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송민형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보호자생활’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송민형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보호자생활'] 동물등록은 하셨나요? 지면기사
10여년 전 필자의 병원을 이용하던 견공 중에는 포근이라는 이름을 가진 코커스패니엘종 수컷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포근이는 애지중지하며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보호자 덕에 규칙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 코커스패니엘종 특유의 천성적인 활발함에 왕성한 호기심을 더해 유쾌하고 활기찬 생활을 이어갔고 보호자의 사랑을 한 몸에 듬뿍 받으며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포근이의 보호자가 사색이 되어 요란하게 병원문을 열며 들어왔다. "원장님! 우리 포근이가 없어졌어요. 공원 산책중이었는데 잠깐 한눈 판사이 '쌩'하고 달려가는데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어요. 우리 포근이 좀 찾아주세요! 흑흑흑…." 갑자기 사라져 버린 포근이로 인해 패닉에 빠진 보호자는 포근이를 찾을 방도가 없자 무작정 병원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포근이도 걱정이었지만 우선 당장은 흥분한 보호자를 달래는 것이 먼저인지라 시원한 물 한잔을 건네며 포근이를 찾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자가 병원을 운영중인 수원시는 수년 전부터 동물등록시범사업이 진행 중이었고 포근이 역시 동물등록을 하였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거나 누군가가 키울 요량으로 집에 데리고 가지만 않는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보호자는 포근이가 사라진 인근에 사진이 들어간 전단지를 붙여 놓고 주변을 돌며 수소문을 시작하였고 필자는 인근 동물병원에 연락하여 유사한 이력을 가진 강아지가 병원에 오게 되면 바로 연락해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노심초사하며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포근이를 찾아다니는 보호자를 위로하고 길에서 고생하고 있을 포근이를 걱정하며 기다린 지 3일째, 보호자에게 구원의 손길처럼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원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걸려온 전화였으며 포근이를 보호하고 있으니 얼른 와서 데리고 가라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받은 즉시 유기견보호소로 달려간 보호자는 소정의 절차를 거친 후 바로 포근이를 데리고 올 수 있었다. 포근이는 보호자와 헤어진 장소에서 5㎞나 떨어진
-
[송민형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보호자생활'] 개·고양이의 만성질환 지면기사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 설레고 행복한 일이 분명하다.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유년기에 인연을 맺어 가족의 일원으로 온전하게 자리매김하고 왕성하게 뛰어다니며 젊음을 만끽하는 청년기를 지나 중년기, 장년기, 노년에 이르는 전 생애를 온전히 함께 하며 삶의 가치와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네 인생살이에 동물의 삶을 대입해 보자면 많은 부분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생로병사는 수명이 다를 뿐이지 참 많이 닮아 있다. 본 원에 내원하는 보호자에게 자신의 반려동물에게도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 중증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의아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흔하다.만성질환은 1개월 이상 병세가 지속되거나 심할 경우 평생 병증이 지속되는 질환을 통상 일컫는다. 만성질환의 경우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의 속도에 맞게 약을 조절하며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만성질환은 치료와 동시에 생활 습관 자체를 바꿔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합적인 건강검진에서 조기에 만성질환을 진단했을 시 무증상 또는 경증인 경우가 흔하지만 실질적인 증상이 나타나 아픈 몸 상태로 내원했을 땐 위독하거나 병세가 한참 진행된 경우 또한 많다. 체계적인 검사를 통하여 확정진단이 나오면 흔히 "개도 고혈압이 있어요?", "고양이도 당뇨가 와요?"라며 반문하시는 보호자를 자주 만나곤 한다.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이런 상태를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첫째 포유동물의 큰 범주에서 고찰하지 못한 결과, 다시 말해서 인간과 개과, 고양이과 동물은 각 장기의 구조가 거의 흡사하므로 비슷한 병증이 생길 것이 당연하지만 사람과 전혀 다르게 보거나 더 단순하게 느끼기 때문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둘째 자신의 반려동물을 마냥 어리게만 보는 경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보호자 본인이 유년기의 어린 동물을 입양한 기억이 분명하며 물리적인 나이도 자신보다 적고 그 오랜 시간동안 어리고 미숙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노령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고 듣는다면 그 현실을 받
-
[송민형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보호자생활'] 강아지도 치매가 오나요? 지면기사
