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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아트하우스라는 조각배 지면기사
아트시네마에서 본 ‘밀레니엄 맘보’ 이십년 지나 다시 만나니 기분 묘해 인생 짙어지면서 영화는 멀어졌지만 예술 일렁이는 공간 그 자체로 영화 새해 자주 아트하우스 찾기로 결심 이제는 작년이 되어버린 2024년의 12월31일, 나는 정동에 있는 아트시네마에서 ‘밀레니엄 맘보’를 보았다. 무척 좋아했던 대만감독 허우샤오시엔의 영화로 몽환적인 오프닝 장면이 유명하다. 개봉 때도 보았지만 이십년이 지나 다시 만나니 기분이 묘하다. 푸른 화면에 위태롭게 걷는 배우가 이십년 동안 정지되어있다가 다시 걸어가는 느낌. 영화의 시간이 그렇다.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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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북치는 소년’의 김종삼 시인 지면기사
동아방송 배경음악 담당 20여년 근무 수입 괜찮았지만 사글세집 면치 못해 술 속에 살다가 간경화로 세상 떠나 묘지에서 한눈에 보이는 북한산 영봉 수많은 기행 남기며 후배들에 영향 김종삼(1921~1984) 시인은 후배 시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시인이다. 그는 수많은 기행을 남겼다. 소학교에 다니는 딸이 소풍 가는 날이었다. 아버지인 김 시인이 딸의 소풍에 따라나섰다. 소풍지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난 후였다.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딸은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는 언덕 뒤에서 큰 돌을 가슴에 얹고 잠이 들어 있었다. 딸은 놀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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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무명은 다 서럽다 지면기사
학력없는 서러움, 현실서도 그럴까 오백 나한상 190개나 발견한 김병호 “세계 유물이라더니 郡 내 요구 무시” 학술대회서도 내빈 소개조차 없어 ‘작은 배려’ 그리도 어려운가 의문 영화 ‘더 디그(The Dig)’를 보면서 무명은 다 서럽다는 생각을 했다. 학력이 없다는 이유로 고고학자라 불리지도 못하고 자신이 찾아낸 엄청난 발굴에서도 배제되는 주인공. 다행히 미망인의 배려로 훗날 역사에 남겨지게 되는데, 현실에서도 그럴까? 몇 년 전 아는 분의 안내로 강원도 영월의 창령사지를 찾은 적이 있다. 춘천박물관에서 ‘창령사지 오백 나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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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누구처럼 되지 않으려면 지면기사
포털사이트, 취향따라 언론사 선택 SNS 팔로우·차단 ‘분노 댓글’ 전쟁도 요즘 AI, 요청 안해도 알아서 추천 뇌는 새 정보와 비교·융합 필요한데 닫힌 세계 맴돈다면 구태속 남게돼 지금은 대중들의 흥미가 좀 가라앉았지만 MBTI가 대화소재로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별자리든 혈액형이든 그닥 믿는 성격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즐기는 것을 굳이 꺼리는 성격도 아니어서 누가 물어보면 나도 MBTI가 이러이러하다고 말이나 할 겸 긴 테스트지를 통과하여 INFP라는 결과를 얻어두었다. 친구들과 만나면 MBTI를 서로 물어보는 것이 대화의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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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겨울밤이 차다 지면기사
계엄포고령 말미 ‘처단’ 묻는 딸아이 2024년에 ‘사어’ 가르치는 현실 기함 따스한 거실과 대비되는 TV속 장면 상황 끝나도 내면 꿈틀거림 계속돼 출간 앞두고 광장에 또 나가야 할까 러시아 크라스키노의 작은 마을에 가면, 아니 작은 마을이라고 해야하나 황량한 벌판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곳엘 가면 안중근 의사의 단지동맹비가 있다. 손가락을 끊어 독립을 향한 의지를 다졌던 단지동맹을 기리는 비석이다. 의아하다. 왜 한국에 있지 않고 그곳에 있나. 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늦가을에 그곳에 다녀왔다. 단지동맹비 옆에는 아주 작은 오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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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그림자 속의 그림자 지면기사
