이 교육의 회복력을 압도해 버린 현실, 그리고 중재 기능을 잃어버린 제도의 맹점 속에서 과연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주고 있는지 냉정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물음을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