예전에는 60갑자를 온전히 살아내고 61번째 맞이하는 생일을 '회갑'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태어난 해의 갑자를 다시 맞이하게 되는 기념으로 크게 잔치를 하였었다. 당시에는 60년을 사는 것 자체가 힘겹던 시절로 61번째 생일을 맞는 것은 개인의 기쁨이자 동네의 경사였다. 그렇게 장수는 모든 이의 바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양질의 영양공급과 쾌적한 환경, 발전된 의료서비스 제공 등으로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장수에는 또 다른 덕목들이 추가되고 있다. 오로지 오래 사는 것만을 추구하던 예전과는 달리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포함하게 되었다. 집안의 어른이 장수를 하는 것은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치매가 시작될 경우 치매환자의 가족들은 환자를 보살피는 과정에서 피로나 수면장애 같은 신체적 부담은 물론 분노, 죄책감, 소외감, 우울증 같은 정서적 부담을 져야 하며 경제적·신체적 부담으로 인해 갈등이 증폭되어 가족 관계에 부정적 변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어르신들께서 많이 이용하는 요양병원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보자면 보살피기 가장 힘겨운 환자는 건강한 치매환자라고 한다. 소통이 힘들 뿐 아니라 맹목적인 행동들은 감당이 어렵고 더 나아가 환자가 완력을 사용할 경우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반려견들도 노화와 관련된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할까? 답을 하자면 10살을 넘기면서부터 '강아지치매'라고 부르는 인지장애 증후군이 나타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증상이 모호하고 개체 차이가 크기 때문에 병원에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힘든 질환인 만큼 보호자의 관심이 질병을 파악하는데 가장 중요하다. 현재 반려견이 보이는 행동이 젊은 시절과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 관건으로 해외의 자료에 따르면 9세 이상의 노령견 대략 50%가 인지장애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사람의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인지장애 증후군은 그 증상을 크게 방향감각 상실, 상호작용의 변화, 수면 패턴의 변화, 대소변 실수와 학습 기억력 저하, 불안·활동성 저하 등 대략 다섯 가
-
[송민형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보호자생활'] 건강지킴이 예방접종, 미루지 마세요! 지면기사
전 세계가 COVID-19로 인해 몸살을 앓기 시작한 지 벌써 3년여가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생활은 정말 많은 변화를 겪었고 그 변화상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처음 팬데믹의 공포가 퍼져 나갈 때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방역상의 규칙들로 인해 일상생활이 팍팍해지고 하루를 버텨내는 것마저도 힘든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언제나 그래왔듯이 우리는 점차 마스크와 거리두기에도 익숙해지고 모두의 건강을 위해 서로 배려하며 적응할 수 있었다.거기에 더해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봉사를 통해 COVID-19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코로나의 공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엔데믹 상황으로 질병의 판을 바꿀 수 있었는데 이렇게 판을 바꾸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백신이라는 것에 대해 이견을 내놓을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물론 급한 사정으로 인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백신을 개발하다 보니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여 신뢰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간의 사례들을 검토해보면 발병을 막거나 치명률을 낮추는데 분명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18세기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에 의해 종두법이 소개된 이후 인류는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통해 많은 백신을 만들어 내었으며 이를 통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을 질병의 공포로부터 구해냈다.이러한 예방접종은 사람들뿐 아니라 동물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1980년대 초, 중반 우리나라의 견공들에게 심한 구토와 피설사를 주증상으로 하는 생소한 장염이 창궐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파보바이러스성 장염이었다. 국내에서 처음 접해보는 파보 바이러스성 장염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의학 정보가 빈약했고 진료환경 역시 매우 열악하였기 때문에 치료 성공률은 극히 낮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중학생이던 필자 역시 파보 장염으로 집에서 키우던 개들을 속수무책으로 잃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보호자들 사이에
-
[송민형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보호자생활'] 유기견과 심장사상충 지면기사