기억은 정확히 떠오른 순간에 존재 3년 정도 같이 살았던 옆방 할머니 그의 외로운 삶, 화려한 옷과 대조 한참 지나서 알게된 할머니의 죽음 이런 기억, 나는 왜 잊고 있었을까 기억은 어디에 있는가? 머릿속에 막연히 잠겨있을 때 그것을 기억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어쩌면 의식이나 무의식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기억은 정확히 말해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에 존재한다. 무언가가 나를 건드려서 기억이 떠오른 순간 우리는 놀란다. 맞아, 이런 일이 있었지. 어떻게 이걸 잊고 살았을까? 이런 식으로. 시장에서 느릿느릿 걷는 다리가 불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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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김장을 끝내고 지면기사
느닷없이 배달된 아담한 배추 20포기 양념에서 구수하고 맑은 기운 올라와 올해 김치 맛있을 것 같은 기대감 푸닥거리 하고 났더니 허리·등 쑤셔 추위에도 묵묵히 김장하던 母 떠올라 느닷없이 배추가 배달되었다. 나한테 묻지도 않고 무더기로 배추를 보낸 곤지암 농부에게 봉변을 당한 느낌이었다. 한창 일이 바쁠 때여서 당장 김장을 할 수도 없었고, 더구나 날이 너무 푹해서 김장할 맛도 안날 뿐더러 한다해도 바로 김치가 익어버릴 것 같았다. 에라 모르겠다! 바쁜 일 끝내느라 박스도 열지 않고 놔두었다. 일주일 지나 개봉하니 누렇게 뜬 잎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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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만해 한용운과 '님의 침묵' 지면기사
불교 상상력 형이상학적 가치 노래독자에 사랑받는 대표작 '님의 침묵' 이별의 슬픔 비감한 감정 빠져들어슬픔의 힘, 운명 맞서는 인간 역동성 비극적 운명 초극하는 의지 돋보여 만해 한용운(1879~1944)은 충남 홍성에서 출생했다. 3·1 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활동했으며 줄기차게 불교개혁을 주장하기도 했다. 여러 논문과 장편소설을 쓰고 불교서적을 저술했다. 장편소설 '흑풍' '후회' 등을 출간하기도 했으며 불교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형이상학적 가치를 주로 노래했다. 시집으로 '님의 침묵'이 있다.그의 대표작 '님의 침묵'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시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위키백과)'님의 침묵'은 첫 행부터 비감한 감정에 빠져든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로 전개된 첫 행은 복받치는 이별의 감정을 드러낸다. 푸른 산빛과 붉은 단풍나무의 대립이 이별하는 님과 나의 조응으로 읽히면서 별리의 아픔이 더 깊어지는 듯하다. 여기서 푸른빛은 님과 사랑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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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로켓의 속도를 포기하면 지면기사
건설현장보다 배로 힘든 쿠팡 심야조자본주의 속도전에 죽어나는 노동자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감시·견제해야 불편하지만 속도의 편리함 포기하고 모두에게 안전한 노동환경 개선 필요어릴 적부터 로켓은 빠른 속도의 상징이었다. 불을 뿜으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로켓은 지구상의 모든 존재가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여겼던 지구의 중력을 벗어날 수 있을 만큼 빨랐다. 그래서 누군가 매우 빠르다고 말할 때, '로켓'처럼 빠르다고 이야기했고 악당 로봇을 무찌르는 빠른 주먹도 '로켓' 주먹이라고 불렀다. 굳이 물리의 법칙을 떠올리지 않아도 속도가 빨라지면 힘의 크기가 늘어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렇지만 그 힘을 책임감 없이 함부로 사용하면 누군가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게 되고 그게 바로 로켓 주먹을 맞는 악당이 된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다.쿠팡에서 심야조(밤 9시~새벽 6시)로 일한 적이 있다. 