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대적인 농지 전수조사가 시작된 이후, 경기도 내 농지 거래량이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급감하며 얼어붙었습니다. 투기 목적의 소유를 차단하고 경자유전의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는 취지로 단행된 조치이지만, 현장의 풍경은 의도와는 사뭇 다른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토지 거래 심리가 바닥을 치며 시세보다 30~40% 낮은 급매물마저 외면받는 사이, 정작 그 틈새를 파고드는 이들은 농민이 아닌 태양광이나 물류창고를 노리는 자본가들입니다. 투기를 막으려 조인 그물망이 도리어 자본력을 갖춘 이들에게 헐값으로 농토가 넘어가는 통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구두계약에 의존해 오던 영세 임차농들은 전수조사의 칼바람 속에서 지주로부터 쫓겨나며 수십 년간 일궈온 터전을 잃고 있습니다. 외지인 지주들은 이행강제금을 피하려 나무 몇 그루를 심어두는 ‘위장 자경’의 꼼수를 부리고, 진짜 농사꾼들은 농토에서 밀려나는 비정상적인 풍경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정책의 메스가 정작 성실한 농민들의 생존권을 흔들고, 시장의 왜곡을 부르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입니다. 제도의 칼날이 약자를 향한 위협이 아니라 투기의 뿌리를 정확히 도려내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현장의 거친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차분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짚어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