필자가 수의학도로서 수의학을 공부하던 1980년대 후반, 심장사상충은 책에서나 인지되던 기생충에 불과했다. 과거에는 아메리카 대륙, 그 중에서도 덥고 습한 지역의 특정 모기를 통해서 감염되는 특이한 기생충으로 지역적인 풍토병으로 여겨지고 있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관심 질병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는 심장사상충으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르게 된다. 심장사상충의 국내 발생에 대한 정확한 역학관계를 밝힐 수는 없겠지만 1990년대 들어 세계화라는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국가간 교류와 상호의존도가 높아지고 국제 물동량도 늘어나게 되면서 국내에도 자연스럽게 유입되지 않았을까 추정을 해본다. 90년대부터는 바야흐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와 맞물려 특히 성견들을 대상으로 기존에 없던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전신질환이 생겨나게 되면서 수의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게 되었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그 원인이 심장사상충이라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모기가 활동하는 시기도 그리 길지 않았으며 심장사상충을 매개하는 모기 종도 없다고 여겨지던 때였기 때문에 수의계에 던져지는 충격은 그야말로 작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에 수의계는 기존의 고정관념들을 버리고 심장사상충에 대한 분석과 학습 그리고 홍보와 예방에 전력투구하였다. 각고의 노력으로 이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심장사상충에 대해 이미 알고 있을 정도로 지식의 저변이 확대되었고,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되어서 필수적인 예방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게 됨으로써 예방과 검사를 통해 심장사상충으로 고통받는 반려동물이 줄어들게 된 것은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충에 감염된 동물들은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데 자칫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만 아니라면 수의사의 지시와 권고에 따라 수 개월간 치료에 임하면 완치도 가능하다. 그러나 사후 대처보다는 예방과 정기적 검사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그렇지만 예방 의학의 사각지대에 노출되어 있는 소외된 유기동물
-
[송민형의 '함께하는 슬기로운 보호자생활'] 건강검진에 대해서 지면기사
과거에는 애완동물이라 부르며 아이들의 장난감 취급을 받던 동물들이 이제는 반려동물로 자리매김하며 가족의 주요 구성원이 됐다. 재롱을 피우고, 핵가족화로 인해 소원해진 가족 구성원 사이의 관계를 보다 튼튼하게 이어주고, 공통된 화제를 제공해주는 등 가족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가고 있다. 하지만 동물의 시간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간다. 물리적인 나이는 아직도 어린데 신체적인 면에서는 보호자보다 더 노쇠해져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당혹스럽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때로 현실은 냉혹하리만큼 양보가 없다. 반려동물 건강검진은건강한 개체 상태 확인 차원과질병 조기발견에 큰 의의 보호자로서 제때 관리해주고 있지 않았다면 어느 날 갑자기 노화된 몸에 여러 가지 질환이 생겼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기 일쑤다. 대부분의 만성질환은 내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하더라도 일정 수준으로 악화되기 전까지는 자각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하물며 자신의 상태를 말로써 표현하지 못하는 동물의 경우라면 보호자가 그 질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최근 들어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국가 및 사설 검진기관 등에 의한 건강검진의 보편화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본인의 건강을 잘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동물들의 경우 아직까지는 건강검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아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되고 있으며 명확한 증상이 나타나야만 동물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경우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보며 건강검진에 대한 전도사 역할을 자청하며 오랜 시간을 건강검진에 대해 강조해온 결과 근래 들어 건강검진에 관심을 가지는 보호자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어 그 보람을 느끼고 있다. 건강검진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 쉽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건강검진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현재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학적 평가를 하는 것이다. 또한 건강검진은 어떤 질병이 의심될 때 하는 검사가 아니라 건강하다고 여겨지는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이다. 반려동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