원래 밤에 글을 쓰는 올빼미족이라 졸릴 걱정 없고, 코로나 때 폐업했지만 체육관에서 주짓수를 가르치던 시절에 매일 생업으로 운동을 해왔던 터라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막상 새벽 물류 일을 하러 나가보니 컨베이어 속도에 맞춰 상·하차 하는 일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생계 때문에 종종 다니던 건설현장보다도 배로 힘들었다. 중간에 딱 한 번 30분 쉬고 새벽 내내 쉬지 않고 일했다. 반장으로 보이는 사람은 일이 손에 익어 할만 해지면 컨베이어에 물건을 더 많이 쏟아서 속도를 높였다. 숙련자가 많아 할당 물량을 빨리 끝낸 그룹은 쉬는 것이 아니라 높은 층에서 지켜보던 관리자가 물류가 쌓인 곳으로 이동시켜서 계속 일하게 했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로켓의 속도는 시스템이 아니라 물류 노동자들의 땀이 만들어내고 있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냉방 장치는 없었고 선풍기도 보이지 않았다. 창문이 없고 차가 수시로 드나드는 개방된 곳이기에 냉방뿐 아니라 겨울에 난방이 제대로 될 리도 없었다. 일당이 세다고 해서 갔던 건데 손에 쥔 돈은 9만원을 조금 넘었다. 뉴스에선 쿠팡에서 계속 사람이 죽었다. 로켓배송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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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그때처럼 지면기사
한때 친구들과 어디든 덜컥 다녀어느 순간 결혼·출산 10년이 훌쩍떠나는 법 잊은 나, 문득 여행 제안"오랜 만에 여행, 하나도 겁 안 나""여행 뭐가 겁나, 인생이 겁나지"드라마 작가 A와 마케팅회사에 다니는 B는 한때 나와 가장 자주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었다. 가장 일하기 싫은 목요일 오후쯤이 되면 슬그머니 여행사 홈페이지를 열어두고 마우스를 꼼지락거리기 일쑤였다. "칭따오 먹태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러시아 현지에서 마시는 보드카도 정말 낭만적일 것 같지 않아?", "신주쿠 고루덴가이라는 곳엔 진짜 끝내주는 튀김집이 있대." 하릴없이 그런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대부분은 덜컥 결제를 해버리곤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절 칭따오도, 블라디보스톡도, 도쿄도 아무렇게나 떠나곤 했다. 여행뿐이 아니어서 우리는 서로의 생일을 빼먹지 않고 챙겨주었고 가끔, 아주 가끔 누군가가 쓸쓸하다 하소연하면 가장 빨리 달려와 주었다. 종교인도 아니면서 크리스마스이브는 반드시 같이 보냈고,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밸런타인데이가 되면 셋이서 발렌타인 17년산을 마셨다. "있잖아, 매일 그렇고 그런 선물 말고 조금 로맨틱하게, 목욕가운 같은 선물을 받고 싶어." 누군가 말을 꺼내면 누군가 반문했다. "무슨 날이기에 선물 타령이야?" 그러면 뻔뻔하게도 대답했다. "아무 날도 아닌데?" 아무 날이거나 말거나 우리는 목욕가운을 사주었다. 그래서 나도 그런 투정을 부려 통 쓰잘 데 없는 커다란 곰 인형을 선물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다 옛날얘기다. 웃자고 꺼낸 이야기라 해도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추억담은 뭐랄까, 한물간 배우가 옛날 좋았던 시절을 온종일 주절대는 것 같아 청승맞았다. 어느 순간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가 열 살이 되었다는 건 내가 그랬던 시절로부터 십 년을 훌쩍 뜀뛰기 했다는 거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다 추억 뜯어먹고 사는 거야." A와 B, 나는 칭따오보다 훨씬 맛없는 먹태를 동네 맥줏집에서 추억처럼 뜯어먹으며 투덜거렸다. "열 살이면 십대 아냐? 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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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이번 판은 무르고 지면기사
뻔한 악보다 착한 사람이 수수께끼결핍 없이 자랐다고 선해지지 않아부부가 황금 어떻게 쓰는지 보고프면행운의 여신이여 숫자 빼먹지 말고여섯 자리를 고대로 점지해주기를살다보면 친척은 아니지만 친척과 유사한 관계를 맺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내게는 시댁인 속초에 갈 때마다 만나는 가족이 있다. 아이들끼리 노는 궁합이 잘 맞아 명절이나 방학에 속초에 가면 부러 시간을 만들어 한나절을 보낸다. 이 부부는 처음부터 깊은 인상을 주었다. 보기 드물게 선한 사람들이라고 할까.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것은 아니나 동네의 홍반장 노릇을 하며 독거노인이나 어려운 이웃들을 살뜰히 챙긴다. 폭설에 제설작업이 미진한 골목길은 알아서 치우고, 손 필요한 일이 생기면 나서서 돕는다. 부부가 한마음으로 팀워크를 발휘하는데 일을 무서워하지 않는 성격이라 나 같은 느림보가 보기에는 경이로운 수준으로 다양한 일을 척척 해낸다.내게는 착한 사람들이 수수께끼다. 악은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사랑의 부족과 결핍으로 인해 뒤틀린 인격, 자신에 대한 미움을 타인에 대한 증오로 바꾸어내는 투사, 악의 플롯은 진부하다. 대체로 비슷비슷한 서사를 지녔기 때문이다.반면 결핍 없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라고 반드시 선해지는 것은 아니다. 자칫 타인의 불운에 무지해질 우려, 자기가 누려온 것들을 당연시한 나머지 악의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도 상당히 많으니까. 무탈하게만 살아온 사람들은 비밀과 그늘이 없어 실존의 그림자가 옅은 느낌도 든다. 그래서 내가 가장 신기하게 보이는 사람들은 힘든 성장기를 보냈는데도 주변에 밝은 빛을 드리우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종교인도 아닌데!여기 선희(가명)네가 그렇다. 이 부부는 둘 다 파란만장한 유년기를 지나 공짜로 주어지는 것 하나 없는 치열한 청년기를 통과해 현재에 이르렀다. '현재'라는 것은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속초로 내려간 후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려놓은 상태를 말한다. 남편은 에어컨을 설치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겨울에 미리 에어컨을 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고된 육체노동에 속한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자 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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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한강의 노벨상과 인쇄소 비명 지면기사
노벨상 덕에 출판계 좋아졌다 여겨현실은 한강 책만… 다른 책 안 나가 인쇄업계 젊은층 기피 3D업종 전락일거리 줄고 공실 늘어 공포감 만연'작별…' 주문 폭주에도 큰 감흥 없어이틀 전 아는 작가가 전화를 걸어왔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타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요. 아무래도 한강은 전생에 지구, 아니 우주를 구했나 봐요. 출판사도 한강 덕택에 책 많이 나가죠?" 필자 역시 한강이 그런 상을 탄 것이 너무 놀랍고 기쁜 일이라고 맞장구를 친 뒤 "책이 전혀 안 나가요. 팔리던 책도 뚝 끊어졌는걸요"라고 대답했다. 이게 우리 출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출판사들의 책을 보관하고 있는 물류업체 역시 비슷한 소리를 하고 있다. "한강 책이 터져서 더 안 나가요. 사람들이 그것만 보는 거죠. 요즘, 사람들이 출판계통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개뿔' 좋아지기는…. 없어요. 경제가 엄청 좋으면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겠지만, 이렇게 경기가 나쁜데 그것만 사야 하니까 다른 데 눈을 돌릴 수 있겠어요?"필자는 최근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를 찍은 H인쇄소의 담당자를 인터뷰하고 있었다. 물론 노벨상 소식이 들려오기 전의 일이다. 그 담당자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가 좋은 시절이었고 지금은 인쇄업계가 3D업종(2교대 12시간씩)이라 워라밸을 외치는 젊은이들은 '야간근무'라는 말만 들어도 아예 발길을 돌린다고 했다. 그 인쇄소에서 가장 어린 직원이 44세! 내년과 내후년이 되면 인쇄기를 돌리는 기장(책임자)들이 정년(61세)을 하는데 후임자가 없어 퇴직자들을 계약직으로 계속 고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필자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책을 찍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눈이 침침하고 행동도 굼뜨고, 몸도 여기저기 아픈 퇴직자들이 계속 현장에 있는 건 인쇄사고가 날 위험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후속세대가 끊어지는 것이니 이보다 아득한 일이 또 없다.그렇지 않아도 근래 신간을 보면 확실히 예전보다 오류가 빈
